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민혁의 옆에 다가오며,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여기서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분 뒤봐주는 사람도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그쪽만 큰코다친다고요.”“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놈들 제가 확실하게 참교육하고 갈 거예요. 더는 사장님 가게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못하게요.”이민혁이 차분하게 답했다.그런 이민혁의 모습에 가게 사장님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어 한숨만 내쉬며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그도 이민혁이 보통 사람은 아니란 걸 조금은 눈치챘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지금 싸우는 게 자기 때문이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나서기는 또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리고 그 찰나 예리한 청력을 지닌 이민혁은 김용명의 전화 내용을 이미 다 듣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김용명의 삼촌이 온다고 해도 오늘 반드시 참교육할 것이며, 김용명과 그의 삼촌 등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더는 여기서 판치지 못하게 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여러 생각 끝에 이민혁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남지유에게 연락하려 했다. 식약청의 최고 책임자를 직접 여기 불러 그의 소속직원들이 어떤 꼴을 하고 다니는지 보여주려고 말이다.이때, 갑자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이민혁 씨, 여기서 뵙네요.”이민혁이 고개를 돌려보니 주윤학이였다.“오늘 쉬는 날이신가 봐요?”주윤학은 장관으로서 무척 바쁜 사람일 텐데 이곳에 밥 먹으러 올 시간이 있다는 거에 대해 이민혁은 의아했다.주윤학은 웃어 보이며 이민혁 옆에 앉았다.“이민혁 씨가 여기 국밥집에 자주 다닌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때마침 오늘 휴가라 한번 와봤어요.”“허허, 볼 일 있으시면 전화로 하시지. 굳이 이렇게 찾아다닐 것까지 있나요.”이민혁이 답했다.그러자 주윤학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민혁 씨도 바쁜 사람이잖아요. 지난번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거절하셔서 전화로 해도 소용없을 거라 생각하고 직접 이민혁 씨를 이렇게 찾아 나섰죠.”“죄송해요, 지난번에는 진짜로 일이 있어서요.
김용명은 잽싸게 그 앞에 달려가 말했다.“삼촌, 아니 장 국장님. 제가 검사를 나왔는데, 이 국밥집 위생이 기준미달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업 정지하라고 했는데 여기 사장님이 제 말을 듣지 않고 저희를 다치게 했습니다. 이봐요, 제 치아도 다 떨어져 나갔어요.”장명수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김용명을 바라봤다. 그도 자기의 조카가 평소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카가 누군가에 의해 맞았다고 하니,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간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한 소리 들을 게 뻔하니 말이다.하여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누가 손댔지?”김용명이 재빠르게 이민혁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요.”장명수는 팔자걸음으로 이민혁 앞에 다가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쪽이 사람을 때렸어요?”“네.”이민혁이 담담하게 답했다.이민혁의 담담한 태도에 장명수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봐요. 집행관을 폭행하는 건 중범죄라는 거 몰라요? 내가 당장 당신을 이 자리에서 데려가도 당신은 할 말 없다고요. 알겠어요?”장명수는 위협적인 말투로 이민혁에게 말했다.그 말에 이민혁이 웃어 보이며 답했다.“데려간다고요? 어디로요?”“당연히 당신 같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 있죠.”장명수가 차갑게 답했다.이민혁은 그를 힐끗 보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저를 위한 곳이요? 그럼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한 곳은 어디 없나요?”“이봐, 그게 뭔 뜻이야?”이민혁의 도발에 장명수는 더는 자신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이어서 이민혁이 답했다.“뭔 뜻이요? 당신 조카가 밥값을 계산하지 않아서 제가 경고했는데 끝까지 자기가 맞다며 저와 싸우려 했어요. 당신은 삼촌으로서 조카를 질책하기는커녕 바로 조카를 감싸고 돌며 지지하고 있네요? 그런 용기는 대체 누가 당신한테 주던가요?”이민혁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장명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민혁은 단번에 김용명과 자신의 관계를 까밝혔을 뿐만 아니라 그를 질책까지 했으니 말
그것보다도 만약 김 청장이 진지하게 장명수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다면 그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일 또한 다 까밝혀 질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에 장명수의 두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다.장명수의 그런 모습을 본 그의 부하들은 어찌할 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하지만 김용명만 상황파악이 덜 된 채 장명수를 부추겼다.“장 국장님, 얼른 처리하시죠.”장명수는 눈치 없는 김용명의 뺨을 두 대 내리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자신부터 살고 봐야 했다.이윽고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김용명을 향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김용명,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야?”김용명은 어리둥절해하며 장명수를 향해 말했다.“삼촌, 전화에서 제가 아까 다 말씀드렸잖아요.”“네가 말하긴 뭘 말해. 사장님, 여기 잠시 좀 와주세요.”장명수는 사장님을 그들 앞에 불렀다.가게 사장님은 영문도 모른 채 긴장된 상태로 장명수 앞에 서 있었다.장명수는 상냥한 표정으로 사장님에게 물었다.“사장님,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이 사람이 밥을 먹고 계산을 하지 않은 게 맞나요?”사장님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장명수가 이어서 말했다.