진서준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정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언니, 다리가 아직 안 나았어? 진작에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그동안 너무 바빠서 언니를 만날 시간이 없었어. 지금 만나도 늦지 않지.”조정연이 만나자마자 조희선의 상처를 들추자, 진서준은 은근히 화가 났다.같은 부모한테서 나온 자식인데, 조정연은 왜 이렇게 악독할까?조희선은 그래도 괜찮은 듯 얼굴에 그리 어색하지 않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네가 바쁘다는 걸 알고 나도 찾지 않았어.”정란 일가가 말하기 전에 진서준은 직접 조희선을 밀고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진서준이 주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본 정란은 다소 불쾌한 듯 그를 째려보았다.“늦게 와놓고 사과도 없이 그냥 앉아?”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항상 이 시간에 점심을 먹어. 아까 몇 시에 오라는 말은 안 했잖아.”진서준은 조희선과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말대꾸하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다.정란 일가가 감히 불손한 말을 한다면, 그는 절대 오냐오냐하지 않을 것이다.“웃기네. 우리가 밥을 사는데, 네가 밥 먹는 시간에 맞춰야 하니? 란이 몇 시에 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늦게 와?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조정연이 진서준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야단쳤다.“우리 탓이야. 우리 탓이야. 다음에는 꼭 일찍 올게...”조희선은 진서준의 손을 누르며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낸 후 계속 사과했다.“또 오겠다고? 당신들이 5성급 호텔에 평생 한 번 와도 대단한 거지.”정란이 코웃음을 쳤다.정란 일가가 밥을 사는 거지만 그들은 감히 비싼 것을 주문하지 못했다.현재 정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버지 정태호뿐이다.남자친구 공민찬도 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헤프게 쓰지 못한다.“5성급 호텔이 뭐가 대단해서. 우리 어머니가 오고 싶으면 매일 올 수도 있어.”진서준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놈이 뭘 그리 잘난 척해?”정민이 보다못해 진서준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정민이 눈알을 굴리더니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감옥에는 극악무도한 사람들 천지라고 하던데, 안에 있을 때 매일 얻어맞았어?”“뭘 물어? 팔다리가 비쩍 말라 가지고 딱 봐도 얻어맞게 생겼구먼.”정란이 맞장구를 쳤다.무심코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조희선은 가슴이 뜨끔해 안쓰럽고 미안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그동안 진서준에게 감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지 않은 것은 상처를 들추어내 아프게 할까 봐 걱정돼서였다.정민의 말을 듣고 나서 조희선은 진서준에게 매우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한 번 들어가 보지 그래.”“됐어. 내가 너 같은 범죄자와 뭘 비교해!”진서준의 말에 정민은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정민은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곧 졸업한다.아직 일자를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올해 졸업하는 학생이니 취직이 어렵지는 않다.“진서준, 너 취직이 안 되면 우리 아버지 회사에 가서 건물 청소나 해.”정란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지금 사회에서 감옥살이한 적이 있다는 말만 들어도 공기업은 감히 채용하지 못한다.사기업도 지금은 구직자의 경력을 중요시하는 편이다.진서준같이 감옥 갔다 온 대학생은 거의 취직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공장의 단순 생산직은 어쩌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정태호가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덤덤하게 말했다.“서준아, 우리도 친척이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이모부로서 내가 최대한 도와줄게.”“필요 없어요.”“그래, 계속 집에서 부모에게 빌붙어 살아.”진서준이 거절하자, 정란이 코웃음을 쳤다.사실 지금 진서준이 정태호한테 도와달라고 해도 정태호는 그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쓸모없는 친척을 돕는 것은 스스로 골칫거리를 만드는 것이다.그 뒤로 정란 일가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조희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희선은 어쨌든 친척인데 일이 너무 커져서 앞으로 얼굴도 못 보는 것은 원치 않았다.“민찬 씨, 시간이
