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학부모들과 한데 섞여 앉아 있을 때, 웬 잘생긴 남학생 한 명이 우리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내 옆 빈자리에 앉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시우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저 자식이 맨날 여친이 예쁘다고 자랑했거든요.”나는 방금 마셨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시우가 그렇게 말했어?”“네, 아까도 그렇게 말했어요. 누나 말할 때면 애가 입을 다물지 못해요.”‘내가 어쩌다가 시우 여친이 되었지?’그때 시우가 등 뒤에서 그 잘생긴 남자애를 툭툭 두드렸다.그러자 남자애는 다급히 시우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시우는 이내 내 옆자리에 앉았다.“아까 쟤랑 얘기했어요? 저 자식 엄청 쓰레기예요. 누나가 예쁘니까 말 걸었을 거예요.”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시우야, 네 누나가 밥 사줄 때 나는 안 갈게. 이따가 너 택시 잡아줄게.”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리고 난 미성년자를 꼬셨다는 누명 쓰기 싫어.”...졸업식이 끝난 뒤, 나는 시우와 헤어졌다.버스 안에 앉으니 석양이 차창을 얼룩덜룩하게 비추었다.나는 점점 더 내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아마 안전감이 없어 그런 시답잖은 농담이 싫었을지도 모른다.함께하는 사간이 너무 짧을까 봐, 아름다운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까 봐.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여느 때처럼 숏폼을 켰다.놀랍게도 어제 올린 내용은 신고되지 않아 클릭 수가 벌써 몇십만에 달했다.게다가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질 높은 광고주들도 많이 찾아왔다.그런데 나는 생각했던 것처럼 기쁘지 않았다.댓글을 확인했더니 모두 암시가 달린 글 아니면 대놓고 희롱을 해댔으니까.나는 단번에 맥주 세 캔을 원샷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유미에게 내 고민을 얘기했더니, 유미는 바로 찾아오겠다는 답변을 했다.얼마 뒤, 초인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엉엉 울며 상대의 품에 안겼다.그러고는 상대를 꼭 안은 채
시우는 오랫동안 우리에 갇혀 있던 짐승처럼 미친 듯이 내 몸을 탐하며 내 얼굴에 입 맞췄다.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나도 더 이상 이성을 잃고 시우에게 협조해 주었다.방 안 온도가 후끈해질 때쯤 나는 저도 모르게 상의를 들추었다.하지만 시우가 나를 제지했다.‘뭐 하는 거지? 이 상황에서 그만한다고?’‘그럼 내가 너무 난처한데?’나는 어안이 벙벙해 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그때 시우가 창가 쪽으로 가 커튼을 쳤다. 그러고는 다시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내 옷을 벗겼다.곧 이어진 행위는 피바람이 휘몰아치듯 매우 격렬했다.그렇게 한 번이 끝난 뒤 시우는 나를 침대로 끌고 갔다.한번 또 한 번 느끼는 오르가슴에 나는 살면서 이렇게 기분 좋은 순간도 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정사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침대에 누워 멍때렸다.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실감이 났다. 나는 너무 부끄러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누나? 누나?”시우는 이불을 사이 두고 내 귓가에서 불러댔다.왠지 이렇게 불리니 나는 더 부끄러웠다.방금 전까지 그 짓을 했는데, 시우가 계속 원래대로 나를 부르니 더 수치스러웠다.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밀었다.“저기, 음... 만약 충동적으로 한 거라면...”시우는 내 입을 막아버렸다.처음에는 부드럽게 감싸더니 갑자기 세게 물었다.“누나 나한테 너무 너그러운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 키스했을 때도 아무 일 없었던 거로 해주겠다더니, 이번에는 몸까지 섞었는데 또 그런다고요?”시우는 내 볼을 꼬집으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난 싫어요. 예전에는 상상만 했는데, 이제 진짜로 경험했으니까. 말했잖아요, 누나한테 책임지겠다고.”“그런데...”시우는 내 말을 끊더니 또 나에게 입 맞추며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사실 나는 아직도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없을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또다시 시우의 욕망을 받아줄 준
