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모습을 본 장소훈이 버럭 화를 냈다.“쓰레기야, 내 말 안 들려? 아니면 사람 말뜻을 이해 못 할 정도로 멍청한 거야?”“주임님, 됐어요. 신발 닦게 하는 게 무슨 대수라고, 차라리 무릎을 꿇고 개 흉내 내는 건 어때요?”이유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입만 열면 살벌한 말뿐이라니!“김예훈, 유 팀장의 체면을 생각해서 네가 무릎 꿇고 개 짖는 소리를 얼추 비슷하게 흉내 낸다면, 앞으로 정민아와 정씨 일가를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어때?”이유정의 말에 다들 눈이 반짝 빛났다. 김예훈에게 신발 닦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지 않냐는 말이다.다들 잇달아 휴대폰을 꺼내더니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얼른 무릎 꿇어!”“아랫사람이라면 우리 앞에서 개 흉내 내는 것도 당연할 일이지.”“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만 우리가 눈에 안 차서 그렇지.”“김예훈, 영광인 줄 알아!”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정도로 밥맛이라니,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역시나 김병욱 무리가 키워낸 앞잡이답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다만, 김예훈의 표정은 이유정을 비롯한 사람의 눈에 고민하고 망설이는 모습으로 비쳤다.스스로 임원이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박장대소했다.“꿇어! 정민아가 고생하는 꼴 보고 싶어?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잖아. 개 짖는 소리만 흉내 낸다면 앞으로 잘 나가는 우리가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게. 김예훈,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유 팀장이 널 부르지 않았더라면 우리 앞에서 개 흉내 내는 자격도 없었을 테니까.”이유정은 와인병을 집어 들고 김예훈 앞에서 세게 내리치며 버럭댔다.“얼른 꿇으라고! 사람 말 못 알아듣겠어?”이유정은 매우 들뜬 상태였다. 과연 그녀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상황이 있을까?김예훈이 반항할수록 무참히 발로 짓밟는 순간 짜릿한 느낌은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어쨌거나 임원이라 자칭하는 이들은 스스로 우월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뿐, 사실
후련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유문석을 바라보았다. 수작이 보통 아닌 게 분명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이내 그들은 기분 좋게 어깨동무하며 룸을 나섰다.결국 안에는 유문석만 남았고, 도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눈앞의 광경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유문석을 쳐다보았다.“오늘 밤 한 무리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날 모욕하려고 부른 거냐?”유문석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널 모욕하면 뭐해? 단지 실제 행동으로 네가 고작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뿐이야. 정민아는 너한테 과분한 여자야! 너의 존재 자체는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지. 그래서 너한테 기회를 주려고 해. 내일 정민아와 이혼하고 성남시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유문석은 말을 이어가다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여기 2억 있어. 그나마 친척이라서 베푸는 마지막 자비야.”“내가 싫다면?”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싫다고?”유문석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아까 그분들 봤지? 비록 지금은 CY그룹 임원이 아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3일 뒤에 CY그룹 임원으로 임명받을 거야. 그리고 CY그룹은 김씨 가문 산하의 자산을 통합하고 나면 경기도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회사가 될 거야. 간신히 경쟁할 수 있는 몇몇 일류 가문 동맹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CY그룹에 복종할 일밖에 더 있겠어? 나중이면 아까 그분들의 신분이 가히 짐작이 가지 않아? 심지어 나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네가 기꺼이 장난감이나 노예가 되지 않은 이상 CY그룹 임원의 눈 밖에 나서 과연 좋은 결말이 있을 거로 생각해? 너뿐만 아니라 정민아까지 망하게 하고 싶어? 스스로 상관없다 쳐도 정민아를 위해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김예훈이 쌀쌀맞게 말했다.“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저 사람들은 곧 사는 게 죽기보다 못
“총사령관님, 진짜 빌어먹을 놈들이네요!”그 사람은 바로 송준이었고, 프라이빗 클럽도 송준의 소유였다. 따라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지만, 김예훈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끼어들지 못했다.“괜찮아. 오늘 밤에 성남시로 돌아가 하은혜한테 찾아가. 회사 구조 조정에 대해 문자로 정리해서 보내줄 테니까 너도 도와서 처리해.”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어떤 일은 아직 처리할 계획이 없었는지라 그룹사 인수합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 밤 일 때문에 박차를 가하기로 마음먹었다.“네!”송준은 감히 명령을 거스르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예훈은 항상 두말하지 않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김예훈이 굴욕을 당하는 동안 성남시 정 씨 일가는 불이 훤히 켜져 있었고, 집안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성남시 이류 또는 삼류 가문, 그리고 기업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다른 이유는 없었다.