허사연은 11시에 오션호텔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전화 내용은 심해윤이 호텔에 식사하러 온다는 것이었다.심해윤은 신분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었고, 또 어젯밤에 진서준이 서현욱을 때렸는데, 허사연은 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 대신 상황을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호텔에 오니 프런트 직원이 그녀에게 진서준이 왔다고 알렸다. 그래서 급히 찾으러 온 것이다.“바쁜데 방해될까 봐.”진서준이 다가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을 흘겨보고는 긴장된 표정으로 조희선을 바라보았다.허사연이 자기 어머니 앞에서 긴장하는 것을 보고, 진서준은 그녀가 이전보다 더 귀엽게 느껴졌다.“아주머니, 서라 씨, 저희 호텔 요리는 괜찮았나요?”“좋았어요.”조희선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다행이에요. 입에 맞으시면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팀에 시켜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허사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너무 번거로워요. 평소에 서라가 집에서 밥 해주면 돼요. 근데 사연 씨가 오랫동안 우리 집에 오지 않았네요.”지난번 오해가 풀린 후 조희선은 허사연이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고, 심지어 진서준과 허사연이 올해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결혼을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도 안다.“저 오늘 저녁 시간이 있습니다.”“그럼,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놀러 와요. 서준한테 차로 데리러 가라고 할게요.”허사연의 말에 조희선은 희색이 만면했다.지금 조희선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가족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이는 것이다.“저녁에 윤진을 도와주러 가야 해요.”진서준이 허사연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그 계집애가 또 뭘 도와달래요?”허사연은 허윤진네 학교에서 무도회가 열리는 것을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 진서준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작은 일이에요. 금방 끝나요.”진서준은 가서 허윤진과 춤을 추면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서준 씨, 심 처장님이 위층에 계시니까 우리 둘이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정태호가 급히 말했다.“그럼, 심 처장님을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말하고 나서 정태호는 심지어 잔에 든 술도 마시지 않은 채 그냥 돌아섰다.정란과 기타 몇 명은 내키지 않았지만 정태호의 뒤를 따라 슬그머니 룸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정란 일가가 떠나간 후 심해윤은 성난 목소리로 공준호를 꾸짖었다.“아들한테 사람을 데리고 와서 술을 권하라고 시키다니. 주임 자리를 내놓고 싶어요?”심해윤은 연세가 좀 있지만 아직 노안이 오지는 않았다.공민찬과 공준호가 그렇게 닮았는데, 심해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처장님, 잘못했습니다. 화내지 마십시오.”공준호는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방금 확실히 생각이 짧았다.심해윤이 기분 좋으니 자기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정란 일가는 풀이 죽어 룸에서 나오다가 그때 마침 술잔을 들고 오는 진서준, 허사연과 마주쳤다.굉장히 미인인 허사연을 보고 공민찬과 정민 두 사람은 눈이 번쩍 뜨였다.“진서준, 넌 뭐 하러 왔어?”정란은 허사연을 보지 못하고 방금 빈정상한 것을 진서준에게 분풀이했다.진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술을 권하러 가지 않았어? 왜 벌써 나오는 거지? 설마 심 처장님이 반기지 않던?”“헛소리하지 마. 우리 방금 심 처장님께 한 잔 올렸어. 처장님이 이따 우리 방에 오시겠다고 했어.”대단한 미인 허사연 앞이라 정민은 미친 듯이 허풍 떨기 시작했다.모르는 사람들은 정민 일가가 정말 심해윤과 술을 마신 줄 알겠다.정씨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정민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고 모두 침묵했다. 스스로 체면 깎는 일은 할 수 없으니까.진서준은 정민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즉각 알아챘다.“술잔에 담긴 술은 심 처장님이 직접 따라주신 거라고 말할 거야?”진서준이 정민의 손에 들린, 술이 가득 찬 술잔을 가리키며 코웃음을 쳤다.자기 술잔에 술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정민은 멍해졌다. 이런 망신이