“그래요, 이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강력하게 처벌해야죠. 김용명, 넌 오늘부로 해고야. 얼른 사장님께 밥 값과, 사죄의 뜻으로 10배 보상도 지급해드려. 그리고 얼른 돌아가서 해고 절차도 밟아야 할 거야.”“네?”김용명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장명수가 이어서 말했다.“너처럼 해를 끼치는 사람을 어떻게 계속 남겨둘 수 있겠어. 당장 꺼지지 못해?”“삼촌, 저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김용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명수는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누가 네 삼촌이야? 내가 네 삼촌이라 할지라도, 네가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응되는 처벌은 받아야 하는 거야. 꺼지란 소리 못 들었어?”이민혁과 주윤학은 장명수의 이런 연기에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들은 장명수가 자신의 모든 걸 잃을까 봐 겁을 먹은
‘아, 그 사람이구나!’개국공신 주동겸의 아들 주윤학, 현임 진무도 국방부 총책임자 주 장관!주윤학은 모두가 인정한 미래 서경시 경성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을 인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군부의 고위층으로, 앞으로 나라의 기둥이 될 사람이었다.그 순간, 장명수는 그 자리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려졌다.그러나 김용명은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그는 삼촌이 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는 얼른 다가가 부축했다.“삼촌, 삼촌 왜 그래요?”그 시각, 주윤학은 미소를 지으며 김형민의 악수를 받아주었다.“오늘 쉬는 날이라서요. 근데 때마침 김형민 씨 부하가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김형민 씨에게 전화 드린 겁니다. ”김형민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들 같은 거물들은 대화할 때도 매우 신중하다.무슨 일이 있다 해도 다들 최대한 돌려서 말하고 뒤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야만 모두의 체면 또한 세워줄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오늘 주윤학처럼 직설적으로 말한 경우라면 아마 오늘 이 일은 굉장히 심각한사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바로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왔으며 주윤학의 말하는 능력 또한 대단했다.김형민은 그의 말뜻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쓰려져 있는 장명수를 바라보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여기 대체 어찌 된 일이죠?”직속 상관의 말에 까무러진 척 연기하려던 장명수는 더는 연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비틀대며 일어서더니 김형민 앞에 다가가 답했다.“청장님, 다 제 잘못입니다. 제 부하가 밥 먹고 계산을 하려 하지 않은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미 그 부하는 해고하기로 했고요.”“그게 다예요?”김형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주윤학이 그에게 전화까지 한 거면 이
“네...”장명수는 더는 부정할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곧 김형민의 얼굴색도 어두워졌다.“지금 당장 직무를 중단하고 조카를 데리고 가야 할 곳으로 가서 조사를 받으세요. 제가 직접 감독할 테니 함부로 할 생각은 접어두고요.”김형민의 말에 장명수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했다.김형민이 직접 이 사건에 대해 파헤치면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아닐 거니 말이다. 과거 자신의 저질렀던 만행과 곧 들이닥칠 결과에 장명수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만 싶었다.이때 김용명도 일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김형민은 비록 한 명의 부하만 데리고 왔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는 일반인이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남달랐다.게다가 지금 삼촌의 모습까지 더하면 모든 게 끝장났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이때 김형민과 함께 온 비서가 장명수와 그가 데리고 온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얼른 데려가지 않고 뭐해요? 그리고 여기 같이 온 분들도 내부조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조사 후 별일 없으면 다행인 거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쪽들도 똑같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겁니다.”장명수의 열몇 명 부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얼른 장명수를 일으켜 세운 뒤 김용명까지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김용명의 그 두 일행은 그 틈을 타 얼른 도망쳤다.이윽고 김형민이 말했다.“정말 부끄럽습니다. 제 부하직원이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힌 거니 여기에는 제 책임도 있습니다.”그 말에 주윤학은 이민혁을 바라봤다.이민혁은 그의 말에 웃어 보이며 답했다.“부하직원이 많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기 마련이죠. 김 청장님의 빠른 대처로 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김형민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는 주윤학의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그제야 알았다.그 눈빛은 이민혁이 만약 이대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했다. 만약 진짜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면 김형민도 일이 더 번거로워
