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늘 시끄럽던 성남에 익숙하지 않은 고요함이었다. 평소에 자기의 권력을 과시하기 좋아하던 상류 사교계의 사람도 지금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벌벌 떨고 있었다. 리카 제국의 임씨 가문의 일 처리 방식이 너무도 잔인했다! 사람만 죽이면 되는 일인데,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사람의 뼈를 하나하나 부숴서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만들었다. 중립을 지키던 가문과 기업들은 다 후회하기 시작했다. 다들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자기를 해치우러 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선우 가문이 가장 걱정했다. 일류 가문인 그들은 오늘 전혀 출근할 생각이 없었다. 모든 경비를 선우 가문 저택에 집중시켰다. 다들 이곳을 나가기가 무서웠다. 선우건이는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임재훈이 그렇게 일을 벌인 것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기 위한 쇼일 뿐이라고. 다음 목표는 무조건 선우 가문일 것이었다. 하지만 선우건이는 하나도 후회하지 않았다. 임씨 가문을 건드려도 그들은 다시 재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분을 건드리게 된다면 바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김씨 가문, 복씨 가문, 윤씨 가문, 나씨 가문, 손씨 가문 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는가. 임씨 가문의 저택. 임옥희의 의자를 차지 한 임재훈은 호두 두 알을 손에서 굴리며 어젯밤의 일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성남 사람들은 모두 말로 해서는 못 알아듣나 봐.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얼마나 센지를 알려주어야 싹싹 빌줄 안다니까. 지금 이 벌레들이 조용해지니 세상이 다 조용해졌구나!”임재훈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때 집사가 다가와 얘기했다.“어르신, 어젯밤부터 이놈들도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실력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감히 우리와 대적하려고 했던 이들에게 그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고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집사의 말을 들은 임재훈은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좋아. 그 아이디어 괜찮네. 그럼 앞으로 누구를 먼
선우 가문의 한 골동품 상점.선우정아는 직원을 시켜 상점의 귀중한 골동품을 안으로 옮기고 문을 닫은 후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앞에 바로 열 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걸어왔다.“이분이 선우 가문의 선우정아 아가씨죠?”“우리 주인님이 만나보고 싶어 합니다.”이 사람들은 꽤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선우정아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는 표정을 굳히고 얘기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있어서 다른 날에 다시 와주세요.”골동품 상점의 직원들도 남자들이 무서웠지만 선우정아 앞에서 잘 보일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선우정아 아가씨, 일반인 몇 명이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너무 웃기네요.”상대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들려왔다.결국 선우정아는 그들에 의해 끌려갔고 그곳에는 아픈 소리를 내는 직원들만 남아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정범이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대표님. 방금 들은 소식인데 선우 가문의 선우정아 아가씨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손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쪽에서는 김 대표님이 오늘 밤 12시까지 임씨 저택에 나타나지 않으면 선우정아 아가씨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알겠다.”김예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선우정아까지 건드릴 줄 몰랐다.성남에 온 후로 그와 선우정아의 접점은 별로 없었고 몇 번 만나지도 않았다.하지만 상대가 선우정아로 그를 협박하고 있다는 건 두 사람이 남해에 있을 때의 일을 찾아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우정아를 손에 쥐고 있다는 건 김예훈 뿐만이 아니라 선우 가문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되었다. 한마디로 이건 일거양득의 계획이다. 다른 한편, 선우건이도 이 소식을 들었다.선우정아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손에 끌려갔다는 소식에 그는 그대로 소파에 털썩 앉아버리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선우정아는 후계