방금 공민찬이 데려온 사람들 때문에 공준호는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그런데 또 낯선 사람 두 명이 심해윤에게 술을 올리겠다고 한다. 심해윤이 이번에도 그가 부른 줄 안다면 그의 주임 자리는 날아갈지도 모른다.“심 처장님과 아는 사이입니다.”진서준이 한 손으로 문을 잡고 닫지 못하게 했다.공준호는 진서준의 말을 믿을 리 없었다. 그의 눈에는 그저 줄 대러 온 사람들로 보였다.하지만 공준호가 아무리 힘을 써도 룸의 문은 돌담에 막힌 듯 끄떡도 하지 않았다. 공준호는 진서준을 무섭게 쏘아보더니 성난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장 손을 놓아요. 심 처장님이 오시면 용서를 빌 기회도 없어요.”진서준이 되물었다.“제가 왜 용서를 빕니까? 제가 심 처장님을 건드린 것도 아닌데.”공준호는 진서준의 말에 놀랐다. 멍청한 척하는 건지, 정말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그냥 고위 관료도 아니고 서울시 부시장 부인의 식사 자리에 쳐들어가는 것은 범죄는 아니지만 그 결과가 범죄보다 훨씬 더 무섭다.식사하던 심해윤 일행도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공준호에게 물었다.“공 주임님, 문 앞에 서서 뭐 해요?”심해윤의 질문에 공준호는 급히 둘러댔다.“호텔 직원이 한사코 술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거절하는 중입니다.”공준호는 심해윤이 절대 뇌물을 받지 않는 청렴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외식할 때도 그녀는 호텔에서 어떤 혜택도 받지 않는다.역시나 심해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직원한테 우리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고 보내세요.”“들었죠? 심 처장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우리는 술이 필요 없으니 얼른 가세요.”공준호는 진서준을 향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했다.“지금 우리를 들여보내지 않으면, 잠시 후에 우리를 모시러 와야 할걸요.”“웃기시네. 모시러 간다고? 당신들 누군데? 위에서 내려온 고위 관료라도 돼?”공준호는 하찮게 여기며 진서준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자 진서준은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 공준호에게 문을 닫으라고
정란 일가는 배꼽을 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댔다.“진서준, 우리를 웃겨 죽일 셈이야? 심 처장님이 너를 맞으러 나온다고? 이왕이면 더 크게 허풍 떨지 그래!”“심 처장님이 정말 나오면 앞으로 네가 시키는 일은 다 할게.”정민이 코웃음을 쳤고, 조정연도 같이 빈정거렸다.“감옥 갔다 온 사람이 다르긴 다르다. 아무 말이나 내뱉어.”정씨 일가의 말에 허사연은 분노가 치밀어올랐지만 진서준의 허풍이 좀 지나치긴 했다. 그녀는 진서준을 편들고 싶어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진서준은 휴대폰을 켜더니 침착하게 심해윤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그때 룸에서 식사하고 있던 심해윤은 휴대폰 벨 소리를 듣고 꺼내 보았다.진서준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심해윤은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급히 휴대폰을 들고 구석으로 갔다.다른 사람들은 심해윤의 동작을 보고 어느 고위 관료의 전화인 줄 알고 모두 입을 다물었다.“심 처장님, 지금 오션호텔에서 식사 중이시죠?”“네, 설마 진 선생님도 여기 계셔요?”진서준의 질문에 심해윤은 처음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이어 반가워하며 물었다.진서준이 서정훈의 목숨을 구했는데, 아직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했다.진서준도 지금 오션호텔에서 식사하고 있다면 심해윤은 직접 술잔을 들고 가서 술을 권하고 싶었다.“네, 그리고 제 여자친구가 처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진서준의 여자친구가 자기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에 심해윤은 좀 당황했다.“어느 룸에 계셔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처장님이 계신 룸 밖에 있어요.”“네? 문밖에 있다고요? 그럼 왜 안 들어오세요?”심해윤은 말하고 나서 갑자기 공준호를 돌아다보았다.그녀는 방금 문을 두드린 사람이 호텔 직원이 아니라 진서준과 그의 여자친구였다는 것을 알아챘다.순간 심해윤은 공준호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심해윤의 서늘한 눈빛에 공준호는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자기가 어쩌다 또 심해윤을 건드렸는지 전혀 몰랐다.“어떻게 된 건지 알았어요. 잠시만요. 곧 나갈게요.”
