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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저녁이 되니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제법 쌀쌀했다.

시우는 놀랍게도 자기 외투를 벗어 나에게 걸쳐주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날 이후 작별한 뒤로 나는 시우를 1년 동안 보지 못했다.

곧바로 장면이 바뀌더니 나와 유미가 사는 셋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나는 많은 돈을 벌어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됐고, 시우도 나와 고작 1살 차이가 되었다.

여전히 그날 아침의 장면이었지만, 주위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 키스하고 사랑을 표현했다.

...

다시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셋방에 있었다. 방은 전보다 넓어졌다.

유미는 시우와 건우가 돌아갔다고 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갔던 화장실 부근에 CCTV가 없어 치한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나도 어제 하마터면 나쁜 놈에게 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유미가 돌아간 뒤 시우가 나왔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거다.

‘그 문 부수는 소리가 시우였네.’

‘이번에는 시우가 나를 구해줬구나.’

‘그런데 그게 뭐?’

‘꿈이 현실로 될 수는 없는데.’

이번에 이렇게 헤어지면 아마 또 1년 동안 보지 못할 거고,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가 부자가 되어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건 너무 허황한 꿈이다.

나는 늘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어 편한 노후를 보내는 미래를 그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항상 조심스럽게 일하고, 잘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또 집세를 내고 나서 생활비를 어떻게 쪼개 쓸지 고민한다.

‘역시 헛된 망상은 그만하는 게 좋겠어.’

‘시우가 다른 사람 연락처도 추가했잖아. 그게 그날에 대한 대답이겠지.’

‘생활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고, 나도 나만의 행복을 찾을 거야.’

‘내가 그동안 남자를 너무 안 만나서 어린 동생을 좋아하게 된 걸 거야.’

‘연애라도 해야겠네.’

결국, 25살의 나는 선을 보기 하기 시작했다.

유미는 전 남자 친구와 재결합하고 얼마 뒷집에서 나가 나 혼자 살게 되었다.

어느덧 또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정말 별의별 남자를 다 만나봤다.

한 달에 2백만 원씩 벌고 돈 좀 있다고 애부터 낳자는 허세에 찌든 노총각도 있었고, 내 등골을 빼먹으려는 무능력 남도 있었다.

역시, 첫눈에 반하지 않는 이상 괜찮은 남자 찾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더 신기한 건 돌고 돌아 내 첫사랑 김형빈을 만났다는 거다.

나는 그때 헤어지던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같은 반이었는데, 연애를 시작한 뒤 형빈은 뭐든 자기 돈으로 계산했다.

나도 남에게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기에,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그의 돈은 쓰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형빈은 시시때때로 나에게 비싼 선물과 명품을 사주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때마다 형빈은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위해 돈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 이유는 너무 어이없었다.

그날 형빈은 기어코 나를 에르메스 가게에 끌고 가 선물을 고르라고 해서, 나는 최신 백 하나를 골랐다.

다만 계산을 할 때 점원이 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 순간, 형빈은 가게 직원과 손님들 앞에서 나와 이별 통보를 했다.

“넌 나를 쪽팔리게 했어. 우리 헤어져.”

그때 들은 이 말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헤어지고 싶은데 대충 아무 핑계나 댄 게 틀림없다.

나는 기억을 뒤로 하고 이마를 짚었다.

“은교야, 오랜만이야.”

형빈의 얼굴에는 미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나 다시 너 좋아해도 돼?”

“김형빈, 난 안 되겠는데. 너 또 돈 없으면 나 버려야 하잖아. 얼마나 번거롭겠어.”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나도 그런 상황 처음이라 쪽팔려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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