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장님? 이봐, 너희들이 도망가려고 한 일을 우리 사장님이 알게 된다면 그냥 끝장나는 거야.”직원의 말에 가태윤은 서둘러 말했다.“서준아, 그냥 돈부터 내면 안 될까?”“그럴 돈이 있으면 내고도 남았겠죠! 내가 보기에 저 새끼도 그냥 거지예요!”나수진은 이를 꽉 악문 채 팅팅 부은 눈으로 진서준을 노려봤다. 김원과 나수진은 진서준도 자신들과 똑같은 꼴로 만들고 싶었다.진서준은 고집스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술 마시다 말고 계산하는 법이 어디 있어. 난 절대 안 해.”이 말을 듣고 직원은 목청껏 외쳤다.“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법을 만들어주지!”경호원들은 진작 기다리고 있었다. 진서준이 계산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이미 슬금슬금 모여들었다.키가 2m에 달하는 경호원들은 체격도 어마어마했다. 반대로 진서준은 근육 하나 없는 것이 한 번 맞으면 픽 쓰러질 것 같았다.눈에 뻔히 보이는 격차에 사람들은 눈을 찔끔 감았다. 경호원 중 한 명은 손을 뻗어 진서준의 멱살을 잡았다. 그렇게 그를 들어 올리려고 말이다.하지만 그가 힘을 주기도 전에 진서준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것만으로 그는 추호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경호원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 지경으로 힘을 줬는데도 움직일 수는 없었다.“꺼져!”진서준은 빠르게 발을 올려 경호원을 차버렸다. 그 경호원은 벽에 부딪히며 떨어졌다.경호원이 부딪혔던 자리에는 거미줄 같은 금이 가 있었다. 그것만 봐도 진서준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알 수 있다.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 수많은 경우가 있었지만 진서준이 맞서 싸울 줄은, 심지어 우세를 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게 어디서 감히... 때려눕혀!”경호원들은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갔다.퍽! 퍽! 퍽!룸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전부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었다.진서준을 바라보는 마연정의 표정은 아주 가관이었다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김성진은 인상을 썼다. 옷을 챙겨 입은 그는 분노 가득한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났다.‘누군진 몰라도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하지만 문을 연 순간 그의 분노는 사르르 풀렸다. 분노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한 것은 당황뿐이었다. 악마를 본 인간이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물론 진서준은 그에게 악마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만월호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도 익히 알았기 때문이다.그는 원래 만원홀에서 만났던 고수들과 자리 한 번 마련할 생각이었다. 근데 그 고수 중 한 사람이 진서준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아무튼 그는 진서준과 자리를 마련하려던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대성 종사까지 손쉽게 상대하는 진서준이라면 그의 형인 김범수도 얌전히 고개를 숙여야 하는 레벨이었다.“사장님, 이 새끼가 술값을 내지도 않고 우리 애들을 팼어요. 아까는 제가 말렸어야 했는데 이 새끼가 너무 막무가내예요.”이때 직원이 뒤따라 들어오면서 진서준이 했던 일들을 얘기했다. 하지만 직원이 칭찬해달라는 듯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성진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힘껏 때렸다.뺨을 맞고 머리가 어지러웠던 직원은 멍한 표정으로 김성진을 바라봤다. 그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하지도 못했다.“너 지금 누구한테 새끼라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김성진의 말을 듣고 진서준은 눈썹을 치켜떴다.“자꾸 나를 나쁜 사람 취급하네요. 난 식사가 끝나고 계산하겠다고 했을 뿐인데요.”“아닙니다! 서준 님이 저희 마그레라에 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김성진은 굽신거리며 진서준의 앞으로 갔다. 그러고는 값비싼 담배까지 건넸다.그의 모습을 보고 직원은 입을 떡 벌렸다. 뺨을 맞은 고통까지 잊을 정도였다.“담배 안 피워요. 그나저나 이 가게는 직원 인성이 너무 더럽던데요? 밥 먹기도 전에 계산하라고 하질 않나, 깡패들을 데리고 와서 폭력을 쓰질 않나.”진서준의 말을 듣고 김성진은 손을 덜덜 떨었다. 담배마저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의 손 떨림이었다.‘서준 님한테 감히
지금은 과연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되었다. 진서준이 돈을 내지 못하면 가태윤의 얼마 남지 않은 돈이 탈탈 털리게 된다.“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진서준 그 자식은 쫄보야. 해외에서 싸움질 좀 배웠다고 이 세상이 자기 거라도 되는 줄 알아?”마연정은 사정없이 말했다.“제기랄, 내가 여기에서 나가기만 해봐.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말 거야!”김원은 표독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때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의 시선 끝에 진서준이 태연하게 걸어들어왔다. 몸에는 상처는커녕 생채기 하나도 없었다.“서준아, 너 왜 괜찮아?”마연정이 물었다.“내가 안 괜찮아야 하는 건가?”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너 여기 사장 만나러 갔다며?”“응.”자리에 앉은 진서준은 자신이 산 양주를 태연하게 마셨다.“그럴 리가! 마그레라의 사장은 널 가만히 내버려둘 사람이 아니야!”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래요? 근데 가만히 내버려뒀을 뿐만 아니라 선물까지 주던데요?”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 그가 말하는 새로 섹시한 드레스를 입은 여직원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그녀들이 품에 안은 술은 하나같이 2000만 원을 넘기는 것이었다.“서준 님, 이건 저희 사장님께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예쁘게 생긴 여직원 한 명이 진서준의 앞으로 가서 공손하게 말했다.“전부 따줘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게 다섯 개의 술 뚜껑은 전부 따졌다.“서준 님, 저희가 노래를 불러드릴까요?”여직원은 교태롭게 말하면서 윙크까지 했다. 다른 여직원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들을 보내기 전 김성진은 수도 없이 당부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서준을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됐어요. 필요할 때 부를 테니까 이만 나가요.”진서준은 그녀들을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네!”여직원들이 떠난 다음 룸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마치 귀신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
