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이별 선고하는 건 쪽팔리지 않아? 너도 참 웃긴다.”내가 돌아서려는데 형빈이 나를 잡아당겼다.그때의 나는 분명 안과에 가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좋아했는지 의문이다.“됐어, 더 이상 질척거리면 예의가 아니야.”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형빈은 여전히 내 손을 잡아당겼다.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시우가 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으니까.1년 동안, 시우는 또 더 큰 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데도 잘생김은 가려지지 않았다.하지만 하필이면 이렇게 쪽팔린 상황을 시우에게 들켜 버리다니.그때 시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홱 낚아채 말없이 끌고 갔다.“조은교, 너 내 고백 거절한 게 그 꼬맹이 때문이야?”시우의 눈에는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가 돌아서서 뭔가 말하려 할 때, 내가 막아섰다.“넌 여기 있어.”나는 형빈 앞으로 걸어갔다.“잘 들어, 내가 거절한 건 네가 싫어서야. 그리고 쟤 꼬맹이 아니야. 네 옆에 세워두고 비교해 줄까?”나는 싱긋 웃고 뒤돌아 시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함께 걷는 내내 분위기가 매우 어색했다.나는 그 정적을 깨려고 입을 열었다.“너...”“누나...”그때 마침 시우도 동시에 입을 열었다.나는 시우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왜 벌써 맞선보러 다녀요? 누나 아직 선보기 이른 나이잖아요.”“음...”나는 말문이 막혔다.“누나가 말해줬어? 음, 넌 아직 어려서 말해도 몰라.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혼자 왔어?”“누나가 말 안 해 주던가요? 저 여기서 학교 다녀요. 오늘 누나 집에서 하룻밤 신세 지려고 했는데, 남친과 단둘이 있는데 방해하지 말라며 쫓아냈어요. 은교 누나 찾아가라던데요.”나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그래서,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신세 지겠다고? 아니야, 내가 호텔 예약해 줄게.”나는 말하면서 얼른 핸드폰으로 부근 호텔을 검색했다.“누나, 내가 무서워요? 아니면 나 하룻밤 거둬주기 싫어요?”
시우는 내 앞에 멈춰 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누나, 누나 차례예요.”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한편으로 유미에게 감사했다.“아, 늦었는데 먼저 자. 네가 침대에서 자.”나는 준비한 옷을 집어 들고 시우를 지나 욕실로 달려갔다.지난번 일이 떠올라 나는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오히려 화장을 지운 뒤 세수를 다섯 번이나 했다.샤워를 마친 나는 가장 두꺼운 잠옷을 입고 머리도 엉망으로 헝클어트리고 거울을 봤다.‘음, 괜찮네.’나는 시우가 잔 뒤에 나가려고 욕실에서 한참을 꾸물거렸다.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갑자기 들리는 노크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넋을 잃었다.“누나, 나 방금 갈아입은 옷을 두고 나와서 씻어야 해요.”나는 그제야 봉투 안에 남성용 팬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걸 꼭 가져야 하나?’내 머릿속은 갑자기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누나?”“아, 어어, 알았어.”‘나도 이젠 몰라. 나가자.’“누나, 머리 엉망이에요.”‘네가 말 안 해도 알아.’“괜찮아, 얼른 들어가서 씻고 일찍 자. 난 좀 피곤하네.”나는 곧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한참 뒤, 욕실의 인기척이 멈추더니 조명도 꺼졌다.곧이어 발소리가 천천히 나에게 가까워지더니 시우가 쪼그리고 앉았다.“누나, 그냥 누나가 침대에서 자요. 누나 그날이잖아요. 바닥 차요.”‘미치겠네, 쓰레기통을 치우는 걸 깜빡했잖아.’‘그걸 모른 척 좀 하면 어때?’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자는 척 연기했다.“누나, 계속 자면 안을 거예요.”시우는 왜 매번 예상 밖의 대답을 하는지.나는 바로 잠에서 깬 척 하품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아, 괜찮아.”나는 슬금슬금 몸을 움직이며 불필요한 대화를 피했다.‘내가 능력이 있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하, 역시 열심히 일해서 돈이나 벌자.’어두운 밤, 달빛은 창밖에서 흔드는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흰 벽에 비추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마치 춤추는
