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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하지만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학부모들과 한데 섞여 앉아 있을 때, 웬 잘생긴 남학생 한 명이 우리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내 옆 빈자리에 앉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

“시우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저 자식이 맨날 여친이 예쁘다고 자랑했거든요.”

나는 방금 마셨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시우가 그렇게 말했어?”

“네, 아까도 그렇게 말했어요. 누나 말할 때면 애가 입을 다물지 못해요.”

‘내가 어쩌다가 시우 여친이 되었지?’

그때 시우가 등 뒤에서 그 잘생긴 남자애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자 남자애는 다급히 시우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시우는 이내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아까 쟤랑 얘기했어요? 저 자식 엄청 쓰레기예요. 누나가 예쁘니까 말 걸었을 거예요.”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야, 네 누나가 밥 사줄 때 나는 안 갈게. 이따가 너 택시 잡아줄게.”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리고 난 미성년자를 꼬셨다는 누명 쓰기 싫어.”

...

졸업식이 끝난 뒤, 나는 시우와 헤어졌다.

버스 안에 앉으니 석양이 차창을 얼룩덜룩하게 비추었다.

나는 점점 더 내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아마 안전감이 없어 그런 시답잖은 농담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는 사간이 너무 짧을까 봐, 아름다운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까 봐.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여느 때처럼 숏폼을 켰다.

놀랍게도 어제 올린 내용은 신고되지 않아 클릭 수가 벌써 몇십만에 달했다.

게다가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질 높은 광고주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런데 나는 생각했던 것처럼 기쁘지 않았다.

댓글을 확인했더니 모두 암시가 달린 글 아니면 대놓고 희롱을 해댔으니까.

나는 단번에 맥주 세 캔을 원샷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유미에게 내 고민을 얘기했더니, 유미는 바로 찾아오겠다는 답변을 했다.

얼마 뒤, 초인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엉엉 울며 상대의 품에 안겼다.

그러고는 상대를 꼭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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