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는 공지에서 벌어진 일을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진서준은 주혁구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만약 진서준이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는 이번에 아주 대차게 망할 것이다.지금의 주혁구에게서는 어제의 오만함을 보아낼 수 없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후회와 공손함 뿐이었다.주혁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돈만 있으면 남한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어제 아침 당신이 신호등을 어겨서 사고를 내놓고 사과하기는커녕 은행 카드나 던져댔죠.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였어요?”진서준의 말을 들은 이승재와 진서라는 이제야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했다. 진서준 뿐만 아니라 그들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을 것이다.“제가 잘못했어요, 서준 님. 앞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하지 않을게요. 화 푸세요.”진서준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주혁구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서준 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준 님만 저를 용서해 주신다면 무엇이든 할게요!”주혁구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고 진서라가 말했다.“오빠, 저 사람한테 기회를 한 번만 더 줘봐.”진서준은 진서라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넌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만약 진서라가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주혁구를 쫓아내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사고를 내고도 사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아버지를 살려준 사람에게도 오만하게 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진서준이 흔들린 것을 보고 이승재는 말을 보탰다.“서준 님, 주 사장 공지의 살귀가 벌써 사람을 둘이나 죽였어요! 만약 서준 님이 나서주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거예요.”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감옥에서 장철결을 전수 받을 때부터 그는 힘든 사람을 도와야 하는 위치에 처했기 때문이다.사부의 당부가 떠오른 그는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오늘밤 같이 다녀오지.”진서준이 허락한 것을 듣고 이승재와 주혁구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람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만큼 귀신도 사람을 무서워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는 귀신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주혁구의 공지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도 살귀가 나타난 걸 보면 누군가 일부러 키웠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오빠, 나 오후에 시간 있는데 같이 구경해도 돼?”진서라는 얌전히 진서준의 곁에 앉아서 말했다. 예상 밖의 질문에 진서준은 눈썹을 찌푸렸다.“안 무서워?”“무서워, 근데 오빠가 있잖아.”진서라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생의 애교에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래, 같이 가자.”말을 마친 진서준은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이만 몸을 일으켰다.“오빠, 어디가?”“살 물건이 있어서.”별장을 나선 진서준은 마이바흐를 타고 골동품 거리로 향했다.그는 원래 도구를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진서라와 함께 가야 한다면 부적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도 귀신들이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게끔 말이다.골동품 거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 그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기억하고 있던 몇 가게 사장들은 우르르 몰려와서 자신들이 구한 물건들을 보여줬다.“손님, 이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봐줄 수 있을까요?”“어이, 내가 먼저 왔거든? 이것부터 봐주세요!”“이건 제가 4000만 원이나 주고 산 것인데 꼭 좀 봐주세요!”진서준은 그들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훑어봤다. 그중에는 진짜도 있고 가짜도 있었다.“이상하네. 저 사람들 왜 젊은이한테 저런 부탁을 하죠?”자초지종을 몰랐던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아직 모르죠? 저분이 보기에는 젊어도 실력이 아주 출중해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능력이 황보식 대가님 못지않다니까요!”한 가게의 사장이 설명했다.“그뿐만 아니라 성철 어르신도 저분께는 아주 공손해요.”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허풍이라고 생각했다.오늘 단지 물건을 사러 왔을 뿐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비켜요, 검증은 전문가한테 맡기고요.”진서준
가게의 문 앞에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있었다. 그의 피부는 천 년 묵은 나무껍질과 같았고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혈관은 꿈틀대는 벌레와 같았다.그중에서도 가장 불쾌한 것은 독사와 같은 그의 눈이었다.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일반인이라면 진작 피해 갔을 것이다.조금 전에 들려온 싸늘한 목소리도 노인이 낸 목소리였다. 가게 직원은 왜 두 사람 다 쓰레기 반지에 관심을 가지는지 몰랐던지라 약간 어리둥절해 보였다.“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사장님을 불러올게요.”말을 마친 직원은 곧장 사장을 찾으러 갔다.노인이 가게 안에 들어선 순간 진서준은 곧바로 기온이 떨어진 것을 느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인을 훑어봤다.사악한 기운은 노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삼켰다. 