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래?”정민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문석은 왜 갑자기 김예훈을 초대한단 말이지?“나한테 CY그룹 사람을 접할 기회라고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하던데? 일단 가 볼게. 어쩌면 앞으로 네 사업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갔다가 일찍이 와.”정민아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김예훈이 사람을 만나고 인맥을 넓히고 싶다고 한 이상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반월만의 해변에 있는 프라이빗 클럽에 CY그룹 임원 십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그들 중 대부분은 원래 김씨 가문에 소속된 그룹사의 팀장이었다.당시 김예훈이 Q그룹을 설립했을 때, 이들은 그 그룹사에 취직하고 있었다.나중에 김씨 가문이 내분을 일으킨 바람에 김예훈의 충신들은 그룹사를 떠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버티다가 제일 먼저 김병욱을 포함한 사람한테 빌붙었다. 게다가 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나 데이터를 잽싸게 그들에게 바쳤다.따라서 김병욱을 포함한 사람들은 김예훈이 두 손으로 일군 Q 그룹을 아주 순조롭게 이어받았다.반면, 김예훈이 김씨 가문의 자산을 다시 회수한 이후로 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CY그룹에 기생했다.심지어 하은혜를 찾아가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물론 목적은 그동안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함이었다.한 마디로 이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였다.김예훈이 아직 임명하지 않은 탓에 이들이 담당했던 직위는 공석인 상태였다.하지만 이로 인해 그들은 3일 뒤에도 임원 자리가 다시 본인들에게 넘어올 거라는 커다란 착각에 빠졌다.김씨 가문과 김세자가 피 터지게 싸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실속 차리는 사람들은 본인일 테니까!물론 이들은 당시 김예훈의 심복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의 정체를 몰랐다.“유 팀장, 오늘 자네가 준비한 자리에서 진짜 마음 놓고 놀아도 돼?”“다들 정신적으로 초긴장 상태라서 자극이 필요하거든.”“노는 건 문제 없지만, 절대 사고를 치면 안 돼. 자네도
“왔어요!”이때 유문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곧이어 뒷짐을 쥐고 프라이빗 클럽 입구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오는 김예훈이 나타났다.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왔다.다만 그런 느낌은 금세 사라졌고, 현장에 있던 소위 임원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유문석, 네가 말한 못난 놈이 쟤야?”그중 한 사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눈앞의 남자는 어딘가 눈에 익었지만,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사실 그저 평범한 직원에 불과한 이들은 김예훈의 얼굴을 정면으로 본 적이 없기 마련이다.다만 당시 여러 행사장에서 아무리 직원이라고 해도 멀리서나마 김예훈을 봤을지도 모르기에 낯익은 느낌이 들 수 있었다.물론 어디까지나 느낌에 불과했다.“맞아요! 이따가 여러분에게 맡길게요.”유문석이 미소를 지었다.이내 김예훈한테 가까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자자, 여러분, 이 사람을 소개해 드리자면 이름은 김예훈이고, 정 씨 일가의 데릴사위이자 정민아의 못난 남편이죠. 임원 여러분도 아마 들어본 적 있을 텐데, 앞으로 CY그룹에 좋은 프로젝트거나 업무가 생기면 제 체면 세워주는 셈 치고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비록 유문석은 말을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잘 들어보면 김예훈의 신분을 콕 집어 언급했는데 누가 봐도 김예훈을 데리고 와서 웃음거리로 만들 작정이지, 그를 소개해주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순간 클럽에 참석한 모든 임원이 폭소를 터뜨렸다.유문석은 마치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지 못한 듯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자, 김예훈, 소개해줄게. 이분은 CY그룹 인사팀장 이유정이고, 이분은 CY그룹 주임 장소훈이야. 그리고 이분은...”유문석이 한 명씩 소개하자 소위 임원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거만한 표정을 지었는데, 딱 봐도 김예훈에게 그들을 아는 척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뻔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이들을 훑어보았다.유문
유문석의 말을 들은 임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곧바로 너나 할 것 없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뜨렸다. 허풍 떠는 건 봤어도 이렇게 터무니없이 큰소리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이유정이 제일 먼저 말했다.“김세자가 어떤 분인지 알고 있어? 무려 현재 경기도의 원톱이라고, 경기도 1인자마저 김세자 앞에서는 고분고분하기 마련이야. 그런 사람이 어찌 데릴사위가 되겠어? 그리고 이런 곳에는 왜 와? 제발 웃기지 좀 마!”장소훈도 한껏 비아냥거렸다.“우리는 무려 그 당시 Q 그룹이 김씨 가문에 속해 있었을 때부터 근무한 사람들이야. 나중에 김씨 사걸이 경영권을 인계받아서도 여전히 임원 자리에 올랐는데, 아무리 김세자라고 해도 우리를 중요한 자리에 임용하지 않겠어? 우리처럼 식견이 넓고 경력이 풍부한 수준 높은 사람이 고작 너처럼 못난 놈한테 속아 넘어갈 것 같다고 생각해? 요즘은 덜떨어진 놈도 감히 대표인 척하는 건가? 우리 김세자는 너무 얌전해서 탈이야. 공식 석상에서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사진도 공개한 적이 없으니까 이렇게 뻔뻔스럽게 신분을 사칭하는 인간말종이 나타나는 거야! 이런 파렴치한 놈은 머리를 식히게 경찰서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봐!”“괜히 형사님만 힘들게 경찰서에는 왜 집어넣어요? 차라리 정신병원에 처넣어요! 거기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심지어 장소훈은 휴대폰을 꺼내면서 피식 웃었다.“김예훈, 마침 내가 아는 원장님이 있는데, 방 하나 빼달라고 연락해줘? 최대 할인율 적용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다들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은 오히려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은 전부 자기 탓이었다. 인사 업무를 빨리 처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었던 탓에 이런 광대들이 활개 치게 놔두는 꼴이 되지 않았냐는 말이다.이때 이유정이 갑자기 젓가락을 집어 들고 김예훈의 턱을 추켜올리더니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어? 데릴사위라더니, 외모는 나름대로 반반하네? 어쩐지 여자한테 빌붙는다고 했어. 이건
