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짝사랑 연하남과 결혼하기: Chapter 1 - Chapter 10

12 Chapters

제1화

나는 25살이 되도록 남자 한 번 만나본 적 없다.그런 나에게 베프 임유미가 갑자기 저녁에 두 남자와 침대 하나를 써야 한다고 했다.나는 눈을 반짝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속으로는 크게 난처하지 않았다. 두 남자를 전에 만나본 적 있었으니까.한 명은 내 이상형이다. 185라는 큰 키에 내 인생 계획보다 더 선명한 턱선, 그리고 또렷하고 맑은 눈, 긴 손가락과 깅 다리를 갖고 있었다.그 남자는 뭐든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침만 흘릴 뿐, 감히 불결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 남자는 유미의 친동생 임시우, 나보다 무려 8살이나 어렸으니까.무엇보다 시우는 아직 미성년자다. 그가 아무리 완성형 얼굴을 가졌다지만, 난 절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없다.게다가 우리가 왜 네 명이서 한 침대를 써야 하냐면, 나와 유미는 모두 알거지였으니까. 우리는 월세와 생활비로만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유미의 동생 시우와 건우는 매번 방학만 되면 우리가 사는 곳에서 놀러 오겠다고 했다.여행 경비를 절약하려면 두 사람을 우리 집에 머무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셋방 침대가 커서 4명이 자도 끄떡없다.오늘 세 명과 같은 높이의 공기를 마시려고 나는 무려 7센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꼬박 하루를 돌았다.그러니 꽤 누나 같았다.하지만 4명이 샤워하는 게 문제라 나는 세 명보다 한발 먼저 집에 돌아갔다.역시 신발을 갈아신으니 편했다.계속 동생들 앞에서 누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그 얼굴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해진다.오늘도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뽀송하게 말린 뒤, 방에 향수를 가득 뿌렸다. 그것도 모자라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저녁인 데도 톤업 크림을 발랐다.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는 묵묵히 노크 소리를 기다렸다.잠시 뒤, 문소리가 들렸다. 문을 빼꼼히 열었더니 눈앞에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남자한테서 단번에 압박감이 느껴졌다.나는 남자를 흘긋 보고는 뒤 돌아 방금 씻고 향수까지 뿌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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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유미가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유미가 나와 시우의 사이에 눕자 나도 그제야 자리에 누웠다.세 사람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그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점차 잠들었다.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쯤,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나는 입술에 뭔가 말캉한 것이 느껴졌다.때론 부드럽다가 때론 강하게 몰아붙이는 키스에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숨도 쉴 수 없었다.눈을 떴을 때, 시우의 얼굴이 내 앞에 떡하니 있었다. 시우의 입술은 내 입술에 붙어 있었고 두 팔은 내 어깨 양옆을 짚은 채 야릇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나는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눈앞의 사람이 시우가 아니었다면 아마 당장 신고했을 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우라면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모든 걸 떠나서 나는 바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옆에 아직 두 명이나 자고 있으니까.‘그건 그렇고, 내가 어떻게 시우 옆에 오게 된 거지?’나는 너무 의아했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우가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으니까.키스에 몸이 나른해졌지만, 나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시우를 밀쳐 버렸다.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렵게 일어나려 했지만 시우가 나를 잡아당겼다.그 힘에 평형을 잃은 나는 다시 시우의 품에 넘어졌다. 게다가 손이 하필이면 시우의 허벅지를 짚었다.‘젠장.’나머지 두 사람이 깨기라도 할까 봐 나는 시우의 허벅지를 누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때 시우가 천천히 나한테 얼굴을 들이밀더니 귓가에 속삭였다.“누나, 미안해요. 내가 책임질게요.”그 순간 내 얼굴은 더 빨개졌다. 게다가 머리가 윙 울리더니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뛰쳐가 문을 잠갔다.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어제 너무 잘 보이려고 오버했나? 