만약 어둠 속에서 만났다면 분명히 귀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노인에게서 묘한 영기를 느꼈다. 신기하게도 그 영기는 권해철보다 얼마 약하지도 않았다.권해철은 남주성의 모두에게 존경받는 위인이다. 그만큼 명성도 자자했다. 눈앞의 노인은 권해철 정도는 아니지만 명성이 자자해야 마땅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진서준은 이런 사람의 존재를 듣도 보도 못했다.진서준이 노인을 훑어보고 있을 때 노인도 관찰하듯 그를 훑어봤다. 예리한 빛은 노인의 눈에서 번뜩이고 있었다.“어른을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미덕일세. 그 반지 나한테 양보하면 안 되겠나?”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칼이 숨겨져 있었다.“제가 먼저 발견한 물건을 왜 양보해야 하죠?”진서준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곧장 반지를 자기 손가락에 꼈다.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노인은 다시 한번 말했다.“아직 계산도 하지 않은 물건 아닌가. 누구의 것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네. 지금은 내 200만 원을 줄 테니 양보하게나.”노인이 돈 얘기를 꺼냈는데도 진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싫어요.”200만 원은커녕 2000만 원, 2억 원이 된다고 해도 그는 양보할 생각이
가게 사장은 무엇보다 강성철이 무서웠다. 만약 그가 진서준에게서 2억 원이나 받고 반지 하나 판 것을 들킨다면 아마 그날로 비명횡사할 것이다.노인은 진서준을 뚫어져라 바라봤다.“이건 자네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닐세. 작은 이익으로 목숨 잃는 일은 하지 말게.”노인이 급기야 목숨으로 위협하는 것을 듣고 진서준은 콧방귀를 뀌었다.“저도 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네요. 어르신도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진서준과 노인이 반지 하나 때문에 원수지는 것을 보고 사장은 더욱 이해가 안 됐다. 그는 여전히 별 볼 것 없는 반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아주 멍청한 녀석이었군.”말을 마친 노인의 눈빛은 표독하게 빛났다. 그리고 곧장 이 가게를 나섰다.진서준은 반지를 낀 채 사장이 준비해 놓은 물건은 받아서 들었다. 그러고는 골동품 거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별장에서 그는 자신의 영기를 반지 속에 주입했다. 그다음에는 10개 정도의 술법을 더 풀어야 했다. 그제야 이 반지는 완전히 그의 것이 된다.반지를 열어보자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서준은 원래 진귀한 약재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이 반지의 전 주인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잠깐의 실망 끝에 그는 자신의 물건을 반지 안에 넣었다. 천문검도 그 속에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낸 다음에야 그는 부적을 그리기 시작했다....마그레라의 VIP 휴게실, 김성진은 낮은 자세로 한 사람 앞에 서 있었다. 만약 진서준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단번에 상대를 알아봤을 것이다.그 상대는 다름 아닌 진서준과 반지를 두고 다투던 노인이었다.“태산 어르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은태산의 안색이 나쁜 것을 보고 진서준이 조심스레 물었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젊은이 때문에 그러네.”은태산은 차갑게 대답했다.“무엇을 하는 젊은이입니까? 제가 금방 잡아 와서 어르신 앞에 데려다 놓겠습니다.”“됐어.”은태산을 손을 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이미 흔적을 남겨 놓았으니 오늘 밤
부적을 그리고 난 진서준은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밥 먹으러 내려갔다.“서라야, 이거 네 주머니에 꼭 넣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꺼내면 안 돼.”진서준은 진서라에게 부적을 건네줬다.“응!”진서라는 조심스레 부적을 받아서 들더니 주머니 속에 넣었다.두 사람이 밥 먹으러 별장에 들어갔을 때 마침 유정과 고한영도 있었다.“오빠, 오늘은 유정 언니가 밥 해줬어. 빨리 먹어봐!”진서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손님한테 그런 걸 맡기면 어떡해.”진서준은 약간 언짢은 표정이었다. 그의 반응에 유정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서라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제가 하겠다고 고집부린 거예요.”유정이 황급히 말했다. 조희선도 말을 보탰다.“서준아, 난 이미 정이를 내 딸이라고 생각했어. 남처럼 자꾸 선을 그으면 어떡하니.”이 말을 들은 진서준은 눈을 크게 떴다.‘내가 집에 신경을 쓰지 못한 사이에 유정이가 어머니 딸과 같은 존재가 됐다고?’유정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서준 씨, 혹시 화났어요?”“괜찮아! 내가 정이랑 친해지고 싶다는데, 쟤가 참견할 건 뭐니?”조희선이 말했다. 진서준은 당연히 그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참견이라니요, 어머니가 원하시는 일이라면 뭐든 응원할게요. 저야 좋죠, 동생 한 명 더 생기고.”진서준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 순간 유정의 눈빛은 약간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그러면 저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그럼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식사가 시작된 다음 진서준은 유정의 요리 솜씨가 장난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요리 솜씨는 진서라보다도 대단했다.“술 좀 마실래요?”밥을 먹다 말고 진서라가 갑자기 말했다. 그녀가 술을 찾는 이유는 용기 좀 내기 위해서이다. 식사가 끝나면 진서준과 함께 귀신 보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조금만 마시자.”조희선이 대답했다. 이토록 화기애애한 장면은 또 오랜만이었기
