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민혁네 차잖아. 초방위국 차량인데?’박원호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확인했다.“범인이 이 차 안에 있는 게 확실해?”“틀림없습니다. 대장님. 저 총 좀 보세요. 바로 문 옆에 있잖아요.”마동현이 대답했다. 조태용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대장님, 아니면 특경들을 부르시죠. 이 자식이 특경 몇 명을 쓰러뜨리고 총을 뺏는 걸 보면 위험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원호 삼촌, 차라리 쏴 죽입시다. 만약 삼촌이나 여기 있는 누구라도 다치게 되면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조정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때, 박원호는 이미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민혁의 얼굴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비록 잘 보이지는 않지만 차로 판단하면 안에 있는 사람은 이민혁과 양예찬이 틀림없을 것이다.이들은 초방위국 사람이다. 박원호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다.박원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정철을 보면서 물었다.“정철아, 솔직하게 말해봐. 이 사람과 개인적인 원한은 없어?”“없어요. 절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선량한 시민의 의무를 다하여 저 자식을 신고했을 뿐입니다.”조정철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박원호는 굳은 표정으로 조태용과 마동현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너희도 똑바로 말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아니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거야.”“대장님, 저희는 신고받고 나온 것뿐입니다.”조태용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이 일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박원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정철과 이민혁 사이에 개인적인 원한이 없을 리가 없었다.아니면 조정철이 불법 사냥 같은 핑계로 이 소란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아무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자 박원호도 더 묻지 않았다. 모든 것을 절차에 따라 실행시킬 예정이었다. 누가 큰코다칠지는 그들의 운명에 달렸다.박원호는 어색하게 기침하고 소리를 질렀다.“어이, 저기. 차에 있는 분. 내려와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그러자 이민혁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순간 모든 특경들
사실 박원호는 이미 알아듣게 설명해줬다.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조정철에게 이 사람은 감히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얼른 사과나 하라는 진심 어린 충고를 전했다. 용서만 받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었다.하지만 이미 잔뜩 들떠있던 데다 젊은 패기까지 더해진 조정철은 박원호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을 미처 알아내지 못했다.멍하니 서 있던 조정철이 뒤늦게 화를 내며 말했다.“삼촌, 둘이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삼촌 상대해줄 시간 없거든요? 때가 되면 알아서 조져줄 테니까 일단 기다려봐요.”조정철의 치기 어린 도발에 박원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사람은 안 변한다더니, 이 정도 경고 하나 못 알아듣는 멍청함은 여전했다.차가운 눈빛으로 조정철을 쏘아본 박원호가 말했다.“이분은 초방위국에 소속된 분이셔. 우리 담당이 아니라고. 못 알아들어?”박원호는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조정철을 도와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선을 넘어버린 조정철은 멈추는 법을 몰랐다. 되려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치를 주고 있는 박원호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초방위국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난 들어본 적도 없고. 아무리 삼촌이라고 해도 오늘 저 새끼 하나 지켜준다고 설치면 삼촌도 같이 죽여버릴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조정철의 건방진 답변에 도와줄 마음을 아예 접은 박원호가 서리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난 저분 못 막아줘, 네가 알아서 해.”예상치 못한 박원호의 답변에 조정철이 잠깐 멈칫했다. 박원호가 이 정도로 자신에게 면박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조정철의 부하들도 덩달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박원호가 혹시 조정철의 아버지가 자신의 상사라는 걸 잊은 건가? 신종 퇴사 방식인가?이민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박원호 대장님, 지금 일반인이 불법 총기 소지에 초방위국 소속 대원까지 위협하는데, 당장 체포해가셔야죠. 무력으로 감히 초방위국 소속 대원을 위협하려 드는 건 꽤 중죄 아닌가요? 데리고 가서 자세하게 심문 부탁드립니다.”“
그 순간 아예 정신을 잃고 쓰러진 조정철이 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린 이민혁이 말했다.“원호 대장님, 부서 관리 잘하셔야 겠어요. 무슨 일 생기면 대장님까지 같이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이민혁의 말에 조태용과 마동현이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자신들을 저격한듯한 발언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박원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명심하겠습니다. 엄하게 잘 다스리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저 먼저 들어가서 대장님 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이민혁은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 악셀을 밟아 자리를 떠났다.이민혁이 자리를 뜬 것을 확인한 박원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조정철에게 말했다.“죽은 척 그만하고 이제 일어나지 그래. 이번엔 그 아무도 널 도와줄 수가 없어. 이만 포기해.”박원호는 초방위국이 어떤 곳인지 진작 알고 있었다. 국가에서 부여한 제일 큰 권력을 가진 그 부서는 감히 건드려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이번엔 조정철이 정말 상대를 잘못 만난 게 맞았다.하지만 그마저도 다 조정철의 업보였다.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강구시에서 건방지게 갑질을 하고 다녔던 조정철은 언젠가는 한번 크게 당해봤어야 할 사람이었다.“끌고 가.”박원호의 명령과 함께 조정철은 곧바로 보안 요원들에 의해 연행되어 강제로 차에 실렸다. 박원호 역시 조태용과 마동현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쏘아보고는 차에 올라타 현장을 벗어났다.조태용과 마동현은 안절부절못하며 근심이 그득 어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박원호의 차량이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한 둘은 특수 요원들에게 이제 그만 철수하고 부대로 돌아가라 명령했다.경찰 측에서도 대충 상황파악을 끝내고 다급하게 철수했다. 현장에는 조정철의 부하들만 썰렁하게 남겨두었다.그들은 조정철의 손목에 이렇게 허무하게 수갑이 채워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도대체 조정철이 건드린 상대가 어떤 인물이길래 천하의 조정철의 손목에 수갑까지 채워 연행해
