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민혁의 옆에 다가오며,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여기서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분 뒤봐주는 사람도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그쪽만 큰코다친다고요.”“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놈들 제가 확실하게 참교육하고 갈 거예요. 더는 사장님 가게 찾아와서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못하게요.”이민혁이 차분하게 답했다.그런 이민혁의 모습에 가게 사장님도 더는 뭐라 할 수 없어 한숨만 내쉬며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그도 이민혁이 보통 사람은 아니란 걸 조금은 눈치챘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지금 싸우는 게 자기 때문이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나서기는 또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리고 그 찰나 예리한 청력을 지닌 이민혁은 김용명의 전화 내용을 이미 다 듣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김용명의 삼촌이 온다고 해도 오늘 반드시 참교육할 것이며, 김용명과 그의 삼촌 등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더는 여기서 판치지 못하게 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여러 생각 끝에 이민혁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남지유에게 연락하려 했다. 식약청의 최고 책임자를 직접 여기 불러 그의 소속직원들이 어떤 꼴을 하고 다니는지 보여주려고 말이다.이때, 갑자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이민혁 씨, 여기서 뵙네요.”이민혁이 고개를 돌려보니 주윤학이였다.“오늘 쉬는 날이신가 봐요?”주윤학은 장관으로서 무척 바쁜 사람일 텐데 이곳에 밥 먹으러 올 시간이 있다는 거에 대해 이민혁은 의아했다.주윤학은 웃어 보이며 이민혁 옆에 앉았다.“이민혁 씨가 여기 국밥집에 자주 다닌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때마침 오늘 휴가라 한번 와봤어요.”“허허, 볼 일 있으시면 전화로 하시지. 굳이 이렇게 찾아다닐 것까지 있나요.”이민혁이 답했다.그러자 주윤학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민혁 씨도 바쁜 사람이잖아요. 지난번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거절하셔서 전화로 해도 소용없을 거라 생각하고 직접 이민혁 씨를 이렇게 찾아 나섰죠.”“죄송해요, 지난번에는 진짜로 일이 있어서요.
김용명은 잽싸게 그 앞에 달려가 말했다.“삼촌, 아니 장 국장님. 제가 검사를 나왔는데, 이 국밥집 위생이 기준미달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업 정지하라고 했는데 여기 사장님이 제 말을 듣지 않고 저희를 다치게 했습니다. 이봐요, 제 치아도 다 떨어져 나갔어요.”장명수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김용명을 바라봤다. 그도 자기의 조카가 평소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카가 누군가에 의해 맞았다고 하니,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간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한 소리 들을 게 뻔하니 말이다.하여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누가 손댔지?”김용명이 재빠르게 이민혁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요.”장명수는 팔자걸음으로 이민혁 앞에 다가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쪽이 사람을 때렸어요?”“네.”이민혁이 담담하게 답했다.이민혁의 담담한 태도에 장명수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봐요. 집행관을 폭행하는 건 중범죄라는 거 몰라요? 내가 당장 당신을 이 자리에서 데려가도 당신은 할 말 없다고요. 알겠어요?”장명수는 위협적인 말투로 이민혁에게 말했다.그 말에 이민혁이 웃어 보이며 답했다.“데려간다고요? 어디로요?”“당연히 당신 같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 있죠.”장명수가 차갑게 답했다.이민혁은 그를 힐끗 보더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저를 위한 곳이요? 그럼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한 곳은 어디 없나요?”“이봐, 그게 뭔 뜻이야?”이민혁의 도발에 장명수는 더는 자신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이어서 이민혁이 답했다.“뭔 뜻이요? 당신 조카가 밥값을 계산하지 않아서 제가 경고했는데 끝까지 자기가 맞다며 저와 싸우려 했어요. 당신은 삼촌으로서 조카를 질책하기는커녕 바로 조카를 감싸고 돌며 지지하고 있네요? 그런 용기는 대체 누가 당신한테 주던가요?”이민혁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장명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민혁은 단번에 김용명과 자신의 관계를 까밝혔을 뿐만 아니라 그를 질책까지 했으니 말
그것보다도 만약 김 청장이 진지하게 장명수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다면 그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일 또한 다 까밝혀 질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에 장명수의 두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다.장명수의 그런 모습을 본 그의 부하들은 어찌할 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하지만 김용명만 상황파악이 덜 된 채 장명수를 부추겼다.“장 국장님, 얼른 처리하시죠.”장명수는 눈치 없는 김용명의 뺨을 두 대 내리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자신부터 살고 봐야 했다.이윽고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김용명을 향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김용명,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야?”김용명은 어리둥절해하며 장명수를 향해 말했다.“삼촌, 전화에서 제가 아까 다 말씀드렸잖아요.”“네가 말하긴 뭘 말해. 사장님, 여기 잠시 좀 와주세요.”장명수는 사장님을 그들 앞에 불렀다.가게 사장님은 영문도 모른 채 긴장된 상태로 장명수 앞에 서 있었다.장명수는 상냥한 표정으로 사장님에게 물었다.“사장님,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이 사람이 밥을 먹고 계산을 하지 않은 게 맞나요?”사장님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장명수가 이어서 말했다.“그래요, 이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강력하게 처벌해야죠. 김용명, 넌 오늘부로 해고야. 얼른 사장님께 밥 값과, 사죄의 뜻으로 10배 보상도 지급해드려. 그리고 얼른 돌아가서 해고 절차도 밟아야 할 거야.”“네?”김용명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장명수가 이어서 말했다.“너처럼 해를 끼치는 사람을 어떻게 계속 남겨둘 수 있겠어. 당장 꺼지지 못해?”“삼촌, 저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김용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명수는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누가 네 삼촌이야? 내가 네 삼촌이라 할지라도, 네가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대응되는 처벌은 받아야 하는 거야. 꺼지란 소리 못 들었어?”이민혁과 주윤학은 장명수의 이런 연기에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들은 장명수가 자신의 모든 걸 잃을까 봐 겁을 먹은
