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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사람들 앞에서 이별 선고하는 건 쪽팔리지 않아? 너도 참 웃긴다.”

내가 돌아서려는데 형빈이 나를 잡아당겼다.

그때의 나는 분명 안과에 가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좋아했는지 의문이다.

“됐어, 더 이상 질척거리면 예의가 아니야.”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형빈은 여전히 내 손을 잡아당겼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시우가 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으니까.

1년 동안, 시우는 또 더 큰 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데도 잘생김은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렇게 쪽팔린 상황을 시우에게 들켜 버리다니.

그때 시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홱 낚아채 말없이 끌고 갔다.

“조은교, 너 내 고백 거절한 게 그 꼬맹이 때문이야?”

시우의 눈에는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가 돌아서서 뭔가 말하려 할 때, 내가 막아섰다.

“넌 여기 있어.”

나는 형빈 앞으로 걸어갔다.

“잘 들어, 내가 거절한 건 네가 싫어서야. 그리고 쟤 꼬맹이 아니야. 네 옆에 세워두고 비교해 줄까?”

나는 싱긋 웃고 뒤돌아 시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함께 걷는 내내 분위기가 매우 어색했다.

나는 그 정적을 깨려고 입을 열었다.

“너...”

“누나...”

그때 마침 시우도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나는 시우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왜 벌써 맞선보러 다녀요? 누나 아직 선보기 이른 나이잖아요.”

“음...”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나가 말해줬어? 음, 넌 아직 어려서 말해도 몰라.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혼자 왔어?”

“누나가 말 안 해 주던가요? 저 여기서 학교 다녀요. 오늘 누나 집에서 하룻밤 신세 지려고 했는데, 남친과 단둘이 있는데 방해하지 말라며 쫓아냈어요. 은교 누나 찾아가라던데요.”

나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그래서,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신세 지겠다고? 아니야, 내가 호텔 예약해 줄게.”

나는 말하면서 얼른 핸드폰으로 부근 호텔을 검색했다.

“누나, 내가 무서워요? 아니면 나 하룻밤 거둬주기 싫어요?”

시우의 갖은 설득에 나는 결국 그를 집에 데려갔다.

나는 속으로 상대는 동생이라는 걸 수없이 되뇌었다. 그리고 조금만 선 넘는 생각이 머리를 내밀면 얼른 스스로를 꼬집었다.

‘안돼.’

집에 도착한 뒤, 먼저 시우더러 씻게 하고 나는 밖에서 정리했다.

다행히 유미가 두꺼운 매트리스와 이불을 남겨 두고 가, 나는 바닥을 깨끗이 닦은 뒤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네 사람은 한 침대를 쓸 수 있어도, 두 사람은 절대 안 된다.

얼마 뒤, 욕실에서 들리던 물소리가 멈추자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시선을 분산하려고 핸드폰으로 여상을 보고 있었으나, 귀는 욕실 쪽 소리에 집중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욕실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수없이 봤던 드라마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목욕 타월을 하반신에 두르고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이.

‘아니야, 시우가 정말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이제 고작 고삐리인데 매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하지만 시우가 나온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 자식 왜 옷을 안 입었어?’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시우가 나에게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아아, 어떡해.’

‘매력이 없기는 무슨!’

나는 참지 못하고 슬쩍 곁눈질했다.

‘저 갈라진 복근 좀 봐. 가는 허리 좀 봐. 저런 나이에 어떻게 저런 몸매가 있을 수 있지?’

나는 또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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