하지만 내가 깜짝 놀라 상황을 수습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유미도 여기 열쇠를 갖고 있었고, 하필 이 셋방은 단칸방이라 문을 열면 바로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나는 얼른 시우를 이불 속으로 숨기고 유미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헐, 조은교, 너 집에 남자 숨겼어?”“어? 내 동생은? 시우더러 먼저 와 있으라고 했는데, 쫓아냈어?”“잠깐, 이 신발 내 동생 거잖아?”“유미야, 3분만 밖에 나가 있을래?”유미는 머리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나와 시우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방을 조금 정리하고 나서 유미를 안으로 들였다.유미는 들어오자마자 시우의 귀를 잡아당기려 했지만 내가 발 빠르게 그 앞에 막아 섰다.“이젠 시우부터 감싸네?”시우는 내 뒤에 숨어 내 옷자락을 잡고 있었고, 유미는 그런 동생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분위기는 단번에 긴장해졌다.그때, 유미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물었다.“너 원해서 한 거 맞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됐다, 얘. 이제부터 나를 언니라고 불러. 어쩐지, 돈 그렇게 많이 벌어도 이 누나한테는 일전한 푼 주지 않더라니, 자기 미래 마누라한테 주려고 그런 거였네.”‘시우가 언제부터 돈을 벌었지?’나는 시우를 돌아봤다. 그랬더니 시우가 유미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했다.“그런데, 쟤가 무슨 방법으로 돈 벌었는지는 모르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질투할 거니까.”“네가 괜찮으면 됐어. 눈치 없는 방해꾼은 이만 갑니다.”말을 마친 유미는 시우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유미가 떠난 뒤, 나는 시우를 침대로 끌고 와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시우, 솔직히 말해 봐. 그럼 용서해 줄게.”“그럼 절대 화 내면 안 돼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시우는 얼른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나는 익숙한 계정과 이름을 보게 되었다.‘이건 내가 차단한 그 재수탱이잖아?’“누나, 내 차단은 언제 풀어줄래요?”“오호라, 너 어린놈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곧이어 시우는 본인 계좌를 나한테 오픈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천사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그날 밤을 떠올리곤 한다. 배가 아파 죽을 것만 같던 순간, 은교 누나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그때부터 은교 누나는 내 마음속 천사가 되었다.은교 누나는 나를 업는 게 힘들었겠지만, 힘겹게 나를 업고 진료소까지 갔다.그날 이후 누나와 다시 만날 날만 기다렸다.그러다 몇 년 뒤, 친누나가 SNS 계정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 속에 은교 누나가 있었다.나는 단번에 누나와 함께 사는 여자가 바로 은교 누나라는 것을 알았다.나는 누나가 있는 곳에 놀러 가겠는데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집에서 며칠 묵게 해달라고 졸라댔다.평소 자린고비였던 누나는 절대 내가 호텔 예약에 돈 파는 걸 두고 볼 작자가 아니었다.그날 밤 나는 자연스럽게 누나의 집에 묵었다.그러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은교 누나에게 입 맞췄다.은교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순간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나는 내가 미성년이기도 하고, 먹여 살릴 자신이 없다며 거젏ㅆ다.하, 누가 저보고 먹여살려 달랬나?하지만 누나가 신경 쓰이는 게 내 나이라면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하지만 나는 그사이 다른 놈이 은교 누나를 빼앗아 갈까 봐 걱정됐다. 누나가 그렇게 성급하게 선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때문에 나는 시간 날 때마다 누나를 찾아갔다.다행히 누나의 높은 안목 덕에, 누나를 만족시켜 줄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나의 한 여자 팬도 섹시한 사진을 올린 걸 발견했다.하지만 내 관심사는 그 여자가 사진 찍은 배경이었다. 그건 아무리 봐도 은교 누나 집이었다.누나가 왜 이런 사진을 올리는지 알 수 없었다.때문에 나는 미친 듯이 신고했고, 누나가 올린 영상이 모두 삭제되어야 안심했다.그러다가 한 번은 내가 너무 찌질한 행동을 한 바람에, 누나가 나를 차단해 버렸다.나는 더 이상 누나를 신고할 수도 없게 되었다.다행히 영상이 인기를 얻은 뒤 누나는 썩 기뻐하지 않았다.
