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 흘렀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다 들릴만한 정적 속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짝짝짝.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박수를 치는 그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는 바로 임재훈이었다.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선우건이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지금까지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원래는 성남에 오게 되면 바로 모든 이들을 그의 앞에 무릎 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성남에 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겁 없는 하룻강아지 같은 것들이 그의 눈앞에서 거슬리게 행동하며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김예훈 이 자식,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다! 김세자 이 녀석도 주제넘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선우건이까지 이런 태도로 나오다니.임재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울려 퍼졌다.체면이 구겨졌다! 임재훈이 여태껏 쌓아 올린 이미지와 체면이 한순간에 무너져 짓밟히고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임재훈에게는 끝없는 분노만이 남았다.그는 당장이라도 이곳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스산한 웃음소리가 퍼지고 임재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실력이 어떤지 잘 모르는 것 같군. 우리가 너무 가만히 지내서 세상이 우리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까먹은 모양이야!”“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꿇어앉았다.임재훈은 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웃으면서 얘기했다.“집사, 우리가 그동안 너무 편히 쉬고 있었어.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하는지 알려줘야겠어!”예복을 입은 집사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어르신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임재훈이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임재훈 바로 앞에 마주 앉은 선우건이도 두려움에 질려 살짝 뒤로 물러났다.선우건이는 머뭇거리지
차가운 비웃음 소리가 임씨 가문 저택에서 끊임없이 울렸다. 다른 사람들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 임재훈은 마치 사람이 아닌 듯했다. 그는 리카 제국에서 온 악마 그 자체였다!누가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결국 양정국을 포함한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선우건이를 모시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곧 떠났다. 그곳을 떠나자마자 사람들은 울렁거림을 참지 못하고 길가에서 구토를 했다. 오늘 먹은 것들을 전부 게워 낼 수밖에 없었다. 공포 때문이었다! 임재훈이 그들에게 심어준 공포심은 마치 트라우마처럼 그들의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선우건이가 임재훈을 포함한 라벤더 재단 등 해외 세력을 선택하더라도 그들의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임재훈의 말 속에서 그들은 임재훈의 야망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야망은 언젠가 선우 가문까지 집어삼킬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에게 선택권이 없었다. 임재훈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더 빨리 죽을 것이었다. 오늘 밤, 성남시의 상류 사교계가 전부 놀랄 것이다. 곧 폭풍이 들이닥칠 테니.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렸다.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을 본 임재훈은 임옥희의 의자에 편히 앉아서 담담하게 얘기했다. “얘기해 봐. 김세자의 부하가 어떤 사람들인지.”여문성이 가슴 졸이며 임재훈의 앞으로 나서서 얘기했다. “어르신, 저희 임씨 가문이 알아본 데 의하면 경기도 조직 두목 오정범, 조직 사이에서도 유명한 공진해와 도적 구자, 다 김세자의 사람들입니다.”“조직 두목?”임재훈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렇다면 일단 약한 놈부터 내보내야겠다. 집사, 오늘 밤에 두 챔피언을 데리고 가서 공진해와 도적 구자를 해치워라. 속전속결로 해결해라.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네!”집사는 다른 말을 하지않았다. 왜냐하면 지금의 임재훈은 화가 끝까지 난 상태이기에 말대꾸라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임재훈은 지금 김세자의 팔다리를 하나씩 끊을
김예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임재훈이 빨리 손을 쓰려고 할수록 빨리 죽게 될 거야. 일주일 시간을 주었으니 그 사이에 죽을 짓을 찾아하면, 그땐 내 탓이 아니지.”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에게 임재훈은 길가의 먼지 같은 존재다.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지금이라도 꼬리를 말고 도망을 치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시각. 성남 로열 사롱.공진해와 도적 구자는 룸에 앉아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신분이었다. 김예훈 덕분에, 그리고 경기도 조직의 보스가 된 오정범 덕분에 두 사람의 지위도 올라가고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요즘 그들은 어떻게 손을 씻고 합법적으로 돈을 벌지 논의하고 있었다. 현재 성남시의 시장은 매우 컸다. 그들이 성남시를 위해 일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김예훈이 꼭 그들을 도와줄 것이다.공진해는 도적 구자와 함께 보안 업체를 차릴 생각이다. 우선 자기 부하들도 합법적인 루트로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또 조직에서 손을 씻으면서 원래의 장점을 살릴 수 있으니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었다.오늘 밤, 두 사람은 어떻게 보안 업체를 설립할지 자세히 논의하고 있었다. 이때, 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공진해와 도적 구자의 부하들이 다 쓰러져 버렸다. 쿵. 누군가가 룸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들 중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처럼 보였다.“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쳐들어와!”도적 구자는 험악한 말투로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사람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너희들이 도적 구자와 공진해지?”“우리가 누군지 알면서 이런 짓을 한다고?”도적 구자가 차갑게 얘기했다. 현재 성남 조직은 거의 두 사람의 것이었다. 그런데 감히 그들을 건드리다니. “그래, 바로 너희들을 찾으러 온 거다. 여기 두 사람이랑 잘 놀아 봐.”예복을 입은 집사는 미소를 머금고 얘기했다.“누가?
