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희는 김경진을 경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분은 당신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두 분 사이의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그만 캐묻는 게 좋을 거 같네요.”그러자 김경진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지금 네놈이 두려워 이 난리를 피운다고 생각하지 마. 예전부터 네놈은 내 안중에도 없었어.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야, 알겠어?”“예전에 네놈이 내 숨통을 조여왔던 건 나도 인정해.”도라희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김경진을 째려봤다. “근데 이번엔 네놈 숨통이 끊어날 차례야.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네 눈엔 피눈물이 나야지, 안 그래?”그 말에 김경진은 어정쩡한 자세로 얼어붙었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마장현과 관련이 있는 거야?”“네 맘대로 상상해.” 도라희는 다시 자리에 앉아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이를 본 김경진은 콧방귀를 뀌며 냉정하게 말했다. “도라희, 안양에는 아직 두사부가 있다는 걸 까먹지 마. 네놈과 네 뒤에 있는 그놈이 맨손으로 하늘을 가리기에는 아직 형편없이 부족하거든.”김경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이내 자리를 떠났다. 김경진의 뒷모습을 보며 도라희의 얼굴에 살짝 표정 변화가 생겼다. 김경진이 자리를 뜨자 양은홍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도라희에게 물었다.“두사부는 누구죠? 혹시 전설 속의 싸움꾼인가요?”도라희는 일어나서 사무실 내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며 유유히 말문을 열었다.“두사부는 도시를 박살 낸다, 뭐 20년 전부터 이런 소문이 떠돌아다녔어. 그분은 유명한 영경 고수야. 그 시절에 난 일개 깡패에 불과했고. 근데 그분의 명성이 정점을 찍을 때 돌연 은퇴하고 수련의 길에 들어간 거야. 그래서 우리가 그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김경진이 진짜 그런 전설 속의 인물을 모셔서 힘을 빌리진 않을까요?”“딱 그렇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 일은 즉시 이민혁 선배님께 알려야 해.”“두 사람 중에 과연 누가 더
이민혁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누구든 상관없어요. 내가 동생을 대신해서 김경진한테 복수하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목숨을 걸고 대가를 치러야 할 거에요.”도라희는 그를 안심시키며 말했다.“제가 최선을 다해 일을 처리할 테니 안심하세요, 선배.”“사장님도 이만 가보세요. 사장님은 저를 위해 일하는 저의 사람이니까 해치치 않을게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감사합니다, 선배님.”도라희는 인사를 하고 호텔에서 빠져나와 차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침착하게 되뇌었다.“부와 귀는 모험하는 가운데 구해진다고 흘러가는 대로 살자.”한편 김경진은 승용차를 몰고 안양시 외곽 쪽에 있는 먼 산기슭에 도착했다.여기에 크지 않은 산장이 하나 있는데, 문 위에 “정심원”이라 쓰여 있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정심원 문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높은 소리로 외쳐댔다. “두사부 님, 김경진이라는 자가 볼일이 있어 찾아오셨어요.”얼마 후,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검소한 차림을 한 남자가 걸어 나와 얼굴을 찡그리며 김경진을 바라보았다.“선생님, 저희 아버지께서 두사부님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어 두사부님을 꼭 뵈어야 합니다. 제발 두사부님께 소식을 전해주세요.”김경진이 이런 꼴을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 중년 남성은 귀찮아하며 말했다.“당장 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선생님, 정말 급한 일이 있어요.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꼭 전달해 주세요.”“대담하네.”중년 남성은 언성을 높이더니 한 발 내디디자 갑자기 땅이 갈라지면서 김경진은 곤두박질쳤다.김경진이 낙담한 얼굴로 올라오자 그 중년 남성은 냉랭하게 말했다.“이래도 떠나지 않는다면 여기에 묻어버릴 가야.”중년 남성의 냉혹한 얼굴을 보며 김경진은 절망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안양시에서 지위가 꽤 높은 인물이었다. 모두 그를 이사장님이라 칭했고 깍듯하게 모셨다.하지만 며칠 만에 그는 이미 파산 직전이었고, 사람들은 그를
