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유문석을 바라보았다. 수작이 보통 아닌 게 분명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이내 그들은 기분 좋게 어깨동무하며 룸을 나섰다.결국 안에는 유문석만 남았고, 도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눈앞의 광경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유문석을 쳐다보았다.“오늘 밤 한 무리 사람을 데리고 와서 날 모욕하려고 부른 거냐?”유문석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널 모욕하면 뭐해? 단지 실제 행동으로 네가 고작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뿐이야. 정민아는 너한테 과분한 여자야! 너의 존재 자체는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지. 그래서 너한테 기회를 주려고 해. 내일 정민아와 이혼하고 성남시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유문석은 말을 이어가다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여기 2억 있어. 그나마 친척이라서 베푸는 마지막 자비야.”“내가 싫다면?”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싫다고?”유문석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아까 그분들 봤지? 비록 지금은 CY그룹 임원이 아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3일 뒤에 CY그룹 임원으로 임명받을 거야. 그리고 CY그룹은 김씨 가문 산하의 자산을 통합하고 나면 경기도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회사가 될 거야. 간신히 경쟁할 수 있는 몇몇 일류 가문 동맹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CY그룹에 복종할 일밖에 더 있겠어? 나중이면 아까 그분들의 신분이 가히 짐작이 가지 않아? 심지어 나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네가 기꺼이 장난감이나 노예가 되지 않은 이상 CY그룹 임원의 눈 밖에 나서 과연 좋은 결말이 있을 거로 생각해? 너뿐만 아니라 정민아까지 망하게 하고 싶어? 스스로 상관없다 쳐도 정민아를 위해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김예훈이 쌀쌀맞게 말했다.“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 저 사람들은 곧 사는 게 죽기보다 못
“총사령관님, 진짜 빌어먹을 놈들이네요!”그 사람은 바로 송준이었고, 프라이빗 클럽도 송준의 소유였다. 따라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지만, 김예훈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끼어들지 못했다.“괜찮아. 오늘 밤에 성남시로 돌아가 하은혜한테 찾아가. 회사 구조 조정에 대해 문자로 정리해서 보내줄 테니까 너도 도와서 처리해.”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어떤 일은 아직 처리할 계획이 없었는지라 그룹사 인수합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 밤 일 때문에 박차를 가하기로 마음먹었다.“네!”송준은 감히 명령을 거스르지 못했다. 왜냐하면 김예훈은 항상 두말하지 않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김예훈이 굴욕을 당하는 동안 성남시 정 씨 일가는 불이 훤히 켜져 있었고, 집안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성남시 이류 또는 삼류 가문, 그리고 기업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다른 이유는 없었다.왜냐하면 오늘 성남시 상류층에 한 가지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바로 CY그룹의 김세자가 인수합병 행사장에서 공개 프러포즈한다는 것이다.심지어 상대방은 정씨 일가 출신이었다!김세자는 경기도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압도적인 권력은 물론 자산은 가히 짐작이 안 갔다.어떻게 보면 진정한 경기도의 원톱이라고 할 수 있다.무려 김세자와 결혼하는 여자가 정 씨 일가의 자제라니?이것이야말로 용이 될 운명이지 않냐는 말이다.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러움과 질투를 감추지 못했다.만약 자기 집 자제가 김세자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신분 상승의 바람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텐데!쇠로 만든 왕좌에 앉은 정동철은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가을아, 앞으로 우리 집은 성남시에서 자리를 잡은 셈이야. 3일 뒤, 네가 김세자와 결혼하면 정 씨 일가가 일류 가문이 될 날이 멀지 않았어! 지금은 우리한테 잘 보이려고 찾아온 사람이 고작 이류 또는 삼류 가문에 불과하지만, 나중에 김세자와 결
