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열세에 처하긴 했지만 추문성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앞으로 덮치면서 손을 뻗었다.퍽!상대방은 어마어마한 손아귀 힘에 뒤로 십몇 미터 물러서면서 나무 바닥까지 박살냈다.김예훈은 그제야 상대방이 중년의 남성이라는 것을 확인했다.한국인의 생김새긴 했지만 입고있는 옷을 보면 리카 제국 사람처럼 보였다.“스크라. 그만해.”바로 이때, 입구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시크라 공격을 막을 정도면 이곳에서 난리 피울 만하지. 시크라는 리카 제국 말 부대에서 전역한 장병이라 실력이 강한데 말이야. 그런데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허 도련님을 때리면 안 되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파트너인데 말이야.”이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귀족 포스를 풍기면서 걸어들어왔다.제일 앞장선 사람은 파마머리에 점잖아 보이는 남자였다. 잘생긴 얼굴에 은은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으니 누가 봐도 꽃미남이었다. 스타일이나 포스를 보면 허민재보다도 한 레벨 위였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는 말에 김예훈은 표정이 의미심장해졌다.세상이 좁다더니 성남에서 자신한테 쫓겨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다시 이곳에 나타날 줄 몰랐다.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희망호 최대 주주가 리카 제국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임씨 가문인 듯싶다.김예훈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허민재는 이미 주동적으로 그 남자 앞으로 다가가는 중이었다.“임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 이놈들이 제 구역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고요. 속임수를 써서 저한테서 몇천억 원을 가져가려는 것도 모자라 사람을 때리기까지 했어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어요. 도련님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언급해도 끄떡없더라고요. 이건 밀양 허씨 가문은 물론 리카 제국 임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마저 우습게 생각하는 거라고요.”비록 아까 임씨 가문을 언급한 적도 없지만 일부러 성질을 건드리기 위해 김예훈에게 죄를 하나 더 뒤집
허민재는 정말 김예훈을 죽이고 추하린을 자기 여자로 만들려는 속셈이었다.그런데 추문성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는지 임현우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임현우는 허민재에게 답장하는 대신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선 시가에 불을 붙였다.그가 시가 연기를 뿜어내는 순간 상위자의 포스가 풍겼다.시가를 다 피워갈 때쯤, 그제야 김예훈과 추하린을 보면서 예의 갖춰 말했다.“자, 지금부터 나에 대한 자기소개를 하지. 난 임씨 가문 후계자인 임현우라고 해. 너희가 임씨 가문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을텐데 간단히 소개해 줄게.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 10대 재벌가 중의 하나로서 어둠의 성에 있는 12개의 도박패 중에 무려 3개를 가지고 있지. 희망호는 바로 우리 임씨 가문의 구역이고. 우리 구역에서 속임수를 쓰고, 사람을 때린 건 리카 제국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야. 그것도 모자라 우리 임씨 가문의 존재를 무시하는 거라고! 우리가 최근 몇 년 동안 조용히 지내고 있었더니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나 봐. 허 도련님한테 두 가지 선택의 자유를 줬다면서? 그러면 나도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첫째, 이 바닥 규칙대로 2배로 배상하고, 손목을 자르면 없던 일로 해줄게. 둘째, 아무한테나 전화할 기회를 줄게. 누구를 불러오든 내가 무서워할 만한 존재라면 돈을 가지고 이곳을 벗어나도 좋아. 반대로 내가 보상을 해주지. 그런데 내가 말해주는데. 불러온 사람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희들과 함께 손목을 잘라야 할 거야.”임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시가 연기를 뿜어냈다. 내뱉는 말마다 위압감이 느껴져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그와 동행한 부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무기를 꺼내 장전했다.무기마다 심상치 않았고 그중에 중무기도 있었다.이로써 이들의 신분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선포하는 것과도 같았다.“과연 어떤 사람을 불러올지 지켜봐야겠어!”허민재는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는 임현우의 모습에 으쓱하기만 했다.허민재는 김예훈 일행의 퇴로를
“밀양 1인자의 따님이시군요. 그러길래 막무가내로 제 구역까지 침범하시죠.”임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아무리 추양주 씨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 벌어진 일을 해결하지 못할 거예요. 다른 사람을 불러오시죠.”임현우의 눈에는 추양주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 봤자 그저 밀양 1인자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추양주를 무서워했겠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는 존재감이 없었다.밀양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 중에서 어느 가문을 선택해야 할지 임현우는 잘 알고 있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늘 한국인을 무시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절대 고개 숙일 일이 없었다.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추하린이 먼저 나서서 참고 있던 화를 뿜어냈다.“임 도련님께서도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잖아요. 오늘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는 일단 따지지 않을게요. 저희가 양보해 드릴 수는 있어요. 임씨 가문, 그리고 허씨 가문에 사과드리는 의미로 4천억 원은 두고 갈게요. 여기까지 하시죠. 어때요?”임현우가 추씨 가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불쾌했지만 분위기상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처리할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임현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사람 불러올 기회를 드릴게요. 저희가 무서워할 만한 사람을 불러오지 않으면 저희 방식대로 처리할 거예요. 두 배로 배상하고, 손목을 알아서 자르고 꺼져야 할 거예요. 저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러는데 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 주세요.”