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을이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말이 맞아요. 그래도 가족이었으니까 너무 무례하게 굴면 안 되죠. 할아버지 말 못 들었어요? 얼른 꿇으세요!”이에 정민아가 담담하게 답했다.“우린 당당하게 입구로 들어온 거야! 우리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는데?”그러자 정가을이 풉 하고 웃었다.“그래요? 그렇다면 입구로 당당하게 들어왔다 쳐요. 하지만 내가 여기 주인인 거 잊었어요? 이건 명령이니까 얼른 꿇어요! 안 그러면 오늘 프러포즈가 끝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릴 테니까!”이에 정군과 임은숙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김예훈이 실력이 있다고 해도 어찌 김세자와 비기겠는가? 성남의 일인자인 김세자가 말만 하면 김예훈은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정가을은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사람이었다.이때, 직원 몇 명이 다가오더니 예를 갖추며 말했다.“정씨 가족이시죠? 프러포즈가 곧 시작될 거니까 중앙 자리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직원은 정민아 가족이 정씨 가문과 연을 끊은 사실을 모르고 있어 정민아 가족을 정씨 가족이라 칭했다.이에 정동철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내가 정씨 가문의 주인일세. 김세자가 진짜로 우리 가문의 딸한테 프러포즈한단 말인가?”직원이 웃으며 답했다.“김세자께서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직원이 그들을 이끌고 중앙으로 향했다.정가을은 미소를 지으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정민아를 쳐다봤다.“이제 내 백마왕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요. 오늘 프러포즈가 끝나면 언니랑 재밌게 놀아줄게요.”“그래, 오늘 프러포즈가 먼저야. 주인이 되고 저 가족을 처리하면 돼.”정지용이 그녀의 말을 맞받아쳤다.곧, 정씨 가문과 정민아 가족이 중앙에 도착했다.정가을은 마음에 드는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김세자가 자기한테 프러포즈하는 모습을 정민아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다.정군과 임은숙은 고개를 쳐들고 중앙에 서 있는 정가을을 보며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
“김세자와 그의 사랑하는 여인한테 축하의 박수를 보냅시다!”현장에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렸고 모두들 주인공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도대체 누가 김세자의 여인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비록 정씨 가문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소문을 믿지 않았다.이때, 송준이 손뼉을 치자 하얀 정장을 입은 직원 18명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은 당도 부대의 군사와 귀족 자녀들로 이루어져 하나같이 아우라가 넘쳤다. 그들은 손에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다.손님들은 선물 상자에 어떤 값진 물건이 들어있을지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잠시 후, 송준이 그들을 이끌고 정씨 가족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정가을은 가장 앞에 서서 흥분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그녀와 달리 정민아 가족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졌다.정민아 역시 표정이 어두웠다. 김세자가 탐났던 것이 아니라 자기 남자도 이처럼 성대한 행사를 열어주길 바랐다.그리고 김세자가 정씨 가문의 딸한테 프러포즈한다는 건 정민아 가족의 봉변이었다. 속 좁은 정가을이 그들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정민아가 실망감에 고개를 숙였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를 감싸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두려워하지 마.”김예훈이었다. 언제부터 곁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나타나자 정민아도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어떤 두려움이든 두 사람이 같이 맞선다면 두렵지 않을 듯했다.중앙에 도착한 송준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형수님, 김세자의 프러포즈를 받아주세요.”정가을은 지금 이 순간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채 앞으로 다가갔다.“당...당연하죠.”그러나 송준은 다가오는 그녀를 혐오하듯 밀어냈다.“비키세요.”“뭐...? 감히 절 밀어내요?”정가을은 어안이 벙벙했다. 송준이 어떻게 감히 자기를 밀어낸단 말인가?이 장면에 다른 사람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기쁨에 겨웠던 정씨 가족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설마 김세자가 말했던 여인이 정가을이 아니란 말인가?송준이 정가을을
그 말을 들은 순간, 정가을은 머리가 터질 듯이 어리벙벙했다.‘김세자가 말했던 여인이 내가 아니란 말인가?’이윽고 그녀는 어지러움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정민아 쪽을 쳐다봤다.‘정민아? 김세자의 프러포즈 대상이 정민아란 말이야?’이 생각이 들자 정가을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했다.동시에 정민아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자기한테 성큼 다가선 후 허리 숙여 인사하는 송준을 보고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형수님, 부디 세자의 프러포즈를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세자가 형수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세자는 보석 88개뿐만 아니라 백운산 산기슭에 자리 잡은 별장 그리고 롤스로이스와 현금도 준비했습니다!”김세자가 정민아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들은 사람들은 까무러칠 듯이 놀랐다. 이걸 자그마한 선물이라고 했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3년 전, 손수 백억 가치에 달하는 그룹을 만든 김세자가 아니랄까 봐,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정민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그 말은 김세자가 말했던 정씨 가문의 여인이 저란 말이에요?”