정민아는 문 앞에서 김예훈을 기다리고 있다가 걸어 나오는 순간 재빨리 커다란 샤워타올을 건네주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방금 유문석이 김예훈의 굴욕 영상을 임씨 가문 단톡방에 올린 탓에 다들 좋아요 누르기 바빴다.더욱이 임옥희는 유문석한테 잘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정민아는 당장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임씨 가문 사람들의 거센 비난밖에 없었다.심지어 못난 놈 때문에 임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졌다는 둥, 스스로 아직 임씨 가문 외손녀라고 생각한다면 무능한 남편을 하루빨리 내쫓으라는 둥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그래도 나름대로 가족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태도에 정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왜냐하면 이번에 두 가족이 만나게 된 이유는 애초부터 이미 계획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김예훈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그것도 그녀가 직접 김예훈을 쫓아내도록 강요하려는 심산이었다.“김예훈, 난 어차피 자초지종을 알고 있어. 결국은 날 위해서 모욕을 당해도 꾹 참고 있었던 거잖아. 게다가 유문석이 마련한 자리도 애초에 목적이 따로 있기에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정민아의 얼굴은 초조하면서도 죄책감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저 사람들은 스스로 CY그룹 임원이라고 여길 뿐, 임원직에 오를 수 있는지는 3일 뒤면 알게 될 거야. 그때 꼭 현장에 갈 테니까, 내가 있는 한 임원 따위 꿈도 못 꾸지! 두고 봐.”정민아는 김예훈이 이들의 추악한 행위를 현장에서 폭로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굴복하기 마련이야. 그런 자리에서 혼자 많은 사람을 상대해봤자 소용없을 테니까.”“일단 두고 봐. 어쨌든 그때 가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같이 갈게.”사실 정민아는 인수합병 행사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김예훈이 혹시라도 사고 칠까 봐 걱정된 마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정가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민아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언니, 이모, 이모부, 마침 잘 왔어요. 자, 제가 준비한 예복이 잘 어울리는지 한 번 입어봐요.”말을 끝나기 무섭게 도우미가 행거를 밀고 나왔다.정민아와 정군, 임은숙이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물론 예복은 맞지만, 집사와 메이드가 입는 그런 옷이었다.고용인이나 입을 법한 옷을 가져와 정민아 가족한테 입으라고 하다니? 정가을은 대체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정민아의 표정이 돌변하자 정가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언니, 성남시 재벌가들은 공식 석상에 참석할 때 전속 하인 몇 명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들었어. 아니면 가문의 체면이 말이 아니래. 오늘부터 우리 집도 일류 가문의 문턱까지는 입성했으니까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지금 계약한 고용인들은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어디 내놓기는 좀 그러니까 언니네 가족한테 좀 부탁하려고.”정가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정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은숙은 이미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정가을, 우리는 어쨌거나 네 윗사람인데, 감히 약혼식에 가서 하인 노릇을 하라고 해?”“하! 내 약혼식인 줄은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오늘이 지나면 김세자의 아내이자 경기도 1인자의 아내가 저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요? 즉, 앞으로 정 씨 일가의 가장 든든한 뒷배는 저란 뜻이죠! 이모네 일가족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마저 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을걸요?”정가을의 기고만장한 말투에 정동철은 기분이 거슬리긴 했으나 그래도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맞아! 앞으로 우리 정 씨 일가에서 가을이의 말이라면 곧 법이야. 정군, 와이프 교육이나 제대로 시켜! 얼른 옷 갈아입지 못해? 신부를 픽업하는 차량이 곧 올 거야.”비록 정군은 평소에 의지가 약한 편이지만, 오늘 이 옷을 입는 순간 다시는 성남시에서 얼굴 들고 살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는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동안 아빠 말이라면 웬만해서 따라 주려고 했어요.
