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는 김예훈이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든 자기를 죽이기만 한다면 열 배, 백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임현우는 김예훈이 미친 것이 아니라 기껏 해 살려고 발버둥 치는 줄 알고 그가 절대 막무가내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임 도련님, 정말 다시 보게 되네요. 일반적인 세자님이나 도련님은 이런 상황에서 진작에 기절했을 건데 도련님은 역시나 임씨 가문의 후계자시네요. 제가 좋은 마음에 한마디 해드리는데, 저를 절대 자극하지 마세요.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 겨를도 없을 거예요...”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임현우의 목에 와인병을 더욱 깊게 갖다 대자 피가 더 많이 흘러나왔다.임현우는 못본 척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 네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어서 한마디 충고해주는데, 우리한테는 체면이 목숨보다도 더 중요해. 날 죽여도 되지만 우리 임씨 가문의 체면은 짓밟지 말았어야 해. 내가 죽어도 우리 임씨 가문은 두번째, 세 번째 후계자를 다시 찾아내면 돼. 그런데 너희 가족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러니까 죽이고 싶으면 빨리 죽여.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임 도련님은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으신 분이네요. 참 대단하시네요.”이 순간, 김예훈이 조금만 힘쓴다면 임현우의 기도가 뚫려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임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막무가내인 임현우가 똑같이 막무가내인 김예훈을 만났을 때, 누가 더 독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의 싸움이었다.이 광경에 허민재 등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보디가드들은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임현우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은 달랐다.임현우가 죽어버리면 똑같이 따라서 죽어야 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야.”임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은혜를 입었으면 갚고, 원한이 있으면 되돌려주는 거지. 우리의 체면을 세워주면 10배로 갚고, 우리를
“문성아, 어르신한테 전화해서 사람을 데리고 부두로 오시라고 해. 그리고 기자님들도 불러오고. 희망호에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속임수를 썼다고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전해. 생각대로 안 되자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이 사실이 밝혀지면 누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명의로 된 팰리스에서 도박하는지 지켜봐야겠어. 임 도련님께서 끝까지 가보자는데 우리도 함께 해야지.”김예훈에게 뺨을 열몇대 맞은 임현우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아무리 임현우가 죽기 두렵지 않다고 해도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어둠의 성에서 더 이상 돈 벌 수 없었다.크루즈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낀 추문성은 깜짝 놀라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누가 지금 크루즈를 조종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해역에 들어선 이상 이곳은 밀양의 관할구역이었다.연속으로 뺨 맞은 임현우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어떤 대가를 치러서든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한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상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었다.하지만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일은 바로 도박장에 대한 나쁜 소문이 떠도는 것이었다.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경쟁상대가 치고 올라올 것이 뻔했다. 이 기회를 빌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어둠의 성에서 챙겼던 이익을 전부 뺏어갈지도 몰랐다.간단히 말하자면 김예훈의 이런 행동은 임현우를 죽이는 것보다, 대단한 사람을 불러오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이었다.어둠의 성에서의 이익이 침범받는 순간,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에서의 지위도 영향받을 수 있었다.이 바닥은 이 정도로 냉철한 세계였다.허민재는 밀양 허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기사가 나버린다면 밀양 허씨 가문의 지위도 따라서 흔들릴 것이 뻔했다.이때, 허민재가 서둘러 말했다.“김예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김예훈이 웃는 모습에 임현우는 냉정해지려고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정말 잔인한 놈이네.”추하린과 추문성은 임현우를 째려보고 있었다.임현우는 불쾌하긴 했지만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길 비켜. 가게 내버려 둬. 아무도 말리지 마!”김예훈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버텼다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쨕!김예훈은 또 임현우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가라면 가야 하는 거야? 네가 뭔데. 태도가 왜 이래.”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추하린을 향해 사과했다.“추하린 씨, 죄송해요. 이 모든 건 오해였어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4천억 원은 가져가셔도 좋아요. 이로써 없었던 일로 하는 겁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부족해.”임현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시크라를 쳐다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병신으로 만들어버려!”시크라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민재 앞으로 다가갔다. 허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빠직!두 손목이 부러진 허민재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이 바닥 규정은 이랬다. 다른 사람을 모함하면 손목을 부러뜨려야 했다.