꿈이 산산조각 나면서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짧은 에피소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주말 저녁, 시우가 학교로 돌아간 뒤, 나는 부업을 찾을까 고민했다. 그러면 그 쥐꼬리만 한 월급에 의지할 필요가 없으니까.나는 영상을 보며 영감을 찾았다.그러다 문득 익숙한 계정 하나가 나를 구독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너무 놀란 나는 핸드폰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그 블로거는 여러 각도에서 찍은 자신의 복근 사진을 계속 공유했는데, 내가 구독한 수많은 미남 중 한 명이다.난 평소에 이런 영상들을 꽤 즐겨봤다.‘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나를 맞팔했지? 손이 미끄러졌나?’나는 홈페이지로 들어가 그 남자의 영상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모든 영상은 좋아요 수가 100만을 넘었다.‘역시나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하나 봐.’‘이런 블로거들은 돈 많이 벌겠지?’하지만 영상을 보다 보니 나는 또 시우가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시우도 이 상상 속 남자와 몸매가 비슷했다.시우 몸매는 확실히 끝내줬다.나는 스탠드 거울 앞으로 걸어가 포즈를 취했다.‘내 몸매도 괜찮네 뭐.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갔잖아.’나는 셔츠를 입고 복근을 드러낸 뒤 검은 스타킹을 신고 다각도로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거기에 비트감 있는 배경 음악을 깔아 인터넷에 올렸다.사진을 올리자마자 유미가 내 사진 밑에 “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 핸드폰은 쉴새 없이 알람이 울렸다.‘역시나 사람들은 이런 걸 보기 좋아하나 보네.’하지만 나는 별 생각 없이 어플을 닫았다.다음 날 아침, 나는 잔뜩 들뜬 마음으로 어플을 켰다. 어젯밤 사이에 내 사진이 인기를 끌었기를 기대하면서.그런데 어플을 켠 순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계정에는 규정 위반을 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미치겠네.’인터넷에 야한 동영상이 그렇게 많은 데도 심의에 걸리지 않는데, 난 노출이 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너무 아쉬웠다. 나는 99+가 된 댓글을 보며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학부모들과 한데 섞여 앉아 있을 때, 웬 잘생긴 남학생 한 명이 우리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내 옆 빈자리에 앉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시우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저 자식이 맨날 여친이 예쁘다고 자랑했거든요.”나는 방금 마셨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시우가 그렇게 말했어?”“네, 아까도 그렇게 말했어요. 누나 말할 때면 애가 입을 다물지 못해요.”‘내가 어쩌다가 시우 여친이 되었지?’그때 시우가 등 뒤에서 그 잘생긴 남자애를 툭툭 두드렸다.그러자 남자애는 다급히 시우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시우는 이내 내 옆자리에 앉았다.“아까 쟤랑 얘기했어요? 저 자식 엄청 쓰레기예요. 누나가 예쁘니까 말 걸었을 거예요.”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시우야, 네 누나가 밥 사줄 때 나는 안 갈게. 이따가 너 택시 잡아줄게.”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리고 난 미성년자를 꼬셨다는 누명 쓰기 싫어.”...졸업식이 끝난 뒤, 나는 시우와 헤어졌다.버스 안에 앉으니 석양이 차창을 얼룩덜룩하게 비추었다.나는 점점 더 내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아마 안전감이 없어 그런 시답잖은 농담이 싫었을지도 모른다.함께하는 사간이 너무 짧을까 봐, 아름다운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까 봐.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여느 때처럼 숏폼을 켰다.놀랍게도 어제 올린 내용은 신고되지 않아 클릭 수가 벌써 몇십만에 달했다.게다가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질 높은 광고주들도 많이 찾아왔다.그런데 나는 생각했던 것처럼 기쁘지 않았다.댓글을 확인했더니 모두 암시가 달린 글 아니면 대놓고 희롱을 해댔으니까.나는 단번에 맥주 세 캔을 원샷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유미에게 내 고민을 얘기했더니, 유미는 바로 찾아오겠다는 답변을 했다.얼마 뒤, 초인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엉엉 울며 상대의 품에 안겼다.그러고는 상대를 꼭 안은 채
