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김예훈이 웃는 모습에 임현우는 냉정해지려고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정말 잔인한 놈이네.”추하린과 추문성은 임현우를 째려보고 있었다.임현우는 불쾌하긴 했지만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길 비켜. 가게 내버려 둬. 아무도 말리지 마!”김예훈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버텼다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쨕!김예훈은 또 임현우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가라면 가야 하는 거야? 네가 뭔데. 태도가 왜 이래.”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추하린을 향해 사과했다.“추하린 씨, 죄송해요. 이 모든 건 오해였어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4천억 원은 가져가셔도 좋아요. 이로써 없었던 일로 하는 겁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부족해.”임현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시크라를 쳐다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병신으로 만들어버려!”시크라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민재 앞으로 다가갔다. 허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빠직!두 손목이 부러진 허민재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이 바닥 규정은 이랬다. 다른 사람을 모함하면 손목을 부러뜨려야 했다.“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김예훈은 주머니에서 한 무더기의 칩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10조 원에 달하는 칩인데 현금으로 바꿔줘.”임현우가 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김예훈,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건 야마자키파 칩이잖아. 가치를 잃어버린 지가 언젠데...”“내가 말했잖아.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왜. 들어주기 싫어?”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그의 표정을 보고있던 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수표 한장을 꺼내 그 위에 자기이름을 적었다.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할수는 없어서 또 뒤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임 도련님은 역시 통도 크셔. 이 10조 원으로 교훈을 산 거라고 생각해. 난 고작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건드릴
김예훈이 잠깐 망설이더니 물었다.“오늘 저녁은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무리 빚이 있다고 해도 도박장에 가서 몇천억 원짜리 내기할 정도는 아니잖아요.”김예훈은 전체 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추하린의 목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추하린이 추문성을 힐끔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두 가지 목적이 있었어요. 첫째, 문성이 빚을 탕감하는 것. 김 도련님께서는 모르실 수 있는데 저희 밀양에서는 신용이 가장 중요해요. 빚을 졌으면 무조건 갚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문성이가 도대체 얼마나 빚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철저히 해결해 보려고 했던 거예요. 둘째, 갑자기 나타난 빚에 누군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감히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가끔은 작은 수단으로 배후자를 끄집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처음에는 일이 잘 풀렸는데 허민재 저놈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줄 몰랐어요. 밀양 허씨 가문의 체면은 말이 아닐 거예요.”추하린은 한숨을 내쉬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추하린 씨, 가장 중요한 일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빚이 생긴 타이밍이라든지. 밀양에 도박장이 많고도 많은데 아무 곳에서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그 위험한 희망호에 간 거예요?”이것이 바로 김예훈의 가장 큰 의혹이었다. 추하린이 희망호에 오른 일이든, 추문성이 자기한테 도움을 신청한 일이든 너무나도 우연의 일치였기 때문이다.누가 파놓은 함정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추문성은 한참 동안 추하린과 마주 보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저의 잘못이었어요. 3날 전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매일 저에게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 사람이 오늘 희망호가 밀양으로 올 것이니 흥미가 있으면 가봐도 된다고 해서... 그리고 허씨 가문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짜 주인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봤자 저를 알아볼 사람도 없
다음 날 아침, 김예훈은 누군가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거실에서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던 추문성은 김예훈이 방에서 나오자마자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총사령관님, 큰일 났어요.”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무슨 일인데? 어젯밤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어?”추문성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반 시간 전에 밀양 경찰서에서 밀양 부두에 세워져 있던 희망호를 압류했다고 해요. 몇조 원에 달하는 칩을 몰수한 것도 모자라 허민재, 임현우를 구속했다고 했어요. 지금 전체 밀양 상류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요. 저 두 사람 신분이 워낙 심상치 않잖아요.”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압류당한 이유가 뭔데?”“도박패 없이 밀양구역에서 함부로 도박장을 영업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희망호가 밀양 부두에 세워졌다고 해도 영업하지 않으면 경찰들이 암묵적으로 모른 척해줬는데 이번에는 누가 그 룰을 깨는 바람에 일이 커진 거죠...”추문성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다.