송준은 확신에 찬 채 답했다.“네, 형수님이 고개만 끄덕이면 앞으로 형수님이 CY그룹의 안주인이 되는 겁니다!”“그게...”정민아는 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송준이 말한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황함에 어쩔 줄 몰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만 뻥긋거렸다.방금까지 오늘의 주인공이 정가을이라 확신하고 있었으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같은 시각, 곁에서 지켜보던 임은숙은 흥분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얼른 원한다고 말해! 얼른!”모든 이의 시선이 정민아한테로 집중됐다.그러나 정민아는 넋이 나간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같은 시각, 5대 강국의 연맹도 두려워하지 않던, 북유럽 여전사의 고백에도 끄떡하지 않던, 제국의 제1순위 상속권에도 굴하지 않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지금 이 순간 긴장감에 떨고 있었다.사실, 송
그녀는 송준이 말한 그 김세자가 지금 그녀의 곁에 버젓이 서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정민아는 결심을 내린 듯 한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 대표님, 김세자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거절하겠습니다. 이렇게 전해주세요.”헉!그녀의 말에 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모두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하나같이 사색이 되었다.김세자의 여인이 되려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한텐 꿈만 같은 일을 정민아가 거절했다. 도저히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송준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힐끔 보고 얼른 말했다.“형수님, 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정민아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저는 김세자와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리고 김세자는 고마운 마음을 갚고 싶은 것이지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김세자는 저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인데, 어떻게 어울릴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전 이미 결혼한 지 3년이 된 유부녀입니다!”그녀는 김예훈한테로 고개를 돌렸다.송준은 세간에 감춰진 가장 큰 비밀을 폭로하고 싶었으나 김예훈이 고개를 저으며 말렸다. 김예훈이 왜 마음을 바꿨는지 모르겠지만 송준은 그의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네, 정민아 씨의 뜻을 알겠으니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정민아 씨는 영원히 CY그룹의 귀빈입니다!”송준이 손을 휘익 젓자 직원들이 모두 물러섰다.그는 다시 무대에 올라선 후 한숨을 들이켜고 말했다.“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식사하세요. 지금부터 두 번째 행사를 진행하겠습니다.”모든 손님들이 자리에 앉았다. 정씨 가족들도 혼이 나간 정가을을 이끌고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곳에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이윽고 당도 부대의 군인들이 달려와 정씨 가족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곳에 당신들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얼른 나가세요.”호텔에서 쫓겨난 정씨 가족은
“풍족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나날을 보낼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김예훈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럼 내가 널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그럼 나와 너 사이에 더 이상 신분 차이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 사이도 더 좋아지겠지...”이때, 임은숙과 정군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방금 흥분과 실망을 오갔다가 이제야 현실로 돌아왔다.임은숙은 정민아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민아야, 너 지금 뭐한 거야! 인생에 한 번도 없을 기회를 그냥 이렇게 날려버리면 어떡해?”그녀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방금 한순간 자기 어머니를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는 행복한 상상에 잠겼었지만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정군 역시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민아야, 우리가 화병에 걸려 죽길 바라는 거야? 이 쓰레기 같은 놈이랑 무슨 좋은 날을 보내겠다고 김세자를 거절한 거야? 지금이라도 부대표님 찾아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우린 이미 정씨 가문에서 쫓겨난 몸이야!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일어설 기회가 없다고!”그러나 정민아가 진지하게 답했다.“엄마, 아빠, 날 못 믿어요? 저도 충분히 엄마, 아빠가 부귀를 누리게 할 수 있어요.”“아이고!”정군은 딸의 말에 고구마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임은숙 역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김예훈을 김세자로 바꾸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이 웃으며 두 사람한테 말했다.“장모님, 장인어른,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우리 가족도 10대 상류 가문의 일원이 될지도 모른다고요. 제가 장담해요.”정군은 그가 얄밉기만 했다.“됐어,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김세자도 겨우 보통 상류 가문을 세웠는데 네가 무슨 실력으로 10대 상류 가문의 일원이 되겠다는 거야? 지금 제정신이야? 예훈아, 너도 지금 민아 등골을 빨아먹고 있는 거야! 알고는 있어?”임은숙도 핀잔을 놨다.
