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을 보고 하은혜가 웃으면서 말했다:"대표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거의 다 됐어요."김예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하은혜를 쳐다보았다, 왠지 오늘의 하은혜는 그렇게 다정해 보이지 않았다.어젯밤 김예훈은 푹 잤다, 하지만 하은혜는 잠을 설쳤다, 만약 대표님이 문을 두드리면 열어줘야 하는지 열어주지 말아야 하는지,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근데 김예훈은 목석같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은혜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이내 하은혜의 집을 나섰다, 하은혜가 벤틀리를 몰고 김예훈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다.이미 아침 9시가 넘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었다.YE 투자 회사 앞에도 무슨 이유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꽃집 사람들이 회사 대문 앞을 결혼식 식장처럼 꾸미고 있었다.원래 기분이 안 좋았던 하은혜는 더 화가 났다, 차를 세우고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경호원은요? 이게 다 뭐예요? 회사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 당장 치워요!"이때, 지나가던 행인들이 구경하러 몰려왔다.김예훈이 벤틀리 뒷좌석에서 내렸다, 다들 회사 입구에 정신이 팔려있어서 김예훈을 신경 쓰지 않았다."하 비서님,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와서 이곳을 꾸미고 있어요, 말로는 그 댁 도련님이 프러포즈한다고 해요, 좋은 일이니 저희도 거절하기가 좀..." 손호남이 하은혜한테 공손하게 말했다.비록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경호원이지만 언젠가는 해 뜰 날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하은혜를 보는 손호남의 눈빛이 비열하다, 이렇게 아름답고 신분이 높은 여인이라, 송문영보다 훨씬 예쁘고 신분도 훨씬 높다, 친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별 볼 일 없는 경호원이 주제넘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하은혜는 모르고 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좋은 일이기는 하나 회사에 영향을 끼쳐서야 되겠어요? 철수하라고 해요.""네, 다들 들었죠? 당장 멈춰요." 손호남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하는 사람들한테 소리쳤다.보아하니 그들도 돈 받고 하는 일인 것 같다
”하 비서님, 오셨군요.”그때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회사에서 걸어나왔다. 아마 회사 안에서 기다리다 밖에 나는 소리 때문에 뛰어나온 듯하다.하은혜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이 남자는 바로 엊저녁 송문영에게 프로포즈 했다가 실패한 정지용이다. 왜 여기에 정지용이 나타났는지 대개 알 것 같다. “정지용 씨, 여기는 우리 회사라 로맨스를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으니 난감하게 하지 말고 가세요.”“아니 잠깐만요.”정지용이 배시시 웃으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아씨, 김예훈 저 새끼는 왜 왔어? 왜 어디에도 저 새끼가 나타나지? 징그럽게.”“너 미쳤어? 김예훈, 너 스토커야? 왜 나를 따라와?”정지용은 김예훈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삿대질하면서 욕을 해댔다.욕을 하면서도 속으로 걱정했다. 엊저녁 일은 모두 김예훈 때문에 파토 났는데 이 자식 지금 나타나서 또 방해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진짜 일을 망친다.김예훈은 정지용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정지용을 보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저 자식은 왜 또 회사에 온 거야?’“정지용 씨, 여긴 우리 YE 투자 회사예요. 당신 집이 아니라고요. 행패는 딴 데 가서 하세요.”하은혜는 정지용이 욕하는 걸 보고 나서서 말렸다. 비록 지금도 김예훈에게 화가 났지만.“와우~!”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하은혜와 김예훈을 번갈아 봤다. 이 미녀와 저 찌질이 남자는 대체 무슨 관계인지 궁금했다. 미녀가 저 남자를 대신해 나선 게 분명했다.정지용은 속에서 불이 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하은혜가 김예훈 같은 청소부를 대신해 나서다니!“정지용 씨, 왜 또 왔어요? 내가 그랬죠? 당신한테 관심 없다고.”그때 송문영이 포르쉐를 몰고 나타났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짜증스럽게 말을 던졌다.오늘 저녁 송문영은 하얀색 셔츠에 캐주얼한 청바지를 입었다. 늘씬한 각선미가 그대로 드러났다.또 한 미녀가 나타나자 주변에서 환성을 질렀다.적지 않는 남자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침까지 흘렸다.YE 투자 회사에
