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꿇어!”임영빈은 웃으며 아예 김예훈 앞으로 걸어와 김예훈의 어깨를 눌러 꿇게 하려 했다.그러나 아무리 눌러도 눌러지지 않았다.“빨리 무릎 꿇지 못해?”지금, 이 모습은 임재훈 앞에서 창피한 일이다. 어떻게든 김예훈을 눌러 꿇려야 한다.팍!김예훈이 갑자기 한 손으로 임영빈의 뺨을 날렸다.그리고 임영빈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온몸이 덜덜 떨었다.현장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특히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었다.이들은 지금 어떤 지위인가?그런데 김예훈 이 쓰레기 같은 녀석이 감히 뭘 믿고 임씨 가문을 때리는 건가?팍!임영빈이 막 몸을 일으키려 하자 김예훈이 다가가 한 발로 목을 짓눌렀다.모든 사람은 숨을 죽이고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임영빈...죽은 건가?김예훈의 행동을 보고 임재훈도 숨을 죽이며 자기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질을 쳤다.그리고 정신을 차리고서는 임재훈의 표정은 일그러지며 화가 잔뜩 나 있었다.임재훈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셋째 어르신이다. 그런데 지금 일개 데릴사위한테 겁을 먹었다고?그러나 김예훈은 임재훈의 행동을 의식하지 않고 연회장 중앙으로 가 주위를 한번 훑었다.모두 김예훈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보고만 있다.“내 부인과 처제 체면을 봐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성남 임씨 가문한테 마지막 기회를 준다. 7일 후 모든 사람은 우리 집 대문에 와 무릎 꿇고 사과해! 모든 사람이라 했어. 여기에는 아직 리카 제국에 있는 임씨 가문도 포함이야! 칠 일 뒤에 만약 사과하지 않으면 결과는 간단해. 나라를 팔고 이득을 취하는 녀석들한테는 죽음만 있는 거야!”김예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지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것 같은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봤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협박해?그리고 리카 제국 임씨 가문 전부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그리고 저들을 매국노라고 해?이...이 녀석 너무 도발하는 거 아니야?리카
이때 임재훈이 손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가라고 해. 오늘은 우리 임씨 가문한테 좋은 날이야. 이 일은 천천히 해결해도 돼. 나중에 총사령관과 결혼한 후에 밟아 죽이는 건 시간 문제야!”암옥희는 이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곧바로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역시 셋째 어르신의 생각은 항상 놀라울 정도입니다. 일개 데릴사위를 손보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오늘 밤 총사령관님이 오는 것이야말로 큰일이지요! 총사령관님과 결혼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이 경기도를 이끄는 가문이 될 것입니다!”이렇게 김예훈에게 쏠렸던 관심이 사그라들었다.이때 임재훈이 표정을 풀고 담담하게 말했다.“총사령관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 온대?”임옥희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이전에 총사령관님께 시간을 알려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오실 때 됐습니다. 제가 사람을 시켜 전화해 보겠습니다.”곧이어 여문성이 다급히 달려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셋째 어르신, 임옥희 어르신, 제가 방금 국방부에 연락해 보니 총사령관님이 이미 왔다 가셨답니다!”“뭐라고? 총사령관님이 오셨었다고? 언제?”임재훈과 임옥희가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총사령관님께서 이미 임씨 가문에게 기회를 줬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셨답니다.”이 말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임재훈과 임옥희는 서로를 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얼마 후 임옥희가 지팡이를 들고 온몸을 떨며 말했다.“나 이해했어요. 총사령관님이 오셨을 때 김예훈이 일을 벌이고 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총사령관님은 우리 임씨 가문이 존중받지 못해 떠난 것 같습니다!”임재훈은 당황해하며 소리쳤다.“김예훈, 이 죽일 녀석! 우리 임씨 가문의 기회를 망쳐?”이때 임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상황 파악을 했다.김예훈, 이 쓰레기 같은 녀석 때문이 분명하다!왜 하필 와도 총사령관님이 오실 때 와서는 그런 말을 지껄이고 간 거야!김예훈의 오만한 행동 때문에 총사령관님이 화가 나 자리를 떠나 임씨 가문이 계획한 모든 일을 다 망쳤다!김
양정국은 임재훈을 뚫어져라 쳐다본 뒤 천천히 말했다.“셋째 어르신, 어르신께서 리카 제국 코라 임씨 가문의 대표이신 건 알고 있습니다. 리카 제국의 코라는 항상 우리 성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서 제가 한마디 감히 하겠습니다. 무릎 꿇고 사과하고 짐 챙겨서 리카 제국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시는 한국에 발도 딛지 마세요.”양정국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놀랐다.지금 손발이 닳도록 사과하고 리카 제국으로 꺼지라는 소리다!“맞습니다. 저는 양 어르신과 같은 생각입니다.”“성남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곳이 아닙니다! 임재훈 어르신 빠르게 사과하고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은 이곳에서 피를 보고, 저희도 리카 제국과 교류하기 꺼리게 됩니다.”다른 성남 기관 사람들 고위층 사람들도 모두 입을 열었다.선우건이는 진지하게 말했다.“임재훈 어르신, 어떤 일들은 적을 알고 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이건 나약한 게 아닙니다.”마지막으로 홍인경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다들 틀린 말을 한 건 아닙니다. 임재훈 어르신, 방금 입에 올린 분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이들은 성남시 일류 클럽 사람들이다.지금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니 다른 사람들은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이전에 이들은 이렇게 입을 열기도 무서워했다.그러나 방금 김예훈의 태도는 분명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고 꺼지라는 것이다!이때 이들은 당연히 임재훈에게 한마디를 하는 게 맞다.이들은 선한 사람들이다.임재훈이 성남에서 죽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니 이들은 그렇게 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그러나 문제는 김예훈에게 한마디 할 수 없으니, 임재훈을 말리는 것이다.임재훈은 얼굴을 구기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김세자 따위를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지금 장난 하는 건가?임재훈이 알아본 결과 경기도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은 딱 한 명
