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선배님, 선배님께서는 이미 영경 최강자께서 저 같은 진기경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셨단 말씀입니까?”“맞습니다.”이민혁이 깔끔하게 대답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도라희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말했다.“선배님께서 부탁하시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비록 또라이라고 불리는 그였지만 자신보다 강한 실력자 앞에서는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힘의 위력이었다.“김경진이라고 아십니까?”“경진그룹의 김경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네. 압니다.”“그 사람입니다.”“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 선배님?”“지금부터 모든 힘을 동원해서 경진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든 업체에서 소란을 피워주세요. 아파트든, 공사현장이든, 공장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경진그룹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에서 소란을 피워주세요.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경영할 수 없게 만들어 달라는 뜻입니다.”“저기, 그건 좀….”도라희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왜요, 무섭습니까?”이민혁의 질문에 도라희가 눈썹을 한껏 치켜세운 채 말했다.“아니요, 선배님. 무서운 게 아니라요. 그렇게 되면 정부에서도 직접 나설 겁니다. 김경진이 정부와 유착관계가 조금 깊은 것도 아니고….”도라희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이 정도 규모의 사건이면 정부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도라희가 정부와 유착관계가 있다고 해도 김경진이 끼어있는 이상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었다. 도라희는 아직 정부와 직접적으로 대항할 힘도 없었으니 망설이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도라희의 걱정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 거라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도라희 사장님 작전을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보장해드리죠. 하지만 절대 일반인들의 목숨을 뺏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노리는 건 오직 김경춘 하나니까요.”“알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김경진에게는 어
게다가 안양시에서 이민혁은 김경진과 꽤 오랫동안 공개적 또는 비밀리에 신경전을 벌여왔다.두 사람 중 이민혁은 지하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회색 산업도 곁들어 진행하고 있고 김경진은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정치와 상업 쪽에도 몸을 담그고 있었다. 둘은 어느 정도 동등한 위치에 놓여 있긴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김경진의 재산이 이민혁을 훨씬 초과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점이었다.만약 김경진이 죽으면 경진 그룹도 덩달아 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김경진이 남긴 산업 유산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민혁일 것이다. 진짜 이런 상황으로 나간다면 안양시 정치와 지하 세계 그리고 상업 업계에서 이민혁과 힘을 겨뤄볼 상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이민혁은 도라희를 쓱 훑어보고는 돌아서 방에서 나가며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수시로 진행 상황을 나한테 보고하는 걸 이지 마세요. 내 전화번호와 주소는 테이블 위에 뒀어요.”도라희는 이민혁을 공손하게 배웅해 드리고 온몸의 고통도 무시한 채 술집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이민혁의 개인적인 힘은 의심할 바도 없이 강대할 것이고 정부와도 어느 정도 유착관계가 있을 것이다.유착관계가 김경진만큼 깊은 건 아닐지라도 도라희 역시 안양시 정부에 든든한 배후가 있었다.요 몇 년 동안 도라희는 쭉 김경진에게 밀려 항상 2인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왔는데 이젠 김경진을 밀쳐내고 정상에 우뚝 서있을 절호의 찬스가 눈앞에서 얼씬거리는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은홍이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면서 올라와 물었다. “도 형님, 괜찮으세요? ”“하하하하.” 도라희가 폭소를 터뜨리자 양은홍은 깜짝 놀라 어쩔 바를 몰랐다. “난 괜찮아. 이젠 내 시대가 펼쳐질 거야. 김경진의 운도 여기까지인 거야. 두고 봐, 멀지 않아 안양시가 내 손아귀에 들어오고 말 거야.”안은홍은 미친 듯이 웃어대는 도라희를 보며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