왜냐하면 오늘 성남시 상류층에 한 가지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바로 CY그룹의 김세자가 인수합병 행사장에서 공개 프러포즈한다는 것이다.심지어 상대방은 정씨 일가 출신이었다!김세자는 경기도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압도적인 권력은 물론 자산은 가히 짐작이 안 갔다.어떻게 보면 진정한 경기도의 원톱이라고 할 수 있다.무려 김세자와 결혼하는 여자가 정 씨 일가의 자제라니?이것이야말로 용이 될 운명이지 않냐는 말이다.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러움과 질투를 감추지 못했다.만약 자기 집 자제가 김세자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신분 상승의 바람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텐데!쇠로 만든 왕좌에 앉은 정동철은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가을아, 앞으로 우리 집은 성남시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야. 3일 뒤, 네가 김세자와 결혼하면 정 씨 일가가 일류 가문이 될 날이 멀지 않았어! 지금은 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찾아온 사람이 고작 이류 또는 삼류 가문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김세자와 결
정민아는 문 앞에서 김예훈을 기다리고 있다가 걸어 나오는 순간 재빨리 커다란 샤워타올을 건네주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유문석이 김예훈의 굴욕 영상을 임씨 가문 단톡방에 올린 탓에 다들 좋아요 누르기 바빴다.더욱이 임옥희는 유문석한테 잘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정민아는 당장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임씨 가문 사람들의 거센 비난밖에 없었다.심지어 못난 놈 때문에 임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둥, 스스로 아직 임씨 가문 외손녀라고 생각한다면 무능한 남편을 하루빨리 내쫓으라는 둥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그래도 나름대로 가족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태도에 정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왜냐하면 이번에 두 가족이 만나게 된 이유는 애초부터 이미 계획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그것도 그녀가 직접 김예훈을 쫓아내도록 강요하려는 심산이었다.“김예훈, 난 어차피 자초지종을 알고 있어. 결국은 날 위해서 모욕을 당해도 꾹 참고 있었던 거잖아. 게다가 유문석이 마련한 자리도 애초에 목적이 따로 있기에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정민아의 얼굴은 초조하면서도 죄책감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저 사람들은 스스로 CY그룹 임원이라고 여길 뿐, 임원직에 오를 수 있는지는 3일 뒤면 알게 될 거야. 그때 꼭 현장에 갈 테니까, 내가 있는 한 임원 따위 꿈도 못 꾸지! 두고 봐.”정민아는 김예훈이 이들의 추악한 행위를 현장에서 폭로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굴복하기 마련이야. 그런 자리에서 혼자 많은 사람을 상대해봤자 소용없을 테니까.”“일단 두고 봐. 어쨌든 그때 가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갈게.”사실 정민아는 인수합병 행사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김예훈이 혹시라도 사고 칠까 봐 걱정된 마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정가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민아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언니, 이모, 이모부, 마침 잘 왔어요. 자, 제가 준비한 예복이 잘 어울리는지 한 번 입어봐요.”말을 끝나기 무섭게 도우미가 행거를 밀고 나왔다.정민아와 정군, 임은숙이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물론 예복은 맞지만, 집사와 메이드가 입는 그런 옷이었다.고용인이나 입을 법한 옷을 가져와 정민아 가족한테 입으라고 하다니? 정가을은 대체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정민아의 표정이 돌변하자 정가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언니, 성남시 재벌가들은 공식 석상에 참석할 때 전속 하인 몇 명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들었어. 아니면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래. 오늘부터 우리 집도 일류 가문의 문턱까지는 입성했으니까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지금 계약한 고용인들은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어디 내놓기는 좀 그러니까 언니네 가족한테 좀 부탁하려고.”정가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정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은숙은 이미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정가을, 우리는 어쨌거나 네 윗사람인데, 감히 약혼식에 가서 하인 노릇을 하라고 해?”“하! 내 약혼식인 줄은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오늘이 지나면 김세자의 아내이자 경기도 1인자의 아내가 저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요? 즉, 앞으로 정 씨 일가의 가장 든든한 뒷배는 저란 뜻이죠! 이모네 일가족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마저 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걸요?”정가을의 기고만장한 말투에 정동철은 기분이 거슬리긴 했으나 그래도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맞아! 앞으로 우리 정 씨 일가에서 가을이의 말이라면 곧 법이야. 정군, 와이프 교육이나 제대로 시켜! 얼른 옷 갈아입지 못해? 신부를 픽업하는 차량이 곧 올 거야.”비록 정군은 평소에 의지가 약한 편이지만, 오늘 이 옷을 입는 순간 다시는 성남시에서 얼굴 들고 살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동안 아빠 말이라면 웬만해서 따라 주려고 했어요.