임재훈의 말을 듣고 양정국과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이들은 임재훈이 겁먹지 않고 심지어 성남에 발을 내디딘다고 강하게 말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심지어 자기 라인으로 줄을 서라고 큰소리치다니.임재훈은 김세자와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한숨을 쉬고 양정국이 먼저 말을 했다.“임재훈 어르신, 할 말은 이미 다 했습니다. 우리 기관 사람들은 비즈니스 경쟁을 규칙 안에서만 한다면 절대 끼어들지 않고 끼어들 수도 없습니다. 어르신도 이 점은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임재훈은 차가운 눈으로 양정국을 쳐다봤다. 그러나 기관 사람들을 강제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했다.“좋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라벤더 재단을 필두로 한 세력들은 모두 서로 쳐다본 뒤 크게 소리쳤다.“저는 임재훈 어르신 라인에 서겠습니다!”이들은 비록 각자 세력에서 지위가 높지는 않지만 모두 성남 대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이 없지는 않다.더구나 임재훈도 해외 세력이기에 같은 처지이긴 하다.자연스럽게 이들은 임재훈의 종이 됐다.이들 중에는 일찍이 해외 세력과 결탁한 가문과 기업도 있었는데 이들인 어떤 선택을 할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두었다.“저는 중립합니다. 이 일에 끼지 않겠습니다.”이때 중립을 선택한 가문도 있었다.이들은 기본적으로 성남에서 세력이 세지 않은 이류 가문들이다.이들은 이런 판에서 아무 라인이나 탔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들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해 중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이들을 보며 임재훈은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기회주의자 같으니라고!리카 제국이 앞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이런 기회주의자들은 자연스럽게 리카 제국 라인에 설 것이다.그래서 임재훈은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을 상대하지도 않았다.임재훈은 마지막으로 선우건이를 보며 말했다.“선우건이 어르신이 감정계에 최고 사부님이라는 것을 이전부터 들었지만, 기회가 없어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이번 기회가
임재훈이 반드시 얻고야 말겠다는 표정을 했다.이를 보고 선우건이는 한숨을 쉬었다.선우건이는 어떤 선택을 하든 앞으로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적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설령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협력을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다.우선 김예훈과 적이 되는 것을 뒤로하더라도.만약 운이 좋아 김예훈을 이겨도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선우 가문을 놓지 않을 것이다.절대로 안 놓을 것이다!절대로 자기 구역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지금 선우 가문이 만약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선택한다면 매국노가 되는 것 말고 다른 이득은 없다.다행인 것은 선우건이가 이미 마음속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이때 선우건이가 오른손을 내리고 무표정으로 임재훈을 보며 말했다.“셋째 어르신, 실망하게 해 죄송합니다. 우리 선우 가문은 CY그룹 김세자를 선택하겠습니다.”콰직!‘말을 참 예쁘게 하네!’이 말을 하고 나서 번개가 친 듯 주위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많은 사람은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사람들은 선우건이의 행동이 믿기 어려워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임재훈의 연회장에서 임재훈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선우건이는 CY그룹 선택했다. 김세자를 선택했다는 말이다!이건 임재훈과 앞으로 잘 지내지 않겠다는 말이다!심지어는 죽으려 작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웃음기 가득했던 임재훈의 얼굴에서는 빠르게 웃음기가 사라졌고 분노만이 남아 있었다!임재훈과 눈이 마주치자, 기관 사람이든 선우건이든 모두 몸이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이때 선우건이는 이미 공포에 휩싸였다.그러나 온 힘을 다해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선우건이,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어떤 선택을 한다고?”임재훈이 얼음장처럼 차가게 말하자 이를 들은 사람들은 전부 등골이 오싹해졌다.모두 임재훈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선우 어르신은 비록 경기도에서 지위가 높고 감정계의 대부지만 권력이든 재산이든 임재훈의 발밑도 미치지 못했다