선우정아는 겨우 이성의 끈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임 어르신. 저를 이렇게 대하면 제 할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꼭 복수하러 오실 겁니다!”“복수? 가당키나 한가?”임재훈은 비웃으며 얘기했다.“고작 선우 가문 따위, 내가 원한다면 내일 바로 멸망시킬 수도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널 죽이지는 않을 거야. 일단 이 두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 널 갖고 놀고 다시 선우 가문 저택 앞에 널 던져버릴 거야. 선우건이한테 보여줘야지. 날 거절한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변태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임재훈은 떠났다. 그러자 원래도 거의 헐벗은 상태였던 두 코라 챔피언도 옷을 벗고 있었다. 더러운 웃음을 지으며 당장이라도 선우정아를 덮치려고 했다. 선우정아는 절망 속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갑자기 김예훈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이때, 누군가가 베란다의 창문을 갑자기 박차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두 코라 챔피언은 동시에 멈칫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는 한 사람만이 우뚝 서 있었다. 두 코라 챔피언을 쳐다보는 시선 속에는 차가운 살기가 담겨 있었다. 그 사람은 김예훈이었다.두 챔피언은 시선을 주고받더니 동시에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들은 이런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쿵. 두 챔피언이 동시에 움직였다. 두 사람 다 복싱장에서 챔피언을 따낸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양쪽에서 움직이며 동시에 김예훈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김예훈은 가볍게 몸을 돌려 주먹을 피했다. 그 찰나에 두 사람의 주먹을 다 피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만 김예훈은 해냈다. 그리고 그는 바로 흑인 챔피언의 무릎을 발로 차버렸다. 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쭐대고 있던 흑인 챔피언은 바로 무릎을 부둥켜안고 바닥에서 굴러다녔다. 복싱 챔피언의 주먹은 매우 단단했지만 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하체였다.김예훈 그들과 주먹으로 겨루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들
옆에서 임재훈의 비위를 맞추던 임씨 가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임재훈은 너무 무서웠다. 이런 변태 같은 짓을 하다니! 하지만 임재훈 앞에서 속마음을 들키면 안 되었기에 하나같이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역시 어르신의 일 처리 방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게다가 여기는 성남시 중심이니 소리가 없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시끄러운 일을 줄였죠.”집사는 그들을 쏘아보고 차갑게 얘기했다.“어르신이 시끄러운 일을 무서워할 사람입니까? 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성남시에서 감히 누가 우리를 막겠습니까!”“네, 네, 네! 맞습니다. 제가 입을 잘못 놀렸습니다.”입을 연 임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들의 눈에 임재훈은 폭군 같았다.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자기가 말을 잘못해서 다른 이들처럼 처리당할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임재훈은 화를 내지 않고 기분 좋은 말투로 얘기했다.“김예훈 그 자식 그렇게 우쭐대고 나대더니. 지금은 무서워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네.”집사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어르신, 저희가 어제 이미 공진해와 도적 구자의 뼈를 다 분질러 놓았습니다. 이 두 사람이 김예훈의 사람이라고 하던데, 자기 사람이 이렇게 됐는데 김예훈이 감히 나타나겠습니까. 목숨이 열 개라도 무서워서 못 나타날 겁니다. 하하하.”임재훈을 포함 한 사람들이 마음껏 웃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전하러 왔다. 선우 가문의 사람들이 온 것이었다.“하, 선우 가문. 그래. 들어오라고 해라.”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건이가 선우 가문의 사람들 데리고 천천히 들어왔다. 그의 낯빛은 매우 어두웠다.임재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선우건이, 내 기억에 당신은 나와 대립하는 처지가 아니던가? 감히 오늘 밤 나를 찾아오다니.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아, 그러고 보니 친손녀라서 그런지 바로 오는군. 김예훈한테도 이미 말을 전했는데 겁이 났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고. 이렇게 비교해서
