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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시우의 얼굴과 이런 행동은 얼빠인 나에게 아주 잘 먹혔지만, 아직도 풋풋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시우를 똑바로 쳐다봤다.

“시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해.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줄게.”

시우의 눈동자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윽고 내 눈을 피하며 손을 거두어들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리고 시우야, 나 지금 너 먹여 살릴 처지 아니야.”

큰 키와는 다르게 시우의 기세는 한풀 더 꺾였다.

“누나 먼저 씻어요. 미안해요.”

시우가 나간 뒤 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내가 방금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진짜 난감하네. 잘생긴 남자는 상처 주기 싫은데.’

아침 8시 반, 나와 유미는 출근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친구라, 나는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됐다.

하지만 그 전에 의문이 하나 있었다.

버스에 오른 뒤, 나는 유미를 빤히 쳐다봤다.

“너 어제 대체 무슨 짓 했어?”

유미는 얄밉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네 짓일 줄 알았어.’

“내 동생이 잘생겼다고 한 게 누구더라? 그래서 가까이에서 지낼 기회를 만들어 줬잖아.”

“됐거든. 자다가 더우니까 나를 가운데로 밀어버린 거잖아. 내가 너를 모를 것 같아?”

“역시 날 아는 건 너뿐이라니까.”

나는 유미를 꾹 눌렀다. 하지만 어젯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면, 유미는 아마 시우를 집에서 쫓아낼 것이다.

“미안해, 우리 지가. 네가 불편하다면 내가 걔네 둘 집으로 쫓아낼게.”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니까.’

하지만 아직 눈요기를 채 하지 못했는데, 두 사람을 쫓아내는 데 동의할 내가 아니다.

“괜찮아.”

“그런데, 시우가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 있다더라고. 걔가 정말 잘생겼어?”

나는 일부러 덤덤한 척 대답했다.

“그건 부정 못 하지.”

“지난 학기에 걔네 학년에 새로 음악 쌤이 오셨다는데, 우리 또래인 가 봐. 예쁘다고 어찌나 칭찬하던지. 자식.”

하긴, 내 나이면 시우의 선생님이 되고도 남을 나이다.

“애들은 다 젊고 예쁜 선생님 좋아해.”

나는 농담조로 시우 편을 들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복잡하고 허전했다.

연애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모처럼 설레는 사람을 만났는데 하필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니.

하지만 그래도 시우가 나한테만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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