“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김예훈은 주머니에서 한 무더기의 칩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10조 원에 달하는 칩인데 현금으로 바꿔줘.”임현우가 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김예훈,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건 야마자키파 칩이잖아. 가치를 잃어버린 지가 언젠데...”“내가 말했잖아.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왜. 들어주기 싫어?”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그의 표정을 보고있던 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수표 한장을 꺼내 그 위에 자기이름을 적었다.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할수는 없어서 또 뒤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임 도련님은 역시 통도 크셔. 이 10조 원으로 교훈을 산 거라고 생각해. 난 고작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건드릴
김예훈이 잠깐 망설이더니 물었다.“오늘 저녁은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무리 빚이 있다고 해도 도박장에 가서 몇천억 원짜리 내기할 정도는 아니잖아요.”김예훈은 전체 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추하린의 목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추하린이 추문성을 힐끔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두 가지 목적이 있었어요. 첫째, 문성이 빚을 탕감하는 것. 김 도련님께서는 모르실 수 있는데 저희 밀양에서는 신용이 가장 중요해요. 빚을 졌으면 무조건 갚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문성이가 도대체 얼마나 빚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철저히 해결해 보려고 했던 거예요. 둘째, 갑자기 나타난 빚에 누군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감히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가끔은 작은 수단으로 배후자를 끄집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처음에는 일이 잘 풀렸는데 허민재 저놈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줄 몰랐어요. 밀양 허씨 가문의 체면은 말이 아닐 거예요.”추하린은 한숨을 내쉬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추하린 씨, 가장 중요한 일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빚이 생긴 타이밍이라든지. 밀양에 도박장이 많고도 많은데 아무 곳에서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그 위험한 희망호에 간 거예요?”이것이 바로 김예훈의 가장 큰 의혹이었다. 추하린이 희망호에 오른 일이든, 추문성이 자기한테 도움을 신청한 일이든 너무나도 우연의 일치였기 때문이다.누가 파놓은 함정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추문성은 한참 동안 추하린과 마주 보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저의 잘못이었어요. 3날 전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매일 저에게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 사람이 오늘 희망호가 밀양으로 올 것이니 흥미가 있으면 가봐도 된다고 해서... 그리고 허씨 가문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짜 주인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봤자 저를 알아볼 사람도 없
다음 날 아침, 김예훈은 누군가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거실에서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던 추문성은 김예훈이 방에서 나오자마자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총사령관님, 큰일 났어요.”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무슨 일인데? 어젯밤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어?”추문성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반 시간 전에 밀양 경찰서에서 밀양 부두에 세워져 있던 희망호를 압류했다고 해요. 몇조 원에 달하는 칩을 몰수한 것도 모자라 허민재, 임현우를 구속했다고 했어요. 지금 전체 밀양 상류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요. 저 두 사람 신분이 워낙 심상치 않잖아요.”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압류당한 이유가 뭔데?”“도박패 없이 밀양구역에서 함부로 도박장을 영업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희망호가 밀양 부두에 세워졌다고 해도 영업하지 않으면 경찰들이 암묵적으로 모른 척해줬는데 이번에는 누가 그 룰을 깨는 바람에 일이 커진 거죠...”추문성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다.김예훈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이번 기회를 빌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다.그런데 망설이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이 먼저 나설 줄 몰랐다. 희망호를 압류한 것도 모자라 허민재, 임현우마저 구속했다니...“재밌군...”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나한테 덤터기를 씌우려는 모양이군. 임현우가 나를 탓할 것이 분명해.”“그게 문제에요.”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총사령관님, 어젯밤 저희 쌍방 모순이 너무 컸어요. 이제 겨우 막 한숨 돌리려고 하는데 압류당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누가 봐도 저희가 한 짓이라고 오해하기 일수에요. 그리고 희망호를 압류할 정도면 평범한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밀양 경찰까지 나선 걸 보면 총사령관님을 의심할지도...”김예훈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추하린 씨 경찰서에 가셨어? 출동한 사람이 누군데?”추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밀양 경찰서 서열 1위인 분이죠. 그분은 중립을 지키고