나는 25살이 되도록 남자 한 번 만나본 적 없다.그런 나에게 베프 임유미가 갑자기 저녁에 두 남자와 침대 하나를 써야 한다고 했다.나는 눈을 반짝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난처하지 않았다. 두 남자를 전에 만나본 적 있었으니까.한 명은 내 이상형이다. 185라는 큰 키에 내 인생 계획보다 더 선명한 턱선, 그리고 또렷하고 맑은 눈, 긴 손가락과 깅 다리를 갖고 있었다.그 남자는 뭐든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침만 흘릴 뿐, 감히 불결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 남자는 유미의 친동생 임시우, 나보다 무려 8살이나 어렸으니까.무엇보다 시우는 아직 미성년자다. 그가 아무리 완성형 얼굴을 가졌다지만, 난 절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없다.게다가 우리가 왜 네 명이서 한 침대를 써야 하냐면, 나와 유미는 모두 알거지였으니까. 우리는 월세와 생활비로만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유미의 동생 시우와 건우는 매번 방학만 되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놀러 오겠다고 했다.여행 경비를 절약하려면 두 사람을 우리 집에 머무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셋방 침대가 커서 4명이 자도 끄떡없다.오늘 세 명과 같은 높이의 공기를 마시려고 나는 무려 7센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꼬박 하루를 돌았다.그러니 꽤 누나 같았다.하지만 4명이 샤워하는 게 문제라 나는 세 명보다 한발 먼저 집에 돌아갔다.역시 신발을 갈아신으니 편했다.계속 동생들 앞에서 누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 얼굴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해진다.오늘도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뽀송하게 말린 뒤, 방에 향수를 가득 뿌렸다. 그것도 모자라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저녁인 데도 톤업 크림을 발랐다.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는 묵묵히 노크 소리를 기다렸다.잠시 뒤, 문소리가 들렸다. 문을 빼꼼히 열었더니 눈앞에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남자한테서 단번에 압박감이 느껴졌다.나는 남자를 흘긋 보고는 뒤 돌아 방금 씻고 향수까지 뿌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유미가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유미가 나와 시우의 사이에 눕자 나도 그제야 자리에 누웠다.세 사람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그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점차 잠들었다.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쯤,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나는 입술에 뭔가 말캉한 것이 느껴졌다.때론 부드럽다가 때론 강하게 몰아붙이는 키스에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숨도 쉴 수 없었다.눈을 떴을 때, 시우의 얼굴이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시우의 입술은 내 입술에 붙어 있었고 두 팔은 내 어깨 양옆을 짚은 채 야릇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나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눈앞의 사람이 시우가 아니었다면 아마 당장 신고했을 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우라면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나는 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옆에 아직 두 명이나 자고 있으니까.‘그건 그렇고, 내가 어떻게 시우 옆에 오게 된 거지?’나는 너무 의아했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우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키스에 몸이 나른해졌지만,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시우를 밀쳐 버렸다.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렵게 일어나려 했지만 시우가 나를 잡아당겼다.그 힘에 평형을 잃은 나는 다시 시우의 품에 넘어졌다. 게다가 손이 하필이면 시우의 허벅지를 짚었다.‘젠장.’나머지 두 사람이 깨기라도 할까 봐 나는 시우의 허벅지를 누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때 시우가 천천히 나한테 얼굴을 들이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누나, 미안해요. 내가 책임질게요.”그 순간 내 얼굴은 더 빨개졌다. 게다가 머리가 윙 울리더니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뛰쳐가 문을 잠갔다.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어제 너무 잘 보이려고 오버했나? 그래서 시우가 참지 못했나?’시우가 나보
