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죽어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민아와도 이혼시킬 거야. 더 이상 네가 그 아이를 등쳐먹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김예훈, 넌 그냥 고분고분 두 손을 잘라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사각 턱 남자도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웃으면서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네 아내와 장모한테 미안해서 어쩌냐?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직 너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네 장모는 그저 덤일 뿐이니, 이 여자가 죽든 말든 우리에겐 중요하지 않아.”“하늘에 맹세할게. 네가 양손을 잘라 버리면, 네 장모를 즉시 풀어줄게! 이 맹세를 어기면 난 벼락 맞아 죽을 거야!”사각 턱 남자는 김예훈의 실력을 보고 자신이 그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러니 그의 유일한 희망은 임은숙을 이용해 김예훈을 압박하는 것이었다.“들었어? 이분이 하늘에 맹세까지 했는데 왜 아직도 손을 자르지 않는 거야!?”임은숙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매우 흥분했다.“네가 손을 자르면, 나는 살 수 있어! 바로 돌아가서 화려한 삶을 즐길 수 있다고!”“예훈아, 너의 손으로 나를 구하는 건 너 이 데릴사위의 영광인 거야. 아직도 뭘 꾸물대고 있어?!”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멀리 생각하셨어요. 난 내 손을 자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밤 난 얘네들을 없애러 온 거예요.”사각 턱 남자의 눈빛이 매서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내가 네 장모를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손에 든 비수를 움직여 임은숙의 목 피부를 베었다.피가 튀어 나왔다.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임은숙은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다.“아! 아악!!”임은숙은 두려움에 가득 차서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김예훈을 향해 노발대발했다.“김예훈, 너 이 병신새끼가 정말로 나를 죽일 셈이야?”김예훈은 이 상황을 보며 무표정하게 감정 없이 말했다.“사실 넌 좀 더 힘을 넣어야 했어. 이 할망구를 단
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너의 오해야. 난 이 할망구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 그것도 너희들 손에 말이야. 그래야만 앞으로 정씨 가문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물론, 이 할망구가 죽으면 너희도 다 없앨 거야. 그러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고 사람들은 나를 장모님을 위해 복수한 영웅으로 생각할 거야.”“민아도 감격해서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할지도 몰라. 빨리 죽여! 난 한시도 기다리기 싫어!”흥분으로 가득 찬 김예훈의 표정은 마치 사각 턱 남자에게 빨리 행동하라고 재촉하는 듯했다.사각 턱 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망설이며 말했다.“김예훈, 내가 네 말을 믿어줄 것 같아? 난 네 자료를 다 봤어...”“망할 놈! 개자식! 너 같은 등처가는 죽어야 마땅해!”임은숙은 두 사람에게 대화할 시간을 주지 않고,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어떻게 내가 눈이 멀어서 내 딸을 이런 놈에게 시집보냈지!”“난 귀신이 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하늘에 대고 맹세하는데, 반드시 너와 민아를 이혼시킬 거야!”임은숙은 분노로 이를 갈며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 삼켜 버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각 턱 남자는 불안해졌다. 그는 임은숙이 김예훈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그러니 김예훈 역시 이런 장모를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이렇게 되면 이른바 인질이라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진행돼도, 사각 턱 남자는 그 말을 쉽게 믿지 않았고 오히려 임은숙의 생사를 더욱 단단히 잡았다.“김예훈, 내 한계를 시험하지 마. 마지막 3초를 줄게. 네 양손을 자르지 않으면 이 여자는 죽어!”말을 마치자마자 사각 턱 남자는 비수를 임은숙의 목에 대고 힘껏 눌렀다. 피는 순식간에 다시 튕겨 나왔다.비수가 곧 임은숙의 기도를 찢을 듯 다가오자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통증으로 인해 그녀는 욕할 힘조차 없었다.“너희 모두 함께 가는 거야.”김예훈은 미소 지