“난 네 할애비야.”“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복면남은 백오경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백오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손바닥을 세워 날카로운 칼처럼 내리 찔렀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어 나왔고 복면남의 손이 비수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복면남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부러진 손을 꽉 움켜쥐고 공포에 질린 채 백오경을 바라보았다.백오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돌아가서 김경진에게 전해. 마설현을 건드리고 싶으면 네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좀 더 쓸만한 사람을 보내달라고 말야.”복면남은 자신이 눈앞의 남자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고 백오경의 말이 떨어지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허겁지겁 도망쳤다.백오경은 키득키득 웃으며 모퉁이를 돌아 골목에서 나와 야시장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탕후루 한 개를 사서 먹으며 거리를 두고 멀리서 세 여자애를 따라갔다.“이 일도 꽤 흥미로운 일이네.” 백오경은 심지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하지만 이민혁이 자신에게 얼마나 인색하게 굴었던지 생각이 나자 금세 허무맹랑한 생각을 접었다....안양시, 호텔 스위트룸.이민혁이 명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윤현빈 변호사가 중년의 남자와 함께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분은 누구시죠?” 이민혁이 윤현빈에게 물었다.그러자 윤현빈은 서둘러 남자를 소개했다. “이민혁 씨, 이분은 염성국이예요. 안양에서 권위가 높으신 분인데 이민혁 씨와 논의할 일이 있다 하셔서 제가 일부러 초대했어요.”“그러시구나. 어서 들어오세요.”두 사람이 들어와 앉자 이민혁은 그들 앞에 차 두 잔을 놓았다.윤현빈은 앉자마자 소송과 관련해서 보고했다. “이민혁 씨, 마장현 씨 소송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민혁 씨도 아시다시피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그건 저도 알아요.” 이민혁은 윤현빈의 말에 공감했다.윤현빈은 이어서 조리 있
이민혁은 그를 흘깃 쳐다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흥분하지 마세요. 제 뜻은 제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일을 왜 굳이 그 쪽에게 떠넘기겠냐, 이거예요.”윤현빈은 팽팽하게 긴장한 분위기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염성국을 초대했는데 이민혁의 간단한 몇 마디에 염성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다니. 이대로 나간다면 마장현을 구하는 게 아니라 그를 더 빨리 죽음의 구렁텅이로 떠밀게 될 것 같았다.이민혁은 재산도 엄청난 사람인데 왜 말하거나 행동하는 방법이 이렇게 허접하고 어수선한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이민혁의 말에 염성국은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나설 필요가 없다니 그럼 나서지 않죠. 대신 내가 오늘 여기서 마신 찻값은 확실히 내야겠네요.”“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이민혁은 염성국의 말에 의아해했다.그러자 염성국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설명했다. “내가 초대를 받으면 거래가 성사되든 안 되든 찻값으로 20억 원을 받아야 해요. 이게 나만의 룰이에요. 알아들었어요?”“이런 룰이 있었나요?” 이민혁이 윤현빈에게 따졌다.윤현빈은 그 말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염성국이 여기에 올 때 자기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고 게다가 이민혁이 단칼에 이 제안을 거절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러니까...그건...”윤현빈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는 합리한 변명을 찾지 못해 쩔쩔맸다. 눈앞의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윤현빈이 찍소리도 하지 못하자 이민혁은 썩소를 지으며 염성국에게 물었다. “찻값만 20억 원을 내놓으라 하는데 이 일을 성사하려면 제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 걸까요?”“1000억 원이요. 김경진에 대한 배상금은 따로 계산하고요.” 이민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빙그레 웃으며 또 물었다. “1000억이 뭐 지나가는 개 이름도 아니고 열린 입이라고 함부로 막 말하네요. 내가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였는데 어떻게 이 일을 무조건 성사한다고 보장합
