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말에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 다 할 말을 잃었다.잠시 후 정군이 한숨을 내쉬었다.“됐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뭐라고 하지 않으마.”“너도 오늘 힘들었을 텐데 빨리 쉬어.”말을 마친 정군이 임은숙을 데리고 떠났다.실망이었다.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실망밖에 남지 않았다.이런 상황에도 김예훈은 허세만 떠니 그들은 이제 뭐라고 꾸짖을 힘도 없었다.그들의 눈에 김예훈은 허세 병 말기에 걸린 사람처럼 구할 방법도 없는 것 같았다.오히려 정민아는 웃으며 얘기했다.“여보, 그래도 듣기는 좋네.”“우리 그냥 작은 사업이나 해. 먹고 살 만큼만 벌어도, 그렇게 한 평생 살아도 난 괜찮아.”“정 안되면 노점상이라도 하지. 요즘 그게 유행이라던데? 바로 오늘 밤부터 할까?”정민아는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었다. 행동력이 매우 좋았다.그녀는 바로 인터넷에서 주변의 도매상을 찾은 후 김예훈을 끌고 물건들을 입고시켰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어졌다.하지만 정민아는 이미 빠르게 팔 물건들을 준비하고 길에 자리를 잡았다.정민아의 말대로라면 오늘 그들 부부는 이미 개업을 한 셈이었다.정민아가 선택한 자리는 길에서도 주요한 도로라서 평일에도 사람들이 많이 오갔고 저녁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물건을 입고하는 센스가 좋고 가격도 착한데다가 정민아 본인도 아름다운 미녀였기에 그들의 장사는 순식간에 인기가 많아졌다.이렇게 천천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물건들은 어느새 거의 다 팔렸다.김예훈은 정민아가 웃는 것을 보고 따라 웃었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그녀가 기쁘면 된 거다.노점상이 어때서? 노점상도 일종의 창업이 아닌가.“어? 정민아, 정 대표님 아니신가? 정 대표 회사가 몇천억으로 커서 벤틀리를 몰고 다닌다고 하던데.”“그 고귀하신 정 대표님이 오늘은 서민 체험이라도 하는 건가요?”이때 사람들 중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가 걸어오며 정민아를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중년 남자의 이름은 이서재로 전에 백운 그룹의
정민아의 낯빛은 조금 어두웠다. 그녀는 노점상을 하면서 이서재같이 더러운 사람을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이 주임님, 이 스타킹은 좀 안될 것 같습니다.”“그러게요!”이서재는 부하 앞에서 여러 번 정민아에 관해 얘기했다.안 봐도 비디오였다. 정민아가 자기를 해고한 것에 불만이 많아 계속 정민아를 싫어했을 것이다.이때 김예훈이 뒤에서 걸어와 미간을 찌푸리고 이서재를 쳐다보았다.정민아가 노점상을 하는 데에 즐거워하고 있어서 말리지 않았는데 어디서 이런 자식이 나타나 기분을 잡치게 하는 것인지. 김예훈은 짜증이 치밀어올랐다.김예훈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저 눈빛뿐이었지만 이서재는 목덜미가 시린 것 같았다.김예훈의 등장에 정민아가 오히려 놀라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예훈아, 이런 사람은 상관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는 돈을 벌려고 나온 거니까 태도가 좋아야 해.”그녀는 김예훈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를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이제 정민아는 백운 그룹의 대표도 아니었다. 김예훈이 주먹질을 해서 사람을 다치게 해서 경찰서에 가면 그때는 방법이 없었다.김예훈은 정민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그리고는 이서재를 슥 쳐다보고 차갑게 대답했다.“우리는 너 같은 손님한테 물건 안 팝니다. 꺼지세요.”김예훈의 말에 이서재의 표정이 구겨졌다.그는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고는 말했다.“이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정 대표님의 데릴 남편이죠?”“남한테 빌붙어 사는 걸 가장 잘한다는, 정 대표랑 결혼한 지 3년 동안 아무것도 못 해 줬다면서요?”“지금 정 대표 회사도 남의 손에 들어갔으니, 정 대표가 노점상이라도 해서 먹여 살려야죠.”“빌붙어 사는 능력은 인정해 줘야 한다니까요.”“그 능력으로 책이라도 쓰는 거 어때요, 내가 한 권 정도는 꼭 사주죠.”그 말에 주위는 웃음바다가 되었다.이서재의 부하 중 한 명이 김예훈을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이 주임님, 빌붙어 사는 주제에 얼굴