시우의 얼굴과 이런 행동은 얼빠인 나에게 아주 잘 먹혔지만, 아직도 풋풋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시우를 똑바로 쳐다봤다.“시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해.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줄게.”시우의 눈동자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윽고 내 눈을 피하며 손을 거두어들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그리고 시우야, 나 지금 너 먹여 살릴 처지 아니야.”큰 키와는 다르게 시우의 기세는 한풀 더 꺾였다.“누나 먼저 씻어요. 미안해요.”시우가 나간 뒤 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안정을 되찾았다.그런데 내가 방금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 진짜 난감하네. 잘생긴 남자는 상처 주기 싫은데.’아침 8시 반, 나와 유미는 출근했다.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친구라, 나는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됐다.하지만 그 전에 의문이 하나 있었다.버스에 오른 뒤, 나는 유미를 빤히 쳐다봤다.“너 어제 대체 무슨 짓 했어?”유미는 얄밉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네 짓일 줄 알았어.’“내 동생이 잘생겼다고 한 게 누구더라? 그래서 가까이에서 지낼 기회를 만들어 줬잖아.”“됐거든. 자다가 더우니까 나를 가운데로 밀어버린 거잖아. 내가 너를 모를 것 같아?”“역시 날 아는 건 너뿐이라니까.”나는 유미를 꾹 눌렀다. 하지만 어젯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면, 유미는 아마 시우를 집에서 쫓아낼 것이다.“미안해, 우리 지가. 네가 불편하다면 내가 걔네 둘 집으로 쫓아낼게.”‘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니까.’하지만 아직 눈요기를 채 하지 못했는데, 두 사람을 쫓아내는 데 동의할 내가 아니다.“괜찮아.”“그런데, 시우가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 있다더라고. 걔가 정말 잘생겼어?”나는 일부러 덤덤한 척 대답했다. “그건 부정 못 하지.”“지난 학기에 걔네 학년에 새로 음악 쌤이 오셨다는데, 우리 또래인 가 봐. 예
한 방에 4명이 자는 건 확실히 너무 좁았다. 때문에 퇴근 후 시우와 건우를 데리고 쇼핑하고 나서, 유미는 내일 두 동생을 집에 돌려보낼지 말지를 의논했다.시우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심지어 나와는 별로 말도 섞지 않고 내 뒤에 서 있었다.깔창으로 키를 맞춘 나까지 네 명이 나란히 길을 걸으니, 큰 키에 잘생긴 얼굴들 덕에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가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슬쩍슬쩍 쳐다봤다.하지만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여자애들이 하트가 된 눈으로 시우를 흘긋거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여자애들이 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곤대고 있었다.그 사실은 사람을 미치게 했다.얼마 뒤, 우리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갔다.그때 옆 테이블에 앉은 세라복을 입은 여자애가 자꾸만 우리 쪽을 흘긋거렸다. 그 시선이 거슬리는 건 여자애가 너무 예뻐서였을 지도 모른다.나도 참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시우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위기감을 느끼는 건지.나는 핑계를 대고 가게 앞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유미도 나를 따라나섰다.“너 아까 봤어?”나는 유미가 뭘 가리키는지 당연히 알고 있다. 저 흥미진진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네 동생 참 대단해. 어딜 가도 사람들이 쳐다보네. 과할 정도야.”“우리가 떠난 뒤 그 여자애들이 백퍼 걔네 연락처 물어본다.”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지켜봤더니 두 여자애는 시우와 건우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시우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두 여자애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상실감이 밀려왔지만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유미한테 사실을 공유했다.사람은 왜 이토록 가식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하지만 나는 갑자기 시우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화장을 고치면서 유미를 먼저 돌려보냈다.갑자기 내가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손해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나는 화장실 문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