정적이 흘렀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다 들릴만한 정적 속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짝짝짝.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박수를 치는 그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는 바로 임재훈이었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선우건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지금까지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원래는 성남에 오게 되면 바로 모든 이들을 그의 앞에 무릎 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성남에 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겁 없는 하룻강아지 같은 것들이 그의 눈앞에서 거슬리게 행동하며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김예훈 이 자식,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다! 김세자 이 녀석도 주제넘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선우건이까지 이런 태도로 나오다니.임재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울려 퍼졌다.체면이 구겨졌다! 임재훈이 여태껏 쌓아 올린 이미지와 체면이 한순간에 무너져 짓밟히고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임재훈에게는 끝없는 분노만이 남았다.그는 당장이라도 이곳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스산한 웃음소리가 퍼지고 임재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실력이 어떤지 잘 모르는 것 같군. 우리가 너무 가만히 지내서 세상이 우리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까먹은 모양이야!”“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꿇어앉았다.임재훈은 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면서 얘기했다.“집사, 우리가 그동안 너무 편히 쉬고 있었어.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하는지 알려줘야겠어!”예복을 입은 집사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어르신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임재훈이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임재훈 바로 앞에 마주 앉은 선우건이도 두려움에 질려 살짝 뒤로 물러났다.선우건이는 머뭇거리지
차가운 비웃음 소리가 임씨 가문 저택에서 끊임없이 울렸다. 다른 사람들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 임재훈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했다. 그는 리카 제국에서 온 악마 그 자체였다!누가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결국 양정국을 포함한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선우건이를 모시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곧 떠났다. 그곳을 떠나자마자 사람들은 울렁거림을 참지 못하고 길가에서 구토를 했다. 오늘 먹은 것들을 전부 게워 낼 수밖에 없었다. 공포 때문이었다! 임재훈이 그들에게 심어준 공포심은 마치 트라우마처럼 그들의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선우건이가 임재훈을 포함한 라벤더 재단 등 해외 세력을 선택하더라도 그들의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임재훈의 말 속에서 그들은 임재훈의 야망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야망은 언젠가 선우 가문까지 집어삼킬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임재훈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더 빨리 죽을 것이었다. 오늘 밤, 성남시의 상류 사교계가 전부 놀랄 것이다. 곧 폭풍이 들이닥칠 테니.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을 본 임재훈은 임옥희의 의자에 편히 앉아서 담담하게 얘기했다. “얘기해 봐. 김세자의 부하가 어떤 사람들인지.”여문성이 가슴 졸이며 임재훈의 앞으로 나서서 얘기했다. “어르신, 저희 임씨 가문이 알아본 데 의하면 경기도 조직 두목 오정범, 조직 사이에서도 유명한 공진해와 도적 구자, 다 김세자의 사람들입니다.”“조직 두목?”임재훈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렇다면 일단 약한 놈부터 내보내야겠다. 집사, 오늘 밤에 두 챔피언을 데리고 가서 공진해와 도적 구자를 해치워라. 속전속결로 해결해라.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네!”집사는 다른 말을 하지않았다. 왜냐하면 지금의 임재훈은 화가 끝까지 난 상태이기에 말대꾸라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임재훈은 지금 김세자의 팔다리를 하나씩 끊을
김예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임재훈이 빨리 손을 쓰려고 할수록 빨리 죽게 될 거야. 일주일 시간을 주었으니 그 사이에 죽을 짓을 찾아하면, 그땐 내 탓이 아니지.”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에게 임재훈은 길가의 먼지 같은 존재다.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지금이라도 꼬리를 말고 도망을 치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시각. 성남 로열 사롱.공진해와 도적 구자는 룸에 앉아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신분이었다. 김예훈 덕분에, 그리고 경기도 조직의 보스가 된 오정범 덕분에 두 사람의 지위도 올라가고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요즘 그들은 어떻게 손을 씻고 합법적으로 돈을 벌지 논의하고 있었다. 현재 성남시의 시장은 매우 컸다. 그들이 성남시를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김예훈이 꼭 그들을 도와줄 것이다.공진해는 도적 구자와 함께 보안 업체를 차릴 생각이다. 우선 자기 부하들도 합법적인 루트로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또 조직에서 손을 씻으면서 원래의 장점을 살릴 수 있으니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었다.오늘 밤, 두 사람은 어떻게 보안 업체를 설립할지 자세히 논의하고 있었다. 이때, 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공진해와 도적 구자의 부하들이 다 쓰러져 버렸다. 쿵. 누군가가 룸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들 중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였다.“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쳐들어와!”도적 구자는 험악한 말투로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사람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너희들이 도적 구자와 공진해지?”“우리가 누군지 알면서 이런 짓을 한다고?”도적 구자가 차갑게 얘기했다. 현재 성남 조직은 거의 두 사람의 것이었다. 그런데 감히 그들을 건드리다니. “그래, 바로 너희들을 찾으러 온 거다. 여기 두 사람이랑 잘 놀아 봐.”예복을 입은 집사는 미소를 머금고 얘기했다.“누가?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