김예훈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이번 기회를 빌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다.그런데 망설이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이 먼저 나설 줄 몰랐다. 희망호를 압류한 것도 모자라 허민재, 임현우마저 구속했다니...“재밌군...”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는 모양이군. 임현우가 나를 탓할 것이 분명해.”“그게 문제에요.”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총사령관님, 어젯밤 저희 쌍방 모순이 너무 컸어요. 이제 겨우 막 한숨 돌리려고 하는데 압류당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누가 봐도 저희가 한 짓이라고 오해하기 일수에요. 그리고 희망호를 압류할 정도면 평범한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밀양 경찰까지 나선 걸 보면 총사령관님을 의심할지도...”김예훈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추하린 씨 경찰서에 가셨어? 출동한 사람이 누군데?”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밀양 경찰서 서열 1위인 분이죠. 그분은 중립을 지키고
김예훈의 말에 추문성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지고 말았다.각 증거들을 봤을 때 그 배후자가 김예훈이 아니라면 밀양 추씨 가문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아니면 누가 밀양에서 이렇게 큰 일을 저지를 정도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경찰청장은 조사해봤어?”김예훈이 물었다.“네. 밀양 현지인으로서 3대가 경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청렴결백하여 소문도 아주 좋고요.”추문성이 답했다.“이미지는 완벽할수록 문제가 더 큰 법이야.”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 한통을 보냈다.띠링.잠시후, 핸드폰이 울리면서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김예훈은 보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바로 아까 공진해 씨가 경찰청장 정보를 입수했어. 예전에 진주에서 기숙하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누군가 일부러 이 과거를 숨겼지만 결국 확인해냈어. 공진해 씨가 조사하는 김에 동창들도 조사해보았는데 재밌는걸 발견했더라고. 그중 한명의 이름을 들으면 너도 흥미를 느낄거야.”추문성이 의식의 흐름대로 물었다.“김현민은 아니죠?”“당연히 아니지.”김예훈이 고개를 흔들었다.“그 사람은 바로 허민재야.”추문성은 멈칫하고 말았다.“어떻게 허민재일 수가 있어요? 만약 친한 사이였다면 희망호를 차압할 이유는 없는거잖아요. 허민재는 희망호의 30% 지분을 가지고 있잖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민재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밀양에서는 추씨 가문을 빼고 권력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허씨 가문이잖아. 이런 연기는 허씨 가문 전화 한통이면 해결할수 있는 일이야. 피해자가 허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라 허씨 가문을 의심할 사람은 없겠지?”추문성의 눈빛은 어두워지고 말았다.“총사령관님, 만약 정말 허씨 가문의 짓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저희가 철저히 리카 제국 임씨 가문한테 밉보이는 거겠죠? 심지어 독수리 파를 건드렸으면 하는거 아닐까요? 저희 이 사실을 알릴까요?”“아니.”김예훈은 고개를 흔들었다.“공진해 씨가 5분도 안 되어 확인한 정보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도 조사해
김예훈은 차를 한 잔 따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밀양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허씨 가문을 몇번이고 건드렸잖아. 반격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허민재는 두 손을 잃었고, 허도겸은 두 발을 잃었고, 허준서마저 큰 손해를 입었으니 말이다.김예훈은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예훈을 계속 내버려 뒀다간 허준서마저 위협받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아무리 그래도 도박왕인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추문성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서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총사령관님, 만약 배후자가 정말 도박왕 허순재라면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어요. 총사령관님은 물론 저희 추씨 가문을 밀양에서 쫓아내려고 할지도 몰라요. 저희 아빠가 최근 몇 년 동안 어떻게든 허씨 가문이 가지고있는 네 개의 도박패 중에 두 개를 더 뺏어오고 싶어 했거든요. 이건 허씨 가문의 이익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너희 아버님이 도박패를 갖고 싶어했다고?’김예훈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도박왕 스타일대로라면 추씨 가문을 상대하려고 했다면 이런 타이밍을 고르지 않았을 거야. 내가 나타나기 전부터 누군가 추씨 가문을 해치려고 했던 것 같아. 갑자기 나타난 빚이든, 희망호가 나타난 일이든,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질 일이 아니라고...”추문성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총사령관님 뜻은 허씨 가문 이외로 누군가 저희 추씨 가문을 해치려고 했다는 말씀이세요?”“그럴 가능성이 큰 거지.”김예훈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나는 그저 우연히 타깃이 되었을 뿐이야. 추씨 가문이야말로 가장 큰 먹잇감이고. 재밌군.”김예훈은 핸드폰을 꺼내 또 누군가에게 전화했다.“공진해 씨, 저 사람 좀 조사해 줘야겠어요. 희망호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소나린이라는 사람이요.”추문성은 이 이름을 듣자마자 멈칫하더니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점심 12시, 밀양 송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빌라.점심시간이었지만 숲이 무성한 관계로
