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는 내 앞에 멈춰 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누나, 누나 차례예요.”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한편으로 유미에게 감사했다.“아, 늦었는데 먼저 자. 네가 침대에서 자.”나는 준비한 옷을 집어 들고 시우를 지나 욕실로 달려갔다.지난번 일이 떠올라 나는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오히려 화장을 지운 뒤 세수를 다섯 번이나 했다.샤워를 마친 나는 가장 두꺼운 잠옷을 입고 머리도 엉망으로 헝클어트리고 거울을 봤다.‘음, 괜찮네.’나는 시우가 잔 뒤에 나가려고 욕실에서 한참을 꾸물거렸다.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갑자기 들리는 노크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넋을 잃었다.“누나, 나 방금 갈아입은 옷을 두고 나와서 씻어야 해요.”나는 그제야 봉투 안에 남성용 팬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걸 꼭 가져야 하나?’내 머릿속은 갑자기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누나?”“아, 어어, 알았어.”‘나도 이젠 몰라. 나가자.’“누나, 머리 엉망이에요.”‘네가 말 안 해도 알아.’“괜찮아, 얼른 들어가서 씻고 일찍 자. 난 좀 피곤하네.”나는 곧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한참 뒤, 욕실의 인기척이 멈추더니 조명도 꺼졌다.곧이어 발소리가 천천히 나에게 가까워지더니 시우가 쪼그리고 앉았다.“누나, 그냥 누나가 침대에서 자요. 누나 그날이잖아요. 바닥 차요.”‘미치겠네, 쓰레기통을 치우는 걸 깜빡했잖아.’‘그걸 모른 척 좀 하면 어때?’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자는 척 연기했다.“누나, 계속 자면 안을 거예요.”시우는 왜 매번 예상 밖의 대답을 하는지.나는 바로 잠에서 깬 척 하품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아, 괜찮아.”나는 슬금슬금 몸을 움직이며 불필요한 대화를 피했다.‘내가 능력이 있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하, 역시 열심히 일해서 돈이나 벌자.’어두운 밤, 달빛은 창밖에서 흔드는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흰 벽에 비추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마치 춤추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