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호는 미친 듯이 웃으며 두 손을 모으고 외쳤다.“영역, 피의 바다!”그 순간 민경호의 몸에서는 놀라운 영적 에너지가 터져 나왔고, 핏빛의 영적 에너지로 조성된 결계가 솟아 올라온 마당의 외곽을 동시에 둘러싸 마당과 밖을 철저히 차단했다.문으로 달려간 사람들은 그 결계에 부딪혀 다시 튕겨 나오며 피를 토했다.정원과 서규호는 대경실색하며 급히 민경호를 멀리하고 수시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민경호가 보여준 능력은 이미 그들의 이해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들도 지금 눈앞에 있는 민경호가 더는 예전의 민경호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민경호의 목표는 비록 이민혁이였지만 그들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포함해서 말이다.이때 이민혁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성역. 어쩐지 네가 감히 이렇게 날뛰더라니, 이미 성역의 힘을 가진 거였구나.”성역.그것은 영경 위의 경지이다.성역 강자가 되기만 하면, 자기만의 영역의 힘을 갖게 된다.이 영역 안에서의 성역 강자는 자연적으로 힘이나 법술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이 된다. 그러면 상대는 완전히 제압당할 것이다.성역 이하의 수행자는 성역의 영역에서 이길 가망이 전혀 없다.이때 민경호의 몸에서는 영적 에너지가 거세차게 솟구치고, 그 강한 영적 에너지로 인한 위압은 사람들을 숨 막히게 했다.민경호는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성역. 아름답고 강력한 힘! 아직도 네가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 이민혁?!”“흥, 그 힘이 네 것도 아닌데 그렇게 기뻐할 것까지야.”이민혁은 차갑게 말했다.그러자 민경호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이것은 신이 내게 주신 힘이야. 이 무골충아, 넌 핏속에서 썩어 신의 양분이 될 준비를 하거라!”그와 동시, 민경호의 몸에서는 핏빛의 영적 에너지 불꽃이 타올랐다. 마치 피가 타오르는 것처럼. 공포의 영적 에너지 위압이 다시 한번 엄습해 오고, 그 속에 역겨운 피비린내가 뒤섞여 있었다.그러자 이민혁은 큰 소리로 외쳤다.“모두 뒤로 물러
순간, 이민혁의 손에서 사발만큼 굵은 뇌광이 터져 나오며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구부러지며 엄청난 힘과 속력으로 민경호를 향해 돌진해 갔다.뇌광이 나타나자 모두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렸다.저 사람, 너무 어마어마한 거 아니야? 저건 또 무슨 희한한 법술인가.그러나 민경호는 여전히 광적으로 웃으며 손을 내밀었는데, 순간 그의 앞에는 피로 이루어진 방패가 나타났다.핏빛의 방패 위로 수많은 해골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지옥에서 흐르는 피의 강물을 방불케 했다.치뇌포는 순식간에 방패와 부딪혔지만, 방패의 피가 꿈틀거리더니 뇌광이 그에 흡수되며 치뇌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민혁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민경호는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이놈아, 내 피의 방패 앞에서는 어떤 공격도 부질없어. 또 다른 재주 있으면 부려봐. 난 아직 마음껏 즐기지 못했으니까.”“그러면 실컷 즐겨!”이민혁은 큰 소리로 외쳤고, 손에는 주인이 끊이지 않았고,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영적 에너지 위압이 터져 나왔다. 그의 크나큰 외침과 함께 몸 앞에는 5미터가 넘는 뇌룡이 나타났고, 온몸에서 수많은 천둥과 번개가 터지며 공포스러운 영적 에너지 한줄기가 뇌룡에게서 나타났다.뇌룡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영적 에너지 위압은 뒤에 서 있는 많은 사람의 심장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하였다.“뇌법! 뇌룡폭!”이민혁이 이렇게 외치자 뇌룡은 끊임없는 우렛소리와 함께 으르렁거리며 민경호를 향해 달려들었다.그러나 이번에도 민경호는 이렇게 놀라운 법술에 전혀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웃기만 했고, 몸에서 영적 에너지가 거세게 솟구치더니 피의 방패가 순식간에 더 커져 버렸다.쾅!!뇌룡은 피의 방패와 부딪혔지만, 이렇듯 놀라운 법술도 지난번 치뇌포와 마찬가지로 피의 방패에 소리 없이 흡수되어 일말의 영적 에너지 조각조차 남지 않았다.민경호는 또 한바탕 크게 웃으며 말했다.“허허, 이놈아. 내가 말했잖아, 너의 어떤 공격도 효과가 없을 거라고!”이때 모든 사람의 얼굴은 핏기