윤현빈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듯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민혁은 윤현빈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고 차까지 한잔내어주며 무슨 일인지 천천히 설명해보도록 했다.눈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윤현빈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저는 안양시에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윤현빈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마장현 씨 변호인을 맡고 있습니다. 마장현 씨는 지금 억울하게 교도소에 있습니다. 아무리 무죄를 입증해보려고 해도 그 상대가 너무 힘이 너무 막강한 세력들이라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면회를 갔을 때 마장현 씨가 제게 선생님을 찾아뵈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선생님이라면 분명 마장현 씨를 도와줄 거라고 말입니다.”윤현빈의 말을 들은 이민혁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마장현이라면 일전 자신의 수하로 있던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에 소속되어있던 사람이었다.용병 그룹을 해산시킬 때 이민혁이 남긴 그들에게 남긴 말이 있었다. 만약 나중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이겨내기 힘든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서경시로 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해도 좋다고 말이다.보아하니 자신의 전 수하에게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은 웬만한 사람들이 함부로 소속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멤버 하나하나가 모두 엘리트들이었고 전투력도 특수부대원들을 쉽게 능가할 수준의 능력자들만 모여있는 그런 곳이었다. 마장현 역시 그 소속이었으니 혼자서 열댓 명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게 분명했다.게다가 팀을 해산시킬 때 몇십억이 넘어가는 거액을 퇴직금으로 줬으니 웬만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어야 정상이다.하지만 그런 마장현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걸로 미루어보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괜찮으니까, 천천히,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이민혁이 차분한 태도로 천천히 답했다.고개를 끄덕인 윤현빈이 잠시 진정이라도 하려는 듯 찻잔을 들어 두어 모금의 차를 더 마시더니 조심스레 얘기했다.“근 몇 년
밖으로 나선 두 사람은 곧바로 이민혁의 차에 올라탔다. 윤현빈을 태운 이민혁의 차는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향해 달려갔다.안양시는 서경시와는 50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진무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였다. 차로 도착하려면 최소 6~7시간은 꼬박 달려야 했다.이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운전에 집중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윤현빈 역시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미간을 잔뜩 좁힌 채 표정이 굳어있었다.윤현빈은 서경시에 도착한 지 열흘 만에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이민혁을 겨우 찾아낸 것이었다.이민혁은 겉보기엔 정말 돈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김경민에 비하면 큰 차이가 날 것이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경민의 몸값만 해도 천억이 넘어가는 데에다 안양시 최고 부자로 명망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그것도 모자라 김경진의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인 경진그룹의 업무는 모든 분야에 깊이 침투해 있었다. 특히 정·재계에서는 경진그룹을 모르는 인사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니 김경진의 곁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경진을 준비도 없이 어떻게 이겨 먹을 생각인 건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봐도 윤현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는 내내 생각에 잠겨있던 윤현빈은 마침내 해탈한 것인지 체념 상태까지 도달했다. 김씨 가문의 세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초월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지금 이 순간, 마장현의 변호인을 맡는 것도 윤현빈으로서는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는 일이었다. 마장현의 변호인을 맡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현빈이 손해만 보고 있는 것은 또 아니었다. 윤현빈이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마장현이 의뢰비를 많이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장현도 그 나름대로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열심히 발버둥은 치고 있지만 가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지쳐 그저 운명에 맡기는 셈 치고 이민혁을 찾아온 것이었다.두 사람은 새벽이 다 되어서야