김예훈은 말을 섞는 것도 귀찮아 바로 돌아서 회사로 들어갔다.“정지용이 말로는 저 남자가 자기 집 데릴사위라는 것 같은데. 왜 바로 회사에 들어간 거지? 그것도 출입카드를 찍었어.”“혹시 다른 신분 있는 게 아닐까요?”주변에 몰린 사람들이 김예훈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했다.그 말에 정지용이 냉소를 지었다. “무슨 신분까지. 우리 집 데릴사위가 YE 투자 회사의 청소부에 근무하고 있거든요.”“청소부였구나!”적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깨달은 척 감탄했다. 가난한 주제 어떻게 이런 회사에 출근하나 했더니 청소부였네. 어쩐지.정지용이 다시 배시시 웃으며 하은혜를 봤다. “하은혜 씨, 저 병신은 상관 말아요. 우리 시간을 빼앗았다고 기분 상해하지도 말고요. 우리 저녁에 어디 자리 잡고 천천히 얘기해 볼까요?”그 순간 하은혜는 엊저녁 송문영이 어떤 심정이었을 지 이해됐다. 어이없어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정지용 씨, 잘 들어요. 첫째, 당신에게 관심 없고 둘째, 우리 아는 사이도 아니고 셋째, 우리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이건 다 쓰레기로 분류해야 돼요. 체면을 생각해 줄 때 가세요. 아니면 보안원 부를 테니까.”정지용이 웃었다. “하 비서님,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 남해시 사람들 다 알아요. 엊저녁 우리 별장에 와서 꽤 질투를 받았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 둘 모두가 인정한 한 쌍이니 저한테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너…”하은혜는 두통이 왔다. 더는 정지용을 보지 않고 손호남에게 말했다.“여기 정리해 주세요. 그리고 저 자식이 가지 않으면 사람 불러서 끌어내요.”“넵!”손호남이 신나게 다가왔다. 하은혜는 나도 품에 안아보지 못했는데 정지용 같은 놈이 감히 낚아채? 오늘 잘 걸렸다!…대표 사무실에서 김예훈이 사람을 불러 로비 cctv를 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지용 또라이 새끼를 계속 저렇게 행패를 부리게 내버려두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다.잠시 생각을 하던 김예훈이 휴대폰을
정지용 이 또라이가 하은혜에게 달려가 프로포즈 했다가 YE 투자 회사 앞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이 때문에 투자금이 파토 났다는 사실이 몇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남해시에 쫙 퍼졌다.…정씨 별장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 어르신은 잔뜩 인상을 쓰면서 테이블 중앙에 앉아 있다. 분위기가 썰렁했다.정지용은 두 팔을 출 늘어뜨린 채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 옆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흉한 표정으로 정지용을 놓고 한마디씩 했다.“정지용, 너 바보니?”“하은혜가 너에게 애정이 깊어? 그런데 아무도 아니잖아!”“역시 너를 믿는 게 아니었어. 역시!”“오늘 저녁 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설명해. 우리 정씨 사업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의 신용도 너 때문에 다 망가졌어!”말할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눈에 쌍불을 켜고 잡아먹을 듯이 이글거렸다.“조급해 마요. 이 일은 반드시 해결될 거니까.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거나 토라지거나 그랬을 수도 있잖아요. 지용을 믿어줘요.”초조하게 앉아 있던 정민택이 입을 열었다.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가 있지? 어제 저녁만 해도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몇 시간만에 일이 이 지경이 됐다는 건 자칫하다 가문이 정지용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그러니 평소에 존경을 받던 정민택도 모든 이익 앞에서는 아무도 아니었다.그때 어르신이 실망한 눈길로 정지용을 봤다.“지용, 나는 네가 우리 가문을 이끌어 줄 사람이라 믿었는데 너무 실망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냐? 말해 봐.”정지용은 울상을 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진짜 태도가 그렇게 빨리 바뀔지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잔인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꼭 해결할 게요.”말을 하다 감정에 북받친 정지용이 당장 울 것만 같았다.