이민혁은 후발주자였지만 먼저 당도하여, 그의 뇌인은 혈검을 힘차게 내리쳤다.펑! 하는 폭음에 사람들은 귀청이 떨어지다 못해 하마터면 청력을 잃을뻔했다.칼과 검이 부딪히고 영적 에너지가 용솟음쳤다. 두 사람은 서로 치고받고 승부가 쉽게 갈리지 않았는데, 이민혁이 먼저 번개 같은 속도로 민경호를 둘러싸고 칼을 수도 없이 휘둘렀다.거대한 참수뇌인이 이민혁의 손에서 번개의 속도로 오르락내리락하였다.그의 모습은 육안으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사람들은 단지 한 줄기 한줄기의 빈 그림자만 보였고, 그것이 민경호를 에워싸고 공포스러운 무기를 부단히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런데 민경호도 신비한 힘의 도움으로 그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손에 든 거대한 혈검은 항상 결정적인 시각마다 이민혁의 뇌인을 막아냈다.사람들은 그러한 장면에 간담이 서늘해졌다.이민혁의 무술은 그들이 보기에는 이미 신의 경지였다. 그는 마치 물리 법칙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처럼 허공중에서 직각으로 몸의 움직임을 변화시켰다.누구도 이민혁이 구체적 형을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그한테는 아예 형이란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매 차례 공격할 때마다 그의 동작은 매우 자유자재로,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펼쳐졌다.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이민혁과 한 수라도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말이다. 이렇듯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방식을 막아낸다는 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그것뿐 아니라 이민혁은 공포적인 영적 에너지까지 갖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하다.그러나 민경호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의 혈검은 이민혁의 괴이한 폭격을 막아낼 뿐 아니라 가끔 역습도 몇 번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대단했다.그러나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건, 이민혁은 민경호의 영역에서 이처럼 싸우고 있다는 것.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영역 자체에서 뿜어내는 힘만 해도 그들을 제압해 숨통이 끊어졌을 것이다.두 사람의 전투는 몇 분 동안 지속되었고, 영적 에너지가 사방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갑자기 민경호는 좀
그의 소리와 함께 피들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흐르는 피들이 거꾸로 흘러 민경호의 몸에 흘러 들어가더니 그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모두 깜짝 놀랐다. 무슨 능력이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이렇다면 민경호는 죽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이렇게 날뛰는 민경호가 이민혁을 이기기라도 한다면 그 이후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이민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말했다.“이런 능력은 어떻게 얻은 거지?”“하하하, 이건 신명님이 내려주신 거야. 피의 신께서 날 선택했거든. 모두 죽을 때를 기다려.”민경호는 두 손을 치켜들었다. 강력한 영적 에너지가 파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몸이 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들이 고개를 숙이자 더욱 두려운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그들의 몸은 정말 칼로 벤 듯한 상처가 나 피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나온 피가 민경호를 향해 날아가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그의 영적 에너지는 점점 광폭해졌다. 그의 영압이 파동하며 사람들을 압도했다.경지가 높은 몇 사람은 민경호의 흡혈을 막아 피를 적게 흘렸지만, 경지가 낮은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모든 피를 빨려버릴 것 같았다.이때 정원이 민경호의 흡혈을 막으며 크게 외쳤다.“어르신, 살려주세요. 저희 모두 민경호에게 속았어요.”“어르신, 도와주세요. 어르신이 나서지 않으면 저희는 모두 민경호의 영양분이 될 거예요. 그럼, 민경호가 더 강해질 거라고요.”서규호도 동시에 외쳤다.그들은 민경호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는지 이제야 알았다. 그의 진짜 목적은 그들의 생명을 흡수해 자신의 실력을 키워 이민혁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희생양일 뿐이었다. 지금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이민혁뿐이었다.사람들은 민경호의 진짜 목적을 알고는 크나큰 공포에 빠졌다.하지만 그들은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저 공격하는 대로 다치며 정신이 나가 있었다.이민혁의 미간이 좁아졌다. 민경호의 힘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알고 싶어 그를 죽이지 않았