조희선은 한참이나 침묵에 잠겼다. 그녀가 고민 끝에 한 말을 듣고 진서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서준아, 사실 네 아버지 아직 살아 있어...”“네?”진서준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네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내가 평범한 사람이지. 우리는 애초부터 함께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어.”조희선을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라. 네 아버지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아니에요, 어떤 사정이 있든 얼굴 한 번 보러 오지 않는 건 너무 했어요. 제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 어머니랑 서라가 그렇게 고생했는데도 나타나지 않았잖아요.”진서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매정한 사람이 되어야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지를 말이다.“서준아, 너도 이제 다 컸구나. 네가 한 노력은 내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얘기도 꺼내는 거야. 하지만 절대 서라한테 얘기해서는 안 된다.”조희선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서라한테는 비밀로 할게요.”이건 진서준도 약간 감당하기 버거운 사실이었다. 그러니 진서라에게는 절대 알려줄 수 없었다.“네 실력은 아직 너무 약해. 네가 일정한 실력을 갖춘 다음 내가 네 아버지에 관한 비밀을 전부 얘기해주마.”조희선의 말을 듣고 진서준은 흠칫 놀랐다. 그는 이미 남주성이 명성을 날린 대가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다 그에게 공손히 대하는데 실력이 약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조희선을 별장에 돌려보낸 다음 이승재와 주혁구의 차도 대문 앞에 도착했다.“이건 부적이에요. 주머니 안에 넣고 절대 꺼내지 말아요.”진서준은 두 사람에게도 부적을 나눠줬다.“감사합니다!”이승재는 기쁜 눈치였다. 그는 이게 얼마나 대단한 부적인지 한 눈에 보아냈다. 이 부적만 있다면 아무리 살귀라고 해도 그들을 해치지 못한다.“서라야, 가자.”“오빠, 두 사람 어디 가요?”유정이 물었다.“귀신 잡으러 가요, 유정 씨도 같이 갈래요?”진
진서준은 사방에서 음산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는 걸 느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귀신들도 보았다.그 귀신들은 전부 육음취사진 때문에 몰려든 것이었다.“진서준 씨, 어제 이승재 씨가 여기 와봤는데 여기에 누군가 진법을 설치했다고 했어요...”주혁구가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 말이 맞아요. 여긴 원래 풍수가 좋은 곳이었는데 누군가 이곳에 육음취사진을 만들어서 지금처럼 이렇게 된 거예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이 진법을 만든 지 꽤 된 것 같아요. 적어도 100일은 됐어요.”“뭐라고요? 100일이요? 그렇게 오래됐다고요?”주혁구는 당황했다.웨스트 팰리스 건설 초기에 주혁구는 매일 같이 그곳에 와봤었다.그때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진법을 만든 사람은 수법이 아주 고명해요. 일반인들은 절대 눈치챌 수 없어요. 만약 살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이승재도 보아내지 못했을 거예요.”진서준이 덤덤히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이승재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 씨 말이 맞아요. 살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전 진법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을 거예요.”“진안은 찾았나?”진서준이 물었다.이승재가 수치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젯밤 저랑 주 사장님은 살귀 때문에 겁을 먹고 도망쳐서 진안의 위치를 파악할 새가 없었어요.”그러다가 뭔가 떠올린 건지 물었다.“진서준 씨, 진법을 파괴할 수 있는 보물을 가져오신 건가요?”육음취사진은 비교적 고급적인 진법으로 진안을 찾는다고 해도 보물의 도움이 없다면 진안을 파괴하기가 어려웠다.이승재는 진서준의 두 손이 텅 비어있자 궁금해서 물었다.“아니.”진서준이 고개를 저었다.“겨우 육음취사진인데 보물까지 쓸 필요 없어.”이승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스승님이라고 해도 이렇게 거만한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정말 건방지군!”이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진서준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진서준은 그 목소리가 조금 익숙했다. 곧바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골동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릎 꿇고 나한테 애원하는 게 어때? 어쩌면 내가 시체는 온전히 남겨줄지도 모르잖아.”은태산이 보기에 진서준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이었다.오늘 저녁 은태산은 진서준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다.“이분은 진 마스터님이에요!”이승재가 화를 내며 외쳤다.은태산은 흠칫하더니 곧이어 크게 웃으며 말했다.“진 마스터? 장난해?”만월호 전투를 은태산은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남주성에 진 마스터라는 사람이 권해철을 압도적으로 이겼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 마스터라는 사람이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한 명을 죽였다는 말도 들었다.은태산은 물론이고 그의 스승도 진 마스터를 보면 피해야 했다.그러나 은태산은 진서준이 바로 그 진 마스터라는 걸 믿지 않았다.“저 자식이 진 마스터라면 난 염라대왕이다!”은태산이 흉악하게 웃었다.“오늘 밤 너희 모두 이곳에서 죽어야 해!”그렇게 말하면서 은태산은 방울 하나를 꺼내 살짝 흔들었다.다음 순간, 공사장 안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더 날카롭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것 같은 소리였다.“오빠...”진서라와 유정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 그들은 진서준의 팔을 한 쪽씩 꼭 잡고 놔주질 않았다“무서워하지 마. 지금 당장 저 노인을 해치울 테니까.”진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한 뒤 두 여자의 팔에 손을 올렸다.두려워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편안한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걸 느꼈고, 이내 진서라와 유정 두 사람은 마음이 안정됐다.은태산은 그 광경에 눈빛이 달라졌다.“이 자식, 꽤 실력이 있네. 하지만 오늘 내 손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해.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말이야.”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당신 때문에 내 동생이 겁을 먹었어.”“난 그들에게 겁만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피를 이 진법 중의 살귀에게 바칠 거야!”은태산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이때 흰색의 무언가가 먼 곳에서 날아왔다.그건 바로 이승재와 주혁구가 어제 마주쳤던 살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