임은숙과 정군은 분노에 부글부글 끓었다. 두 사람이 가자고 고집을 부리자 정민아도 할 수 없이 따라나섰다. 김예훈은 다음 행사에 참석해야 했지만 일단 정민아를 따라서 이곳을 나섰다.그들이 밖으로 나서자 이미 밖으로 쫓겨났던 정씨 가족이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뭐 하는 거예요? 우리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정민아는 그들이 자기 가족한테 나쁜 짓을 할까 두려움이 앞서 부모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이에 정동철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민아야, 이 할아버지가 못된 짓을 많이 했지? 할아버지가 저 멍청한 가을이 말에 속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거야. 할아버지가 가을이를 호되게 혼낼 테니까 화 풀어.”정민아가 그의 말에 답하기도 전에 그는 정가을한테 다가가 그녀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그러곤 다시 돌아와서 말을 이어갔다.“민아야, 만약 화가 풀리지 않았다면 네가 직접 때려도 돼. 이 할아버지가 뒤를 봐줄게.”정민아는 심경이 복잡했다. 그녀는 반항할 힘도 없는 정가을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래도 가족이었으니까 여기까지 하죠.”김예훈은 이 광경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이었다면 여기서 끝나지 않았을 테지만 정민아가 그만하자고 했으니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때, 정동철이 예전에 김예훈과 체결했던 계약서를 꺼내 갈기갈기 찢었다.“민아야, 넌 아직도 우리 가족이야. 정가 그룹의 대표님 자리도 네거야!”“맞아요, 누나 말고 대표님 될 사람은 없죠! 누나가 우리를 이끈다면 우리도 곧 상류 가문이 될 수 있을 거예요!”정지용이 알랑거리며 말했다. 김세자가 택한 여인이 정민아였으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정민아는 정씨 가족한테 완전히 실망했었지만 지금 왠지 그들이 불쌍해 보였다. 정씨 가문이 계속 이렇게 나아간다면 곧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정민아의 흔들리는 모습에 정동철은 기회를 포착했다.“민아야, 가문으로 돌아와 대표님이 될 거면 이 할아버지 말 들어. 이 쓰레기 같은 남
그러나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정민아의 표정이 갑자기 결연해졌다.“할아버지, 그러니까 제가 정씨 가문으로 돌아가서 대표님이 되려면 조건이 예훈이랑 이혼하고 김세자의 여인이 되라는 거죠?”정동철이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는 너를 위해 말한 거야.”이에 정민아의 표정이 점차 차가워졌다.“전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이미 사인했으니까 저희는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말을 마친 정민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그녀는 정씨 가문한테 실망할 대로 실망했다. 그들은 가족 간의 친정이 아닌 이익에만 관심이 있었다.만약 김세자가 오늘 정가을을 선택했다면 정동철이 정민아한테 이런 조건을 내놓기라도 했을까? 조건은 고사하고 짓밟지 못해 안달이 났을 것이다.이런 가족은 없기만도 못했다.정군과 임은숙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화가 난 정민아를 설득할 방법은 없었으니 말이다.정군은 김예훈을 째려보며 꾸짖었다.“내가 민아랑 얘기할 거니까 따라오지 마!”김예훈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래 따라갈 생각도 없었다. 그는 바로 몸을 돌려 다시 홀로 들어섰다.퍽!이때, 뭔가가 날아와 김예훈의 등을 타격했다. 다름 아닌 정동철이 던진 돌멩이였다.“모두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민아가 가문을 떠나지도 않았을 거라고! 너 같은 쓰레기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야!”정동철은 전혀 반성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아직도 자기와 자기 가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듯했다.김예훈은 옷을 훌훌 털고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여기서 화낼 시간에 가문 자산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이나 하세요. 지금 살고 있는 별장도 김세자가 선물한 거죠? 김세자가 빼앗아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말을 마친 그는 홀로 들어섰다.그의 말에 정동철은 사색이 되었다. 김예훈이 귀띔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받은 선물은 거의 모두 돈으로 바꿨고 이미 다 써가고 있었다.만약 이런 상황에 김세자가 자
그들은 이미 성남에 부동산을 사며 김세자의 예물에 너도나도 손을 댔었다. 모든 걸 다시 토해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다.“할아버지, 이제 어떡해요? 우리 진짜 거리로 나앉는 거 아니겠죠?”정지용은 이미 예전의 패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부유한 가문에서 거지가 될 생각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떻게든 민아의 용서를 얻어야 해. 안 그러면 우리 정씨 가문은 망하고 말 거야!”김예훈이 백운가든의 홀로 돌아왔을 때 오늘의 두 번째 행사 준비가 마침 끝났다. 홀엔 무수한 기자들이 몰려있었고 모두 두 번째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김예훈은 예정된 계획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정민아의 손을 잡고 무대에 올라서려고 했지만 그녀가 김세자를 거절했으니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 하여 그는 모든 주도권을 잠시 송준한테 넘겼다.김예훈이 모습을 드러내자 송준은 아무 말도 없이 무대로 올라갔다.이때, 김예훈은 주위에 신분 불명의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걸 발견했다. 아마 성남의 1류 가문에서 파견한 자들일 거라 생각했다. 모두 김세자의 신분을 알아내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애석하게도 오늘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시간이 되자 무대 위의 송준이 손뼉을 쳤고, 과거 성남의 거물이 창백해진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과거 김씨 가문의 YE그룹을 책임지던 김 총관이었고 다른 한 명은 김병욱을 대신해 BJ그룹을 책임지는 곽영택이었다. 두 사람은 기운이 없는 듯 풀이 죽어 있었다.남혁수 부부도 자리에 있었다. 그들 역시 김세자를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송준은 두 계약서를 곽영택과 김 총관한테 건네주며 말했다.“여러분, CY그룹은 YE그룹과 BJ그룹의 자산을 합병할 거고 준비작업은 이미 끝났습니다. 오늘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세 그룹은 하나의 그룹으로 합쳐질 것이지만 계속하여 CY그룹의 명의를 사용할 겁니다.”현장에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곽영택과 김 총관은 할 수 없이 계약서에 자기 이름을 사인해야 했다.기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