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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유미가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유미가 나와 시우의 사이에 눕자 나도 그제야 자리에 누웠다.

세 사람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그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점차 잠들었다.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쯤,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나는 입술에 뭔가 말캉한 것이 느껴졌다.

때론 부드럽다가 때론 강하게 몰아붙이는 키스에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숨도 쉴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때, 시우의 얼굴이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시우의 입술은 내 입술에 붙어 있었고 두 팔은 내 어깨 양옆을 짚은 채 야릇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눈앞의 사람이 시우가 아니었다면 아마 당장 신고했을 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우라면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나는 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옆에 아직 두 명이나 자고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어떻게 시우 옆에 오게 된 거지?’

나는 너무 의아했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우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

키스에 몸이 나른해졌지만,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시우를 밀쳐 버렸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렵게 일어나려 했지만 시우가 나를 잡아당겼다.

그 힘에 평형을 잃은 나는 다시 시우의 품에 넘어졌다. 게다가 손이 하필이면 시우의 허벅지를 짚었다.

‘젠장.’

나머지 두 사람이 깨기라도 할까 봐 나는 시우의 허벅지를 누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때 시우가 천천히 나한테 얼굴을 들이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누나, 미안해요. 내가 책임질게요.”

그 순간 내 얼굴은 더 빨개졌다. 게다가 머리가 윙 울리더니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뛰쳐가 문을 잠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어제 너무 잘 보이려고 오버했나? 그래서 시우가 참지 못했나?’

시우가 나보다는 어리지만 욕구가 나보다 적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나는 열기를 식히려고 미친 듯이 찬물 세수를 했다.

이걸 유미가 알면 난 아마 쪽팔려 죽었을 거다.

한참 동안 세수하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그런데 화장실 문손잡이에서 갑자기 찰칵 소리가 났다.

오늘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인지 나는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이윽고 커다란 그림자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나를 세면대에 가두었다.

“누나, 어제는 나랑 비슷하던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작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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