유문석은 손을 뻗어 김예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피식 웃었다.“쓰레기야, 제대로 이해했니? 간단하게 말해서 너뿐만 아니라 정민아 그리고 정 씨 일가의 운명조차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야.”“맞아! 김예훈, 고분고분 말이나 듣지?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야 해! 아니면 지금 이 순간부터 너랑 정민아는 성남시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거야.”장소훈의 웃음소리는 거만하고 거침없었다.왜냐하면 정말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장난감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모욕을 당해도 가만히 참고 있거나 아예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할 테지만, 김예훈처럼 반항하는 장난감은 극히 드물었기에 다들 끓어오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협박하는 건가?”김예훈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원래 이런 하찮은 인간들은 언제나 관심 밖이었고, 아무리 기회주의자라고 해도 굳이 언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어쨌거나 비슷한 부류의 사람은 차고 넘쳤다.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떼거리로 모여들어 그에게 협박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바보는 많이 봤지만, 이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은 난생처음 본다.“너를 협박하는 게 아니라 사회라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려고 조언을 해주는 거지. 우리 말 한마디면 정 씨 일가는 풍비박산 당할 것이며, 정민아는 빈털터리 신세에 나앉는다는 걸 알아야 해. 그리고 넌, 빌붙을 상대조차 잃게 된다고!”이유정은 마치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여왕이라도 된 듯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다른 제안은 어때? 기생오라비 짓을 하는 건 불가능해.”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수작을 더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이유정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김예훈을 한참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흥미롭군, 배짱은 있네? 기생오라비는 못 하겠다고? 그럼 이건 어때? 만약 우리를 즐겁게만 해준다면 정민아를 봐주는 건 일도 아니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유정은 테이블에서 와인잔을
김예훈의 모습을 본 장소훈이 버럭 화를 냈다.“쓰레기야, 내 말 안 들려? 아니면 사람 말뜻을 이해 못 할 정도로 멍청한 거야?”“주임님, 됐어요. 신발 닦게 하는 게 무슨 대수라고, 차라리 무릎을 꿇고 개 흉내 내는 건 어때요?”이유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입만 열면 살벌한 말뿐이라니!“김예훈, 유 팀장의 체면을 생각해서 네가 무릎 꿇고 개 짖는 소리를 얼추 비슷하게 흉내 낸다면, 앞으로 정민아와 정씨 일가를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어때?”이유정의 말에 다들 눈이 반짝 빛났다. 김예훈에게 신발 닦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지 않냐는 말이다.다들 잇달아 휴대폰을 꺼내더니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얼른 무릎 꿇어!”“아랫사람이라면 우리 앞에서 개 흉내 내는 것도 당연할 일이지.”“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만 우리가 눈에 안 차서 그렇지.”“김예훈, 영광인 줄 알아!”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정도로 밥맛이라니,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역시나 김병욱 무리가 키워낸 앞잡이답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다만, 김예훈의 표정은 이유정을 비롯한 사람의 눈에 고민하고 망설이는 모습으로 비쳤다.스스로 임원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박장대소했다.“꿇어! 정민아가 고생하는 꼴 보고 싶어?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잖아. 개 짖는 소리만 흉내 낸다면 앞으로 잘 나가는 우리가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게. 김예훈,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유 팀장이 널 부르지 않았더라면 우리 앞에서 개 흉내 내는 자격도 없었을 테니까.”이유정은 와인병을 집어 들고 김예훈 앞에서 세게 내리치며 버럭댔다.“얼른 꿇으라고! 사람 말 못 알아듣겠어?”이유정은 매우 들뜬 상태였다. 과연 그녀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상황이 있을까?김예훈이 반항할수록 무참히 발로 짓밟는 순간 짜릿한 느낌은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어쨌거나 임원이라 자칭하는 이들은 스스로 우월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뿐, 사실
