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열세에 처하긴 했지만 추문성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앞으로 덮치면서 손을 뻗었다.퍽!상대방은 어마어마한 손아귀 힘에 뒤로 십몇 미터 물러서면서 나무 바닥까지 박살냈다.김예훈은 그제야 상대방이 중년의 남성이라는 것을 확인했다.한국인의 생김새긴 했지만 입고있는 옷을 보면 리카 제국 사람처럼 보였다.“스크라. 그만해.”바로 이때, 입구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시크라 공격을 막을 정도면 이곳에서 난리 피울 만하지. 시크라는 리카 제국 말 부대에서 전역한 장병이라 실력이 강한데 말이야. 그런데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허 도련님을 때리면 안 되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파트너인데 말이야.”이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귀족 포스를 풍기면서 걸어들어왔다.제일 앞장선 사람은 파마머리에 점잖아 보이는 남자였다. 잘생긴 얼굴에 은은하게 미소까지 짓고 있으니 누가 봐도 꽃미남이었다. 스타일이나 포스를 보면 허민재보다도 한 레벨 위였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는 말에 김예훈은 표정이 의미심장해졌다.세상이 좁다더니 성남에서 자신한테 쫓겨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다시 이곳에 나타날 줄 몰랐다.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희망호 최대 주주가 리카 제국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임씨 가문인 듯싶다.김예훈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허민재는 이미 주동적으로 그 남자 앞으로 다가가는 중이었다.“임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 이놈들이 제 구역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고요. 속임수를 써서 저한테서 몇천억 원을 가져가려는 것도 모자라 사람을 때리기까지 했어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어요. 도련님과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언급해도 끄떡없더라고요. 이건 밀양 허씨 가문은 물론 리카 제국 임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마저 우습게 생각하는 거라고요.”비록 아까 임씨 가문을 언급한 적도 없지만 일부러 성질을 건드리기 위해 김예훈에게 죄를 하나 더 뒤집
허민재는 정말 김예훈을 죽이고 추하린을 자기 여자로 만들려는 속셈이었다.그런데 추문성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는지 임현우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임현우는 허민재에게 답장하는 대신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선 시가에 불을 붙였다.그가 시가 연기를 뿜어내는 순간 상위자의 포스가 풍겼다.시가를 다 피워갈 때쯤, 그제야 김예훈과 추하린을 보면서 예의 갖춰 말했다.“자, 지금부터 나에 대한 자기소개를 하지. 난 임씨 가문 후계자인 임현우라고 해. 너희가 임씨 가문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을텐데 간단히 소개해 줄게.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 10대 재벌가 중의 하나로서 어둠의 성에 있는 12개의 도박패 중에 무려 3개를 가지고 있지. 희망호는 바로 우리 임씨 가문의 구역이고. 우리 구역에서 속임수를 쓰고, 사람을 때린 건 리카 제국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야. 그것도 모자라 우리 임씨 가문의 존재를 무시하는 거라고! 우리가 최근 몇 년 동안 조용히 지내고 있었더니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나 봐. 허 도련님한테 두 가지 선택의 자유를 줬다면서? 그러면 나도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첫째, 이 바닥 규칙대로 2배로 배상하고, 손목을 자르면 없던 일로 해줄게. 둘째, 아무한테나 전화할 기회를 줄게. 누구를 불러오든 내가 무서워할 만한 존재라면 돈을 가지고 이곳을 벗어나도 좋아. 반대로 내가 보상을 해주지. 그런데 내가 말해주는데. 불러온 사람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희들과 함께 손목을 잘라야 할 거야.”임현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시가 연기를 뿜어냈다. 내뱉는 말마다 위압감이 느껴져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그와 동행한 부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무기를 꺼내 장전했다.무기마다 심상치 않았고 그중에 중무기도 있었다.이로써 이들의 신분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선포하는 것과도 같았다.“과연 어떤 사람을 불러올지 지켜봐야겠어!”허민재는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는 임현우의 모습에 으쓱하기만 했다.허민재는 김예훈 일행의 퇴로를
“밀양 1인자의 따님이시군요. 그러길래 막무가내로 제 구역까지 침범하시죠.”임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아무리 추양주 씨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오늘 저녁에 벌어진 일을 해결하지 못할 거예요. 다른 사람을 불러오시죠.”임현우의 눈에는 추양주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 봤자 그저 밀양 1인자일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추양주를 무서워했겠지만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는 존재감이 없었다.밀양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 중에서 어느 가문을 선택해야 할지 임현우는 잘 알고 있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늘 한국인을 무시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절대 고개 숙일 일이 없었다.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추하린이 먼저 나서서 참고 있던 화를 뿜어냈다.“임 도련님께서도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잖아요. 오늘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는 일단 따지지 않을게요. 저희가 양보해 드릴 수는 있어요. 임씨 가문, 그리고 허씨 가문에 사과드리는 의미로 4천억 원은 두고 갈게요. 여기까지 하시죠. 어때요?”임현우가 추씨 가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불쾌했지만 분위기상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처리할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임현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사람 불러올 기회를 드릴게요. 저희가 무서워할 만한 사람을 불러오지 않으면 저희 방식대로 처리할 거예요. 두 배로 배상하고, 손목을 알아서 자르고 꺼져야 할 거예요. 