그래서 시우가 참지 못했나?’시우가 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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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시우의 얼굴과 이런 행동은 얼빠인 나에게 아주 잘 먹혔지만, 아직도 풋풋한 느낌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나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시우를 똑바로 쳐다봤다.“시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으면 해.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해줄게.”시우의 눈동자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윽고 내 눈을 피하며 손을 거두어들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그리고 시우야, 나 지금 너 먹여 살릴 처지 아니야.”큰 키와는 다르게 시우의 기세는 한풀 더 꺾였다.“누나 먼저 씻어요. 미안해요.”시우가 나간 뒤 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안정을 되찾았다.그런데 내가 방금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 진짜 난감하네. 잘생긴 남자는 상처 주기 싫은데.’아침 8시 반, 나와 유미는 출근했다.우리는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친구라, 나는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됐다.하지만 그 전에 의문이 하나 있었다.버스에 오른 뒤, 나는 유미를 빤히 쳐다봤다.“너 어제 대체 무슨 짓 했어?”유미는 얄밉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네 짓일 줄 알았어.’“내 동생이 잘생겼다고 한 게 누구더라? 그래서 가까이에서 지낼 기회를 만들어 줬잖아.”“됐거든. 자다가 더우니까 나를 가운데로 밀어버린 거잖아. 내가 너를 모를 것 같아?”“역시 날 아는 건 너뿐이라니까.”나는 유미를 꾹 눌렀다. 하지만 어젯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면, 유미는 아마 시우를 집에서 쫓아낼 것이다.“미안해, 우리 지가. 네가 불편하다면 내가 걔네 둘 집으로 쫓아낼게.”‘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니까.’하지만 아직 눈요기를 채 하지 못했는데, 두 사람을 쫓아내는 데 동의할 내가 아니다.“괜찮아.”“그런데, 시우가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 있다더라고. 걔가 정말 잘생겼어?”나는 일부러 덤덤한 척 대답했다. “그건 부정 못 하지.”“지난 학기에 걔네 학년에 새로 음악 쌤이 오셨다는데, 우리 또래인 가 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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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방에 4명이 자는 건 확실히 너무 좁았다. 때문에 퇴근 후 시우와 건우를 데리고 쇼핑하고 나서, 유미는 내일 두 동생을 집에 돌려보낼지 말지를 의논했다.시우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심지어 나와는 별로 말도 섞지 않고 내 뒤에 서 있었다.깔창으로 키를 맞춘 나까지 네 명이 나란히 길을 걸으니, 큰 키에 잘생긴 얼굴들 덕에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가는 내내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슬쩍슬쩍 쳐다봤다.하지만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여자애들이 하트가 된 눈으로 시우를 흘긋거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여자애들이 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곤대고 있었다.그 사실은 사람을 미치게 했다.얼마 뒤, 우리는 디저트 가게에 들어갔다.그때 옆 테이블에 앉은 세라복을 입은 여자애가 자꾸만 우리 쪽을 흘긋거렸다. 그 시선이 거슬리는 건 여자애가 너무 예뻐서였을 지도 모른다.나도 참 이상했다. 한편으로는 시우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위기감을 느끼는 건지.나는 핑계를 대고 가게 앞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유미도 나를 따라나섰다.“너 아까 봤어?”나는 유미가 뭘 가리키는지 당연히 알고 있다. 저 흥미진진한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네 동생 참 대단해. 어딜 가도 사람들이 쳐다보네. 과할 정도야.”“우리가 떠난 뒤 그 여자애들이 백퍼 걔네 연락처 물어본다.”아니나 다를까,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지켜봤더니 두 여자애는 시우와 건우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시우가 핸드폰을 꺼내 들자 두 여자애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상실감이 밀려왔지만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유미한테 사실을 공유했다.사람은 왜 이토록 가식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하지만 나는 갑자기 시우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화장을 고치면서 유미를 먼저 돌려보냈다.