임현우의 손짓하나에 누군가 와인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임현우는 와인이 담긴 와인잔을 흔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이 이거 다 마실 때까지 배상도 하지 않고, 손목도 자르지 않으면 물고기 밥으로 바다에 던져버릴 거예요.”“물고기 밥은 무슨!”쨍그랑!김예훈은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와인병으로 임현우의 머리를 내리쳤다.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날리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현장은 고요해지고 말았다.임현우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제기랄!”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김예훈을 덮치려고 했다.이들은 총을 장전한 채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이때 추문성이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하지만 김예훈은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깨진 와인병을 임현우의 목에 갖다 댔다.날카로운 유리에 목이 찔린 임현우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이런 젠장! 감히 임 도련님을 인질로 삼아? 죽고 싶어?”“임 도련님을 그만 놔줘.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계속 안 놔주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허민재는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총을 하나 빼앗아 장전하고서 시크라와 함께 김예훈을 겨냥했다.지금 당장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다.김예훈의 행동은 그야말로 이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상대방에게 으름장을 놓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을 줄 알았지만 임현우를 인질로 삼을 줄 몰랐다.‘손가락을 잘못 놀려서 임 도련님을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면 어떡하지?’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임현우의 목에 대고 있던 와인병을 툭툭 건드리더니 말했다.“임 도련님, 그래도 사람을 불러올까요?”추하린은 눈을 파르르 떨었다.김예훈의 살기를 느끼고 그만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냉정해지기로 했다.입을 여는 순간 김예훈의 신분이 들통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추하린은 골치가 아프기만 했다. 이때, 임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얼굴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더니 아무렇지않게 와인을 마셨다.피를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민재 등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손짓하고서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지? 정말 날 죽이려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제가 죽일 수 있을지 말지 한번 지켜보시든가요.”“날 죽이겠다고? 이러면 너한테 좋은 점이 뭐가 있는데.”임현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나를 죽여봤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이곳을 벗어나지
임현우는 김예훈이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든 자기를 죽이기만 한다면 열 배, 백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임현우는 김예훈이 미친 것이 아니라 기껏 해 살려고 발버둥 치는 줄 알고 그가 절대 막무가내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임 도련님, 정말 다시 보게 되네요. 일반적인 세자님이나 도련님은 이런 상황에서 진작에 기절했을 건데 도련님은 역시나 임씨 가문의 후계자시네요. 제가 좋은 마음에 한마디 해드리는데, 저를 절대 자극하지 마세요.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 겨를도 없을 거예요...”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임현우의 목에 와인병을 더욱 깊게 갖다 대자 피가 더 많이 흘러나왔다.임현우는 못본 척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 네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어서 한마디 충고해주는데, 우리한테는 체면이 목숨보다도 더 중요해. 날 죽여도 되지만 우리 임씨 가문의 체면은 짓밟지 말았어야 해. 내가 죽어도 우리 임씨 가문은 두번째, 세 번째 후계자를 다시 찾아내면 돼. 그런데 너희 가족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러니까 죽이고 싶으면 빨리 죽여.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임 도련님은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으신 분이네요. 참 대단하시네요.”이 순간, 김예훈이 조금만 힘쓴다면 임현우의 기도가 뚫려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임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막무가내인 임현우가 똑같이 막무가내인 김예훈을 만났을 때, 누가 더 독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의 싸움이었다.이 광경에 허민재 등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보디가드들은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임현우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은 달랐다.임현우가 죽어버리면 똑같이 따라서 죽어야 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야.”임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은혜를 입었으면 갚고, 원한이 있으면 되돌려주는 거지. 우리의 체면을 세워주면 10배로 갚고, 우리를
