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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Author: 낭아감자
김예훈이 풉하고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당신 섬라 사람이지?”

“내가 왜 당신이란 같이 가야 하지?”

남자가 차갑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네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으니까!”

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를 건드려?”

“얼른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자칫하다간 총이 빗겨나가서 뒤에 있는 여자들을 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미 경고했어.”

그는 이미 살짝 싫증이 난 상태였다.

이곳은 외곽이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적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만약 진짜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하게 되어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가면 꽤 복잡해질 터였다.

“따라가 줄 수는 있는데 적어도 내가 누굴 건드렸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김예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좋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알려주지. 넌 윤씨 가문의 윤지성 도련님을 건드렸어. 그래서 그분이 우리를 고용해서 널 데려오라고 한 것이고.”

남자는 바로 차 문을 열고 김예훈을 끌어 봉고차 안으로 던져버렸다.

김예훈은 이 사람들이 총을 난사하다가 정민아와 육해연을 다치게 할까 봐 반항하지 않았다.

봉고차는 갑자기 등장했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샌가 도로의 끝에서 모습을 감췄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정민아와 육해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낯빛은 여전히 핏기가 가신 채 새하얬다.

“민아야, 어떡해? 나 해외에 있을 때 들었는데 섬라의 사람들은 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대. 저 사람들이 섬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예훈 씨를 죽이면 어떡해?”

걱정 가득한 육해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김예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한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강도한테 잡혀갔으니 마음속은 공포심으로 가득 찼다.

눈앞이 어두워진 정민아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겨우 일어선 정민아가 얘기했다.

“해연아, 아까 예훈이를 데려간 사람이 뭐라고 얘기했는지 들었어? 누구를 건드렸다고 했어?”

“그 앞장서던 강도가 윤씨 가문의 윤지성이라고 말한 것 같아!”

육해연이 기억을 더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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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1098화

    남자는 담배에 가볍게 불을 붙이고 도넛을 만들어 내더니 웃기 시작했다.“김예훈, 김세자의 대리인, 정씨 가문의 데릴사위, 맞지?”“그쪽은 또 누구?” 김예훈이 차가운 태도로 물었다.“자기소개를 하지. 성은 윤 씨, 윤지성이라고 한다.” 윤지성은 한껏 예의를 갖추고 얘기했다.“내가 그쪽을 건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김예훈은 진짜 자기가 윤씨 가문과 무슨 갈등이 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확실히 윤씨 가문과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니지. 하지만 넌 절대로 둘째 도련님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미소를 머금은 윤지성이 입을 열었다.“둘째 도련님?”미간을 찌푸린 김예훈이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그 인간쓰레기 김병욱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뭐? 둘째 도련님이 쓰레기라고?”윤지성은 멈칫했다.김병욱이 지금 경기도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아무리 그가 실패하고 진주에 머무르고 있다지만 다른 이들은 사석에서도 그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지 않았다.김씨 가문은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와도 같으니까.하지만 눈앞의 김예훈은 감히 김병욱을 쓰레기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윤지성은 절대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를 잘 쓰는 편이었다.그래서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절대 그럴 리가 없을 듯한 가설이 떠올랐다.잠시였지만, 김예훈을 납치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그 시각.정민와와 육해연은 임씨 저택앞에 도착했다.겨우 임씨 저택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고 임무경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말했다.“이게 누구신가. 그토록 잘난 정민아, 정 대표님 아니신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에 오셨을까?”다른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차가운 시선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다.지어는 입꼬리를 올린 채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사실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고 정민아를 기다리고 있었다.정민아의 눈앞에서 김예훈을 납치하는 것도 그들의 계획 중 하나였으니까.그녀가 오늘 무

  • 지존 사위   제1099화

    “이런 강도들이 하는 짓이야 거기서 거기지. 김예훈이 그들을 건드려서 잡혀갔으니 살아 돌아오지는 못할 거야.”“넌 다음 결혼 상대나 찾고 있어.”기쁨을 감추지 못한 임영운의 얼굴은 기대로 가득했다.약속대로라면 김예훈, 그 쓰레기는 곧 죽을 것이었다.쓰레기 따위가 감히 자기더러 그한테 꿇으라고 했으니.지금 당장 강도의 손에 죽어도 쌌다.모든 사람이 다 웃고 있는 것을 본 정민아는 절망스러워 임옥희 앞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렸다.“할머니, 어찌 되었던 간에 예훈이는 손녀사위잖아요!”“잊어버리셨어요? 전에 할머니 생신 때에도 열심히 선물을 준비해 왔던 사람이에요!”“그 점을 봐서라도 제발 삼촌한테 잘 얘기해주세요!”임옥희는 차갑게 대답했다.“고작 약 한 알로 나를 움직이려고? 꿈 깨라.”“민아야, 네가 임씨 가문과 등을 지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지 마.”“그가 확실히 죽게 되면 넌 가서 사망신고부터 해. 이 할머니가 다른 혼처를 찾아줄 테니.”이게 바로 임씨 가문의 목적이었다.김예훈이 죽고 정민아를 다른 곳에 시집보내는 것.그렇다면 반복되는 수단으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야금야금 차지해 갈 수 있었다.정민아는 그런 음모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임옥희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할머니, 전 예훈이 아니면 안 돼요. 제발 부탁드려요!”“백운 그룹의 주식을 갖고 싶으신 거잖아요? 예훈이를 살려만 주시면 주식을 드릴게요!”정민아의 그 한마디에 임옥희가 흠칫했다.임옥희와 임무경이 눈빛을 주고받았다.이런 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니겠는가.오랫동안 계획을 세운 목적이 바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복잡한 방법이 필요 없이 정민아가 바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주겠다고 하니.임옥희는 그녀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척 연기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민아야, 네가 한 말 지킬 수 있겠니? 잘 생각해야 한단다.”“백운 그룹은 네가 몇 년 동안 일궈낸 것이잖니.”“네가 백운 그룹의 주식을