“본인이 정 씨 일가를 떠나겠다고 했으니 말한 대로 해야죠. 여기! 계약서 가져다주세요!”정지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가져왔다.계약서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정민아 가족은 이제부터 빈털터리 신세로 정 씨 일가를 떠난다는 것이다.즉, 오늘부터 정 씨 일가 지분과 자산의 49%를 차지하는 정가 그룹은 정민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게다가 정민아는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계약서 내용을 보자 정민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정군은 몸이 후들후들 떨렸고, 임은숙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정지용, 정가을! 이 양심도 없는 것들아! 일부러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했네!”정지용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런데요? 오늘 딱 두 가지 선택권을 줄게요. 계약서를 체결할 거예요? 아니면 이 옷 입고 행사장에서 하인 노릇을 할 거예요?”정가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묵인한 것과 다름없었다.이때, 정동철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자, 서둘러! 시간도 얼마 없는데 괜히 경사스러운 날에 내 기분 망치지 말고.”이를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처연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 씨 일가를 떠나면 앞으로 어찌 부귀영화를 누린단 말인가?비록 아직 임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고 하지만, 정 씨 일가를 떠나는 순간 빈털터리와 마찬가지인데 임씨 가문에서 과연 그들을 받아줄까? 물론 절대 불가능했다.사실 임은숙은 속으로 뻔했다. 만약 정민아가 대표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임옥희의 인정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정민아가 곧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임씨 가문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순간, 임은숙의 시선이 행거로 향하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아무리 굴욕을 당하더라도 거지가 되는 것보다 낫겠지!이때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예훈이 갑자기 입을 뗐다.“혹시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앞으로 정 씨 일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참,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구경 좀 하게 사진은 보내줄게요.”김예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너희들이 가서 하인 짓이나 하는 사진은 아니고?”정가을은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쌀쌀맞게 말했다.“빈털터리가 된 놈이 지껄인 말에 흔들릴 거로 생각해요?”이들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계약서 사본을 들고 미련 없이 뒤돌아서 정민아를 향해 말했다.“여보, 가자.”그리고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임은숙은 김예훈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김예훈! 네가 뭔데 우리를 대신해서 계약을 체결하는 거야? 우리도 너처럼 거지 신세가 되어야지 마음이 후련해?!”김예훈이 위로를 건넸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민아가 있는 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정군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김예훈, 언제까지 그렇게 순진하게 살 거야? 정 씨 일가라는 든든한 버팀목 덕분에 민아가 성공을 이룬 건 사실이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않겠어? 이제 정 씨 일가를 떠나 대표 자리까지 물러난다면 대체 누굴 의지하겠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아버님, 그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죠. 어떻게 보면 정 씨 일가를 떠난 게 저희한테 더 좋은 일일 지도 몰라요. 혹시 잊으셨나요? 예전에 외삼촌 일가도 민아한테 스스로 창업하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잖아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사실 당시 외삼촌 일가를 만족시키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이 김예훈을 쫓아내는 것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다만, 다들 비슷한 처지에 전락한 이상 정군도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은 오십보백보이니까!“어머님, 아버님, 제가 보기에 CY그룹에서 직접 민아를 대표직에 임명했으니 정 씨 일가가 끌어내리고 싶어도 소용이 없을 거예요. 저희도 오늘 인수합병 행사장에 갈까요? 어쩌면 우연히 김세자를 마주쳐서 민아의 대표 자리를 사수할 가능성도 있잖아요.”정군은 어이가 없었다.“김세자랑 마주치기는 무슨! 행사
“오늘부터 우리 정 씨 가문도 일류 가문의 문턱에 발을 반쯤 들인 것과 다름없지 않겠습니까?”“여러분, 오늘 밤 꼭 저희 집에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재벌들은 하나같이 눈치 빠른 사람들인지라 이 말을 듣자 큰소리로 축하 인사를 건네주면서 심지어 가족까지 끌고 나와 정가을 일행을 배웅해줬다.다들 얼굴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세자가 프러포즈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주인공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기 마련이었다.어쨌거나 이건 벼락출세는 물론 개천에서 용 나는 상황이지 않냐는 말이다.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스케일이 점점 더 커지더니 마치 연예인이 나타난 현장처럼 북적거렸다.다만 정 씨 일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렉서스 차량에 다가가는 순간, 멈춰있던 차들이 갑자기 시동을 켜더니 유턴해서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일이지?”“얼른 차 세워!”“신부가 아직 차에 안 탔잖아. 안 보여?!”정 씨 일가 사람들은 당황한 나머지 손을 허우적거리며 차를 세우려고 했다.다만 운전기사는 전부 송준의 엄선을 거친 엘리트로서 냉혹하기 그지없고, 오로지 명령만 충실히 집행했다.정 씨 일가 사람들이 뒤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다.순간 현장 분위기가 싸해졌다.정 씨 일가가 온갖 위세를 떨치면서 차량에 올라타려는 찰나, 심지어 정가을은 여주인공이 된 듯 주목받을 준비까지 단단히 마쳤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급기야 정지용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일부러 큰소리로 호통쳤다.“이런 웬수 덩어리들! 이게 다 정민아 일가 탓입니다! 하필이면 이때 찾아와서 시간이나 지체하고! 원래 8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벌써 5분이나 지났잖아요. 성남시의 전통에 따르면 약속 시각이 지났으니 신랑 측에서 마련한 차를 타고 갈 수 없게 되었네요. 우리가 직접 운전해서 가야지, 원!”정 씨 일가 사람들도 이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다만 현장에 있던 다른 재벌들은 어리둥절한