두사부는 의자에 단정히 앉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무슨 일로 오신 거죠?”“두사부님, 저희 아버지께서 설립한 경진그룹이 위기에 처했어요. 그래서 두사부님께서 직접 나서 주시길 바라는 바입니다.”“나는 비즈니스에 대해 까막눈이예요.”“제 얘기를 들어보세요, 두사부님. 도라희 그놈이 두사부 님께서 은둔하신 후 안양 강호를 제패하고 행패를 부리며 계속 저를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이번에 제 아들을 때려죽여 저는 복수를 위해 제 아들을 죽인 사람을 감옥에 보냈어요. 그런데 도라희의 방해 공작에 저는 파산할 위기에 처했어요. 그래서 두사부님께서 저를 도와 한 번만 나서 주세요.”“이런 일이 있었어요?”“네. 도라희도 저를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는 꽤나 높은 사람이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감히 터치하지 못해요. 도라희는 진기경의 수행자인 것만 믿고 제멋대로 날뛰고 있어요. 저 정말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어요.”“기막혀라. 허허허”두사부는 한바탕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요즘은 개나 소나 다 감히 강호의 패권을 잡았다고 떠들어 대는군요”“그니까요. 두사부님, 안양은 두사부님이 없으면 안 돼요. 두사부님께서 나서 주신다면 천만 원을 감사의 뜻으로 드리고 두사부님을 높이 받들겠습니다. 앞으로 경진그룹은 두사부님 거예요.”“오.” 두사부는 의외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한참 후 그는 웃으며 말했다.“말하지 않아도 내가 나서려던 참이었어. 내가 오랫동안 강호에 나타나지 않았더니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잊었나 보네. 오늘 성역에 도달해 강호를 재정비하려고 하는데, 마침 네 일부터 시작해야겠네. 네 아버지와 나는 친분이 있어.”“감사합니다, 두사부님.”김경진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머리를 조아렸다.이번에 그는 목숨을 내걸었다. 도라희 뒤에 있는 세력이 너무 강해 상대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파산하느니 든든한 조력자를 찾아 손을 잡는 게 차라리 나았다. 혹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시달려야 한다고 해도 빈털터리가
“성역? 그게 누구든 나를 방해하는 사람은 모두 상응한 처벌을 받게 될 거야.”이민혁은 덤덤하게 말했다.이때 도라희는 자신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는 겁에 잔뜩 질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선배님, 두사부는 이미 성역이에요. 정말 그분을 이길 수 있다 확신하세요?”“왜요, 겁먹었어요?"이민혁은 피식 비웃었다.도라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성역에 다다른 실력과 비교하면 저는 그저 진기경일 뿐이에요. 두사부는 한 손으로 저를 죽일 수 있어요.”“도라희 사장님, 제가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를 줄게요. 계속 저의 오른팔이 되어 일을 처리하든지, 아니면 두사부한테로 가든지.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후과는 스스로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도라희는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선배, 저는 사실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어요. 선배를 위해 일을 하기로 했으니, 저는 영원히 선배의 사람이에요.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어요.”“매번의 선택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하죠. 선택이 옳으면 계속 그 길로 가고 틀렸으면 후퇴하면 돼요. 설사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미 선택을 한 이상 지켜봐야죠.”이민혁의 말에 도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배님. 7시 30분에 모시러 올게요. 저와 같이 가시죠. 선배도 알다싶이 제가 혼자 간다면 두사부 님께서는 제 말을 듣지도 않으실 거예요.”“네. 그렇게 하죠.”“저는 이만 가볼게요."도라희는 인사를 한 후 물러갔다.이민혁은 슬며시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김경진도 재주가 좋네. 성역 경지에 이른 강자를 초빙하다니, 너무 의외인걸.”...저녁 8시.도라희는 이민혁을 태우고 정심원 문 앞에서 차를 세웠다.이때 정심원 주위에는 이미 20여 대의 고급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정심원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문을 지키는 사람 하나 없었다.도라희는 이민혁은 주위를 관찰하다가 곧장 안으로 향했다.오늘 밤 그와 김경진의 일은 둘째고, 두사부가