‘아, 그 사람이구나!’개국공신 주동겸의 아들 주윤학, 현임 진무도 국방부 총책임자 주 장관!주윤학은 모두가 인정한 미래 서경시 경성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을 인물 중 하나이다. 실제로 군부의 고위층으로, 앞으로 나라의 기둥이 될 사람이었다.그 순간, 장명수는 그 자리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쓰려졌다.그러나 김용명은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그는 삼촌이 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는 얼른 다가가 부축했다.“삼촌, 삼촌 왜 그래요?”그 시각, 주윤학은 미소를 지으며 김형민의 악수를 받아주었다.“오늘 쉬는 날이라서요. 근데 때마침 김형민 씨 부하가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김형민 씨에게 전화 드린 겁니다. ”김형민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들 같은 거물들은 대화할 때도 매우 신중하다.무슨 일이 있다 해도 다들 최대한 돌려서 말하고 뒤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야만 모두의 체면 또한 세워줄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오늘 주윤학처럼 직설적으로 말한 경우라면 아마 오늘 이 일은 굉장히 심각한사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바로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모든 일을 해결해왔으며 주윤학의 말하는 능력 또한 대단했다.김형민은 그의 말뜻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쓰려져 있는 장명수를 바라보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여기 대체 어찌 된 일이죠?”직속 상관의 말에 까무러진 척 연기하려던 장명수는 더는 연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비틀대며 일어서더니 김형민 앞에 다가가 답했다.“청장님, 다 제 잘못입니다. 제 부하가 밥 먹고 계산을 하려 하지 않은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미 그 부하는 해고하기로 했고요.”“그게 다예요?”김형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주윤학이 그에게 전화까지 한 거면 이
“네...”장명수는 더는 부정할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곧 김형민의 얼굴색도 어두워졌다.“지금 당장 직무를 중단하고 조카를 데리고 가야 할 곳으로 가서 조사를 받으세요. 제가 직접 감독할 테니 함부로 할 생각은 접어두고요.”김형민의 말에 장명수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했다.김형민이 직접 이 사건에 대해 파헤치면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아닐 거니 말이다. 과거 자신의 저질렀던 만행과 곧 들이닥칠 결과에 장명수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만 싶었다.이때 김용명도 일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김형민은 비록 한 명의 부하만 데리고 왔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는 일반인이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남달랐다.게다가 지금 삼촌의 모습까지 더하면 모든 게 끝장났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이때 김형민과 함께 온 비서가 장명수와 그가 데리고 온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얼른 데려가지 않고 뭐해요? 그리고 여기 같이 온 분들도 내부조사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조사 후 별일 없으면 다행인 거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쪽들도 똑같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겁니다.”장명수의 열몇 명 부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얼른 장명수를 일으켜 세운 뒤 김용명까지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김용명의 그 두 일행은 그 틈을 타 얼른 도망쳤다.이윽고 김형민이 말했다.“정말 부끄럽습니다. 제 부하직원이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힌 거니 여기에는 제 책임도 있습니다.”그 말에 주윤학은 이민혁을 바라봤다.이민혁은 그의 말에 웃어 보이며 답했다.“부하직원이 많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기 마련이죠. 김 청장님의 빠른 대처로 이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김형민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는 주윤학의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그제야 알았다.그 눈빛은 이민혁이 만약 이대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이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했다. 만약 진짜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면 김형민도 일이 더 번거로워