시우는 오랫동안 우리에 갇혀 있던 짐승처럼 미친 듯이 내 몸을 탐하며 내 얼굴에 입 맞췄다.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나도 더 이상 이성을 잃고 시우에게 협조해 주었다.방 안 온도가 후끈해질 때쯤 나는 저도 모르게 상의를 들추었다.하지만 시우가 나를 제지했다.‘뭐 하는 거지? 이 상황에서 그만한다고?’‘그럼 내가 너무 난처한데?’나는 어안이 벙벙해 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그때 시우가 창가 쪽으로 가 커튼을 쳤다. 그러고는 다시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내 옷을 벗겼다.곧 이어진 행위는 피바람이 휘몰아치듯 매우 격렬했다.그렇게 한 번이 끝난 뒤 시우는 나를 침대로 끌고 갔다.한번 또 한 번 느끼는 오르가슴에 나는 살면서 이렇게 기분 좋은 순간도 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정사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침대에 누워 멍때렸다.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실감이 났다. 나는 너무 부끄러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누나? 누나?”시우는 이불을 사이 두고 내 귓가에서 불러댔다.왠지 이렇게 불리니 나는 더 부끄러웠다.방금 전까지 그 짓을 했는데, 시우가 계속 원래대로 나를 부르니 더 수치스러웠다.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밀었다.“저기, 음... 만약 충동적으로 한 거라면...”시우는 내 입을 막아버렸다.처음에는 부드럽게 감싸더니 갑자기 세게 물었다.“누나 나한테 너무 너그러운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 키스했을 때도 아무 일 없었던 거로 해주겠다더니, 이번에는 몸까지 섞었는데 또 그런다고요?”시우는 내 볼을 꼬집으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난 싫어요. 예전에는 상상만 했는데, 이제 진짜로 경험했으니까. 말했잖아요, 누나한테 책임지겠다고.”“그런데...”시우는 내 말을 끊더니 또 나에게 입 맞추며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사실 나는 아직도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없을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또다시 시우의 욕망을 받아줄 준
하지만 내가 깜짝 놀라 상황을 수습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유미도 여기 열쇠를 갖고 있었고, 하필 이 셋방은 단칸방이라 문을 열면 바로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나는 얼른 시우를 이불 속으로 숨기고 유미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헐, 조은교, 너 집에 남자 숨겼어?”“어? 내 동생은? 시우더러 먼저 와 있으라고 했는데, 쫓아냈어?”“잠깐, 이 신발 내 동생 거잖아?”“유미야, 3분만 밖에 나가 있을래?”유미는 머리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나와 시우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방을 조금 정리하고 나서 유미를 안으로 들였다.유미는 들어오자마자 시우의 귀를 잡아당기려 했지만 내가 발 빠르게 그 앞에 막아 섰다.“이젠 시우부터 감싸네?”시우는 내 뒤에 숨어 내 옷자락을 잡고 있었고, 유미는 그런 동생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분위기는 단번에 긴장해졌다.그때, 유미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물었다.“너 원해서 한 거 맞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잘 됐다, 얘. 이제부터 나를 언니라고 불러. 어쩐지, 돈 그렇게 많이 벌어도 이 누나한테는 일전한 푼 주지 않더라니, 자기 미래 마누라한테 주려고 그런 거였네.”‘시우가 언제부터 돈을 벌었지?’나는 시우를 돌아봤다. 그랬더니 시우가 유미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했다.“그런데, 쟤가 무슨 방법으로 돈 벌었는지는 모르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질투할 거니까.”“네가 괜찮으면 됐어. 눈치 없는 방해꾼은 이만 갑니다.”말을 마친 유미는 시우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유미가 떠난 뒤, 나는 시우를 침대로 끌고 와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시우, 솔직히 말해 봐. 그럼 용서해 줄게.”“그럼 절대 화 내면 안 돼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시우는 얼른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나는 익숙한 계정과 이름을 보게 되었다.‘이건 내가 차단한 그 재수탱이잖아?’“누나, 내 차단은 언제 풀어줄래요?”