“뭘 하려는 거야!”공진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별로 뭘 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너희 둘의 목숨이 필요한 거야.”미소를 지은 집사는 물러서면서 룸의 문을 닫아버렸다. 남은 도적 구자와 공진해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두 사람의 표정은 다 어두워졌다. 그리고 바로 의자를 들고 싸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도망갈 곳도 없지 않은가. “악!”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이 들려왔다. 룸 밖에 서 있던 집사는 뒷짐을 쥔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룸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듣는 그의 표정은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도리어 그의 부하들이 놀라서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그냥 간단히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되지만 두 챔피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조직에서 유명한 도적 구자와 공진해가 지금은 룸안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당하고 있는지 누구도 몰랐다. 삼십분이 지난 후, 두 챔피언은 여유롭게 룸에서 걸어 나왔다.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은 마치 식은 죽 먹기라는 것처럼 웃고 있었다.그리고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밤 사이에 성남시의 상류 사교계의 사람들이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임재훈 어르신이 크게 분노하여 김세자의 사람인 도적 구자와 공진해를 바로 짓밟으러 갔다고. 그들의 부하까지 사상자가 매우 많다고. 도적 구자와 공진해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온몸에 제대로 붙어있는 뼈가 없어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완전히 죽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김예훈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라고 했다....이튿날, 집에서 나온 김예훈도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어젯밤 도적 구자와 공진해가 임재훈의 사람한테 당했다고 합니다.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도적 구자와 공진해, 두 사람은 지금 병원에 실려 갔는데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라고 합니다.”김예훈 곁에 나타난 오정범의 낯빛은 거의 흙빛이었다. 도적 구자와 공진해는 모두 그의 친동생 같은 부하였다.지금 그의 동생들이 이렇게
새벽. 늘 시끄럽던 성남에 익숙하지 않은 고요함이었다. 평소에 자기의 권력을 과시하기 좋아하던 상류 사교계의 사람도 지금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벌벌 떨고 있었다. 리카 제국의 임씨 가문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도 잔인했다! 사람만 죽이면 되는 일인데,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사람의 뼈를 하나하나 부숴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만들었다. 중립을 지키던 가문과 기업들은 다 후회하기 시작했다. 다들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자기를 해치우러 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선우 가문이 가장 걱정했다. 일류 가문인 그들은 오늘 전혀 출근할 생각이 없었다. 모든 경비를 선우 가문 저택에 집중시켰다. 다들 이곳을 나가기가 무서웠다. 선우건이는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임재훈이 그렇게 일을 벌인 것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기 위한 쇼일 뿐이라고. 다음 목표는 무조건 선우 가문일 것이었다. 하지만 선우건이는 하나도 후회하지 않았다. 임씨 가문을 건드려도 그들은 다시 재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분을 건드리게 된다면 바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씨 가문, 복씨 가문, 윤씨 가문, 나씨 가문, 손씨 가문 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는가. 임씨 가문의 저택. 임옥희의 의자를 차지 한 임재훈은 호두 두 알을 손에서 굴리며 어젯밤의 일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성남 사람들은 모두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나 봐.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얼마나 센지를 알려주어야 싹싹 빌줄 안다니까. 지금 이 벌레들이 조용해지니 세상이 다 조용해졌구나!”임재훈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때 집사가 다가와 얘기했다.“어르신, 어젯밤부터 이놈들도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실력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감히 우리와 대적하려고 했던 이들에게 그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고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집사의 말을 들은 임재훈은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좋아. 그 아이디어 괜찮네. 그럼 앞으로 누구를 먼
선우 가문의 한 골동품 상점.선우정아는 직원을 시켜 상점의 귀중한 골동품을 안으로 옮기고 문을 닫은 후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앞에 바로 열 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걸어왔다.“이분이 선우 가문의 선우정아 아가씨죠?”“우리 주인님이 만나보고 싶어 합니다.”이 사람들은 꽤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선우정아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는 표정을 굳히고 얘기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어서 다른 날에 다시 와주세요.”골동품 상점의 직원들도 남자들이 무서웠지만 선우정아 앞에서 잘 보일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선우정아 아가씨, 일반인 몇 명이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너무 웃기네요.”