그는 임은숙을 이용해 김예훈을 제압해야만 도망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그렇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김예훈의 실력은 너무도 무시무시해서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순간 사각 턱 남자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에 힘을 주어 임은숙의 기도를 베려고 했다.휙!김예훈의 얼굴이 살짝 변하더니 갑자기 몸을 날려 임은숙 앞에 나타나 손에 든 수박 칼로 찔렀다.푹.맑은 소리와 함께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김예훈의 오른손은 임은숙의 배에 닿았고, 손에 있던 수박 칼은 이미 그녀의 배 속으로 깊이 박혀있었다.그녀 뒤에 있던 사각 턱 남자는 손에 든 비수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김예훈의 칼이 그의 심장에 꽂혔기 때문이다.사각 턱 남자는 김예훈이 이렇게 자신을 죽였다는 게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그는 임은숙이라는 인간방패가 있지 않았는가!그런데 김예훈은 정말로 임은숙의 생사가 중요하지 않았던 걸까?쿵!사각 턱 남자가 죽기 직전, 창고 밖에서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놀랍게도 정민아와 진주 4대 도련님 중 한 명인 곽영현이었다.“예훈아, 너...”김예훈이 칼로 임은숙의 아랫배를 찌르는 것을 본 정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정민아와 곽영현이 함께 나타난 것을 본 김예훈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표정이 떠올랐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던 것이다.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풀었고, 순간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임은숙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복부에 꽂힌 수박 칼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와 그녀의 모습은 더없이 처참해 보였다.온몸이 피투성이인 임은숙은 날뛰지도 않았고 절규하지도 않았다. 그저 온몸이 싸늘해지며 자신이 저승 문턱에 한 발짝만 남겨두고 있다고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예훈아, 너 왜...”정민아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몇 시간 전, 곽영현이 사람들을 이끌고 밀양에 와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김예훈이 임은숙을 죽이려 한다며, 그리고 그 증거로
금세 두 명의 준비된 의사가 달려와 임은숙에게 응급처치하고 들것에 실었다.정민아는 슬픈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며칠 동안 그녀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팰리스의 일과 집안의 일까지 걱정해야 했다.하지만 다시 어머니를 만났을 때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이건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김예훈은 심호흡을 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민아야, 내 말 좀 들어봐.”“내가 이렇게 한 건 어머님을 구하기 위해서였어. 어찌 됐든 내 장모님이잖아. 방금 그 상황은...”김예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영현이 웃으며 다가와서 말했다.“예훈 도련님은 정말 뻔뻔하군요!”“이모가 당신 때문에 납치되었는데 적극적으로 구하기는커녕 구하는 중에도 이모를 죽일 생각을 하다니!”“우리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모는 이미 당신 손에 죽었겠죠. 그리고 그 죄는 이 사람들에게 뒤집어씌우고요.”“김예훈 씨, 정말 실망입니다! 당신이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니! 아내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찰싹.곽영현에게 돌아온 것은 한 대의 뺨이었다. 김예훈은 한 방에 그를 날려버리고 나서 차갑게 말했다.“시끄러워!”땅에 쓰러진 곽영현은 오른손으로 부풀어 오른 얼굴을 감쌌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영현 도련님!”그의 곁에 있던 십여 명의 싸움꾼들은 즉시 나서려 했지만 곽영현이 손짓으로 제지했다.그는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바라보며 마치 재미있는 구경을 하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날아간 곽영현은 신경 쓰지 않고 정민아 앞에 쪼그려 앉아 조용히 말했다.“민아야, 넌 정말 내가 네 엄마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게 사실 아니야?”정민아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엄마가 너에게 많은 모욕을 줬다는 걸 알아. 부산에 온 이후로 엄마는 우리의 이혼을 계속 추진해왔어! 하지만 그 사람은 내 엄마야!”“너는 엄마를 싫어하고 미워할