술자리가 끝났을 때는 어느덧 저녁 11시가 되었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려고 할 때 김성진의 지시로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진서준은 김원을 호락호락하게 보낼 생각이 없었다.“그중 네 병은 이 두 사람이 주문한 거예요.”그는 김원과 나수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돈 절약 했다고 속으로 좋아하던 김원은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불편한 사이를 보아낸 직원은 눈치껏 김원에게 말했다.“잔돈 빼고 총 4500만 원입니다, 손님.”김원은 곧바로 카드를 꺼냈다. 그의 얼굴 꼴만 봐도 지금은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카드에서 돈이 긁혀 나간 순간 그는 가슴에서 피가 떨어질 것만 같았다.“서준 님, 이건 저희 사장님께서 선물로 드리는 VIP 카드입니다. 이 카드가 있다면 앞으로 마그레라에서의 모든 소비는 무료입니다!”직원은 카드 한 장 꺼내서 진서준에게 공손히 건네줬다. 진서준은 이 카드가 김성준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주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별말 없이 받아서 들었다.곁에서 가태윤 등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그레라에서 무료라니, 이런 카드는 아무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마그레라에서 나간 다음 가태윤이 진서준이게 말했다.“서준아, 너 택시 타지 마. 내 차 타고 가자, 내가 대리기사 부를게.”“괜찮아, 내 차도 근처에 있어. 조심해서 돌아가.”진서준은 웃으면서 거절했다. 그러고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마이바흐를 향해 걸어갔다.“서준 씨!”차를 마그레라에 두고 가라는 말에 조성우는 진서준이 술을 마셨으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 특별히 대리기사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산성 별장으로 가주세요.”차에 올라탄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기사는 곧바로 시동을 걸었고 그렇게 가태윤 등의 눈앞에서 사라졌다.“헐, 최고가 마이바흐?! 저거 족히 4억 원은 하는 차야!”마이바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면서 가태윤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마연정은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멍청한 짓이 자꾸만
“수행하는 분들은 보통 일찍 일어나지 않나요?”주혁구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서준 님은 저희와 달라요. 이따가 만난 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죠?”전화를 끊은 다음 주혁구는 또 한 시간 기다렸다. 그러다 이승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신성 별장으로 오라고 했다.주혁구가 도착했을 때 이승제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들어가죠!”차량은 진서준의 별장 앞에 가서 멈춰 섰다. 대문 앞으로 걸어간 이승재는 직접 초인종을 눌렀다. 진서라는 곧장 문을 열고 밖에 나왔다.“누구 찾으세요?”저희는 진서준 님과 만나러 왔습니다.”진서라를 알아본 이승재는 공손하게 말했다. 진서라는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물었다.“제 오빠를 만나러 왔다고요?”“네.”이승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들어오세요. 제가 오빠를 부르러 갈게요.”“아닙니다, 저희가 직접 가면 됩니다!”이승재는 주혁구와 함께 진서준이 있는 옆 별장으로 향했다. 주혁구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승재 님, 방금 전의 그 여자가 서준 님의 동생이에요? 저는 딸인 줄 알았어요!”주혁구는 이승재보다 강한 진서준의 나이가 절대 작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서라를 동생이 아닌 딸로 본 것이다.“서준 님은 아주 젊으신 분이에요. 들어가서 함부로 입 놀리면 안 돼요.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말을 마친 이승재는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한참이 지났는데도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아직 방에 돌아가지 않았던 진서라가 그 모습을 보고는 열쇠를 들고 다가왔다.“오빠 아직 안 깨났나 봐요.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제가 불러줄게요.”“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거실에 들어간 다음 이승재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주혁구도 덩달아 꼿꼿하게 앉아서 추호도 움직이지 못했다.“오빠, 일어났어?”2층에 올라온 진서라는 진서준의 방문에 노크했다. 수련 중이던 진서준은 진서라의 목소리를 듣고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문을 열었다.“무슨 일 있어?”진서라는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이승재는 공지에서 벌어진 일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진서준은 주혁구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만약 진서준이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는 이번에 아주 대차게 망할 것이다.지금의 주혁구에게서는 어제의 오만함을 보아낼 수 없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후회와 공손함 뿐이었다.주혁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돈만 있으면 남한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어제 아침 당신이 신호등을 어겨서 사고를 내놓고 사과하기는커녕 은행 카드나 던져댔죠.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였어요?”진서준의 말을 들은 이승재와 진서라는 이제야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했다. 진서준 뿐만 아니라 그들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을 것이다.“제가 잘못했어요, 서준 님. 앞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하지 않을게요. 화 푸세요.”