“뭐 준비하는데요?”남지유는 궁금하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이민혁이 써놓은 그 몇 장의 종이를 봤지만 뭐라고 쓰여 있는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이민혁이 말했다.“그만 봐요. 어차피 봐도 뭔 뜻인지 모를 거예요. 그리고 저녁은 집에서 안 먹을 거니까 혼자 챙겨 먹어요. 주 씨 가문으로 갈 시간이 다 됐네요.”“집이라...”그 말에 남지유는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졌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이민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 종이 몇 장을 집어 들며 집을 나섰다.그 시각,주동겸네 집에서는 이미 한 상 가득 요리가 차려져 있었고 주동겸 또한 오랜 시간 보관한 술을 식탁에 올려놓았다.이윽고 주동겸, 주윤학, 주아름 세 사람은 소파에 앉아 묵묵히 이민혁이 오기만 기다렸다.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주아름이 재빠르게 문을 열어줬다.“드디어 오셨네요. 얼른 들어와요.”현재 주아름이 이민혁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주아름도 이제는 이민혁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필경 할아버지의 건강도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이민혁은 정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 들어섰다. 주동겸도 어느새 그에게 다가와 반갑게 손을 잡으며 식탁에 와서 앉았다.“이봐, 동생. 내가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내 초대를 거절한 사람도 동생이 처음이고 말이야.”주동겸이 웃으며 말했다.이민혁이 재빨리 그에게 답했다.“죄송합니다. 그때는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그래, 당연히 알지.”주동겸도 더는 따지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젊은 사람들이 바쁜 건 당연히 이해하지. 근데 시간 날 때면 자주 이 늙은이도 좀 찾아주게나.”“죄송합니다. 앞으로 시간 날 때면 꼭 어르신 찾아뵙도록 할게요.”주동겸의 그런 태도에 이민혁은 더욱 미안해졌다.이때 주윤학이 이민혁과 주동겸에게 술을 부은 뒤 자기 술잔에도 술을 부었다.주동겸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내 요즘 건강상태는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 오늘 저녁
주동겸이라는 뒷배경으로 국가기관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건 성공을 향한 일반 상승이 아닌, 급격한 상승일 것이다.하지만 이민혁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어르신, 저는 이미 틀에 박히지 않은 삶에 익숙하게 됐어요. 게다가 해야 할 일도 있고요. 그러니 저 너무 이렇게 쳐주지 마세요.”주동겸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람마다 야망이 있으니 억지로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만, 항상 애국의 마음은 잃지 않길 바라네.”이민혁은 그의 말뜻은 이해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에 대해 단 한 번도 다른 마음을 품은 적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이민혁은 그 자리를 떠났다. 주동겸은 떠나가는 이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집에 도착한 이민혁은 거실 소파에서 슬립 가운만 입고 잠에든 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의 피부는 흰 눈처럼 새하얬고, 그 모습은 말할 것도 없이 치명적이었다.이민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도둑처럼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도망갔다....이튿날 아침.잠에서 깬 이민혁은 세수를 마치고 거실을 향했다. 남지유는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그는 나가서 아침을 먹은 뒤 다시 집에 돌아와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명상 수련에 몰입할 때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확인해보니 손여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고 그는 얼른 그 전화를 받았다.“응, 여진아.”“응, 민혁아. 혹시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오랜 친구 사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써.”“그래, 다른 게 아니라 점심에 너 밥 한 끼 사주려고. 혹시 너 시간 돼?”전화기 너머로 손여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들은 이민혁은 흔쾌히 승낙했다.“응, 시간 돼. 주소 보내주면 시간 맞춰 갈게.”“잘됐다. 그럼 스타어 레스토랑에서 봐. 열두 시 어때?”“응, 괜찮아. 내가 시간 맞춰 도착할게.”“그래, 고마워 민혁아.”그렇게 손여진은 전화를 끊었다.이민혁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손여진은
손여진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말하지 마.”“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조현영은 오히려 당당하게 답했다.“걔 아직 제대로 된 직업도 없는 월급쟁이잖아. 너 괜히 걔한테 속지마.”손여진은 어이가 없어 머리를 저었다. 조현영은 아직 이민혁이 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모르는 듯했다.“걔가 날 속이긴 뭘 속여.”손여진은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조현영은 아예 그녀 옆에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너 LP사 총관리자 됐다며?”“그냥 부서를 관리하는 총관리자야.”손여진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조현영은 웃어 보이며 그 말에 답했다.“거봐, 말이 맞아떨어지잖아. 너 지금 총관리자 되니까 이민혁 그놈이 너에게 들러붙으려는 거야. 걔 지금 제대로 된 직업도 없으니까 동창 관계를 이용해 너에게 접근해서 널 이용하려는 거라고. 이래도 모르겠어?”한 사람을 이렇게나 어둡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에 대해, 손여진은 조현영의 생각 회로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윽고, 손여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오늘도 내가 민혁이를 먼저 불러낸 거고.”“뭐?”이번에는 조현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런 놈과 붙어먹으려고? 걔가 뭐 볼 거나 있다고?”손여진은 난처해하며 답했다.“그냥 밥 한 끼 먹는 거뿐이야. 너무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밥만 먹는다고?”조현영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걸 누가 믿니? 배우자를 찾는 거 또한 신중해야 하는 거야. 이건 한평생의 일인 거라고. 너 만약 이민혁 같은 놈 선택하면 네 후반생은 고생길 열린 거나 다름없어.”그녀의 말에 손여진은 어이가 없어 조현영에게 조금의 정보를 살짝 노출해주려 하였다.괜히 이따가 만난 후 서로 어색해질 일 없게 말이다. 이민혁은 그녀가 알고 있는 거지가 아니라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인간이란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손여진이 말했다.“현영아, 지난번 우리 모임 때 기억나? 민혁이가 우릴 도와 그 일 해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