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은 갑자기 들고 있던 맥주잔을 바닥에 내리쳤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유리로 된 맥주잔이 깨지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시끄러운 소리에 달려온 리더가 물었다.“손님, 무슨 일이십니까?”감히 가짜 술을 팔아?”이민혁의 서리 같은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리더가 머뭇거리다가 얘기했다.“손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희 가게 주류들은 다 정당한 수단으로 납품해오는 겁니다. 가짜라니요.”“내가 언제 납품 업체 알고 싶댔어? 내가 가짜 술이라고 하면 가짜인 거지, 어디서 토를 달아? 오늘 내로 10억 배상 안 해주면 가게 문 닫을 준비나 해.”이민혁은 말을 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리더는 이도 저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정신을 차린 리더가 가볍게 미소를 띤 채 이민혁에게 물었다.“손님, 혹시 다른 지역에서 오신 건가요?”“그렇다고 하면 어쩔 건데?”“어쩐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죄송하지만 가게 잘못 찾아오셨어요. 감히 저희 가게에서 돈을 뜯을 생각을 하시다니. 돈이 있어도 우선 목숨부터 부지해야 쓸 수 있지 않겠어요?”리더의 말에는 조롱의 의도가 다분했다.리더의 말에 바로 표정을 굳힌 이민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리더의 뺨을 두 번 연속으로 갈겼다.두 번의 파열음이 울려 퍼지자 리더도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지 여간 당황한 게 아니었다.이민혁이 입을 열었다.“내 말이 곧 규칙이고 법이야.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라고. 진짜 뒤지기 싫으면 빨리 가서 돈 구해 와. 알아들었어?”그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웨이터들이 달려와 이민혁을 에워쌌다.뺨을 두 대가 얻어맞고 잠깐 넋이 나가 있던 리더 역시 뒤늦게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 망할 자식 절대로 가만두지 마.”몇십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웨이터들이 우르르 이민혁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잔뜩 굳은 표정의 리더가 곧바로 도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라희의 업장으로 찾아와 사기를 치려고 한 것도 모자라 도라희의 여자를 이렇게 공개적인 곳에서 망신을 주다니, 목숨이 10개인 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당당할 리가 없었다.이민혁은 호탕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리를 꼬며 양은홍을 바라보았다.“다 큰 성인들끼리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요?’“진짜 미친놈. 넌 정말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용기 하나는 제일 대단한 인간인 것 같네.”이민혁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양은홍이 짙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천천히 말했다.이민혁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저도 항상 이러진 않습니다.”“하지만 이번이 네 마지막이 될 것 같네. 마지막이니까 불쌍하게는 여겨줄게.”바로 고풍적인 아우라를 풍기던 초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양은홍은 혐오스럽다는 눈길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이처럼 본인 주제도 모르고 여색에 빠져 감히 강자에게 기어오르려고 하는 미친놈은 그녀 역시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보통 오래 못 살고 일찍 죽는 편이다.만약 강자가 이런 사람들한테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길 거였으면 애초에 강자라고 부르면 안 됐다.그 어떤 군주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혀봤을까, 그러지 않았으면 지금 이 자리까지 왔을 리가 만무했다.양은홍이 혐오 어린 눈빛으로 이민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더이상 그녀와 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이민혁은 그저 덤덤하게 계속 담배나 피우고 있던 참이었다.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리더와 그 웨이터들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크게 분노한 도라희가 얼마나 잔인하게 이 진상을 처리할지 궁금했다.살점을 도륙 내려나? 아니면 몸의 핏줄을 다 뽑아버리려나?사실 둘 중 어떤 것이든 가능성은 있었다. 도라희 사장은 말 그대로 또라이였으니까.30분 정도 지났을까, 건장한 사내 둘을 이끌고 들어온 대머리의 우락부락한 체격의 남자가 술집 안으로
그 두 사람은 도라희 사장의 오른팔로 오랜 시간 동안 갈고 닦은 무술 실력으로 무자비하기 그지없기로 소문난 탓에 모두가 공포에 떠는 대상이었다. 그런 둘이었는데 오늘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그 두 사람의 실력을 알고 있는 양은홍의 표정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격에 이렇게 힘없이 나가떨어지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그 순간에도 혼자 호탕하게 웃고 있는 건 도라희 사장 하나였다.“깡이 있네, 어쩐지 감히 내 영업장에서 깽판을 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어.”“그만큼 실력이 있으니까 이런 깡도 생겨난 거죠.”이민혁이 아무 태연하게 대답했다.도라희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 정도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다음 생에 실력 더 잘 키워서 오도록 해.”도라희는 그 말을 내뱉으면서도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 못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청난 위압감이 그의 몸에서 주위로 퍼져나갔다.그러던 그 순간, 도라희의 눈동자가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잔뜩 성난 호랑이마냥 숨겨둔 힘을 그러모아 방출해내듯 포효했다.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양은홍이 다급하게 도라희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몸을 옮겼다. 웨이터들과 리더도 뒤늦게 도라희의 주위를 벗어났다.이민혁은 몰라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정말 이성을 잃은 도라희는 상대가 적군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다 찢어발겨 버린다는 것을. 근처에서 알짱대다가 괜히 명을 달리할 필요는 없었다.미친 호랑이처럼 포효하던 도라희는 이민혁이 앉아있던 곳의 테이블을 발로 밀었다. 테이블은 힘없이 날아가더니 공중에서 반 토막이 났다.도라희의 잔뜩 성난 단단한 주먹은 이미 이민혁의 몸 여기저기를 노리고 있었다.주먹이 스쳐 가는 자리마다 매서운 바람 소리가 휙휙 울려 퍼졌다.하지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이민혁은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꽂은 채 한 손으로만 자신에게 날아오는 도라희의 모든 주먹을 막아냈다.도라희의 공격은 먹혀들지 않았지만 그런다고 포기할 도라희가 아니