“오호라, 너 어린놈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곧이어 시우는 본인 계좌를 나한테 오픈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천사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그날 밤을 떠올리곤 한다. 배가 아파 죽을 것만 같던 순간, 은교 누나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그때부터 은교 누나는 내 마음속 천사가 되었다.은교 누나는 나를 업는 게 힘들었겠지만, 힘겹게 나를 업고 진료소까지 갔다.그날 이후 누나와 다시 만날 날만 기다렸다.그러다 몇 년 뒤, 친누나가 SNS 계정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 속에 은교 누나가 있었다.나는 단번에 누나와 함께 사는 여자가 바로 은교 누나라는 것을 알았다.나는 누나가 있는 곳에 놀러 가겠는데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집에서 며칠 묵게 해달라고 졸라댔다.평소 자린고비였던 누나는 절대 내가 호텔 예약에 돈 파는 걸 두고 볼 작자가 아니었다.그날 밤 나는 자연스럽게 누나의 집에 묵었다.그러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은교 누나에게 입 맞췄다.은교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순간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나는 내가 미성년이기도 하고, 먹여 살릴 자신이 없다며 거젏ㅆ다.하, 누가 저보고 먹여살려 달랬나?하지만 누나가 신경 쓰이는 게 내 나이라면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하지만 나는 그사이 다른 놈이 은교 누나를 빼앗아 갈까 봐 걱정됐다. 누나가 그렇게 성급하게 선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때문에 나는 시간 날 때마다 누나를 찾아갔다.다행히 누나의 높은 안목 덕에, 누나를 만족시켜 줄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나의 한 여자 팬도 섹시한 사진을 올린 걸 발견했다.하지만 내 관심사는 그 여자가 사진 찍은 배경이었다. 그건 아무리 봐도 은교 누나 집이었다.누나가 왜 이런 사진을 올리는지 알 수 없었다.때문에 나는 미친 듯이 신고했고, 누나가 올린 영상이 모두 삭제되어야 안심했다.그러다가 한 번은 내가 너무 찌질한 행동을 한 바람에, 누나가 나를 차단해 버렸다.나는 더 이상 누나를 신고할 수도 없게 되었다.다행히 영상이 인기를 얻은 뒤 누나는 썩 기뻐하지 않았다.
나는 25살이 되도록 남자 한 번 만나본 적 없다.그런 나에게 베프 임유미가 갑자기 저녁에 두 남자와 침대 하나를 써야 한다고 했다.나는 눈을 반짝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난처하지 않았다. 두 남자를 전에 만나본 적 있었으니까.한 명은 내 이상형이다. 185라는 큰 키에 내 인생 계획보다 더 선명한 턱선, 그리고 또렷하고 맑은 눈, 긴 손가락과 깅 다리를 갖고 있었다.그 남자는 뭐든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침만 흘릴 뿐, 감히 불결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 남자는 유미의 친동생 임시우, 나보다 무려 8살이나 어렸으니까.무엇보다 시우는 아직 미성년자다. 그가 아무리 완성형 얼굴을 가졌다지만, 난 절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없다.게다가 우리가 왜 네 명이서 한 침대를 써야 하냐면, 나와 유미는 모두 알거지였으니까. 우리는 월세와 생활비로만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유미의 동생 시우와 건우는 매번 방학만 되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놀러 오겠다고 했다.여행 경비를 절약하려면 두 사람을 우리 집에 머무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셋방 침대가 커서 4명이 자도 끄떡없다.오늘 세 명과 같은 높이의 공기를 마시려고 나는 무려 7센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꼬박 하루를 돌았다.그러니 꽤 누나 같았다.하지만 4명이 샤워하는 게 문제라 나는 세 명보다 한발 먼저 집에 돌아갔다.역시 신발을 갈아신으니 편했다.계속 동생들 앞에서 누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 얼굴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해진다.오늘도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뽀송하게 말린 뒤, 방에 향수를 가득 뿌렸다. 그것도 모자라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저녁인 데도 톤업 크림을 발랐다.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는 묵묵히 노크 소리를 기다렸다.잠시 뒤, 문소리가 들렸다. 문을 빼꼼히 열었더니 눈앞에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남자한테서 단번에 압박감이 느껴졌다.나는 남자를 흘긋 보고는 뒤 돌아 방금 씻고 향수까지 뿌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