갑자기 내가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 너무 손해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나는 화장실 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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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저녁이 되니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제법 쌀쌀했다.시우는 놀랍게도 자기 외투를 벗어 나에게 걸쳐주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그날 이후 작별한 뒤로 나는 시우를 1년 동안 보지 못했다.곧바로 장면이 바뀌더니 나와 유미가 사는 셋방이 눈앞에 펼쳐졌다.하지만 나는 많은 돈을 벌어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있게 됐고, 시우도 나와 고작 1살 차이가 되었다. 여전히 그날 아침의 장면이었지만, 주위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우리는 서로 키스하고 사랑을 표현했다....다시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셋방에 있었다. 방은 전보다 넓어졌다.유미는 시우와 건우가 돌아갔다고 하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내가 갔던 화장실 부근에 CCTV가 없어 치한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나도 어제 하마터면 나쁜 놈에게 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유미가 돌아간 뒤 시우가 나왔다.그러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거다.‘그 문 부수는 소리가 시우였네.’‘이번에는 시우가 나를 구해줬구나.’‘그런데 그게 뭐?’‘꿈이 현실로 될 수는 없는데.’이번에 이렇게 헤어지면 아마 또 1년 동안 보지 못할 거고,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내가 부자가 되어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있다면 모를까.하지만 그건 너무 허황한 꿈이다.나는 늘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어 편한 노후를 보내는 미래를 그린다.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항상 조심스럽게 일하고, 잘릴까 봐 전전긍긍한다.또 집세를 내고 나서 생활비를 어떻게 쪼개 쓸지 고민한다.‘역시 헛된 망상은 그만하는 게 좋겠어.’‘시우가 다른 사람 연락처도 추가했잖아. 그게 그날에 대한 대답이겠지.’‘생활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고, 나도 나만의 행복을 찾을 거야.’‘내가 그동안 남자를 너무 안 만나서 어린 동생을 좋아하게 된 걸 거야.’‘연애라도 해야겠네.’결국, 25살의 나는 선을 보기 하기 시작했다.유미는 전 남자 친구와 재결합하고 얼마 뒷집에서 나가 나 혼자 살게 되었다.어느덧 또 1년이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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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사람들 앞에서 이별 선고하는 건 쪽팔리지 않아? 너도 참 웃긴다.”내가 돌아서려는데 형빈이 나를 잡아당겼다.그때의 나는 분명 안과에 가봐야 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좋아했는지 의문이다.“됐어, 더 이상 질척거리면 예의가 아니야.”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형빈은 여전히 내 손을 잡아당겼다.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시우가 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으니까.1년 동안, 시우는 또 더 큰 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있는데도 잘생김은 가려지지 않았다.하지만 하필이면 이렇게 쪽팔린 상황을 시우에게 들켜 버리다니.그때 시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를 홱 낚아채 말없이 끌고 갔다.“조은교, 너 내 고백 거절한 게 그 꼬맹이 때문이야?”시우의 눈에는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가 돌아서서 뭔가 말하려 할 때, 내가 막아섰다.“넌 여기 있어.”나는 형빈 앞으로 걸어갔다.“잘 들어, 내가 거절한 건 네가 싫어서야. 그리고 쟤 꼬맹이 아니야. 네 옆에 세워두고 비교해 줄까?”나는 싱긋 웃고 뒤돌아 시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함께 걷는 내내 분위기가 매우 어색했다.나는 그 정적을 깨려고 입을 열었다.“너...”“누나...”그때 마침 시우도 동시에 입을 열었다.나는 시우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다.“왜 벌써 맞선보러 다녀요? 누나 아직 선보기 이른 나이잖아요.”“음...”나는 말문이 막혔다.“누나가 말해줬어? 음, 넌 아직 어려서 말해도 몰라.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혼자 왔어?”“누나가 말 안 해 주던가요? 저 여기서 학교 다녀요. 오늘 누나 집에서 하룻밤 신세 지려고 했는데, 남친과 단둘이 있는데 방해하지 말라며 쫓아냈어요. 은교 누나 찾아가라던데요.”나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그래서,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신세 지겠다고? 