김예훈의 말에 추문성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지고 말았다.각 증거들을 봤을 때 그 배후자가 김예훈이 아니라면 밀양 추씨 가문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아니면 누가 밀양에서 이렇게 큰 일을 저지를 정도로 큰 권력을 가지고 있을까?“경찰청장은 조사해봤어?”김예훈이 물었다.“네. 밀양 현지인으로서 3대가 경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청렴결백하여 소문도 아주 좋고요.”추문성이 답했다.“이미지는 완벽할수록 문제가 더 큰 법이야.”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 한통을 보냈다.띠링.잠시후, 핸드폰이 울리면서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김예훈은 보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바로 아까 공진해 씨가 경찰청장 정보를 입수했어. 예전에 진주에서 기숙하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누군가 일부러 이 과거를 숨겼지만 결국 확인해냈어. 공진해 씨가 조사하는 김에 동창들도 조사해보았는데 재밌는걸 발견했더라고. 그중 한명의 이름을 들으면 너도 흥미를 느낄거야.”추문성이 의식의 흐름대로 물었다.“김현민은 아니죠?”“당연히 아니지.”김예훈이 고개를 흔들었다.“그 사람은 바로 허민재야.”추문성은 멈칫하고 말았다.“어떻게 허민재일 수가 있어요? 만약 친한 사이였다면 희망호를 차압할 이유는 없는거잖아요. 허민재는 희망호의 30% 지분을 가지고 있잖아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민재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밀양에서는 추씨 가문을 빼고 권력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허씨 가문이잖아. 이런 연기는 허씨 가문 전화 한통이면 해결할수 있는 일이야. 피해자가 허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라 허씨 가문을 의심할 사람은 없겠지?”추문성의 눈빛은 어두워지고 말았다.“총사령관님, 만약 정말 허씨 가문의 짓이라면 그들의 목적은 저희가 철저히 리카 제국 임씨 가문한테 밉보이는 거겠죠? 심지어 독수리 파를 건드렸으면 하는거 아닐까요? 저희 이 사실을 알릴까요?”“아니.”김예훈은 고개를 흔들었다.“공진해 씨가 5분도 안 되어 확인한 정보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도 조사해
김예훈은 차를 한 잔 따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밀양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허씨 가문을 몇번이고 건드렸잖아. 반격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야.”허민재는 두 손을 잃었고, 허도겸은 두 발을 잃었고, 허준서마저 큰 손해를 입었으니 말이다.김예훈은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예훈을 계속 내버려 뒀다간 허준서마저 위협받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아무리 그래도 도박왕인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추문성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서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총사령관님, 만약 배후자가 정말 도박왕 허순재라면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어요. 총사령관님은 물론 저희 추씨 가문을 밀양에서 쫓아내려고 할지도 몰라요. 저희 아빠가 최근 몇 년 동안 어떻게든 허씨 가문이 가지고있는 네 개의 도박패 중에 두 개를 더 뺏어오고 싶어 했거든요. 이건 허씨 가문의 이익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너희 아버님이 도박패를 갖고 싶어했다고?’김예훈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도박왕 스타일대로라면 추씨 가문을 상대하려고 했다면 이런 타이밍을 고르지 않았을 거야. 내가 나타나기 전부터 누군가 추씨 가문을 해치려고 했던 것 같아. 갑자기 나타난 빚이든, 희망호가 나타난 일이든,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질 일이 아니라고...”추문성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총사령관님 뜻은 허씨 가문 이외로 누군가 저희 추씨 가문을 해치려고 했다는 말씀이세요?”“그럴 가능성이 큰 거지.”김예훈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나는 그저 우연히 타깃이 되었을 뿐이야. 추씨 가문이야말로 가장 큰 먹잇감이고. 재밌군.”김예훈은 핸드폰을 꺼내 또 누군가에게 전화했다.“공진해 씨, 저 사람 좀 조사해 줘야겠어요. 희망호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소나린이라는 사람이요.”추문성은 이 이름을 듣자마자 멈칫하더니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점심 12시, 밀양 송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빌라.점심시간이었지만 숲이 무성한 관계로
추양주는 기나긴 복도를 거쳐 반쯤 오픈된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그는 밀양 1인자가 되기 전에 이곳에 자주 왔었지만 밀양 1인자가 된 이후로는 십몇년 동안 와보는 것이다.추양주가 화원에 도착했을 때, 몸매가 좋은 신비로운 여인이 공손하게 인사했다.“어르신께서 지금 통화 중이셔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네.”추양주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했다.허순재가 텃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자기 발로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만약 추양주가 화를 못 참고 가버린다면 도박왕 허순재는 오히려 기뻐할지도 몰랐다.추양주가 다시 시가에 불붙이려고 할때, 아까 그 여비서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어르신, 이쪽입니다. 추양주 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여비서는 곧 허순재를 화원으로 모셨다.“허허. 무슨 댓바람이 불어서 밀양 1인자께서 이 늙은이를 보러온 거지? 이 시간에 점심밥 먹으러 온 건 아니겠지?”추양주가 정자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에서 웃을 듯 말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개량 한복 차림에 정신이 말짱해 보이는 도박왕 허순재가 서 있는 것이다.보잘것없어 보일 정도로 평범한 외모였고, 그럴듯한 분위기마저 없었다. 하지만 심상찮은 기세에 추양주는 동공이 흔들리고 말았다.몇 년 안 본 사이에 허순재의 실력이 더욱 향상된 것만 같았다.허순재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문은 그저 헛소문이었다.허순재는 서 있는 추양주를 보더니 웃었다.“이보게, 낯 가리지 말고 얼른 앉아. 다 서로 아는 사이잖아.”추양주는 자리에 앉는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허순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사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허순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전화해서 물어보면 내가 얼마든지 답해줬을 텐데. 설마 내 전화번호를 몰라? 그럴리가.”추양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만 했다.“그게요. 어젯밤 제 아들딸이 희망호에서 도박하다 돈을 땄는데 둘째 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