”네가? 어떻게? 이번에는 또 누구한테 프로포즈 하려고? 설마 대표? 대표가 남자라던데.”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정지용을 향해 별의별 욕설을 다 퍼부었다.원래 정민아가 나서서 계약을 성사시키면 이익이 얼마가 되든 만족하려고 했다. 한데 하필이면 정지용 이 녀석이 나타나서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이익이고 나발이고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면 집안이 망할 수도 있다.어르신이 아니라면 모두 달려들어 정지용의 목을 졸라 죽여버렸을 지도 모른다.“맞아! 정민아가 계약서를 가져가는 게 더 나았어!”“지만 대단한 척 우쭐대더니 어떻게 됐어? 쓸모 없는 놈!”“정지용! 너 설마 다른 가문이 우리 집에 심은 스파이 아니야?”정지용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에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 다 저를 지지해 줬잖아요. 게다가 저도 피해자라고요. 걱정 마세요. 내가 있는 한 이 일은 꼭 해결할 테니까!”“뭘로?”“그 기생오라비 같은 낯짝으로?”가족들은 모두 외면한 채 믿어주지 않았다. 말도 점점 격하게 하다 하마터면 손까지 댈 뻔했다.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모두가 당황했다.“어르신, 큰일 났어요. 손씨 손영준 회장님이 오셨어요. 그리고 우리와 협력관계인 고객도 함께요.”기세가 당당한 모습을 봐도 비즈니스계의 큰 인물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앞장선 사람은 손씨 가문 손영준이다.“정 회장, 보아하니 엊저녁에 우리 두 집안이 맺은 계약은 취소해야 할 것 같네요.”손영준은 다가오면서 당당하게 말을 했다. 전혀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어르신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손 회장, 그 계약은 당신이 나한테 부탁한 거잖아요. 왜 갑자기 취소해요?”그때 백기철도 등장하더니 비소를 던졌다. “정 회장,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이라 솔직하게 말할게요. 어제 우리가 맺은 계약도 취소합시다.”“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우리가 정 회장과 계약한 것도 YE 투자 회사와 관련이 있어서 그런 거지. 방금 소식을 전해는데 정
”손 회장, 우리가 망하는 꼴을 보려고 그러십니까?”“맞아요.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죠!”“어제는 우리가 초청하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제발로 걸어서 왔어요. 선물까지 내놓으면서 계약을 하자고 한 것도 당신들이라고요! 하루 멀다 하고 이렇게 변덕을 부리면 우리도 곤란해요!”정씨 가족들이 나서서 비난하자 손영준 회장 일행이 질세라 저마다 반박해 나섰다.어르신은 화가 치밀어 올라 뒷골이 뻐근했다. 그러다 갑자기 테이블을 치며 소리쳤다.“그만들 싸워!”쌍방이 흥분을 가라앉힌 후에야 어르신이 손영준을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손 회장, 백 회장, 말이 이 정도로 나온 이상 나도 할 말이 없네요. 하지만 우리가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정을 봐서라도 체면을 주세요. 3일, 3일 내에 꼭 YE 투자 회사의 계약을 받아낼 거예요. 그러니 계약은 취소하지 맙시다. 어때요?”손영준을 비록한 회장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동안 정을 봐서라고 3일만 줄게요. 만약 3일 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 땅을 내놔요!”“당신들…”어르신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눈앞의 사람들이 여기 온 이유가 그 땅 때문이다. 정지용이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3일 내에 투자금을 받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정씨 가문이 숨을 돌릴 시간 마저도 없을 테니까.그제야 화기애애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어르신 눈에 그 사람들은 웃는 가면을 쓴 호랑이 같았다.그때 축 늘어진 정지용이 갑자기 얼굴을 쳐들었다. “할아버지,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 있어요.”“누가?”어르신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정지용이 가장 뒤에 선 정민아를 쳐다보는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 비록 자신이 계약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도 실패하게 되면 자신의 책임이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 있다.“할아버지, 민아가 전에 두번이나 YE 투자 회사에 갔잖아요? 만약 누나가 허락하면 YE 투자 회사에서도 다시 계약에