정민아가 먼저 숙이고 말을 하자 이서재는 더욱 득의양양해져서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정 대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럼 사업을 도와줘야죠.”“이 스타킹들, 내가 다 사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이서재의 표정은 엔간한 변태들의 표정보다 더 더러웠다.“저도 하나!”“하하하.”이서재의 부하들도 그 더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민아를 쳐다보는 눈길에는 더러운 생각이 잔뜩 묻어있었다.이서재도 그런 생각을 감추지 않고 웃으며 얘기했다.“정민아, 내가 듣기로는 이미 백운 그룹의 주식을 다 넘겨주어서 한 푼도 없다는데 이래서야 셋집이라도 맡을 수 있겠어요?”“이렇게 합시다. 마침 우리 회사에서 내 비서를 찾고 있어요, 한 달에 백만 월급입니다.”“아직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만약 당신이 숙이고 들어온다면 이 자리를 드리죠.”“하지만 내 비서는 한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바로 무슨 일이든지 비서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김예훈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자식의 말이 얼마나 더러운지 바로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고 머리를 화장실 변기에 박아넣어 주고 싶은 지경이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여보, 됐어. 우리가 피해야지.”“이후에도 노점상을 하면서 이런 일들이 많을 거야. 그럴때마다 주먹질을 한다면 어떻게 이 노점상을 이어 하겠어.”정민아의 표정을 본 김예훈은 그녀를 실망하게 하기 싫어 그저 차갑게 이서재를 노려보았다.하지만 김예훈이 주먹질을 할 담이 없다고 생각한 이서재는 호탕하게 웃었다.“정민아, 당신 남편은 정말 안 되겠어요. 바로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데 잘도 참네요. 이런 것도 남편이라고 데리고 다녀요?”“생긴 것도 꽤 괜찮은 정민아가 이런 쓰레기를 끼고 다니다니. 차라리 나랑 하는 건 어때요? 생긴 게 너무 아깝잖아요.”이번에 이서재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다가와 정민아의 얼굴에 손을 대려고 했다.퍽.옆의 김예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가오는 이서재를 향해 주먹을 꽂아버렸다.
이서재가 급히 바닥에서 기어서 일어났다.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그는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라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파리 형님, 접니다! 저 이서재입니다.”“저 지금 길에서 노점상 하는 사람한테 얻어맞았습니다.”“여기가 형님네 지역 아닙니까! 꼭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파리 형님이라는 말에 주변 사람들의 낯빛이 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기, 혹시 말씀하신 파리 형님이 이 거리의 깡패 조직...”“그래! 바로 그 파리 형님이야!”“파리 형님은 조직 보스 중의 1인이야. 이 거리는 다 그분이 관리하고 있다고!”“파리 형님이 바로 내 큰형님이다!”이서재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낯빛이 다 어두워졌다. 그중에서도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은 표정이 싹 구겨졌다.이때 마음씨 착한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이봐, 아가씨. 얼른 돌아가요.”“파리 형님이라는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한테서 자릿세를 받는다니까요.”“자릿세를 주지 않으면 완전 싹 엎어버리고 사람까지 패요.”“게다가 얼마나 여색을 밝히는지 예쁜 여자들은 다 좋지 못한 일을 당했어요.”“남편분도요, 지금은 빨리 도망가는 게 좋아요. 물건도 그냥 버리고 도망쳐요.”“그렇지 않으면 파리 형님이 오면 도망칠 수도 없어요!”몰려든 사람들 가운데도 착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그들의 말은 과장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다 사실에 기반을 둔 말이었다.서민들은 서민의 생활이 있다.이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서 자릿세를 뜯어가는 조직. 어찌 보면 정상적인 일이다.다들 싸움 구경을 하러 왔지만 정민아처럼 예쁜 아가씨가 파리 형님 같은 사람한테 걸리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이때 이서재는 차갑게 웃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도망가? 지금 와서 도망치기에는 늦었어.”“다들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파리 형님이 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움직일 생각 하지 마!”이서재