저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러는데 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 주세요.”임현우의 손짓하나에 누군가 와인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임현우는 와인이 담긴 와인잔을 흔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이 이거 다 마실 때까지 배상도 하지 않고, 손목도 자르지 않으면 물고기 밥으로 바다에 던져버릴 거예요.”“물고기 밥은 무슨!”쨍그랑!김예훈은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와인병으로 임현우의 머리를 내리쳤다.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날리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현장은 고요해지고 말았다.임현우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제기랄!”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김예훈을 덮치려고 했다.이들은 총을 장전한 채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이때 추문성이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하지만 김예훈은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깨진 와인병을 임현우의 목에 갖다 댔다.날카로운 유리에 목이 찔린 임현우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이런 젠장! 감히 임 도련님을 인질로 삼아? 죽고 싶어?”“임 도련님을 그만 놔줘.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계속 안 놔주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허민재는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총을 하나 빼앗아 장전하고서 시크라와 함께 김예훈을 겨냥했다.지금 당장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다.김예훈의 행동은 그야말로 이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상대방에게 으름장을 놓으면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을 줄 알았지만 임현우를 인질로 삼을 줄 몰랐다.‘손가락을 잘못 놀려서 임 도련님을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면 어떡하지?’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임현우의 목에 대고 있던 와인병을 툭툭 건드리더니 말했다.“임 도련님, 그래도 사람을 불러올까요?”추하린은 눈을 파르르 떨었다.김예훈의 살기를 느끼고 그만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냉정해지기로 했다.입을 여는 순간 김예훈의 신분이 들통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추하린은 골치가 아프기만 했다. 이때, 임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얼굴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더니 아무렇지않게 와인을 마셨다.피를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허민재 등에게 흥분하지 말라고 손짓하고서는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지? 정말 날 죽이려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제가 죽일 수 있을지 말지 한번 지켜보시든가요.”“날 죽이겠다고? 이러면 너한테 좋은 점이 뭐가 있는데.”임현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나를 죽여봤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이곳을 벗어나지
임현우는 김예훈이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든 자기를 죽이기만 한다면 열 배, 백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임현우는 김예훈이 미친 것이 아니라 기껏 해 살려고 발버둥 치는 줄 알고 그가 절대 막무가내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임 도련님, 정말 다시 보게 되네요. 일반적인 세자님이나 도련님은 이런 상황에서 진작에 기절했을 건데 도련님은 역시나 임씨 가문의 후계자시네요. 제가 좋은 마음에 한마디 해드리는데, 저를 절대 자극하지 마세요. 아니면 나중에 후회할 겨를도 없을 거예요...”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임현우의 목에 와인병을 더욱 깊게 갖다 대자 피가 더 많이 흘러나왔다.임현우는 못본 척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 네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어서 한마디 충고해주는데, 우리한테는 체면이 목숨보다도 더 중요해. 날 죽여도 되지만 우리 임씨 가문의 체면은 짓밟지 말았어야 해. 내가 죽어도 우리 임씨 가문은 두번째, 세 번째 후계자를 다시 찾아내면 돼. 그런데 너희 가족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러니까 죽이고 싶으면 빨리 죽여.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임 도련님은 정말 죽는 게 두렵지 않으신 분이네요. 참 대단하시네요.”이 순간, 김예훈이 조금만 힘쓴다면 임현우의 기도가 뚫려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임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막무가내인 임현우가 똑같이 막무가내인 김예훈을 만났을 때, 누가 더 독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의 싸움이었다.이 광경에 허민재 등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보디가드들은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임현우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지만 이 사람들은 달랐다.임현우가 죽어버리면 똑같이 따라서 죽어야 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야.”임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은혜를 입었으면 갚고, 원한이 있으면 되돌려주는 거지. 우리의 체면을 세워주면 10배로 갚고, 우리를