“문성아, 어르신한테 전화해서 사람을 데리고 부두로 오시라고 해. 그리고 기자님들도 불러오고. 희망호에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속임수를 썼다고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전해. 생각대로 안 되자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이 사실이 밝혀지면 누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명의로 된 팰리스에서 도박하는지 지켜봐야겠어. 임 도련님께서 끝까지 가보자는데 우리도 함께 해야지.”김예훈에게 뺨을 열몇대 맞은 임현우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아무리 임현우가 죽기 두렵지 않다고 해도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어둠의 성에서 더 이상 돈 벌 수 없었다.크루즈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낀 추문성은 깜짝 놀라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누가 지금 크루즈를 조종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해역에 들어선 이상 이곳은 밀양의 관할구역이었다.연속으로 뺨 맞은 임현우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어떤 대가를 치러서든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한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상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었다.하지만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일은 바로 도박장에 대한 나쁜 소문이 떠도는 것이었다.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경쟁상대가 치고 올라올 것이 뻔했다. 이 기회를 빌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어둠의 성에서 챙겼던 이익을 전부 뺏어갈지도 몰랐다.간단히 말하자면 김예훈의 이런 행동은 임현우를 죽이는 것보다, 대단한 사람을 불러오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이었다.어둠의 성에서의 이익이 침범받는 순간,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에서의 지위도 영향받을 수 있었다.이 바닥은 이 정도로 냉철한 세계였다.허민재는 밀양 허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기사가 나버린다면 밀양 허씨 가문의 지위도 따라서 흔들릴 것이 뻔했다.이때, 허민재가 서둘러 말했다.“김예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김예훈이 웃는 모습에 임현우는 냉정해지려고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정말 잔인한 놈이네.”추하린과 추문성은 임현우를 째려보고 있었다.임현우는 불쾌하긴 했지만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길 비켜. 가게 내버려 둬. 아무도 말리지 마!”김예훈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버텼다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쨕!김예훈은 또 임현우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가라면 가야 하는 거야? 네가 뭔데. 태도가 왜 이래.”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추하린을 향해 사과했다.“추하린 씨, 죄송해요. 이 모든 건 오해였어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4천억 원은 가져가셔도 좋아요. 이로써 없었던 일로 하는 겁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부족해.”임현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시크라를 쳐다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병신으로 만들어버려!”시크라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민재 앞으로 다가갔다. 허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빠직!두 손목이 부러진 허민재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이 바닥 규정은 이랬다. 다른 사람을 모함하면 손목을 부러뜨려야 했다.“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김예훈은 주머니에서 한 무더기의 칩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10조 원에 달하는 칩인데 현금으로 바꿔줘.”임현우가 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김예훈,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건 야마자키파 칩이잖아. 가치를 잃어버린 지가 언젠데...”“내가 말했잖아.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왜. 들어주기 싫어?”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그의 표정을 보고있던 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수표 한장을 꺼내 그 위에 자기이름을 적었다.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할수는 없어서 또 뒤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임 도련님은 역시 통도 크셔. 이 10조 원으로 교훈을 산 거라고 생각해. 난 고작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건드릴
김예훈이 잠깐 망설이더니 물었다.“오늘 저녁은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무리 빚이 있다고 해도 도박장에 가서 몇천억 원짜리 내기할 정도는 아니잖아요.”김예훈은 전체 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추하린의 목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추하린이 추문성을 힐끔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두 가지 목적이 있었어요. 첫째, 문성이 빚을 탕감하는 것. 김 도련님께서는 모르실 수 있는데 저희 밀양에서는 신용이 가장 중요해요. 빚을 졌으면 무조건 갚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문성이가 도대체 얼마나 빚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철저히 해결해 보려고 했던 거예요. 둘째, 갑자기 나타난 빚에 누군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감히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가끔은 작은 수단으로 배후자를 끄집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처음에는 일이 잘 풀렸는데 허민재 저놈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줄 몰랐어요. 밀양 허씨 가문의 체면은 말이 아닐 거예요.”추하린은 한숨을 내쉬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추하린 씨, 가장 중요한 일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빚이 생긴 타이밍이라든지. 밀양에 도박장이 많고도 많은데 아무 곳에서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그 위험한 희망호에 간 거예요?”이것이 바로 김예훈의 가장 큰 의혹이었다. 추하린이 희망호에 오른 일이든, 추문성이 자기한테 도움을 신청한 일이든 너무나도 우연의 일치였기 때문이다.누가 파놓은 함정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추문성은 한참 동안 추하린과 마주 보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저의 잘못이었어요. 3날 전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매일 저에게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 사람이 오늘 희망호가 밀양으로 올 것이니 흥미가 있으면 가봐도 된다고 해서... 그리고 허씨 가문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짜 주인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봤자 저를 알아볼 사람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