파리 형님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감히 내 지역에서 장사하면서 자릿세를 안내? 재밌는 놈이네.”“이런 정신 없는 놈은 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말하더니 파리 형님이 퉤하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 새끼, 이 침부터 깨끗하게 핥아야 나랑 대화할 수 있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네 손발부터 잘라버릴 거다!”파리 형님이 나서주자 이서재와 그의 부하들은 비웃음을 지었다.이서재는 김예훈을 향해 눈을 흘기고는 말했다.“이 새끼야, 귀가 먹었냐? 얼른 꿇지 못해?”“지금이라도 순순히 말 들으면 살려는 줄 거야.”“말을 듣지 않는다면 기어서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갈 거야.”김예훈은 그 말들을 들으며 움직이지도 않고 이서재를 광대 보듯이 보고 있었다.이때 정민아가 급히 김예훈의 앞을 막아 나서서 그를 보호하려고 했다.“예훈아, 이 사람들은 다 조직의 사람들이니 우리가 나서기엔 역부족이야.”그러고는 파리 형님을 향해 사과를 했다.“파리 형님, 저희가 오늘이 처음이라서 이곳의 규칙을 몰랐네요.”“어떻게 자릿세를 내면 되는지 알려주시면 곧 내겠습니다.”파리 형님은 정민아를 보지 못했다가 지금 이렇게 매력적인 미녀를 보니 흠칫했다.잠시 후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이거 아가씨 장사야?”“사람을 때린 건 아가씨 남편이고?”“네, 만약 치료비도 원하신다면 저희가 내겠습니다.”정민아가 말했다.“치료비? 그런 건 필요 없어.”파리 형님이 호탕하게 웃었다.“이렇게 하지. 아가씨가 오늘 나랑 가서 재밌게 놀면 이제 내 사람이 되는 거야. 자릿세 걱정은 안 해도 되고 남편이 주먹질을 한 것도 그저 넘어가 줄게.”그 말을 마친 파리 형님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정민아를 쳐다보았다.이 거리에서 이 수법으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짓밟았는지 모른다.길에서 장사하러 나오는 여자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그저 파리 형님의 협박에 순순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파리 형님의 사악한 표정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이때, 파리 형님의 어린 여자친구인 이은희가 갑자기 살짝 웃으며 말했다.“자기야, 이 사람 정말 오만하다. 자기를 사람 취급도 안 하는데? 쟤 완전히 사리구별을 못 해!”이 말을 듣자, 파리 형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오랫동안 보행로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지역 경찰서 일인자라도 파리 형님을 마주치면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줬다. 그런데 지금 어디서 굴러 나왔는지 모르는 이 녀석이 감히 파리 형님을 막 대해?심지어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서 꿇으라고? 지금 장난해?“내가 마지막으로 다시 말한다. 당장 무릎 꿇고 이거 핥아서 깨끗이 만들어놔!”파리 형님이 냉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주위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지금 감히 입을 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숨소리조차도 낼 수 없었다.왜냐하면 지금 파리 형님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이 작은 보행로에서 파리 형님의 심기를 건드려서 제 발로 기어 나간 사람이 없었다.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김예훈만이 차가운 얼굴로 어떤 미동도 없었다.이은희가 갑자기 앞으로 걸어가더니 정민아가 잘 펼쳐놓은 가판대를 뒤집어엎어 버렸다.“사람 말 안 들려? 너보고 당장 끓어서 물건 깨끗이 핥으라잖아! 귀먹었어?”이은희는 동네 날라리 같은 여자애로 지금 완전히 일진처럼 행동하고 있다.이은희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왜냐하면 가판대를 뒤집어 버린 것은 완전히 싸우자는 뜻이다!곧이어 많은 사람이 정민아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봤다.이은희가 급발진한 이유가 알고 보니 정민아 때문인 건가?이은희는 아마도 파리 형님의 옆자리가 갑자기 굴러들어 온 정민아한테 뺏길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이때 갑자기 착한 척을 하며 누군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빨리 꿇어. 네가 안 꿇으면 오늘 이 일 안 끝나!”“맞아. 저렇게 덩치 큰 사람을 너희가 어떻게 이기겠어. 젊은이들은 물러나는 법도 좀 알아야 해!”“지금이라도 파리 형님한테 머리 숙여 사과하면 분명히 아까 철