“그건 내 딸이 빨리 와서 그런 거지. 1초만 늦었어도 난 죽었어!”임은숙이 흉악한 모습으로 말했다.“참, 내 가방은? 내 가방 안에 이혼 서류가 있어. 어서 이 살인범더러 사인하라 해! 이게 내 유언이야. 절대로 너희들이 같이 있게 두지 않겠어! 빨리! 이혼 서류를 가져와.”임은숙이 호통을 치자 곽영현이 바로 손짓을 했다. 그의 부하들은 구석에 흩어져 있는 에르메스를 재빨리 찾아 그 안에 구겨져 있는 이혼 서류를 찾아 건넸다.이혼 서류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던 정민아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했다.이혼 서류가 김예훈에게 건네지자 정민아는 이를 갈며 말했다. “김예훈, 사인해. 이혼하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앞으로 우리는 자기 갈 길 가는 거야.”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를 그렇게 못 믿어? 이놈이 왜 하필 지금 널 데려온 건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아? 밀양에 있는 너를 데리고 와서 마침 내가 너희 엄마를 죽이고 있는 것을 보게 했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우연이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나를 믿지 못하는 거야? 3년 동안 같이 하면서 너에게 나는 그래도 꽤 중요한 사람인 줄 알았어. 지금 보니 내 생각이 잘못됐네.”김예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김 고문님보다도 못한 사람이었네! 내가? ”“당연하지, 곽 도련님이랑 비교할 수던 없지.”이 짧은 시간에 임은숙은 이미 곽영현의 신분을 알아차렸다.“곽 도련님은 진주 4대 도련님 중 한 분이셔. 그리고 너는 그냥 아내를 의지하면서 사는 사람뿐이야. 이혼 서류에 사인하면 넌 개뿔도 아니야! 빨리 사인하고 꺼져!”김예훈은 임은숙을 무시하고 시선을 다시 정민아에게 돌렸다.정민아는 속이 속이 아니었지만 임은숙과 김예훈의 사이가 심각한 것을 보고 이를 꽉 물고 말했다. “사인해! 사인하면 나도 우리 엄마더러 이 일을 넘어가라고 설득할 거야. ”“맞아, 빨리 사인해. 네가 사인하지 않으면 난 병원에 가지 않고 여기서 죽을 거야. 널 살인자로 만들고 민아가 널 평생
“하지만 이번에는 진주 사람들이 나를 납치하고 이렇게 만들었어요. 내 병원비뿐만 아니라 위자료까지 배상해야 해요! 적어도 2천억이에요!”정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은숙만 괜찮으면 됐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좀 멍해져 있다. 여전히 김예훈과의 이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형사는 임은숙의 쓸데없는 말을 끊고 말했다. “여사님, 모든 것은 우리 진주의 법에 따라 처리될 것입니다. 당신을 납치한 그 강도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고, 당신도 배상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예훈 씨한테도 연락해야 하는데 핸드폰이 꺼져있어서 연락이 안 되네요. 혹시 어디 있는지 아세요? 정민아 씨의 남편이라고 들었어요.”“전남편!”임은숙은 바로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질렀더라도 우리와 아무런 관계없어요. 내 딸은 이미 그 사람이랑 이혼했어요! 제다가 내가 이렇게 된 데는 그 사람의 책임이 제일 커요!”“일을 저질렀다니요?”형사가 살짝 멈칫하더니 말했다. “아니에요. 김예훈 씨한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찾는 겁니다. 김예훈 씨는 당신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도와 이 악랄한 강도들을 잡았습니다. 몇 명의 살아있는 강도들의 진술과 현장의 증거에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다시 김예훈 씨를 찾아 확인하려는 것뿐입니다.”임은숙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당사자인데 이 일에 대해 모를 리 없잖아요. 나한테 물어보면 되는 것인데.”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사님, 당신이 당국자여서 제가 이러는 거예요.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아닐 겁니다. 김예훈 씨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고 신고한 것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상처와 현장의 핏자국을 보면 김예훈 씨 당신한테 칼을 휘두른 것은 당신 뒤에 있는 강도를 상대하면서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계산을 거친 거예요. 급소는 다치지 않고 살만 다치게 했죠. 그냥 운이라고 말하기엔 간단하지 않은 수법이에요. 당신을 구하려는 것이