아니야, 내가 호텔 예약해 줄게.”나는 말하면서 얼른 핸드폰으로 부근 호텔을 검색했다.“누나, 내가 무서워요? 아니면 나 하룻밤 거둬주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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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시우는 내 앞에 멈춰 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누나, 누나 차례예요.”나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지만 한편으로 유미에게 감사했다.“아, 늦었는데 먼저 자. 네가 침대에서 자.”나는 준비한 옷을 집어 들고 시우를 지나 욕실로 달려갔다.지난번 일이 떠올라 나는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오히려 화장을 지운 뒤 세수를 다섯 번이나 했다.샤워를 마친 나는 가장 두꺼운 잠옷을 입고 머리도 엉망으로 헝클어트리고 거울을 봤다.‘음, 괜찮네.’나는 시우가 잔 뒤에 나가려고 욕실에서 한참을 꾸물거렸다.하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갑자기 들리는 노크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넋을 잃었다.“누나, 나 방금 갈아입은 옷을 두고 나와서 씻어야 해요.”나는 그제야 봉투 안에 남성용 팬티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걸 꼭 가져야 하나?’내 머릿속은 갑자기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누나?”“아, 어어, 알았어.”‘나도 이젠 몰라. 나가자.’“누나, 머리 엉망이에요.”‘네가 말 안 해도 알아.’“괜찮아, 얼른 들어가서 씻고 일찍 자. 난 좀 피곤하네.”나는 곧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한참 뒤, 욕실의 인기척이 멈추더니 조명도 꺼졌다.곧이어 발소리가 천천히 나에게 가까워지더니 시우가 쪼그리고 앉았다.“누나, 그냥 누나가 침대에서 자요. 누나 그날이잖아요. 바닥 차요.”‘미치겠네, 쓰레기통을 치우는 걸 깜빡했잖아.’‘그걸 모른 척 좀 하면 어때?’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자는 척 연기했다.“누나, 계속 자면 안을 거예요.”시우는 왜 매번 예상 밖의 대답을 하는지.나는 바로 잠에서 깬 척 하품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아, 괜찮아.”나는 슬금슬금 몸을 움직이며 불필요한 대화를 피했다.‘내가 능력이 있다면 이런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하, 역시 열심히 일해서 돈이나 벌자.’어두운 밤, 달빛은 창밖에서 흔드는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흰 벽에 비추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마치 춤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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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꿈이 산산조각 나면서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짧은 에피소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주말 저녁, 시우가 학교로 돌아간 뒤, 나는 부업을 찾을까 고민했다. 그러면 그 쥐꼬리만 한 월급에 의지할 필요가 없으니까.나는 영상을 보며 영감을 찾았다.그러다 문득 익숙한 계정 하나가 나를 구독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너무 놀란 나는 핸드폰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그 블로거는 여러 각도에서 찍은 자신의 복근 사진을 계속 공유했는데, 내가 구독한 수많은 미남 중 한 명이다.난 평소에 이런 영상들을 꽤 즐겨봤다.‘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나를 맞팔했지? 손이 미끄러졌나?’나는 홈페이지로 들어가 그 남자의 영상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모든 영상은 좋아요 수가 100만을 넘었다.‘역시나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하나 봐.’‘이런 블로거들은 돈 많이 벌겠지?’하지만 영상을 보다 보니 나는 또 시우가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시우도 이 상상 속 남자와 몸매가 비슷했다.시우 몸매는 확실히 끝내줬다.나는 스탠드 거울 앞으로 걸어가 포즈를 취했다.‘내 몸매도 괜찮네 뭐.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갔잖아.’나는 셔츠를 입고 복근을 드러낸 뒤 검은 스타킹을 신고 다각도로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거기에 비트감 있는 배경 음악을 깔아 인터넷에 올렸다.사진을 올리자마자 유미가 내 사진 밑에 “헐”이라는 댓글을 달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 핸드폰은 쉴새 없이 알람이 울렸다.‘역시나 사람들은 이런 걸 보기 좋아하나 보네.’하지만 나는 별 생각 없이 어플을 닫았다.다음 날 아침, 나는 잔뜩 들뜬 마음으로 어플을 켰다. 어젯밤 사이에 내 사진이 인기를 끌었기를 기대하면서.그런데 어플을 켠 순간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내 계정에는 규정 위반을 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미치겠네.’