추양주는 기나긴 복도를 거쳐 반쯤 오픈된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그는 밀양 1인자가 되기 전에 이곳에 자주 왔었지만 밀양 1인자가 된 이후로는 십몇년 동안 와보는 것이다.추양주가 화원에 도착했을 때, 몸매가 좋은 신비로운 여인이 공손하게 인사했다.“어르신께서 지금 통화 중이셔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네.”추양주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허순재가 텃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자기 발로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만약 추양주가 화를 못 참고 가버린다면 도박왕 허순재는 오히려 기뻐할지도 몰랐다.추양주가 다시 시가에 불붙이려고 할때, 아까 그 여비서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어르신, 이쪽입니다. 추양주 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여비서는 곧 허순재를 화원으로 모셨다.“허허. 무슨 댓바람이 불어서 밀양 1인자께서 이 늙은이를 보러온 거지? 이 시간에 점심밥 먹으러 온 건 아니겠지?”추양주가 정자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서 웃을 듯 말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개량 한복 차림에 정신이 말짱해 보이는 도박왕 허순재가 서 있는 것이다.보잘것없어 보일 정도로 평범한 외모였고, 그럴듯한 분위기마저 없었다. 하지만 심상찮은 기세에 추양주는 동공이 흔들리고 말았다.몇 년 안 본 사이에 허순재의 실력이 더욱 향상된 것만 같았다.허순재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문은 그저 헛소문이었다.허순재는 서 있는 추양주를 보더니 웃었다.“이보게, 낯 가리지 말고 얼른 앉아. 다 서로 아는 사이잖아.”추양주는 자리에 앉는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허순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사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허순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전화해서 물어보면 내가 얼마든지 답해줬을 텐데. 설마 내 전화번호를 몰라? 그럴리가.”추양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만 했다.“그게요. 어젯밤 제 아들딸이 희망호에서 도박하다 돈을 땄는데 둘째 도련
“수색영장을 내린 사람이 나냐고?”허순재가 피식 웃었다.“자네, 나에 대한 오해가 깊은 모양이군. 나 허순재, 비록 도박왕으로 불리고 있지만 10년 전 자네가 자리에 올라앉았을 때 난 이미 퇴직했어. 나같이 이미 퇴직한 노인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찰서에 수색영장을 내리라고 하겠어.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거 아니야?”추양주가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똑똑한 사람끼리 굳이 돌려서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르신께서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굳이 명령까지 내려야겠어요? 엄연히 한때 도박왕이신데. 눈빛 하나면 어르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허순재는 놀란 눈치였다.“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희망호를 저격한 사람이 정말 우리 허씨 가문과 연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허순재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할 거니까. 만약에 정말 우리 허씨 가문이 한 짓이라면 자네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도록 하지. 내가 자네를 직접 그 자리에 앉혔는데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넘보는 거 용서 못 해. 지금 밖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거 알아. 자네가 허씨 가문이 가지고있는 도박패 중에서 두 개나 노리고 있다고. 우리 둘 사이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고. 그런데 내가 오늘 말해줄 수 있는 건 자네가 우리 허씨 가문의 도박패를 원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줄수있어. 말만 하면 바로 줄게. 다 줘도 상관없어. 그런데 난 자네를 너무 잘 알아. 은혜에 보답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우리 허씨 가문의 도박패를 노릴 수 있겠어. 안 그래? 또 이상한 소문이 들리면 그 소문을 퍼뜨린 사람의 입을 찢어버릴 거야.”“어르신, 너무 감사해요.”추양주는 멈칫하더니 표정이 평온해졌다.분명 오늘은 해명 받으러 왔는데 허순재한테 반격당할 줄 몰랐다.이로써 이 사건에 정말 허씨 가문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허순재의 강경한 태도를 보면 증거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잠시 후, 롤스로이스 차량에 올라탄 추양주
“아버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허성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동안 도박패 6개를 모으느라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데요. 왜 지금 기회가 있을 때 오히려...”허순재가 담담하게 말했다.“도박패 6개가 모이는 순간 우리 허씨 가문이 진주와 밀양에서의 지위는 진주 4대 가문을 훨씬 초과할 것이고,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거야... 그런데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와 밀양에서 권력을 다투는 가문이 생기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아?”허순재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다 한 모금 마셨다.허성빈은 멈칫도 잠시, 그제야 깨닫는 것이 있었다.“알겠어요. 도박패 6개를 모으려면 몇 년 전에 얼마든지 모았을 텐데 계속 내버려두는 건 저희의 약점을 보여주려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희망호를 압류하라고 시킨 거예요?”“내가 언제 시켰다고 그래.”허순재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난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어. 우연히 정보 하나를 흘렸는데 글쎄 희망호를 이용해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짓밟으려고 했더라고. 그게 왜 내 탓이야? 두 아들놈도 구속되었는데 나도 엄연히 피해자잖아?”허성빈은 입가를 파르르 떨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러면 민재를 꺼내올까요...”“왜 꺼내는데?”허순재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밀양 내에서 함부로 도박장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밀양의 법이잖아. 민재가 법을 어겼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허씨 가문에서는 민재가 이런 짓을 벌인 거 몰랐다고 전해. 오늘부로 나한테는 민재 같은 아들이 없는거야.”...반 시간 뒤, 밀양 허씨 가문이 대외적으로 기사를 냈다.[허민재는 이미 허씨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그가 한 짓은 허씨 가문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희망호 사건에 대해서는 저희 허씨 가문에서 밀양 경찰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입니다.]이것은 전 세계에 밀양의 법도를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밀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