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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멀지 않은 곳에 하얀 허영이 나타났는데 마치 안개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건 살귀예요!”

이승재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안색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음기가 오랫동안 있은 곳에는 살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음산한 기운이 짙은 곳에 살귀라는 귀신이 존재하는데 사람을 보면 바로 죽여버린다고 했다.

이승재의 실력으로 살귀를 만난다면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살귀인지 뭔지 주혁구는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이승재의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바로 눈치챘다.

“빨리 도망쳐요!”

이승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사 현장 밖으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주혁구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이승재와 함께 미친 듯이 도망쳤다.

살귀의 두 눈에 시뻘건 피가 가득했고 검은 눈동자가 핏속에 담겨 있었다. 살귀가 내는 울부짖음은 마치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것처럼 귀청이 째질 듯한 그런 소리였다.

두 사람은 혹시라도 살귀의 얼굴을 봤다가 잠을 못 잘까 두려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냅다 도망쳤다.

그런데 살귀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이승재를 거의 따라잡았다.

살귀의 무서운 모습을 본 이승재는 도목검을 들고 살귀의 머리를 내려치려 했다. 하지만 살귀는 피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이승재가 도목검으로 머리를 내려쳐도 전혀 끄떡없었다.

퍽!

이승재가 들고 있던 도목검이 마치 산이 쪼개지듯 두 동강 나고 말았다. 그러자 살귀는 마치 사람처럼 그들을 비웃었다.

“이 살귀가 사람이 다 됐네?”

이승재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옷 주머니에서 엽전으로 만든 검 한 자루를 꺼냈다.

이 엽전검은 권해철이 준 것이었는데 일반 원귀라면 일격에 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살귀에게 통할지는 이승재도 알지 못했다.

이승재가 들고 있는 엽전검을 본 살귀의 얼굴에 두려움이 살짝 스쳤다.

바로 그때 이승재와 살귀가 동시에 손을 들어 서로의 요해를 찌르려 했다.

찌직!

이승재의 옷이 마치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살가죽도 함께 벗겨졌다. 그리고 이승재의 엽전검은 정확히 살귀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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