방금까지만 해도 정민아의 얼굴을 팔아 행사장에 입장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초대장을 주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정민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설마 네가 준비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초대장을 가져달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한 적은 없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 아니야. 게다가 우린 초대장 같은 거 없어도 입장이 가능하거든.”김예훈을 향한 기대가 조금이나마 생겨난 정군과 임은숙은 이 말을 듣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니나 다를까!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으면 없었지, 웬 허풍이냐는 말이다.“훗, 저런 못난 놈일 리가 있겠어요?”이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이 뒤룩뒤룩 찐 남자가 벤츠 뒷좌석에서 힘겹게 내렸다.그를 발견하는 순간 정민아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목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유문석이 그녀에게 소개해 줬던 나씨 가문 나영수였다.“이분은...”벤츠를 타고 온 남자를 발견하자 임은숙의 눈이 번쩍 뜨였다.허영심이 강한 그녀는 나영수를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고, 딸아이의 남편감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후보라고 생각했다.나영수는 애써 젠틀한 척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정민아의 어머님이 되시죠? 제 소개를 드리자면 이름은 나영수라고 하며, 성남시 일류 가문인 나씨 가문 출신이에요. 현재는 성남은행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영수 씨, 반가워요!”임은숙의 얼굴이 갑자기 훤해졌다. 얼마나 훌륭한 청년이란 말인가!나영수가 말을 이어갔다.“방금 두 분이 행사장에 참석하고 싶은데 초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저희 집 초대장 3장을 빼돌려서 가져다드렸어요.”이는 유문석이 얻어듣고 나영수한테 전달한 게 뻔했다.임은숙은 만면에 희색을 띠며 물었다.“영수 씨는 능력도 뛰어나는군요. 민아야, 얼른 지점장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고 뭐해?”정군은 나영수를 위아래로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
이 순간 맹승현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눈앞의 이 장면은 그에게 진정한 치욕이었다.흑아프리카를 종횡무진하면서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였지만 오늘날 이렇게 짓밟힐 줄 몰랐다.게다가 김예훈은 그보다 더 잔인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류탄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다.맹승현은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죽음으로 모든 사람의 얼굴에 침 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은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놈때문에 마음속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과거에 거만하고 미친 짓을 했던 것은 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 것이다.자신도 누군가의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먹게 된다.맹승현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져 사람 전체가 우울해 보였다.“대단한데? 추씨 가문의 부하인 거야? 이름 대볼래? 내일이면 어떻게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리고 조상님들의 무덤을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지 두고봐.”맹승현은 분명 동반자살을 하지 못할 거면서 음흉한 표정으로 협박하고 있었다.쨕!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같이 죽든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가.”김예훈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전쟁터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머리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애송이를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맹승현은 평생 받아보지 못한 치욕감에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악!”아름다운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청백해지고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이들은 맹승현이 한 번의 충동으로 수류탄을 놓아버리면 한창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할까 봐 두려웠다.남윤지 역시 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힐 줄 몰랐는지 표정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자기가 맹승현을 불러와 놓고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현장을 떠나고 싶었지만 용전 사람들이 죽어도 함께 죽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모든 입구를 막고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 순간, 남윤지는