“본인이 정 씨 일가를 떠나겠다고 했으니 말한 대로 해야죠. 여기! 계약서 가져다주세요!”정지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가져왔다.계약서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정민아 가족은 이제부터 빈털터리 신세로 정 씨 일가를 떠난다는 것이다.즉, 오늘부터 정 씨 일가 지분과 자산의 49%를 차지하는 정가 그룹은 정민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게다가 정민아는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계약서 내용을 보자 정민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정군은 몸이 후들후들 떨렸고, 임은숙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정지용, 정가을! 이 양심도 없는 것들아! 일부러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했네!”정지용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런데요? 오늘 딱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요. 계약서를 체결할 거예요? 아니면 이 옷 입고 행사장에서 하인 노릇을 할 거예요?”정가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묵인한 것과 다름없었다.이때, 정동철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자, 서둘러! 시간도 얼마 없는데 괜히 경사스러운 날에 내 기분 망치지 말고.”이를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처연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 씨 일가를 떠나면 앞으로 어찌 부귀영화를 누린단 말인가?비록 아직 임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하지만, 정 씨 일가를 떠나는 순간 빈털터리와 마찬가지인데 임씨 가문에서 과연 그들을 받아줄까? 물론 절대 불가능했다.사실 임은숙은 속으로 뻔했다. 만약 정민아가 대표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임옥희의 인정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정민아가 곧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임씨 가문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순간, 임은숙의 시선이 행거로 향하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아무리 굴욕을 당하더라도 거지가 되는 것보다 낫겠지!이때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예훈이 갑자기 입을 뗐다.“혹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앞으로 정 씨 일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참,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구경 좀 하게 사진은 보내줄게요.”김예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이 가서 하인 짓이나 하는 사진은 아니고?”정가을은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쌀쌀맞게 말했다.“빈털터리가 된 놈이 지껄인 말에 흔들릴 거로 생각해요?”이들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계약서 사본을 들고 미련 없이 뒤돌아서 정민아를 향해 말했다.“여보, 가자.”그리고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임은숙은 김예훈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김예훈! 네가 뭔데 우리를 대신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거야? 우리도 너처럼 거지 신세가 되어야지 마음이 후련해?!”김예훈이 위로를 건넸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민아가 있는 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정군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김예훈, 언제까지 그렇게 순진하게 살 거야? 정 씨 일가라는 든든한 버팀목 덕분에 민아가 성공을 이룬 건 사실이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않겠어? 이제 정 씨 일가를 떠나 대표 자리까지 물러난다면 대체 누굴 의지하겠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그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죠. 어떻게 보면 정 씨 일가를 떠난 게 저희한테 더 좋은 일일 지도 몰라요. 혹시 잊으셨나요? 예전에 외삼촌 일가도 민아한테 스스로 창업하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잖아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사실 당시 외삼촌 일가를 만족시키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이 김예훈을 쫓아내는 것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다만, 다들 비슷한 처지에 전락한 이상 정군도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오십보백보이니까!“어머님, 아버님, 제가 보기에 CY그룹에서 직접 민아를 대표직에 임명했으니 정 씨 일가가 끌어내리고 싶어도 소용이 없을 거예요. 저희도 오늘 인수합병 행사장에 갈까요? 어쩌면 우연히 김세자를 마주쳐서 민아의 대표 자리를 사수할 가능성도 있잖아요.”정군은 어이가 없었다.“김세자랑 마주치기는 무슨! 행사
“오늘부터 우리 정 씨 가문도 일류 가문의 문턱에 발을 반쯤 들인 것과 다름없지 않겠습니까?”“여러분, 오늘 밤 꼭 저희 집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재벌들은 하나같이 눈치 빠른 사람들인지라 이 말을 듣자 큰소리로 축하 인사를 건네주면서 심지어 가족까지 끌고 나와 정가을 일행을 배웅해줬다.다들 얼굴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세자가 프러포즈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주인공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기 마련이었다.어쨌거나 이건 벼락출세는 물론 개천에서 용 나는 상황이지 않냐는 말이다.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치 연예인이 나타난 현장처럼 북적거렸다.다만 정 씨 일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렉서스 차량에 다가가는 순간, 멈춰있던 차들이 갑자기 시동을 켜더니 유턴해서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일이지?”“얼른 차 세워!”“신부가 아직 차에 안 탔잖아. 안 보여?!”정 씨 일가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손을 허우적거리며 차를 세우려고 했다.다만 운전기사는 전부 송준의 엄선을 거친 엘리트로서 냉혹하기 그지없고, 오로지 명령만 충실히 집행했다.정 씨 일가 사람들이 뒤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순간 현장 분위기가 싸해졌다.정 씨 일가가 온갖 위세를 떨치면서 차량에 올라타려는 찰나, 심지어 정가을은 여주인공이 된 듯 주목받을 준비까지 단단히 마쳤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급기야 정지용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일부러 큰소리로 호통쳤다.“이런 웬수 덩어리들! 이게 다 정민아 일가 탓입니다! 하필이면 이때 찾아와서 시간이나 지체하고! 원래 8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벌써 5분이나 지났잖아요. 성남시의 전통에 따르면 약속 시각이 지났으니 신랑 측에서 마련한 차를 타고 갈 수 없게 되었네요. 우리가 직접 운전해서 가야지, 원!”정 씨 일가 사람들도 이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다만 현장에 있던 다른 재벌들은 어리둥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