“문성아, 어르신한테 전화해서 사람을 데리고 부두로 오시라고 해. 그리고 기자님들도 불러오고. 희망호에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속임수를 썼다고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전해. 생각대로 안 되자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이 사실이 밝혀지면 누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명의로 된 팰리스에서 도박하는지 지켜봐야겠어. 임 도련님께서 끝까지 가보자는데 우리도 함께 해야지.”김예훈에게 뺨을 열몇대 맞은 임현우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아무리 임현우가 죽기 두렵지 않다고 해도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면 어둠의 성에서 더 이상 돈 벌 수 없었다.크루즈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낀 추문성은 깜짝 놀라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누가 지금 크루즈를 조종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의 해역에 들어선 이상 이곳은 밀양의 관할구역이었다.연속으로 뺨 맞은 임현우는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어떤 대가를 치러서든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가 한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상대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었다.하지만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일은 바로 도박장에 대한 나쁜 소문이 떠도는 것이었다.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경쟁상대가 치고 올라올 것이 뻔했다. 이 기회를 빌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어둠의 성에서 챙겼던 이익을 전부 뺏어갈지도 몰랐다.간단히 말하자면 김예훈의 이런 행동은 임현우를 죽이는 것보다, 대단한 사람을 불러오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이었다.어둠의 성에서의 이익이 침범받는 순간, 임씨 가문은 리카 제국에서의 지위도 영향받을 수 있었다.이 바닥은 이 정도로 냉철한 세계였다.허민재는 밀양 허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기사가 나버린다면 밀양 허씨 가문의 지위도 따라서 흔들릴 것이 뻔했다.이때, 허민재가 서둘러 말했다.“김예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김예훈이 웃는 모습에 임현우는 냉정해지려고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정말 잔인한 놈이네.”추하린과 추문성은 임현우를 째려보고 있었다.임현우는 불쾌하긴 했지만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길 비켜. 가게 내버려 둬. 아무도 말리지 마!”김예훈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버텼다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쨕!김예훈은 또 임현우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가라면 가야 하는 거야? 네가 뭔데. 태도가 왜 이래.”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추하린을 향해 사과했다.“추하린 씨, 죄송해요. 이 모든 건 오해였어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4천억 원은 가져가셔도 좋아요. 이로써 없었던 일로 하는 겁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부족해.”임현우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시크라를 쳐다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병신으로 만들어버려!”시크라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민재 앞으로 다가갔다. 허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빠직!두 손목이 부러진 허민재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이 바닥 규정은 이랬다. 다른 사람을 모함하면 손목을 부러뜨려야 했다.“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어.”김예훈은 주머니에서 한 무더기의 칩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10조 원에 달하는 칩인데 현금으로 바꿔줘.”임현우가 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김예훈,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건 야마자키파 칩이잖아. 가치를 잃어버린 지가 언젠데...”“내가 말했잖아.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왜. 들어주기 싫어?”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그의 표정을 보고있던 임현우는 눈을 파르르 떨더니 수표 한장을 꺼내 그 위에 자기이름을 적었다.이 정도까지 양보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할수는 없어서 또 뒤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임 도련님은 역시 통도 크셔. 이 10조 원으로 교훈을 산 거라고 생각해. 난 고작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건드릴
김예훈이 잠깐 망설이더니 물었다.“오늘 저녁은 어떻게 된 일이에요? 아무리 빚이 있다고 해도 도박장에 가서 몇천억 원짜리 내기할 정도는 아니잖아요.”김예훈은 전체 과정을 알고 있었지만 추하린의 목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추하린이 추문성을 힐끔 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두 가지 목적이 있었어요. 첫째, 문성이 빚을 탕감하는 것. 김 도련님께서는 모르실 수 있는데 저희 밀양에서는 신용이 가장 중요해요. 빚을 졌으면 무조건 갚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문성이가 도대체 얼마나 빚졌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철저히 해결해 보려고 했던 거예요. 둘째, 갑자기 나타난 빚에 누군가 함정을 파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감히 저희 추씨 가문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가끔은 작은 수단으로 배후자를 끄집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죠. 처음에는 일이 잘 풀렸는데 허민재 저놈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줄 몰랐어요. 밀양 허씨 가문의 체면은 말이 아닐 거예요.”추하린은 한숨을 내쉬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추하린 씨, 가장 중요한 일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빚이 생긴 타이밍이라든지. 밀양에 도박장이 많고도 많은데 아무 곳에서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왜 하필 그 위험한 희망호에 간 거예요?”이것이 바로 김예훈의 가장 큰 의혹이었다. 추하린이 희망호에 오른 일이든, 추문성이 자기한테 도움을 신청한 일이든 너무나도 우연의 일치였기 때문이다.누가 파놓은 함정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추문성은 한참 동안 추하린과 마주 보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저의 잘못이었어요. 3날 전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매일 저에게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 사람이 오늘 희망호가 밀양으로 올 것이니 흥미가 있으면 가봐도 된다고 해서... 그리고 허씨 가문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짜 주인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봤자 저를 알아볼 사람도 없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