“둘째, 죽고싶지 않으면 지금 바로 무릎 꿇고 스스로 자기 뺨을 열대 때리세요. 사과하라는 대로 하면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끝까지 함께해 드릴게요. 어때요?”김예훈은 무심한 말투로 맹승현을 죽일 듯한 표정을 지었다.맹승현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순간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넌 도대체 누구야?”그는 김예훈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자기 손을 단단히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기만 하면 안전장치를 뺀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가 함께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제가 누군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할 거냐예요.”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끝에 힘을 주었다.“선택 못 하겠다면 제가 도와줄까요?”김예훈이 손에 힘을 주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맹승현은 손의 힘이 점점 약해져 수류탄이 당장 떨어질 것만 같았다.“이런 미친놈!”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하던 맹승현은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어서 도저히 물러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매우 보기 흉했다.소파 뒤에서 머리를 내민 남윤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거만하던 얼굴에는 온통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순간 남윤지는 이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쳐다볼 용기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두려움만 가득했다. 맹승현의 손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수류탄이 바로 폭발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반신불수가 될수 있었다.“자! 그냥 같이 죽죠?”김예훈이 손에 힘을 더하는 순간 맹승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수류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왜요? 못하겠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르더니.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하신 거 아니었어요? 수류탄으로 협박하지 않았어요?”맹승현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하하하하! 역시 병신이 맞았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너희들 꼬락서니를 봐!”추문성 일행의 처참한 모습을 본 맹승현은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이러고도 내 앞에서 잘난 척했던 거야? 그것도 모자라 정의를 되찾고 싶어? 아직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겁을 먹다니! 정말 던져버리면 무서워서 울겠네? 정말 안 되겠네. 추씨 가문? 동씨 가문? 제발 웃기지 마! 1인자 자리에 앉아있는 건 아무도 너희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야. 정말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나 같은 사람이랑 비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맹승현은 추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임수민 등 아름다운 여성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동씨 가문이든 추씨 가문이든 진주·밀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무고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맹승현과 함께 죽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됐어. 오늘은 충분히 기회를 많이 줬어. 앞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도 하지 마.”맹승현은 한껏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길에서 나를 만나든 윤지 씨를 만나든 멀리 썩 꺼져. 앞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자리에는 동씨 가문도, 추씨 가문도 나타나지 말아야 할 거야. 아니면 만날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 그리고 내 말대로 얼른 돈이랑 고서희 씨를 돌려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알겠어?”맹승현은 테이블 위에서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추문성의 머리를 내리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서는 아무도 내 앞에서 뭐라 하지 못해. 너희들은 그럴 자격도 없어.”추문성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은 일그러진 것이 맹승현이 수류탄만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직접 나섰을 것이다.추문성이 이토록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맹승현은 더욱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나는 어때!”바로 이때, 인파를 뚫고 한 사람이 거만한 모습으로 맹승현 앞에
한계를 넘어선 맹승현의 행동에 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말았다.그녀는 진주·밀양 용전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김예훈의 이익도 대표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맞을 수가 있겠는가?다음 수난 추하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맹승현, 내가 괜히 진주·밀양 용전 전주가 된 줄 알아? 정말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추하린의 명령과 함께 주위에 열몇 명의 부하들이 동시에 나타나 총알을 장전하고 맹승현을 겨냥했다.하지만 맹승현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그는 무표정으로 추하린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옥루 회관을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윤지 씨 앞에서 위세를 부리는데 너를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 내가 말해주는데 추하린! 진주·밀양 용전 전주면 다른 사람에게 겁줄 수는 있겠지만 나한테는 안 먹혀. 네까짓 게 추문성을 위해 나서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추하린이 냉랭하게 말했다.