그가 말하는 사이 참수뇌인이 다시 이민혁의 손에 쥐어졌다. 칼날에 번개 빛이 맴돌며 천둥소리를 냈다. 이민혁은 번개같이 민경호를 향해 돌진해 미친 듯이 그를 공격했다.민경호는 피의 방패로 천뇌진옥에 대항하며 피의 검으로 이리저리 공격했다. 놀랍게도 이민혁에게 밀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주변엔 천둥번개가 치고 영적 에너지가 휘몰아쳤다. 핏빛으로 물든 그곳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멀리 떨어져 있었다.이 전투는 45분간 지속됐다. 민경호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듯 외쳤다.“벌레 같은 자식, 신명님의 힘을 무시하다니.”“날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 이제 욕을 하는 건가?”이민혁은 민경호를 공격하며 비꼬았다.민경호는 이성을 잃고는 이민혁의 공격에 방어를 포기한 채 이민혁에게 검을 휘둘렀다.이민혁은 콧방귀를 뀌고는 다시 몸을 날려 민경호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그를 몇 번 더 공격했다.민경호의 몸에 상처가 몇 개 더 생기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민경호는 당황하지 않고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그의 큰 웃음소리 속에서 손에 든 검이 사라졌다. 민경호는 이민혁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분노의 피!”민경호의 고함 속에서 거대한 힘이 이민혁을 속박해 행동력을 잃게 했다. 이민혁은 몸속의 피가 끓어오르며 모두 빨려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씨발, 아주 신났구나.”민경호의 놀라운 능력 앞에서 이민혁은 무서워하기는커녕 욕을 내뱉었다.동시에 그의 등 뒤의 용 머리 표식이 빛나면서 강렬한 힘이 그의 몸속에서 뿜어져 나와 단숨에 민경호의 속박에서 풀려나왔다. 이어 손에 무기를 들고 다시 민경호에게 돌진했다.민경호는 모든 힘을 다 쓴 듯 이민혁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그의 몸에 몇십 개의 상처가 더 생겼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날뛰었다. 그의 고함과 함께 그의 몸에서 핏빛 안개가 터져 나왔다. 그의 몸집이 거대해지더니 키가 3미터나 되는 거인으로 변했다. 그 몸의 엄청난 영적 에너지가 이민혁을 향해 날아갔다. 동
이민혁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신을 보는 것처럼 엄청난 존경이 묻어났다.이때 피의 바다 결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을 속박하던 힘도 소실되었다.많은 사람들이 쓰러졌다. 과다출혈로 이미 사망한 사람들도 있었다. 진기경에 이른 몇 사람만이 겨우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서 있는 사람이든 쓰러진 사람이든 모두 이민혁을 향해 인사했다.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 신과 같은 존재에게 머리 숙여 최대의 존경을 표했다.이민혁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묵묵히 탄식했다.민경호의 변이는 확실히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자신의 용의 힘까지 빌려서야 그를 꺾을 수 있었다. 민경호가 자신의 계획대로 이 몇백 명의 생명력을 흡수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 정도였는데, 만약 자신이 나서서 그를 제압하지 않았다면 그는 모두의 생명력을 흡수했을 것이고, 그때 되면 그가 얼마나 강해질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민혁은 천천히 민경호의 잔해 앞에 쭈그려 앉아 달걀만 한 핏덩이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이 핏덩이는 민경호의 몸에서 나온 것인데,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방금 자신의 공격도 먹히지 않은 것이다.이 핏덩이 속에는 엄청난 힘이 들어있어, 이민혁이 가까이 왔을 때 그의 의식의 바다로 들어가려고까지 했었다.하지만 이민혁의 수련은 진용결이다. 이는 용족의 수행 법문이다.용족은 고대 종족에서도 최고의 종족으로서, 힘과 정신력, 영적 에너지의 강도, 몸의 대항성까지 모두 다른 종족과 비교할 수 없이 월등했다.이민혁은 용족만큼은 되지 못하지만 용족의 특성을 어느 정도 갖추었기에 이 정도의 공격은 얼마든 막아낼 수 있었다.그는 핏덩이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반위면 속에 집어 던졌다. 시간이 날 때 다시 연구할 것이다.이때 정원과 서규호가 허약한 상태로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들은 이민혁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이고는 존경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모두 민경호에게 속았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네, 그렇지 않으면 두