두사부가 직접 나서는데 안양 강호에 도라희의 자리가 있을 리가 없다.이렇게 되면 김경진은 우세를 차지해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일지도 모른다.도라희 뒤에 있는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모두가 그냥 수행원일 뿐이라고 무시했다.도라희를 본 김경진의 눈빛은 매섭고 사납게 돌변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도라희는 벌써 800번이나 죽었을 거다.하지만 도라희도 보통 담이 아니었다. 홀을 한 번 둘러보고 수행원들을 데리고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뭇사람의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도라희가 억지로 침착한 척하는 것이라 여겼다.그가 지금 안양 강호의 자리에 있든, 김경진과의 갈등이든, 두사부가 그를 계속 돌아다니도록 허락하지 않을 텐데, 그가 어떻게 감히 여기에 왔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이때 엄기준이 일어서서 입을 열었다.“다 모이신 것 같네요. 그럼, 집사님들께서 앞으로 나와 주세요.”그러자 모두 일어서서 일제히 외쳤다.“두사부님을 뵙습니다.”도라희 마저도 일어섰지만, 이민혁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병풍 뒤에서 두사부가 천천히 걸어 나와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모두 앉으라고 했다.사람들은 축하 인사 몇 마디 전하고 잇달아 자리에 앉았다.두사부는 사람들을 훑어보고 말했다. “여러분, 이 늙은이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두사부님도 참, 어르신께서는 예전에 우리 안양 강호의 지도자셨는데,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우리 장사꾼들도 어르신의 보살핌을 적잖게 받았는데, 매일 어르신께서 산에서 나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두사부님은 이제 성역에 이르러 세계 최고의 강자가 되셨으니, 정말 우리 안양에 큰 경사입니다. 우리 안양 강호는 앞으로 명성을 천하에 떨칠 것입니다.”사람들이 계속 그를 추켜세우자 두사부는 호호 웃었다.잠시 후 두사부는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릴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모든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김승우의 아들, 김
도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두사부님, 그런 일이 있긴 했습니다.”“왜?”두사부는 냉랭하게 물었다.도라희는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두사부 한테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두사부님, 제가 자의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핍박에 못 이겨 저지른 일입니다.”이 일을 자세히 몰랐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이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바로 저 사람이에요.”도라희의 손가락은 이민혁을 가리키고 있었다. “며칠 전, 이민혁이라는 놈이 저를 찾아와 자신의 영경 내공을 믿고 하마터면 저를 때려죽일 뻔했어요. 저놈은 제가 김경진을 공격하도록 협박했어요. 저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예요. 두사부님께서 다시 강호에 나서 주셔서 천만다행입니다. 제발 제 사정을 이해해 주신다면 두사부님을 저의 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도라희의 호소에 두사부는 바닥에 꿇어앉은 채 일어서지 못했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두사부가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사람들은 도라희가 말한게 사실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때 모두의 시선이 이민혁에게 쏠렸다.‘이 젊은이는 평범해 보이는데, 설마 영경 수행자인 걸까?’두사부의 시선이 이민혁을 향하자, 천천히 입을 뗐다. “당신이 이민혁인가?”“맞아요.” 이민혁은 무덤덤하게 답했다.두사부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라희의 말이 사실인가?”“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이민혁은 가만히 앉아서 당당히 인정했다.“안양에서 감히 자신의 내공을 믿고, 다른 사람을 핍박하여 불법행위를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김경진은 마땅히 받아야 할 죄입니다, 그가 받은 벌은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배짱이 참 좋아?”“두사부님 앞에서 일어서서 말씀하세요.”“자네, 이게 무슨 태도인가?”그러자 사람들은 이민혁을 비난했고, 몇몇 사람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손찌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하지만 그들은 허세만 부릴 뿐이지, 도라희도 못 건드리는 이민혁이 영경의 강