상대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들려왔다.결국 선우정아는 그들에 의해 끌려갔고 그곳에는 아픈 소리를 내는 직원들만 남아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정범이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대표님. 방금 들은 소식인데 선우 가문의 선우정아 아가씨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손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쪽에서는 김 대표님이 오늘 밤 12시까지 임씨 저택에 나타나지 않으면 선우정아 아가씨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알겠다.”김예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선우정아까지 건드릴 줄 몰랐다.성남에 온 후로 그와 선우정아의 접점은 별로 없었고 몇 번 만나지도 않았다.하지만 상대가 선우정아로 그를 협박하고 있다는 건 두 사람이 남해에 있을 때의 일을 찾아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우정아를 손에 쥐고 있다는 건 김예훈 뿐만이 아니라 선우 가문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 한마디로 이건 일거양득의 계획이다. 다른 한편, 선우건이도 이 소식을 들었다.선우정아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손에 끌려갔다는 소식에 그는 그대로 소파에 털썩 앉아버리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선우정아는 후계
선우정아는 겨우 이성의 끈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임 어르신. 저를 이렇게 대하면 제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꼭 복수하러 오실 겁니다!”“복수? 가당키나 한가?”임재훈은 비웃으며 얘기했다.“고작 선우 가문 따위, 내가 원한다면 내일 바로 멸망시킬 수도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일단 이 두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 널 갖고 놀고 다시 선우 가문 저택 앞에 널 던져버릴 거야. 선우건이한테 보여줘야지. 날 거절한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변태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임재훈은 떠났다. 그러자 원래도 거의 헐벗은 상태였던 두 코라 챔피언도 옷을 벗고 있었다. 더러운 웃음을 지으며 당장이라도 선우정아를 덮치려고 했다. 선우정아는 절망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갑자기 김예훈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이때, 누군가가 베란다의 창문을 갑자기 박차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두 코라 챔피언은 동시에 멈칫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는 한 사람만이 우뚝 서 있었다. 두 코라 챔피언을 쳐다보는 시선 속에는 차가운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 사람은 김예훈이었다.두 챔피언은 시선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들은 이런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쿵. 두 챔피언이 동시에 움직였다. 두 사람 다 복싱장에서 챔피언을 따낸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양쪽에서 움직이며 동시에 김예훈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김예훈은 가볍게 몸을 돌려 주먹을 피했다. 그 찰나에 두 사람의 주먹을 다 피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만 김예훈은 해냈다. 그리고 그는 바로 흑인 챔피언의 무릎을 발로 차버렸다. 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쭐대고 있던 흑인 챔피언은 바로 무릎을 부둥켜안고 바닥에서 굴러다녔다. 복싱 챔피언의 주먹은 매우 단단했지만 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하체였다.김예훈 그들과 주먹으로 겨루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들
옆에서 임재훈의 비위를 맞추던 임씨 가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임재훈은 너무 무서웠다. 이런 변태 같은 짓을 하다니! 하지만 임재훈 앞에서 속마음을 들키면 안 되었기에 하나같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역시 어르신의 일 처리 방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게다가 여기는 성남시 중심이니 소리가 없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시끄러운 일을 줄였죠.”집사는 그들을 쏘아보고 차갑게 얘기했다.“어르신이 시끄러운 일을 무서워할 사람입니까? 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성남시에서 감히 누가 우리를 막겠습니까!”“네, 네, 네! 맞습니다. 제가 입을 잘못 놀렸습니다.”입을 연 임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들의 눈에 임재훈은 폭군 같았다.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자기가 말을 잘못해서 다른 이들처럼 처리당할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임재훈은 화를 내지 않고 기분 좋은 말투로 얘기했다.“김예훈 그 자식 그렇게 우쭐대고 나대더니. 지금은 무서워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네.”집사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어르신, 저희가 어제 이미 공진해와 도적 구자의 뼈를 다 분질러 놓았습니다. 이 두 사람이 김예훈의 사람이라고 하던데, 자기 사람이 이렇게 됐는데 김예훈이 감히 나타나겠습니까. 목숨이 열 개라도 무서워서 못 나타날 겁니다. 하하하.”임재훈을 포함 한 사람들이 마음껏 웃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전하러 왔다. 선우 가문의 사람들이 온 것이었다.“하, 선우 가문. 그래. 들어오라고 해라.”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건이가 선우 가문의 사람들 데리고 천천히 들어왔다. 그의 낯빛은 매우 어두웠다.임재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선우건이, 내 기억에 당신은 나와 대립하는 처지가 아니던가? 감히 오늘 밤 나를 찾아오다니.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아, 그러고 보니 친손녀라서 그런지 바로 오는군. 김예훈한테도 이미 말을 전했는데 겁이 났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 이렇게 비교해서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