임은숙도 뭔가 깨달은 것 같았지만 어쨌든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김예훈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랬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체면이 세워지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줄곧 김예훈과 정민아의 이혼을 원했다. 오늘의 일 덕분에 겨우 이혼을 시켰는데 그녀는 이 오해를 풀려고 할 리가 없다. 그녀는 김예훈이 영원히 사라져 다시는 정민아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차라리 눈에 띄지 않았으면 했다. “엄마, 그만 해.”정민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더없이 후회했다. “예훈이를 그렇게 말하지 마. 다 우리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정민아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찼다. 그녀는 김예훈이 정말 임은숙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한 것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자기는 그를 오해했을 뿐만 아니라 이혼까지 강요했다. 그녀는 김예훈을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왜 그래? 그 자식은 나를 죽이려고 한 거야, 내 말이 틀렸어?”임은숙은 눈을 부릅떴다.“김예훈은 너랑 이혼하지 않고 너의 재산을 노려서 나를 죽이려고 한 거야. 그렇게 해서 너를 계속 가지려고 그런 거라고! 네가 없으면 걔는 무엇도 아니야. 너한테 기대는 등골남일 뿐이야! 지금 그런 사람을 잃고 후회하는 거야?”임은숙이 계속 말했다. “됐어, 내일 일단 성남시로 돌아가서 CY그룹의 지배권부터 되찾자! 그놈은 이미 너랑 이혼했으니 그룹을 계속 맡을 자격이 없어.”정민아는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 “엄마, 무슨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CY그룹은 예훈이 것이야.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그럴 리가!”임은숙이 소리를 질렀다. “CY그룹이 견씨 가문의 것이 아니었어? 그 자식 것이야? 그럴 리가 없어.”자리를 뜨지 않고 옆에서 있던 형사가 이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여사님, 최근에 상장한 CY그룹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김예훈 씨 명의가 맞습니다.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김예훈 씨의 신분을 확인했습니다. CY그룹의 회장이자 대표님입니다.”꽈당. 임은숙이 들고 있
흰 옷차림의 남자는 김씨 가문 사걸 중 우두머리이자 진주 4대 도련님 중 하나인 김병욱이었다.그는 곽영현의 말에 기뻐하는 대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김예훈이 어쩔 수 없어서 이혼 서류에 사인한 게 확실해요?”“확실해요! 그리고 정민아의 태도로 볼 때, 지금부터 부산 견씨 가문의 아홉 번째 방에 있는 에너지는 다시는 김예훈에게 쓰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예상했던 대로에요.”김병욱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고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곽 도련님, 김예훈을 얕보지 마세요. 전에 성남시에 있었을 때, 우리 김씨 가문이 그 사람을 얕봐서 부산으로 떠밀려 온 거예요. 지난번에도 그 사람을 우습게 보는 바람에 크게 손해 봤어요. 이번에는 반드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요. 그 사람이 다루기 쉬운 상대였다면 우리도 번거롭게 그 사람을 부산으로 데려올 필요가 없었잖아요.”곽영현은 입을 헤벌렸다. “김세자는 확실히 다루기 쉬운 상대가 아니죠. 제 얼굴에 있는 손바닥 자국이 그 증거죠. 우리 둘이 그 사람을 죽일 수 없으면 밀양 허씨 가문과 진주의 다른 두 가문도 불러야죠. 그래도 죽지 않을 수는 없어요.”김예훈을 죽이기 위해, 전에 성남시에서 맺은 원수한테 복수하기 위해 곽영현은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이것 때문에 김예훈에게 뺨을 몇 대 맞더라도 그는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김병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김병욱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왜요,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곽영현은 김병욱을 쳐다보았다. 김병욱은 평상시에 표정을 거의 짓지 않는데 지금은 너무 이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네요.”김병욱이 웃었다.“방금 김예훈이 사람을 시켜 배첩을 보내 밀양 최강자 추양주에게 전달했어요.”“뭘 하려는 거죠? 이 와중에 최씨 가문에 가다니, 허씨 가문이 딴생각할까 봐 두렵지도 않은 건가요?”곽영현은 김예훈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 “허씨 가문을 칠 준비를 하고 있나 봐요.”김병욱은 덤덤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