“김 씨, 너 돌았니? 파리 형님이 모시는 분이 누군지 알고서 그러는 거야? 그분이 와서 사과하면 네가 감히 그걸 받을 수나 있을 것 같아?”“그분은 조직의 진정한 보스야. 원하는 거 다 하고 사시는 분인데 그분이 너한테 고개를 숙이길 원하는 거야?”“넌 일개 노점상의 데릴사위야.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네가 가당키나 해?”...이서재와 주위 사람이 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었다. 이들은 김예훈처럼 사리 분별을 못하는 녀석은 살면서 처음 본 듯했다.더욱 초조해진 정민아는 발을 동동거릴 뿐이다.‘조직의 보스보고 나한테 사과하라고? 김예훈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정민아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휴대 전화를 들고 임무경과 임영운한테 각각 문자를 보냈다.정민아는 정말로 도움받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자존심 버리고 임씨 가문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김예훈이 정말 파리 형님한테 맞아 죽을 까봐 겁이 났다.파리 형님은 김예훈이 자기의 보스를 데리고 와 직접 손발을 부러뜨리고 거기에 저 계집애한테 사과하라는 말을 듣자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파리 형님은 욕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걸어와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퍽그러자 곧바로 김예훈이 반격하며 파리 형님 얼굴로 주먹을 날려 버렸다.팍그리고 김예훈의 다리가 파리 형님의 아랫배를 강타했다.“아...”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파리 형님이 지금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며 아픔을 토하며 그대로 김예훈 앞으로 쓰러졌다.팍김예훈은 또 이은희의 뺨을 내리쳐 쓰러뜨렸다.빠르게 두 사람이 김예훈 앞에 무릎 꿇게 됐다.이 모든 장면을 본 사람들은 얼어붙었다.이 데릴사위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직접 파리 형님과 그의 여자친구를 때려눕히다니?“이 새끼야! 너 미쳤어? 감히 우리 보스를 때려? 너 그냥 오늘 죽자!”“얘들아 가자!”뒤로 열댓 명 되는 양아치들이 한 손에 쇠 파이프를 들고 소리 지르며 달려와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그러
김예훈의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파리 형님은 피범벅이 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새끼야. 넌 죽었어! 우리 보스가 오면 넌 제사상이나 준비하면 돼! 너뿐만 아니라 네 부인도 같이 내가 절대 안 놔줄 거야!”김예훈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바로 쇠 파이프를 들어 파리 형님 얼굴을 가격했다.팍파리 형님의 치아가 그대로 튕겨 나왔고 귀를 찌르는 비명이 들려왔다.파리 형님은 원망 가득한 눈초리로 김예훈을 노려봤다.파리 형님은 협박하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또 때릴까 봐 아무 말 하지 못했다.주위 사람들은 이를 보고 김예훈은 정말로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이 일은 어쩌면 손발만 부러뜨려서는 끝이 안 날 수도 있다.정민아는 김예훈이 이렇게 충동적인 사람인지 처음 봐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임씨 가문이 나선다 해도 어쩌면 일을 무마시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이때 정민아는 김예훈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우리 빨리 가자. 우리 그냥 성남시를 떠나서 남해로 돌아가자.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자! 난 너와 함께라면 저 땅끝마을도 갈 수 있어!”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왜 도망가? 아까 보니까 다들 잘잘못을 따지던데 이 일은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물론 저들이 우리한테 사과하는 걸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지금 도망가면 우리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광고하는 거잖아.”정민아는 김예훈의 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조금 뒤 정민아는 한숨을 내쉬며 그저 문자를 보고 임씨 가문이 빠르게 손 써줄 것을 기다렸다.임씨 가문에서,임무경은 문자를 한번 보더니 실소하며 말했다.“김예훈 머리에 문제없지? 노점상 하나 하러 갔다가 소사부를 건드려?”임영운은 옆에서 고개를 들어 말했다.“아버지, 소사부가 조직의 그 분이죠?”“맞아. 네가 말한 사람이 맞다.”임영운은 잠시 고민하고 말했다.“아버지, 이 집안은 일을 너무 잘 벌여요. 오늘은 소사부고 내일은 또 누구랑 일이 터질지 이제는 감도 안 잡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