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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방에 4명이 자는 건 확실히 너무 좁았다. 때문에 퇴근 후 시우와 건우를 데리고 쇼핑하고 나서, 유미는 내일 두 동생을 집에 돌려보낼지 말지를 의논했다.

시우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나와는 별로 말도 섞지 않고 내 뒤에 서 있었다.

깔창으로 키를 맞춘 나까지 네 명이 나란히 길을 걸으니, 큰 키에 잘생긴 얼굴들 덕에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가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슬쩍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여자애들이 하트가 된 눈으로 시우를 흘긋거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여자애들이 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곤대고 있었다.

그 사실은 사람을 미치게 했다.

얼마 뒤, 우리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갔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은 세라복을 입은 여자애가 자꾸만 우리 쪽을 흘긋거렸다. 그 시선이 거슬리는 건 여자애가 너무 예뻐서였을 지도 모른다.

나도 참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시우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위기감을 느끼는 건지.

나는 핑계를 대고 가게 앞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유미도 나를 따라나섰다.

“너 아까 봤어?”

나는 유미가 뭘 가리키는지 당연히 알고 있다. 저 흥미진진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네 동생 참 대단해. 어딜 가도 사람들이 쳐다보네. 과할 정도야.”

“우리가 떠난 뒤 그 여자애들이 백퍼 걔네 연락처 물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지켜봤더니 두 여자애는 시우와 건우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시우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두 여자애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상실감이 밀려왔지만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유미한테 사실을 공유했다.

사람은 왜 이토록 가식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시우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화장을 고치면서 유미를 먼저 돌려보냈다.

갑자기 내가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손해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나는 화장실 문 앞 거울 앞에서 한참을 어물거리다 거울 속에 나타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상대도 손을 씻으려 한다고 생각한 나는 얼른 옆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가 내 허리에 손을 얹었다.

너무 놀란 나는 바로 소리 지르려 했지만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지더니 귓가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곧이어 나는 좁은 공간으로 끌려갔고, 찰칵하더니 문이 닫혔다.

다만 은연중에 문이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기억이 사라졌다.

마치 오랜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시우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와 키가 비슷했다.

그건 내가 처음으로 유미 집에 갔던 날이었다. 그날 저녁 유미는 남친과 데이트하러 갔다.

유미의 부모는 자주 집을 비우셨고, 남동생들은 항상 밤늦게 집에 들어왔기에 그날은 나 혼자 유미 방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잠이 들려고 할 때, 문밖에서 거친 문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야, 살려줘.”

나는 그때 너무 놀랐다. 다행히 노크 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나는 얼른 유미에게 전화했다.

동생일 거라는 유미의 말에 문을 열어 봤더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시우가 보였다.

나는 그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시우는 내가 봤던 남자애들 중에 제일 예뻤으니까.

시우는 고개를 들고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아주 허약해 보였다. 그는 배를 끌어안고 계속 살려달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얼른 시우를 업고 작은 진료소로 달려갔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시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검사 결과 급성 위장염이었다. 의사는 시우가 밖에서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은 탓일 거라고 했다.

다행히 링거를 맞은 뒤, 시우는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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