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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어르신이 눈을 번뜩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민아, 할아버지한테 화 난 거 알아. 전에는 너를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았어. 지금 이 자리에서 사과할게. 정민택, 지용도 민아한테 사과해!”

정민택과 정지용이 서로 쳐다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줄곧 강세를 부리던 사람들이 다들 보는 앞에서 정민아에게 사과를 하라니 절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정지용은 심호흡을 하더니 천천히 정민아를 향해 몸을 살짝 숙였다. “민아 누나,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고개를 숙인 정지용의 얼굴에 음흉한 기색이 스쳐갔다.

잘 감춘 덕에 누구도 그 눈빛을 보지 못했다.

정민택도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민아, 지용이 사과했으니 큰아버지도 사과하마. 앞으로 더는 일을 만들지 않을게. 그러니 큰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다시 한번 YE 투자 회사에 갈 수 있겠니?”

“체면? 당신 부자에게도 체면이 있었어요? 일이 생기면 정민아고 일이 없으면 옆으로 툭 차버리고 대체 자기가 뭐라고 된 줄 알아? 하고 싶은 대로 막 부려먹어?”

그때 임은숙이 벌떡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원래 기 센 임은숙은 딸이 가져온 투자금이 뺏겼을 때 화를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또 정민아를 찾으니 자연스럽게 폭발했다.

“제수씨, 다 정씨 가문을 위해서야. 그까짓 일로 정씨 가문이 파산하면 좋겠어?”

정민택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파산이라는 말에 임은숙은 생각만해도 싫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돈 없이 구질구질하게 살 수 있지? 진짜 그렇게 되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임은숙이 갑자기 태도를 바뀌었다.

“민아, 아니면 네가 마지못해 승낙하면 안 되겠어?”

“엄마, 내가 승낙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으니까 그래.”

정민아는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 원래 귀찮은 일인데 만약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또 자기 탓이 되어버린다. 정지용은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시킨 게 아니다. 틀림없이 책임을 전가할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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