이건 도라희의 최강 필살기였다. 그의 모든 진기와 힘을 끌어모아 날리는 치명적인 일격이었기에 이 기술을 쓰고 있는 도라희도 두 눈에 실핏줄이 다 터져있었다. 죽기 직전까지 달려드는 모습이 정말 한 마리의 미친 호랑이 같았다.지금 도라희는 완전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에게는 눈앞의 상대를 죽여야만 한다는 일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누가 앞을 가로막든 모조리 죽여버릴 심산이었다.하지만 그런 도라희와는 반대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인 이민혁이 왼손을 쭉 뻗었다.쿵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모두를 경악에 빠뜨렸던 도라희의 주먹이 이민혁에 의해 허무할 정도로 너무 손쉽게 제압당했다.진기로 만들어진 맹수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도라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민혁을 바라보며 잡힌 주먹을 빼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것조차 모두 헛수고였다.그 순간 공중으로 힘껏 몸을 날린 이민혁이 도라희의 복부를 힘껏 발로 찼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 건장한 체구의 도라희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뜨더니 곧이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졌다.하지만 도라희는 역시 또라이였다. 그렇게 당하고도 바로 다시 몸을 일으켜 이민혁에게로 돌진했다. 입에서는 이미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하고 있었음에도 오직 승부에만 목숨 거는 정신 나간 호랑이 같았다.하지만 이미 그 전의 공격들로 기력을 많이 소진한 도라희의 공격력은 크게 약해진 상태였다. 조금 전, 미친 듯이 달려들 던 도라희는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면 지금 미친 듯이 이민혁에게 달려드는 도라희는 그냥 미친놈 같았다.이민혁이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도라희를 바닥에 눕혀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리눌렀다.조금 전, 이민혁의 일격으로 온몸에 멍이 들었던 도라희는 내리누르는 힘에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었다.도라희의 고통 젖은 비명에 손을 거둔 이민혁이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걸친 채 바닥에 누워있는 도라희를 바라보았다.도라희는 잠깐 고통에 신음하는 듯하더니 다시 몸을 일으켜 이민혁에게 돌진했다.
도라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선배님, 선배님께서는 이미 영경 최강자께서 저 같은 진기경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셨단 말씀입니까?”“맞습니다.”이민혁이 깔끔하게 대답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도라희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말했다.“선배님께서 부탁하시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비록 또라이라고 불리는 그였지만 자신보다 강한 실력자 앞에서는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힘의 위력이었다.“김경진이라고 아십니까?”“경진그룹의 김경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네. 압니다.”“그 사람입니다.”“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선배님?”“지금부터 모든 힘을 동원해서 경진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든 업체에서 소란을 피워주세요. 아파트든, 공사현장이든, 공장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경진그룹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에서 소란을 피워주세요.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경영할 수 없게 만들어 달라는 뜻입니다.”“저기, 그건 좀….”도라희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왜요, 무섭습니까?”이민혁의 질문에 도라희가 눈썹을 한껏 치켜세운 채 말했다.“아니요, 선배님. 무서운 게 아니라요. 그렇게 되면 정부에서도 직접 나설 겁니다. 김경진이 정부와 유착관계가 조금 깊은 것도 아니고….”도라희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이면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도라희가 정부와 유착관계가 있다고 해도 김경진이 끼어있는 이상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었다. 도라희는 아직 정부와 직접적으로 대항할 힘도 없었으니 망설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도라희의 걱정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 거라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도라희 사장님 작전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보장해드리죠. 하지만 절대 일반인들의 목숨을 뺏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노리는 건 오직 김경춘 하나니까요.”“알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김경진에게는 어