“네 손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손녀가 나를 크게 도와줬지.”임재훈은 여전히 웃으면서 얘기했다. “도와줘...?”선우건이는 그 말을 듣고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 못 해서 굳어버렸다.“선우정아는 지금 두 코라 챔피언을 즐겁게 해주고 있을 거야. 그들도 오래 참았으니까. 선우정아 같은 미녀가 도와주니 얼마나 기쁘겠어.”임재훈은 차갑게 웃으며 선우건이를 쳐다보았다.“당신...”선우건이의 몸에 힘이 쭉 빠졌다.“아, 맞다. 바로 복도 끝 코너를 돌면 나오는 방에 있으니까 직접 가서 확인해 봐.”그들을 말릴 생각이 없던 임재훈은 웃으며 방이 있는 곳을 가리켜 주었다.이것도 그가 좋아하는 짓이었다.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가 당하는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런 고통이야말로 본인이 당했을 때보다 수백 배 더 아픈 고통이 아니겠는가. 선우 가문의 사람들은 바로 그곳으로 달려 들어갔다. 임재훈도 뒷짐을 쥔 채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선우 가문 사람들의 반응이 몹시 기대되었다.선우건이가 방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그의 표정을 본 임재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선우건이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바로 정신병자처럼 발작하기를 기대했지만 지금의 선우건이는 그저 살짝 놀랐을 뿐이다. “설마 그 두 자식이 아직도 시작하지 않은 거야?”임재훈은 살짝 화가 났다. 바로 사람들을 밀치고 방문 앞까지 온 그는 그제야 놀라서 굳어버렸다.두 코라 챔피언이 다 쓰러져있었다. 하나는 머리가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고 다른 하나는 목에 아예 구멍이 났다. 쓰러졌다기보다는 이미 죽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쿵.임재훈과 집사 모두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두 코라 챔피언이 소리도 없이 죽었다니.이게 가능한 일인가?두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리카 제국의 특수 부대의 대대장과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소리도 없이 죽었다니.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선우건이의 낯빛은 아까보다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임재훈이 바로 손을 올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오늘은 당신을 죽이지 않겠어. 하지만 가서 내 말을 전해. 나와 놀고 싶다면 내가 성남 체육장에 큰 무대를 준비해 줄 테니 직접 와서 나랑 겨뤄보자고 해. 승부가 아닌 생사를 겨뤄보도록 하지! 만약 오지 않는다면 선우 가문과 CY그룹의 사람 다 죽을 준비를 해야 할 거야!”임재훈은 차갑게 말을 뱉었다. 그 속에는 본인이 이길 거란 자신감도 있었다. 그는 김세자만 죽이면 성남에 더 이상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말을 마친 그는 임씨 가문 저택에서 선우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쫓아냈다. 인질을 잡지 않았지만 임재훈의 협박은 확실히 무서웠다. CY그룹과 선우 가문의 사람들을 합치면 거의 만 명 정도가 된다. 김세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은 무리였다....선우 가문의 사람들이 떠나가고 임씨 가문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서로 눈치를 보았다. 집사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르신, 만약 두 코라 챔피언을 죽인 것이 김세자라고 하면 어르신이 이기셔도 그냥 본전입니다. 이득이 없는 싸움입니다!”임재훈은 오른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바람이 그의 손짓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나의 ‘용무파’는 리카 제국 복싱대회 챔피언들도 막지 못했다. 고작 김세자 따위, 태어나서부터 무술을 연마했다고 해도 내 상대는 안 돼!”그 말을 들은 집사는 등 뒤로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리카 제국에 있을 때 임재훈은 복싱장의 사람을 모두 쓰러뜨린 무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임재훈의 무적이라는 명성을 지켜주기 위해 집사가 뒤에서 돈을 뿌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임재훈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두 코라 챔피언이 임재훈에게 져준 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닌 돈의 문제였다.본인의 실력대로라면 두 코라 챔피언은 한방에 임재훈을 쓰러뜨릴지도 모른다.하지만 집사는 이 얘기를 꺼내기 두려웠다.이 사실