“뭐 준비하는데요?”남지유는 궁금하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이민혁이 써놓은 그 몇 장의 종이를 봤지만 뭐라고 쓰여 있는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이민혁이 말했다.“그만 봐요. 어차피 봐도 뭔 뜻인지 모를 거예요. 그리고 저녁은 집에서 안 먹을 거니까 혼자 챙겨 먹어요. 주 씨 가문으로 갈 시간이 다 됐네요.”“집이라...”그 말에 남지유는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졌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이민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 종이 몇 장을 집어 들며 집을 나섰다.그 시각,주동겸네 집에서는 이미 한 상 가득 요리가 차려져 있었고 주동겸 또한 오랜 시간 보관한 술을 식탁에 올려놓았다.이윽고 주동겸, 주윤학, 주아름 세 사람은 소파에 앉아 묵묵히 이민혁이 오기만 기다렸다.이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주아름이 재빠르게 문을 열어줬다.“드디어 오셨네요. 얼른 들어와요.”현재 주아름이 이민혁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주아름도 이제는 이민혁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필경 할아버지의 건강도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이민혁은 정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 들어섰다. 주동겸도 어느새 그에게 다가와 반갑게 손을 잡으며 식탁에 와서 앉았다.“이봐, 동생. 내가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내 초대를 거절한 사람도 동생이 처음이고 말이야.”주동겸이 웃으며 말했다.이민혁이 재빨리 그에게 답했다.“죄송합니다. 그때는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그래, 당연히 알지.”주동겸도 더는 따지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젊은 사람들이 바쁜 건 당연히 이해하지. 근데 시간 날 때면 자주 이 늙은이도 좀 찾아주게나.”“죄송합니다. 앞으로 시간 날 때면 꼭 어르신 찾아뵙도록 할게요.”주동겸의 그런 태도에 이민혁은 더욱 미안해졌다.이때 주윤학이 이민혁과 주동겸에게 술을 부은 뒤 자기 술잔에도 술을 부었다.주동겸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내 요즘 건강상태는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 오늘 저녁
주동겸이라는 뒷배경으로 국가기관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건 성공을 향한 일반 상승이 아닌, 급격한 상승일 것이다.하지만 이민혁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어르신, 저는 이미 틀에 박히지 않은 삶에 익숙하게 됐어요. 게다가 해야 할 일도 있고요. 그러니 저 너무 이렇게 쳐주지 마세요.”주동겸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람마다 야망이 있으니 억지로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다만, 항상 애국의 마음은 잃지 않길 바라네.”이민혁은 그의 말뜻은 이해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에 대해 단 한 번도 다른 마음을 품은 적 없으니까요.”말을 마친 뒤 이민혁은 그 자리를 떠났다. 주동겸은 떠나가는 이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봤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집에 도착한 이민혁은 거실 소파에서 슬립 가운만 입고 잠에든 남지유를 발견했다. 그녀의 피부는 흰 눈처럼 새하얬고, 그 모습은 말할 것도 없이 치명적이었다.이민혁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도둑처럼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도망갔다....이튿날 아침.잠에서 깬 이민혁은 세수를 마치고 거실을 향했다. 남지유는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그는 나가서 아침을 먹은 뒤 다시 집에 돌아와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명상 수련에 몰입할 때쯤,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확인해보니 손여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고 그는 얼른 그 전화를 받았다.“응, 여진아.”“응, 민혁아. 혹시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오랜 친구 사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써.”“그래, 다른 게 아니라 점심에 너 밥 한 끼 사주려고. 혹시 너 시간 돼?”전화기 너머로 손여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들은 이민혁은 흔쾌히 승낙했다.“응, 시간 돼. 주소 보내주면 시간 맞춰 갈게.”“잘됐다. 그럼 스타어 레스토랑에서 봐. 열두 시 어때?”“응, 괜찮아. 내가 시간 맞춰 도착할게.”“그래, 고마워 민혁아.”그렇게 손여진은 전화를 끊었다.이민혁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손여진은
손여진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그렇게 말하지 마.”“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조현영은 오히려 당당하게 답했다.“걔 아직 제대로 된 직업도 없는 월급쟁이잖아. 너 괜히 걔한테 속지마.”손여진은 어이가 없어 머리를 저었다. 조현영은 아직 이민혁이 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모르는 듯했다.“걔가 날 속이긴 뭘 속여.”손여진은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조현영은 아예 그녀 옆에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너 LP사 총관리자 됐다며?”“그냥 부서를 관리하는 총관리자야.”손여진은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조현영은 웃어 보이며 그 말에 답했다.“거봐, 말이 맞아떨어지잖아. 너 지금 총관리자 되니까 이민혁 그놈이 너에게 들러붙으려는 거야. 걔 지금 제대로 된 직업도 없으니까 동창 관계를 이용해 너에게 접근해서 널 이용하려는 거라고. 이래도 모르겠어?”한 사람을 이렇게나 어둡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에 대해, 손여진은 조현영의 생각 회로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윽고, 손여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오늘도 내가 민혁이를 먼저 불러낸 거고.”“뭐?”이번에는 조현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런 놈과 붙어먹으려고? 걔가 뭐 볼 거나 있다고?”손여진은 난처해하며 답했다.“그냥 밥 한 끼 먹는 거뿐이야. 너무 그런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밥만 먹는다고?”조현영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걸 누가 믿니? 배우자를 찾는 거 또한 신중해야 하는 거야. 이건 한평생의 일인 거라고. 너 만약 이민혁 같은 놈 선택하면 네 후반생은 고생길 열린 거나 다름없어.”그녀의 말에 손여진은 어이가 없어 조현영에게 조금의 정보를 살짝 노출해주려 하였다.괜히 이따가 만난 후 서로 어색해질 일 없게 말이다. 이민혁은 그녀가 알고 있는 거지가 아니라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인간이란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손여진이 말했다.“현영아, 지난번 우리 모임 때 기억나? 민혁이가 우릴 도와 그 일 해결해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