갑자기 대화에 끼어든 교도관이 거슬린 이민혁은 매서운 눈길로 그 교도관을 쏘아보았다. 이민혁과 눈이 마주치자 알 수 없는 살기를 느낀 교도관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저도 모르게 뒤로 두 발짝 물러났다.이민혁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는 마장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 곧 나오게 해줄 테니까. 그리고 김경진 그 자식 가문은 아직 너한테 갚아야 할 빚이 더 남았으니까 그것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저는 대장님 믿습니다. 제 유일한 걱정거리는 제 여동생입니다. 김경진이 저한테 복수한답시고 제 여동생한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그게 너무 걱정입니다. 제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가족이거든요.”미간을 좁힌 이민혁이 물었다.“여동생 이름이 뭐지? 지금은 어디 있는데?”“마설현이라고 합니다. 서경대생이라 지금은 서경시에 있습니다.”자신의 구역이나 다름없는 서경시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 당장 경호 붙일 테니까. 그 누구든 네 동생 건드리는 순간 죽는 거야.”“그럼, 부탁 좀 하겠습니다.”마장현의 몰골을 보아하니 몸 고생 마음고생이 여간 심했던 게 아닌 듯했다. 예전의 그 포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하지만 자신의 대장의 등장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했다.전쟁터에선 대장이 항상 마장현의 정신적 지주였다. 전쟁터를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민혁은 여전히 마장현의 정신적 지주였다. 마장현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그의 대장, 이민혁이었다.그러던 순간, 교도관 한 명이 얘기했다.“면회 시간 끝났다.”그 말을 끝으로 두 교도관은 마장현을 데리고 면회실을 벗어나려고 했다.이민혁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얘기했다.“너무 걱정 하지는 마, 나 믿지? 난 절대 너 이대로 안 내버려 둬.”면회를 마친 이민혁과 윤현빈은 구치소 밖으로 나왔다.윤현빈이 이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민혁 씨, 그래서 이제 뭘 어떡하면 좋을까요?”“그만
이민혁은 갑자기 들고 있던 맥주잔을 바닥에 내리쳤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유리로 된 맥주잔이 깨지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시끄러운 소리에 달려온 리더가 물었다.“손님, 무슨 일이십니까?”감히 가짜 술을 팔아?”이민혁의 서리 같은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리더가 머뭇거리다가 얘기했다.“손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희 가게 주류들은 다 정당한 수단으로 납품해오는 겁니다. 가짜라니요.”“내가 언제 납품 업체 알고 싶댔어? 내가 가짜 술이라고 하면 가짜인 거지, 어디서 토를 달아? 오늘 내로 10억 배상 안 해주면 가게 문 닫을 준비나 해.”이민혁은 말을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리더는 이도 저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정신을 차린 리더가 가볍게 미소를 띤 채 이민혁에게 물었다.“손님, 혹시 다른 지역에서 오신 건가요?”“그렇다고 하면 어쩔 건데?”“어쩐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죄송하지만 가게 잘못 찾아오셨어요. 감히 저희 가게에서 돈을 뜯을 생각을 하시다니. 돈이 있어도 우선 목숨부터 부지해야 쓸 수 있지 않겠어요?”리더의 말에는 조롱의 의도가 다분했다.리더의 말에 바로 표정을 굳힌 이민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리더의 뺨을 두 번 연속으로 갈겼다.두 번의 파열음이 울려 퍼지자 리더도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지 여간 당황한 게 아니었다.이민혁이 입을 열었다.“내 말이 곧 규칙이고 법이야.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라고. 진짜 뒤지기 싫으면 빨리 가서 돈 구해 와. 알아들었어?”그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웨이터들이 달려와 이민혁을 에워쌌다.뺨을 두 대가 얻어맞고 잠깐 넋이 나가 있던 리더 역시 뒤늦게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 망할 자식 절대로 가만두지 마.”몇십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웨이터들이 우르르 이민혁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잔뜩 굳은 표정의 리더가 곧바로 도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라희의 업장으로 찾아와 사기를 치려고 한 것도 모자라 도라희의 여자를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망신을 주다니, 목숨이 10개인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당당할 리가 없었다.이민혁은 호탕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리를 꼬며 양은홍을 바라보았다.“다 큰 성인들끼리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요?’“진짜 미친놈. 넌 정말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용기 하나는 제일 대단한 인간인 것 같네.”이민혁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양은홍이 짙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천천히 말했다.이민혁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저도 항상 이러진 않습니다.”“하지만 이번이 네 마지막이 될 것 같네. 마지막이니까 불쌍하게는 여겨줄게.”바로 고풍적인 아우라를 풍기던 초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양은홍은 혐오스럽다는 눈길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처럼 본인 주제도 모르고 여색에 빠져 감히 강자에게 기어오르려고 하는 미친놈은 그녀 역시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보통 오래 못 살고 일찍 죽는 편이다.만약 강자가 이런 사람들한테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길 거였으면 애초에 강자라고 부르면 안 됐다.그 어떤 군주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혀봤을까, 그러지 않았으면 지금 이 자리까지 왔을 리가 만무했다.양은홍이 혐오 어린 눈빛으로 이민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더이상 그녀와 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이민혁은 그저 덤덤하게 계속 담배나 피우고 있던 참이었다.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리더와 그 웨이터들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크게 분노한 도라희가 얼마나 잔인하게 이 진상을 처리할지 궁금했다.살점을 도륙 내려나? 아니면 몸의 핏줄을 다 뽑아버리려나?사실 둘 중 어떤 것이든 가능성은 있었다. 도라희 사장은 말 그대로 또라이였으니까.30분 정도 지났을까, 건장한 사내 둘을 이끌고 들어온 대머리의 우락부락한 체격의 남자가 술집 안으로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