후련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유문석을 바라보았다. 수작이 보통 아닌 게 분명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이내 그들은 기분 좋게 어깨동무하며 룸을 나섰다.결국 안에는 유문석만 남았고, 도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눈앞의 광경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유문석을 쳐다보았다.“오늘 밤 한 무리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날 모욕하려고 부른 거냐?”유문석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널 모욕하면 뭐해? 단지 실제 행동으로 네가 고작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뿐이야. 정민아는 너한테 과분한 여자야! 너의 존재 자체는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지. 그래서 너한테 기회를 주려고 해. 내일 정민아와 이혼하고 성남시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유문석은 말을 이어가다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여기 2억 있어. 그나마 친척이라서 베푸는 마지막 자비야.”“내가 싫다면?”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싫다고?”유문석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아까 그분들 봤지? 비록 지금은 CY그룹 임원이 아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3일 뒤에 CY그룹 임원으로 임명받을 거야. 그리고 CY그룹은 김씨 가문 산하의 자산을 통합하고 나면 경기도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회사가 될 거야. 간신히 경쟁할 수 있는 몇몇 일류 가문 동맹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CY그룹에 복종할 일밖에 더 있겠어? 나중이면 아까 그분들의 신분이 가히 짐작이 가지 않아? 심지어 나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네가 기꺼이 장난감이나 노예가 되지 않은 이상 CY그룹 임원의 눈 밖에 나서 과연 좋은 결말이 있을 거로 생각해? 너뿐만 아니라 정민아까지 망하게 하고 싶어? 스스로 상관없다 쳐도 정민아를 위해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김예훈이 쌀쌀맞게 말했다.“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저 사람들은 곧 사는 게 죽기보다 못
“총사령관님, 진짜 빌어먹을 놈들이네요!”그 사람은 바로 송준이었고, 프라이빗 클럽도 송준의 소유였다. 따라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지만, 김예훈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끼어들지 못했다.“괜찮아. 오늘 밤에 성남시로 돌아가 하은혜한테 찾아가. 회사 구조 조정에 대해 문자로 정리해서 보내줄 테니까 너도 도와서 처리해.”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어떤 일은 아직 처리할 계획이 없었는지라 그룹사 인수합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 밤 일 때문에 박차를 가하기로 마음먹었다.“네!”송준은 감히 명령을 거스르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예훈은 항상 두말하지 않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김예훈이 굴욕을 당하는 동안 성남시 정 씨 일가는 불이 훤히 켜져 있었고, 집안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성남시 이류 또는 삼류 가문, 그리고 기업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다른 이유는 없었다.왜냐하면 오늘 성남시 상류층에 한 가지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바로 CY그룹의 김세자가 인수합병 행사장에서 공개 프러포즈한다는 것이다.심지어 상대방은 정씨 일가 출신이었다!김세자는 경기도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압도적인 권력은 물론 자산은 가히 짐작이 안 갔다.어떻게 보면 진정한 경기도의 원톱이라고 할 수 있다.무려 김세자와 결혼하는 여자가 정 씨 일가의 자제라니?이것이야말로 용이 될 운명이지 않냐는 말이다.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러움과 질투를 감추지 못했다.만약 자기 집 자제가 김세자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신분 상승의 바람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텐데!쇠로 만든 왕좌에 앉은 정동철은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가을아, 앞으로 우리 집은 성남시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야. 3일 뒤, 네가 김세자와 결혼하면 정 씨 일가가 일류 가문이 될 날이 멀지 않았어! 지금은 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찾아온 사람이 고작 이류 또는 삼류 가문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김세자와 결
정민아는 문 앞에서 김예훈을 기다리고 있다가 걸어 나오는 순간 재빨리 커다란 샤워타올을 건네주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유문석이 김예훈의 굴욕 영상을 임씨 가문 단톡방에 올린 탓에 다들 좋아요 누르기 바빴다.더욱이 임옥희는 유문석한테 잘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정민아는 당장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임씨 가문 사람들의 거센 비난밖에 없었다.심지어 못난 놈 때문에 임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둥, 스스로 아직 임씨 가문 외손녀라고 생각한다면 무능한 남편을 하루빨리 내쫓으라는 둥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그래도 나름대로 가족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태도에 정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왜냐하면 이번에 두 가족이 만나게 된 이유는 애초부터 이미 계획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그것도 그녀가 직접 김예훈을 쫓아내도록 강요하려는 심산이었다.“김예훈, 난 어차피 자초지종을 알고 있어. 결국은 날 위해서 모욕을 당해도 꾹 참고 있었던 거잖아. 게다가 유문석이 마련한 자리도 애초에 목적이 따로 있기에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정민아의 얼굴은 초조하면서도 죄책감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저 사람들은 스스로 CY그룹 임원이라고 여길 뿐, 임원직에 오를 수 있는지는 3일 뒤면 알게 될 거야. 그때 꼭 현장에 갈 테니까, 내가 있는 한 임원 따위 꿈도 못 꾸지! 두고 봐.”정민아는 김예훈이 이들의 추악한 행위를 현장에서 폭로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굴복하기 마련이야. 그런 자리에서 혼자 많은 사람을 상대해봤자 소용없을 테니까.”“일단 두고 봐. 어쨌든 그때 가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갈게.”사실 정민아는 인수합병 행사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김예훈이 혹시라도 사고 칠까 봐 걱정된 마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