게다가 안양시에서 이민혁은 김경진과 꽤 오랫동안 공개적 또는 비밀리에 신경전을 벌여왔다.두 사람 중 이민혁은 지하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회색 산업도 곁들어 진행하고 있고 김경진은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정치와 상업 쪽에도 몸을 담그고 있었다. 둘은 어느 정도 동등한 위치에 놓여 있긴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김경진의 재산이 이민혁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점이었다.만약 김경진이 죽으면 경진 그룹도 덩달아 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경진이 남긴 산업 유산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민혁일 것이다. 진짜 이런 상황으로 나간다면 안양시 정치와 지하 세계 그리고 상업 업계에서 이민혁과 힘을 겨뤄볼 상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이민혁은 도라희를 쓱 훑어보고는 돌아서 방에서 나가며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수시로 진행 상황을 나한테 보고하는 걸 이지 마세요. 내 전화번호와 주소는 테이블 위에 뒀어요.”도라희는 이민혁을 공손하게 배웅해 드리고 온몸의 고통도 무시한 채 술집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이민혁의 개인적인 힘은 의심할 바도 없이 강대할 것이고 정부와도 어느 정도 유착관계가 있을 것이다.유착관계가 김경진만큼 깊은 건 아닐지라도 도라희 역시 안양시 정부에 든든한 배후가 있었다.요 몇 년 동안 도라희는 쭉 김경진에게 밀려 항상 2인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왔는데 이젠 김경진을 밀쳐내고 정상에 우뚝 서있을 절호의 찬스가 눈앞에서 얼씬거리는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은홍이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면서 올라와 물었다. “도 형님, 괜찮으세요? ”“하하하하.” 도라희가 폭소를 터뜨리자 양은홍은 깜짝 놀라 어쩔 바를 몰랐다. “난 괜찮아. 이젠 내 시대가 펼쳐질 거야. 김경진의 운도 여기까지인 거야. 두고 봐, 멀지 않아 안양시가 내 손아귀에 들어오고 말 거야.”안은홍은 미친 듯이 웃어대는 도라희를 보며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
“난 네 할애비야.”“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복면남은 백오경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백오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손바닥을 세워 날카로운 칼처럼 내리 찔렀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어 나왔고 복면남의 손이 비수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복면남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부러진 손을 꽉 움켜쥐고 공포에 질린 채 백오경을 바라보았다.백오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돌아가서 김경진에게 전해. 마설현을 건드리고 싶으면 네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좀 더 쓸만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말야.”복면남은 자신이 눈앞의 남자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고 백오경의 말이 떨어지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도망쳤다.백오경은 키득키득 웃으며 모퉁이를 돌아 골목에서 나와 야시장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탕후루 한 개를 사서 먹으며 거리를 두고 멀리서 세 여자애를 따라갔다.“이 일도 꽤 흥미로운 일이네.” 백오경은 심지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하지만 이민혁이 자신에게 얼마나 인색하게 굴었던지 생각이 나자 금세 허무맹랑한 생각을 접었다....안양시, 호텔 스위트룸.이민혁이 명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윤현빈 변호사가 중년의 남자와 함께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분은 누구시죠?” 이민혁이 윤현빈에게 물었다.그러자 윤현빈은 서둘러 남자를 소개했다. “이민혁 씨, 이분은 염성국이예요. 안양에서 권위가 높으신 분인데 이민혁 씨와 논의할 일이 있다 하셔서 제가 일부러 초대했어요.”“그러시구나. 어서 들어오세요.”두 사람이 들어와 앉자 이민혁은 그들 앞에 차 두 잔을 놓았다.윤현빈은 앉자마자 소송과 관련해서 보고했다. “이민혁 씨, 마장현 씨 소송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민혁 씨도 아시다시피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그건 저도 알아요.” 이민혁은 윤현빈의 말에 공감했다.윤현빈은 이어서 조리 있
이민혁은 그를 흘깃 쳐다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흥분하지 마세요. 제 뜻은 제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일을 왜 굳이 그 쪽에게 떠넘기겠냐, 이거예요.”윤현빈은 팽팽하게 긴장한 분위기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염성국을 초대했는데 이민혁의 간단한 몇 마디에 염성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다니. 이대로 나간다면 마장현을 구하는 게 아니라 그를 더 빨리 죽음의 구렁텅이로 떠밀게 될 것 같았다.이민혁은 재산도 엄청난 사람인데 왜 말하거나 행동하는 방법이 이렇게 허접하고 어수선한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이민혁의 말에 염성국은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나설 필요가 없다니 그럼 나서지 않죠. 대신 내가 오늘 여기서 마신 찻값은 확실히 내야겠네요.”“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이민혁은 염성국의 말에 의아해했다.그러자 염성국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설명했다. “내가 초대를 받으면 거래가 성사되든 안 되든 찻값으로 20억 원을 받아야 해요. 이게 나만의 룰이에요. 알아들었어요?”“이런 룰이 있었나요?” 이민혁이 윤현빈에게 따졌다.윤현빈은 그 말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염성국이 여기에 올 때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고 게다가 이민혁이 단칼에 이 제안을 거절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러니까...그건...”윤현빈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는 합리한 변명을 찾지 못해 쩔쩔맸다. 눈앞의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윤현빈이 찍소리도 하지 못하자 이민혁은 썩소를 지으며 염성국에게 물었다. “찻값만 20억 원을 내놓으라 하는데 이 일을 성사하려면 제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 걸까요?”“1000억 원이요. 김경진에 대한 배상금은 따로 계산하고요.” 이민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빙그레 웃으며 또 물었다. “1000억이 뭐 지나가는 개 이름도 아니고 열린 입이라고 함부로 막 말하네요. 내가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였는데 어떻게 이 일을 무조건 성사한다고 보장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