진서준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주혁구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서준 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준 님만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무엇이든 할게요!”주혁구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고 진서라가 말했다.“오빠, 저 사람한테 기회를 한 번만 더 줘봐.”진서준은 진서라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넌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만약 진서라가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주혁구를 쫓아내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사고를 내고도 사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아버지를 살려준 사람에게도 오만하게 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진서준이 흔들린 것을 보고 이승재는 말을 보탰다.“서준 님, 주 사장 공지의 살귀가 벌써 사람을 둘이나 죽였어요! 만약 서준 님이 나서주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거예요.”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감옥에서 장철결을 전수 받을 때부터 그는 힘든 사람을 도와야 하는 위치에 처했기 때문이다.사부의 당부가 떠오른 그는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오늘밤 같이 다녀오지.”진서준이 허락한 것을 듣고 이승재와 주혁구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람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만큼 귀신도 사람을 무서워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는 귀신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주혁구의 공지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도 살귀가 나타난 걸 보면 누군가 일부러 키웠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오빠, 나 오후에 시간 있는데 같이 구경해도 돼?”진서라는 얌전히 진서준의 곁에 앉아서 말했다. 예상 밖의 질문에 진서준은 눈썹을 찌푸렸다.“안 무서워?”“무서워, 근데 오빠가 있잖아.”진서라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생의 애교에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래, 같이 가자.”말을 마친 진서준은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이만 몸을 일으켰다.“오빠, 어디가?”“살 물건이 있어서.”별장을 나선 진서준은 마이바흐를 타고 골동품 거리로 향했다.그는 원래 도구를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진서라와 함께 가야 한다면 부적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도 귀신들이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게끔 말이다.골동품 거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 그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기억하고 있던 몇 가게 사장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자신들이 구한 물건들을 보여줬다.“손님, 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봐줄 수 있을까요?”“어이, 내가 먼저 왔거든? 이것부터 봐주세요!”“이건 제가 4000만 원이나 주고 산 것인데 꼭 좀 봐주세요!”진서준은 그들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훑어봤다. 그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었다.“이상하네. 저 사람들 왜 젊은이한테 저런 부탁을 하죠?”자초지종을 몰랐던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아직 모르죠? 저분이 보기에는 젊어도 실력이 아주 출중해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능력이 황보식 대가님 못지않다니까요!”한 가게의 사장이 설명했다.“그뿐만 아니라 성철 어르신도 저분께는 아주 공손해요.”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허풍이라고 생각했다.오늘 단지 물건을 사러 왔을 뿐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비켜요, 검증은 전문가한테 맡기고요.”진서준
가게의 문 앞에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있었다. 그의 피부는 천 년 묵은 나무껍질과 같았고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혈관은 꿈틀대는 벌레와 같았다.그중에서도 가장 불쾌한 것은 독사와 같은 그의 눈이었다.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일반인이라면 진작 피해 갔을 것이다.조금 전에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도 노인이 낸 목소리였다. 가게 직원은 왜 두 사람 다 쓰레기 반지에 관심을 가지는지 몰랐던지라 약간 어리둥절해 보였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사장님을 불러올게요.”말을 마친 직원은 곧장 사장을 찾으러 갔다.노인이 가게 안에 들어선 순간 진서준은 곧바로 기온이 떨어진 것을 느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인을 훑어봤다.사악한 기운은 노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삼켰다. 만약 어둠 속에서 만났다면 분명히 귀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노인에게서 묘한 영기를 느꼈다. 신기하게도 그 영기는 권해철보다 얼마 약하지도 않았다.권해철은 남주성의 모두에게 존경받는 위인이다. 그만큼 명성도 자자했다. 눈앞의 노인은 권해철 정도는 아니지만 명성이 자자해야 마땅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진서준은 이런 사람의 존재를 듣도 보도 못했다.진서준이 노인을 훑어보고 있을 때 노인도 관찰하듯 그를 훑어봤다. 예리한 빛은 노인의 눈에서 번뜩이고 있었다.“어른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미덕일세. 그 반지 나한테 양보하면 안 되겠나?”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칼이 숨겨져 있었다.“제가 먼저 발견한 물건을 왜 양보해야 하죠?”진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곧장 반지를 자기 손가락에 꼈다.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노인은 다시 한번 말했다.“아직 계산도 하지 않은 물건 아닌가. 누구의 것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네. 지금은 내 200만 원을 줄 테니 양보하게나.”노인이 돈 얘기를 꺼냈는데도 진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싫어요.”200만 원은커녕 2000만 원, 2억 원이 된다고 해도 그는 양보할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