모든 사람이 진서준이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심해윤과 아는 사이인 것도 그런데 진서준을 대하는 심해윤의 태도는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심해윤이 누구인가? 서울시 부시장의 부인이고, 본인도 인사처 처장이라는 요직을 맡고 있다.대부분 인사 발령이 인사처 책임자인 그녀의 손을 거친다.이렇게 대단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지금 진서준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고 있다.정란은 자기 팔을 힘껏 꼬집었다. 강렬한 통증은 그녀에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다만 정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진서준은 감옥에 갔다 온 범죄자인데, 어떻게 심해윤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공민찬이 맨 먼저 정신을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처장님, 사람을 잘못 보신 게 아닙니까? 이 사람은 옥살이한 적이 있습니다.”심해윤은 진서준의 신분을 조사해 본 적이 없어 그가 옥살이한 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그래서 공민찬의 말을 듣고 그녀도 놀랐다.하지만 반응이 빠른 심해윤은 이내 쌀쌀하게 말했다.“내가 아직 사람을 잘못 볼 정도로 눈이 침침하지 않아요.”이 와중에 아들이 심해윤의 심기를 건드리자, 공준호는 그를 발로 걷어차서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심해윤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공민찬은 옷이 젖을 정도로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방금 너무 놀라 이성을 잃고 그런 쓸개 빠진 소리를 했던 것이다.“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됐어요. 가던 길 가세요.”더 이상 공민찬 일행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심해윤은 진서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진 선생님, 우리 들어가요.”“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사연의 손을 잡고 먼저 룸에 들어갔다.허사연은 그렇게 얼떨떨하게 진서준에게 끌려 룸으로 들어갔고, 의자에 앉은 후에야 제 정신이 돌아왔다.“서준 씨, 심 국장님을 어떻게 알아요? 저는 왜 몰랐죠?”허사연이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오늘 아침에 알게 돼서 미처 말하지 못했어요.”
좋은 사람은 오래 살아야 마땅했다.“아, 서정훈 부시장님께서는 깨셨어요?”진서준이 물었다.“네. 깨셨어요. 아니면 제가 이곳에서 밥 먹고 있을 일도 없겠죠.”심해윤이 말했다.“진 선생님. 처음에는 제가 선생님 의술을 믿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희 남편이 깨어난 순간 선생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제야 알았습니다.”서정훈의 상태가 호전된 후, 심해윤은 진서준에게 할 말이 많았다.하지만 정작 만나니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이 정도로 칭찬하는 건 처음이었다.심해윤이 진서준을 존경하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진서준이 서정훈의 생명 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허사연은 진서준이 서정훈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물어보기가 그랬다.하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서씨 가문에서 서정훈의 생명 은인한테 무슨 짓을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이분은 저의 여자친구 허사연 씨입니다. 이 호텔이 바로 저의 여자친구의 것입니다.”진서준은 심해윤에게 허사연을 소개해 주었다.“심 처장님, 안녕하세요.”허사연은 긴장된 모습이었다.허씨 가문이 아무리 돈 많다고 해도 권력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렇지 않으면 서현욱이 자꾸 치근덕거릴 때 진작에 사람을 고용하여 혼쭐을 내줬을 것이다.“안녕하세요. 허사연 씨 참 대단한 것 같네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 호텔을 경영하시고.”심해윤이 감탄했다.“그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을 뿐입니다.”허사연이 말했다.“아버님이 허성태 씨세요?”심해윤이 물었다.“맞습니다.”허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랑 제 남편은 사연 씨 아버님이랑 친구나 다름없습니다. 전에 함께 식사도 했었습니다.”심해윤이 웃으면서 말했다.허성태란 서울의 갑부 중의 한 명이자 서정훈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그때는 허사연이 어려서 이들 부부한테 소개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나중에 허사연이 가업을 물려받고 나서는 허성태의 건강이 악화하여 더욱 소개해 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