“나랑 제대로 한번 붙어볼 생각인가 봐? 사람도 많고 총도 많은데 굳이 나를 건드리겠다고?”맹승현은 피식 웃기만 했다.“총으로 나를 쏴보든가! 나를 죽이지 못하면 추씨 가문의 남자는 대대로 노예가 되고 여자는 창녀가 될 것이야.”맹승현이 외투를 풀어 헤치는 순간 옷 속에서 또 몇 개의 검은 수류탄이 보였다.수류탄이 터지는 순간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을 운명이었다.너무나도 위험한 상황에 사람들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수십 명의 용전 부하들과 경호원들은 본능적으로 후퇴했고, 어떤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맹승현은 그야말로 진정한 미친놈이었다.남윤지조차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심지어 왜 이런 미치광이를 전쟁터에서 데려왔는지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맹승현의 스타일을 봤을 때 정말로 동반자살 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추하린이 꽉 잡았다.“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나를 죽이겠다면서? 왜 이제는 하나둘 겁먹은 거야
“체면을 지켜주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 뺨을 때리면 뭐 어쩔 거냐고.”남윤지는 천천히 소파로 돌아가 다리를 꼬고 앉았다.그러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참기만 하더니 드디어 폭발할 준비가 된 거야? 이제는 나를 때리려고? 자, 한 대 쳐봐. 어떻게 나를 건드릴 건지 지켜볼 거니까.”“너!”추문성이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수십 명의 제복을 입고 전신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총을 빼 들고 전체 마당을 포위했다.이때 제복을 입고있는 추하린이 긴 다리를 뻗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남윤지 씨,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기 전에 제 의견을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요.”말하는 사이 추하린은 추문성 앞으로 다가가 그의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처참한 모습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진주·밀양 용전 전주 추하린이잖아. 왜? 전주를 며칠 해봤다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감히 옥루 회관에 와서 소란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거야?”남윤지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이 어르신 생신 때문에 너를 해결할 시간이 없었을 뿐인데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할 판에 여기서 허세를 부려? 이런 제기랄! 이따 네 뺨까지 때려줄까?”맹승현도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창피하게 그깟 총을 꺼내지도 마. 하나같이 피를 본 적도 없는 초보들이 방아쇠를 당길 줄이나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맹승현?’이때 추하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추문성이 여기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달려오느라 김예훈을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다.추문성이 남윤지만 건드렸다면 그걸로 끝났겠지만 문제는 맹승현도 있다는 것이다.남윤지와 맹승현은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 두 가문을 대표하고 있어 잘못했다간 용전도 이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었
“그리고 강씨 가문 지분이 추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대신 결정할 자격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주인이 이미 두려워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런 굴욕적인 조건을 스스로 제안한 건가?”남윤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응시하며 다음 행동을 위해 그의 표정으로 뭔가를 읽어내려 했다.하지만 추문성이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남윤지 씨,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한 번만 더 물을게요. 저희랑 이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거예요?”남윤지는 천천히 다가와서 추문성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물론 거래할 의향이 있지만 아쉽게도 네가 강서연 씨를 납치한 게 아니거든. 설령 그렇다 해도 당신 주인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데려가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계속 붙잡아 두고 강씨 가문이 당신들이랑 연을 끊게 하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당신 주인이라는 사람은 그깟 똑똑한 척하는 머리와 기술로 진주·밀양에서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지? 정말 순진하긴. 나타나기조차 두려워서 너 같은 쓰레기를 보낸 것만 해도 병신인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김예훈을 위해 준비된 것인데 김예훈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른바 거래를 할수 없었다.게다가 추문성은 그녀와 거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남윤지 씨는 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이 없나 봐요?”“당연히 체면은 지켜줘야지.”남윤지는 샴페인을 들고 다가왔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서희를 납치한 일은 따지지 않을게. 돌아가서 사람을 풀어주고 옥루 회관에 2천억 원을 배상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내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어? 안 된다면 너까지 잡아둘 수밖에. 네가 먼저 옥루 회관 사람들을 건드렸으니 붙잡아도 너희 누나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걸어오던 임수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동의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까 동영상이랑 사진을 많이 찍었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