이건 염성국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김경진을 대할 때 전혀 두려운 티를 내지 않고 당당하고 야생미가 넘쳐나던 도라희가 이렇게 고분고분한 면이 있다니, 그에게는 이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바로 이때 이민혁이 갑자기 도라희에게 질문을 날렸다. “도라희 사장님, 이 염성국이라는 사람을 혹시 아시나요?”“잘 알죠.” 도라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이민혁은 웃으며 담담하게 얘기를 꺼냈다.“이분이 나에게 1000억 원을 요구하네요. 뭐 자기가 김경진에게 합의하자고 얘기를 꺼내볼 수 있다나 뭐라나.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찻값으로 또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하네요. 안 그러면 나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해서 지금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거든요.”염성국은 이민혁의 얘기에 얼굴색이 확 변했다. 도라희는 그런 염성국을 보자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선배님, 이 자식 삼촌은 안양시 부시장이긴 하지만 아무런 실질적인 권리도 없는 허수아비 부시장이거든요. 자식을 잃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김경진이 그런 삼촌의 체면을 볼 기분이 있기나 할까요?”“그게 사실이라면 이분도 그만한 능력이 없겠네요?”“제 생각에는 그럴 것 같아요. 나도 이 자식의 삼촌을 쓰게 안 보는데 김경진이 쓰게 보다니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죠.”도라희의 비웃음을 듣자 염성국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감히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보아하니 도라희가 거짓말은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이에 이민혁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염성국에게 말했다. “염성국 씨, 잘 들어요. 그쪽이 원하는대로 누구의 돈이나 다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큰 착각을 하는 거예요. 알겠죠?”“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염성국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그러자 도라희가 염성국의 뒤통수에 대고 날이 선 말투로 으름장을 놓았다. “염성국, 네놈이 감히 중간에서 훼방을 놓으면 내가 널 갈기갈기 찢어서 개에게 먹일거야, 알겠어?”염성국은 순간 몸을 흠칫
김경진은 충분히 분풀이한 후 소파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한참 후 그는 평정심을 되찾은 듯 담배를 피우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오랫동안 생각하던 김경진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장성수.”문밖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비서 장성수가 황급히 달려 들어와 물었다.“사장님, 무슨 지시가 있으신가요?”“주 시장에게 연락해서 급한 일이 있으니 당장 만나야 한다고 전해줘.” 김경진의 지시에 장성수는 연신 굽신거리며 방 한편으로 뛰어가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다. 김경진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흉악한 말투로 결단을 내렸다. “도라희, 네놈이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날 함부로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러주지. 이번엔 나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주마.”김경진이 별장에서 날뛰고 있을 때 모 주택 분양 단지가 사람들로 떠들썩했다.단지 내 분양 센터 앞에는 이미 주택 업주들로 와글와글했고 그들은 현수막을 들고 기업에서 주택을 제때 넘기고 업주들의 손실을 보상하라고 외쳐댔다. 3년 이상이나 연체된 이 주택 분양 단지 내 업주들은 아직도 주택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었다.분양 담당자는 사무실에 앉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채 시위하는 업주들을 바라봤다.예전 같으면 그는 주저없이 경호원들을 시켜 업주들을 때려눕힌 다음 시위를 해산시켰을 것이다. 이들에게 제일 부족하지 않은 게 돈과 빽인데 이따위 사람들을 두려워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농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았다. 여러 날 동안 업주들이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우자 그는 처음에는 경호원을 소집해 이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몰아내고 심지어 때려눕히기까지 했었다.하지만 왠지 이번에는 업주들이 유난히 단결되었고 심지어 그중엔 체격이 우람지고 싸울 줄 아는 사람도 여러 명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경호원들이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달려들었다가 볼품없이 구타당하며 물러나게 되었다.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그도 감히 외출할 엄두도 못 내고 사무실에만 처박혀 있게
