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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이승재의 말에 황종섭은 뭔가 번쩍 떠올랐다. 진서준과 권해철의 신분이 하도 범상치 않은 바람에 저도 모르게 이승재의 존재를 무시해버렸다.

다른 건 몰라도 서울시에서 이승재에게 예의 없게 구는 사람이 없었다. 권해철의 제자인 이승재도 어느 정도 실력을 지녔다.

“마스터님이 시간이 되신다면 그럼 마스터님께 부탁 좀 할게요.”

황종섭이 말했다.

“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이승재가 덤덤하게 말했다.

“제 별장에 있어요.”

전화를 끊은 후 황종섭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거실로 나왔다.

“형님, 얘기됐나요?”

우쭐거리며 웃는 황종섭을 본 주혁구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역시 종섭 형님이 나선다면 권해철 마스터님을 모실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러자 황종섭이 손사래 쳤다.

“권해철 마스터님이 아니라 그분의 제자인 이승재 마스터님을 모셨어.”

주혁구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이승재 마스터님이요?”

주혁구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황종섭이 설명했다.

“그래, 황보식 어르신과 오래 알고 지낸 이승재 마스터님 말이야.”

황보식이 이승재에게 사기당한 일을 진서준과 그들 두 사람만 알고 있었고 대외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황보식에게는 엄청나게 창피한 일이니 말이다.

“이승재 마스터님이 권해철 마스터님의 제자이긴 하지만 그분의 실력도 만만치 않아.”

황종섭은 주혁구를 안심하게 하려고 이승재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거푸 쏟아진 칭찬에 주혁구도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

“형님이 찾은 분이니 당연히 믿을 만 하겠죠.”

두 사람은 십여 분 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이승재 마스터님이 오셨나 봐.”

황종섭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주혁구도 이승재의 얼굴을 보려고 그의 뒤를 따랐다.

이승재는 검은 한복을 입고 있었고 오만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마치 재야의 고수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스터님.”

황종섭은 이승재를 보자마자 깍듯하게 인사했다. 굽신거리는 황종섭의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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