하룻밤 사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임재훈과 CY그룹의 김세자가 싸운다는 소식이 성남에 퍼졌다. 그리고 김세자가 두 코라 챔피언을 죽인 것 같다는 소문도 같이 퍼졌다. 그 소식에 성남의 사교계가 들끓었다. 두 코라 챔피언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는 다들 잘 알았다. 도적 구자와 공진해도 그 두 사람의 손에 잡혀 온몸의 뼈가 부서지지 않았던가. 그러니 그들의 실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김세자가 그런 두 코라 챔피언을 처리하다니, 김세자가 더 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결과 앞에서 임재훈이 겁도 없이 김세자를 불러내다니. 게다가 아예 큰 링까지 준비했다. 자신감이 넘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을 할 수가 없었다.임재훈이 김세자를 먼지로 여기는 것이 틀림없었다.여러 유언비어가 성남에 퍼졌다.“내가 듣기로는 임재훈 어르신이 리카 제국 복싱의 챔피언을 쓰러뜨릴 때도 주먹을 세 번만 썼대.”“그 어르신이 두 코라 챔피언을 상대할 때 힘을 절반도 안 썼다던데?”“그러니까 성남에 온 리카 제국 임씨 가문 사람 중에서 가장 강한 건 임재훈 어르신인 거야!”“김세자가 싸움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어. 둘이 싸웠다간 김세자만 죽어 나가는 거 아니야?”돌고 도는 찌라시 속의 김세자는 그저 비즈니스 업계에서 유명할 뿐 임재훈과 싸울 실력은 안 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임재훈은 비즈니스 업계에서 그와 겨루려는 것이 아니라 무식하게 주먹으로만 싸우려고 하니. 이건 바로 한 사람이 죽어 나갈 링이었다.성남시의 사람들은 모두 이 날이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임재훈이 김세자를 손쉽게 누르고 이길 것인지. 김세자가 그 링에서 처참히 죽어갈 것인지.이 일은 곧 성남시 상류 사교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 뻔했다. ...그날이 오자 성남 체육장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임씨 가문이 열심히 소문내고 다닌 덕분에 전체 성남시의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오늘 체육장에서 싸움 경기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링의 한쪽에는 해외 세력을 대표하는 리카 제국 임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총사령관이 패배하게 되면 그 이후에 초래될 결과를 상상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5대 강국이 다시 기회를 잡고 한국에 쳐들어올지도 몰랐다....양정국과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을 때 CY그룹의 사람들도 나타났다.먼저 나타난 건 하은혜와 송준이었다. 김예훈은 그들과 함께 오지 않았다. CY그룹의 사람들이 온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다들 한 곳을 바라보며 김세자의 진짜 신분을 궁금해했다.김세자는 신비주의에 가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한 번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이때 성남 임씨 가문의 사람이 나타나 CY그룹의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김세자는 어디 있냐! 얼른 나와서 목숨을 걸으라 해!”성남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의기양양해 하며 웃고 있다. 임재훈이 김세자만 처리하면 CY그룹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건 임씨 가문이었다. 송준은 차갑게 임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김세자 님이 얘기하시길 임재훈 어르신은 김세자 님과 겨룰 실력이 안 된다고 합니다.”그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송준에게로 쏟아졌다.“송준, 김세자가 도망친 것은 아니고? 그렇다면 패배를 인정하면 되지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어?”“그래! 다들 알다시피 임재훈 어르신은 리카 제국에서도 무적이라고 소문 난 분이야! 그러니 김세자도 두려운 거지!”“죽기 무섭다고 얘기하면 될 것을, 임재훈 어르신의 실력이 안 된다니. 낯짝도 두꺼워라.”“온다고 해도 김세자는 임재훈 어르신의 상대가 안 돼. 그러니 오나 마나 비슷한 결과지.”“오지 않은게 김세자가 겁이 났다는 뜻이잖아.”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해외 세력이었다.그들은 라벤더 재단의 일로 김세자를 두려워하고 있었다.하지만 김세자가 겁이 나서 꽁무니를 빼고 도망친 모습을 보니 너무 통쾌했다.임재훈이 김세자만 처리해 준다면 그들한테는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햤다. 그래야 성남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