어르신이 눈을 번뜩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민아, 할아버지한테 화 난 거 알아. 전에는 너를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았어. 지금 이 자리에서 사과할게. 정민택, 지용도 민아한테 사과해!”정민택과 정지용이 서로 쳐다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줄곧 강세를 부리던 사람들이 다들 보는 앞에서 정민아에게 사과를 하라니 절대 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정지용은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정민아를 향해 몸을 살짝 숙였다. “민아 누나,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고개를 숙인 정지용의 얼굴에 음흉한 기색이 스쳐갔다. 잘 감춘 덕에 누구도 그 눈빛을 보지 못했다.정민택도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민아, 지용이 사과했으니 큰아버지도 사과하마. 앞으로 더는 일을 만들지 않을게. 그러니 큰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다시 한번 YE 투자 회사에 갈 수 있겠니?”“체면? 당신 부자에게도 체면이 있었어요? 일이 생기면 정민아고 일이 없으면 옆으로 툭 차버리고 대체 자기가 뭐라고 된 줄 알아? 하고 싶은 대로 막 부려먹어?”그때 임은숙이 벌떡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원래 기 센 임은숙은 딸이 가져온 투자금이 뺏겼을 때 화를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또 정민아를 찾으니 자연스럽게 폭발했다.“제수씨, 다 정씨 가문을 위해서야. 그까짓 일로 정씨 가문이 파산하면 좋겠어?”정민택이 싸늘하게 내뱉었다.파산이라는 말에 임은숙은 생각만해도 싫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돈 없이 구질구질하게 살 수 있지? 진짜 그렇게 되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다.임은숙이 갑자기 태도를 바뀌었다.“민아, 아니면 네가 마지못해 승낙하면 안 되겠어?”“엄마, 내가 승낙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으니까 그래.”정민아는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 원래 귀찮은 일인데 만약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또 자기 탓이 되어버린다. 정지용은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시킨 게 아니다. 틀림없이 책임을 전가할 사람을
”대표님, 사모님께서 또 회사에 오셨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송문영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정지용이 왔다면 욕을 하고 쫓아내면 그만인데 정민아의 신분이 특별해서 무례하게 대하지 못한다.“어? 민아가 또 왔다고?”김예훈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르신도 여우처럼 영리해 분명 이 방법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투자금이 없다면 강씨 가문은 진짜 망하게 되니까.김예훈은 정민아 얼굴이 떠오르면서 또 마음이 약해졌다.“이번에도 550억 줘.”“네?” 송문영이 놀랐다.“계약서는 저번과 똑같게 작성하고. 만약 또 행패를 부리면 그 자산을 바로 손에 넣어.”김예훈은 그 말만 했다.송문영은 이제야 알았다. ‘역시 대표님야. 한 손에 사탕 들고 다른 손엔 몽둥이를 들면서 정씨 가문을 갖고 놀고 있어.’“대표님, 그럼 계약서 작성하러 가보겠습니다.”송문영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김예훈이 담담하게 한마디 붙였다.“아직도 내가 가르쳐야 돼? 잠시 거절하는 척 하다가 미룬 뒤 마지막 날에 계약서를 어쩔 수 없이 하는 척 하라고. 나가봐.”“네, 한수 배웠습니다.”송문영이 인사를 하고 재빨리 사무실에서 나갔다. 정민아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정민아 씨 오셨네요. 이번엔 무슨 일로?”송문영은 활짝 웃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생각보다 빨리 나타난 송문영을 보고 정민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부장님, 투자금 말인데요. 전에 제가 정씨 사업부에 대한 계약 건에 대해 말씀드렸죠? 그게…”송문영이 바로 말을 잘랐다. “정민아 씨, 도와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당신 가문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는 나보다 더 잘 알 거예요. 우리 회사 프런트 직원에 이어 감히 하 비서까지 희롱을 하다니 무슨 말로 형용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생각이라는 게 없는 거 같아요.”정민아가 탄식했다. “송 부장님, 그냥 재벌 도련님들 코스프레 한다고 생각하고 무시하세요.”송문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시? 솔직히 나도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이에요.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