이민혁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강호의 싸움은 사상자만 늘어날 뿐입니다. 수행도 쉽지 않은데, 제 말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이민혁은 너무도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었다. 다크 나이트 용병 그룹을 이끌 때도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혔다.그렇기 때문에 서경으로 물러난 뒤에도 더 이상 사상자를 내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은 진작부터 민경호 일당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럴 수 없게 돼버렸지만.널브러진 몇십구의 시체를 바라보며 이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이 중에는 민씨 가문 사람들도 많았다. 민경호가 제 가문도 신경 쓰지 않고 날뛰게 된 것은 필히 그 해골과 관계가 있을 것이었다.이 조직을 이젠 없애버려야 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민혁은 정원과 서규호에게 말했다.“뒷일을 부탁합니다. 할 일이 남아 이만 가보겠습니다.”이민혁은 몸을 돌려 떠났다. 모든 사람이 공손하게 그를 배웅했다.이민혁이 떠난 뒤, 정원과 서규호는 서로 마주 보았다.“먼저 사람을 구하죠.”정원이 말했다.서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생각해 둔 게 있는데, 사람들을 살리고 나면 모두 함께 상의해 봅시다.”......이민혁이 해호섬으로 돌아왔을 때는 밤 열 시가 지난 뒤였다.그는 잠깐 생각한 후 바로 초방위국 사무실로 들어왔다. 양예찬이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바쁘게 하고 있다가 이민혁을 보고는 일어나 인사했다.“대표님.”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썼다.“해골회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어?”“대표님, 정보에 대해서는 대표님 전속 정보원에게 물으셔야 합니다.”이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정보원도 해골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었다.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얼마 뒤 이민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됐어, 일들 봐.”말을 마친 그는 방으로 돌아와 반위면에 빠져들었다.그 핏덩이는 조용히 반위면 속에 누워있었다. 이민혁은 핏덩이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가 집중하자 핏덩이가 빠르게 꿈틀대더니 큰 정신적 힘이
말을 마친 그는 핏덩이를 용신제단에 던져버렸다. 서늘한 기운과 함께 핏덩이는 용은으로 변해버렸다.황금 모래시계 속의 용은 300그램을 바라보며 이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세수단 하나와 수련단을 바꾸자 용은은 거의 남지 않았다.그는 한숨을 쉬었다. 좋은 물건들에 비해 용은은 턱없이 부족해 매번 제물을 바칠 때마다 아쉬웠다.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제물과 용은은 그렇게 쉽게 나는 게 아니었다. 세상에는 그렇게 쉬운 일이 없었다.모든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는 반위면에서 나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내일도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다.다음 날 아침.이민혁이 방을 나서자, 진유성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무슨 일인데?”진유성은 일상관리팀의 팀장이기에 외부인의 출입과 위생 문제만 신경 쓸 뿐 그를 거의 찾지 않았다.진유성이 급히 말했다.“죄송합니다. 방금 몇 사람이 억지로 들어오려고 했는데, 대표님께 영향 있을까 봐 막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누군데?”“모릅니다. 그들도 대표님을 모르고요.”“왜 들어오려고 하는데?”“이곳이 공공장소라고, 꼭 이곳에 들어와 놀겠다고 합니다. 이곳은 사유지라고 말했는데도 듣지 않습니다.”“그래, 네가 잘 말해서 내보내. 이곳에 들어오는 건 무리야.”이민혁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안수연 일행을 만나서도 이렇게 고집을 부린다면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었다.진유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갔다.이민혁은 사무실로 들어왔다. 역시 양예찬이 사무실에 앉아있었다.“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뭘 하는 거야?”“명령 대기 중입니다.”양예찬이 무표정으로 답했다.이민혁은 어이없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지금 명령할 게 있어.”“명령하십시오, 대표님.”양예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의심스러운 곳을 발견했는데, 아무래도 해골회 본부 같아. 나와 함께 가서 조사하자. 명령이야.”“네.”양예찬은 힘 있게 대답하고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