“하하하”이민혁은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바람에 따라 돛을 바꿨다는 사람. 하지만 도성이 한 명으로 너희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건방진 놈.”“젠장,두사부 앞에서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뒈지고 싶냐.”“두사부, 이 자식을 잡아서 성역 강자의 위엄을 보이십시오.”이 사람들은 이민혁의 태도에 격노하여 도성을 보고 이민혁을 엄벌해달라고 소리쳤다.도라희와 김경진은 서로 눈에 거슬리지만 적개심에 불타서 이민혁에게 성난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도성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서경시에서 온다고 들었는데 그럼, 너부터 처리하지. 근데 너를 죽이지 않고 살려줄 테니 돌아가서 동지들에게 머리숙여 항복하라고 전해. 그러면 동지들을 살려줄 테니 사상자가 생기지도 않을 거야.”“도성, 지금 너한테 두 가지 선택할 기회를 줄게. 첫째, 사람 없는 곳을 찾아서 계속 수련을 잘하고 내 일에 간섭하지 마! 둘째, 놀고 싶으면 같이 놀아주겠지만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너무 오만하네. 이민혁.” 도라희는 소리를 지르며 분노에 찬 눈으로 이민혁을 쳐다보았는데 마치 아버지를 죽인 원한이라도 있는 듯했다.옆에서 지켜보는 김경진은 치가 떨렸다. 개자식, 이 중요한 순간에 불공대천의 모습으로 이민혁을 배신하고 두사부에 편드는 거도 불구하고 의붓아버지로 삼으려고 했다. 그의 기세를 모두 빼앗아 가려고 했다.김경진도 역시 낙후되기 싫어해 이민혁에게 말을 던졌다.“이민혁, 당신이 너무 오만하네. 아쉽게도 나는 수행자가 아니라서 그렇지. 그러지 않으면 진작에 너하고 목숨을 걸고 싸웠을 거야.” 듣자마자 도라희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못 들은 척했다.말도 안 돼. 나더러 이민혁과 상대를 하라니, 지난번에 걔한테 얻어맞은 고통이 아직 생생해.안 넘어가는 도라히를 보는 김경진은 속으로 욕을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한편 이때 도성은 화를 더 이상 누르지 못해 이민혁을 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하지만 순간, 엄기준의 호통 속에 2미터가 넘은 흙덩어리로 어우러진 거인이 천천히 땅속에서 솟구쳐와 이민혁을 향해 성큼성큼 달려갔다.이 흙덩어리는 보기만 해도 힘이 무궁무진했다. 주먹이 농구공만 한 크기에다가 몸에는 황금빛 영능의 오라가 발산하고 있어 뭔가 막을 수 없는 기세다.구경꾼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엄기준의 연이은 법술은 현란하고도 신비롭다고 할 수 있었다. 구경꾼들에게는 더더욱 신기했고 난생처음으로 접하는 것이다. 특히 이 흙덩어리는 미친놈인 양 씨도 상대가 안 될걸?사람들은 마치 짠 듯 모두 미친놈 양 씨를 쳐다보니 양 씨는 안색이 나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서있었다. 그러니 구경꾼들은 헛웃음만 지었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훌륭한 제자가 나온다더니 성역 강자의 제자들이 이렇게 대단한데, 도성은 얼마나 무서울지. 이민혁이 주제넘게 굴었네. 하지만 이민혁은 그저 헛웃음을 짓고 맨주먹으로 흙덩어리와의 맞싸움을 시작했다. 엄기준은 싸움을 관찰하면서 손에 든 주인을 맺는 것도 멈추질 않았다. 마치 큰 걸 대비하는 듯했다.이 또한 주술사의 대표적인 전투 자세이다. 저단 계급과 중단 계급의 법술로 상대방이랑 맞싸우면서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무사는 주술사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긴다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계속 열세에 몰린다. 흙덩어리는 분노가 치밀어 공포의 주먹질로 이민혁을 향해 계속 내리쳤다.이민혁의 몸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흙덩어리는 힘만 세지 몸은 둔해서 이민혁의 털끝 하나도 건들지 못했다. 이틈을 타서 이민혁은 흙덩어리의 몸 뒤에 서서 주먹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거인은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되었다. 모두가 놀랐다. ‘이민혁도 참 대단해, 엄기준의 연이은 법술에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니?’흙덩어리를 해결한 이민혁은 계속해서 엄기준을 향해 갔다. 그 시각, 엄기준도 고단계 법술을 마련했다. "토룡암탄!"엄기준의 호통과 함께 몸에 있는 영능이 솟아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