인터넷에 야한 동영상이 그렇게 많은 데도 심의에 걸리지 않는데, 난 노출이 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너무 아쉬웠다. 나는 99+가 된 댓글을 보며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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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하지만 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학부모들과 한데 섞여 앉아 있을 때, 웬 잘생긴 남학생 한 명이 우리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 그러고는 내 옆 빈자리에 앉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시우랑은 어떻게 만났어요? 저 자식이 맨날 여친이 예쁘다고 자랑했거든요.”나는 방금 마셨던 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시우가 그렇게 말했어?”“네, 아까도 그렇게 말했어요. 누나 말할 때면 애가 입을 다물지 못해요.”‘내가 어쩌다가 시우 여친이 되었지?’그때 시우가 등 뒤에서 그 잘생긴 남자애를 툭툭 두드렸다.그러자 남자애는 다급히 시우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시우는 이내 내 옆자리에 앉았다.“아까 쟤랑 얘기했어요? 저 자식 엄청 쓰레기예요. 누나가 예쁘니까 말 걸었을 거예요.”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시우야, 네 누나가 밥 사줄 때 나는 안 갈게. 이따가 너 택시 잡아줄게.”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리고 난 미성년자를 꼬셨다는 누명 쓰기 싫어.”...졸업식이 끝난 뒤, 나는 시우와 헤어졌다.버스 안에 앉으니 석양이 차창을 얼룩덜룩하게 비추었다.나는 점점 더 내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아마 안전감이 없어 그런 시답잖은 농담이 싫었을지도 모른다.함께하는 사간이 너무 짧을까 봐, 아름다운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까 봐.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여느 때처럼 숏폼을 켰다.놀랍게도 어제 올린 내용은 신고되지 않아 클릭 수가 벌써 몇십만에 달했다.게다가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고, 질 높은 광고주들도 많이 찾아왔다.그런데 나는 생각했던 것처럼 기쁘지 않았다.댓글을 확인했더니 모두 암시가 달린 글 아니면 대놓고 희롱을 해댔으니까.나는 단번에 맥주 세 캔을 원샷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유미에게 내 고민을 얘기했더니, 유미는 바로 찾아오겠다는 답변을 했다.얼마 뒤, 초인종이 울리자마자 나는 엉엉 울며 상대의 품에 안겼다.그러고는 상대를 꼭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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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시우는 오랫동안 우리에 갇혀 있던 짐승처럼 미친 듯이 내 몸을 탐하며 내 얼굴에 입 맞췄다.점점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나도 더 이상 이성을 잃고 시우에게 협조해 주었다.방 안 온도가 후끈해질 때쯤 나는 저도 모르게 상의를 들추었다.하지만 시우가 나를 제지했다.‘뭐 하는 거지? 이 상황에서 그만한다고?’‘그럼 내가 너무 난처한데?’나는 어안이 벙벙해 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그때 시우가 창가 쪽으로 가 커튼을 쳤다. 그러고는 다시 성큼성큼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내 옷을 벗겼다.곧 이어진 행위는 피바람이 휘몰아치듯 매우 격렬했다.그렇게 한 번이 끝난 뒤 시우는 나를 침대로 끌고 갔다.한번 또 한 번 느끼는 오르가슴에 나는 살면서 이렇게 기분 좋은 순간도 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정사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침대에 누워 멍때렸다.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실감이 났다. 나는 너무 부끄러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누나? 누나?”시우는 이불을 사이 두고 내 귓가에서 불러댔다.왠지 이렇게 불리니 나는 더 부끄러웠다.방금 전까지 그 짓을 했는데, 시우가 계속 원래대로 나를 부르니 더 수치스러웠다.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내밀었다.“저기, 음... 만약 충동적으로 한 거라면...”시우는 내 입을 막아버렸다.처음에는 부드럽게 감싸더니 갑자기 세게 물었다.“누나 나한테 너무 너그러운 거 아니에요? 지난번에 키스했을 때도 아무 일 없었던 거로 해주겠다더니, 이번에는 몸까지 섞었는데 또 그런다고요?”시우는 내 볼을 꼬집으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난 싫어요. 예전에는 상상만 했는데, 이제 진짜로 경험했으니까. 말했잖아요, 누나한테 책임지겠다고.”“그런데...”시우는 내 말을 끊더니 또 나에게 입 맞추며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사실 나는 아직도 시우를 먹여 살릴 수 없을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또다시 시우의 욕망을 받아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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