수만 명의 노동자가 사옥으로 우르르 달려들어 수백 명의 경호원을 한순간에 제압했고 경영진들을 사무실에서 끌어내 와 흠씬 두들겨 팼다. 구타당하는 과정에 경영진들은 자칫 고층에서 건물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그리고 이런 소란은 경진 그룹의 모든 공장, 회사에서 날마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고 경진 그룹 전체가 거의 마비 상태에 빠졌다....이른 저녁.교외 호숫가에 아우디 A6 한 대가 조용히 주차되어 있었다.벤츠 S500이 서서히 다가오더니 김경진이 차에서 내려 아우디 옆으로 저벅저벅 걸어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아우디의 뒤쪽 창문이 천천히 반쯤 내려갔다.김경진은 서둘러 주 시장에게 물었다.“시장님, 최근 우리 그룹에 이런저런 소동이 많다는 소식은 들으셨나요?”“무슨 소동? 난 들은 적이 없는데?”“도라희 그 개자식이 사람들을 시켜 소란을 피워 지금 우리 그룹이 완전히 마비 상태에 빠졌어요.”“소란이라니, 무슨 소란을 피웠어?”“뭐 흔해빠진 소란이죠. 주택을 넘기라는 사람들, 임금을 올려달라는 사람들, 초과 근무가 불만인 사람들이 소란을 피운 거죠. 이 배은망덕한 것들은 누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는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잖아요.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그럼 너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아주 당당해? 주택을 제때 넘겼어, 아니면 법이 규정한 시간 내에서 초과 근무를 했어?”“그건...주 시장님, 시장님도 알다시피 이런 일은 나도 별 방법이 없잖아요. 이건 저만 그러는 게 아니라 이 바닥의 사람이라면 다들 그러거든요.”“다들 그런다고 변명하지 마. 이건 네 일이니까 알아서 얼른 처리해. 소란이 커져 폭동으로 번지면 그 누구도 너를 두둔할 수 없어.”“주 시장님, 시장님이 나서야죠. 시장님이 윗선에 한마디만 해주시면 도라희 그 자식이 감히 이렇게 날뛰겠어요? 그 개자식만 없다면 이놈들이 감히 소란을 피울 엄두를 내기나 하겠어요?”“이런 내부적인 일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결해. 내가 이런 일에 나설 시간이 어디 있어? 그리고 지난번에
도라희는 김경진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분은 당신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그만 캐묻는 게 좋을 거 같네요.”그러자 김경진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지금 네놈이 두려워 이 난리를 피운다고 생각하지 마. 예전부터 네놈은 내 안중에도 없었어.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야, 알겠어?”“예전에 네놈이 내 숨통을 조여왔던 건 나도 인정해.”도라희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김경진을 째려봤다. “근데 이번엔 네놈 숨통이 끊어날 차례야.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네 눈엔 피눈물이 나야지, 안 그래?”그 말에 김경진은 어정쩡한 자세로 얼어붙었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마장현과 관련이 있는 거야?”“네 맘대로 상상해.” 도라희는 다시 자리에 앉아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이를 본 김경진은 콧방귀를 뀌며 냉정하게 말했다. “도라희, 안양에는 아직 두사부가 있다는 걸 까먹지 마. 네놈과 네 뒤에 있는 그놈이 맨손으로 하늘을 가리기에는 아직 형편없이 부족하거든.”김경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이내 자리를 떠났다. 김경진의 뒷모습을 보며 도라희의 얼굴에 살짝 표정 변화가 생겼다. 김경진이 자리를 뜨자 양은홍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도라희에게 물었다.“두사부는 누구죠? 혹시 전설 속의 싸움꾼인가요?”도라희는 일어나서 사무실 내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유유히 말문을 열었다.“두사부는 도시를 박살 낸다, 뭐 20년 전부터 이런 소문이 떠돌아다녔어. 그분은 유명한 영경 고수야. 그 시절에 난 일개 깡패에 불과했고. 근데 그분의 명성이 정점을 찍을 때 돌연 은퇴하고 수련의 길에 들어간 거야. 그래서 우리가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김경진이 진짜 그런 전설 속의 인물을 모셔서 힘을 빌리진 않을까요?”“딱 그렇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 일은 즉시 이민혁 선배님께 알려야 해.”“두 사람 중에 과연 누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