  • 지존 사위   제1100화

    임가네 사람들은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임씨 가문은 관료들을 많이 배출한 가문으로서 상업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돈이 많지 않은 관계로 임씨 가문은 특급 가문이 되기에 힘들었다.지금은 백운 그룹이 손에 들어왔으니 임씨 가문이 특급 가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심지어 몇몇 임가네 사람들은 이미 특급 가문의 사람이라도 된 듯 했다.정민아가 사인을 마친 것을 확인한 임무경이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 여운기인가? 나 임무경일세.”“내 손녀사위인 김예훈이 섬라에서 넘어온 강도한테 납치당했는데 이 일을 처리해 주길 바라네. 꼭 24시간 안에 구해내길 바라네.”“네!”전화기 너머로 여운기가 경례를 하고 바로 일에 착수했다.통화를 끊은 임무경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조용히 기다려라. 지금 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인 여운기가 나섰으니 곧 김예훈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담담해 보이는 임무경의 모습에 정민아와 육해연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사실상 임무경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이 일에 임씨 가문도 참여했기에 여운기가 24시간 안에 김예훈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마지막에는 결국 시체만 들고 올 것이었다.그리고 그 계약서에, 임무경은 이미 손을 써두었다.그저 김예훈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죽었든 살았든 정민아는 반드시 백운 그룹의 모든 주식을 내놓아야 했다.일석이조였다.한편으로 김병욱의 임무도 완성하였고 김예훈도 처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백운 그룹의 모든 주식을 순조롭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임무경은 득의양양해졌다.백운 그룹이 있으니 다음에는 성남시의 2인자 자리를 노려보아도 괜찮을 듯 싶었다.김예훈의 생사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2인자의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면 정민아 따위는 쉽게 처리해 버릴 수 있는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이 바로 임무경이었다.......그 시각, 나씨 가문의 저택 지하실.윤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무슨 뾰족한 수

  • 지존 사위   제1101화

    퍽.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마침 윤지성 앞에 사람이 뚝 떨어졌다.미소를 짓고 떠나던 윤지성의 낯빛이 삽시에 어두워졌다.그가 몸을 돌려 눈앞의 광경을 확인하자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무슨 상황인가.50명 정도 되는 용병들이 다 쓰러지다니? “너, 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윤지성이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뭐 하는 사람이냐고? 네까짓 게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이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준 사람한테 전해줘, 이게 바로 날 건드린 대가라고.”김예훈은 윤지성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놀란 윤지성은 뒷걸음치며 소리쳤다.“다가오지 마!”뚜두둑.김예훈은 그런 그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윤지성의 오른쪽 다리를 콱 밟았다.“아악!”오른쪽 다리가 끊어진 윤지성이 바닥에서 뒹굴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는 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그러고는 또 몇 번 밟아놓고는 아예 사지를 다 분질러 놓았다.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 윤지성에게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 속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김예훈은 오정범을 찾아 이 일의 배후를 찾아보라고 얘기한 후 재빨리 떠났다. 얼른 가서 정민아를 찾아야 했다.그녀의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걱정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임씨네 저택.“삼촌, 예훈이는 언제 돌아와요?”정민아는 불가마 위의 개미처럼 앉아있질 못하고 걱정스레 물었다.“이미 성남시 경찰서의 사람을 동원해서 찾고 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다.”임무경이 차를 마시며 담담히 얘기했다.윤지성에게 사고사로 위장하라고 문자를 보내놓았다.아마도 곧 사고사로 죽은 김예훈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육해연은 정민아보다 냉정했다. 그녀는 임가네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작게 경고해 주었다.“민아야, 아니면 우리 먼저 나가자. 정 안되면 김세자를 찾아서 도움을 청하자.”그 말에 임무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누구냐. 감히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가문 일에 끼어들어.”

  • 지존 사위   제1102화

    “예훈아,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정민아는 다른 곳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바로 김예훈을 안고 다친 곳은 없나 보고 있었다.하마터면 걱정되어서 쓰러질 뻔했다. 겨우 버텨냈기에 다행이지 아니라면 이미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었다.“여보, 울지마. 나 괜찮아. 우리 돌아가자.”부드러운 목소리로 정민아를 위로하며, 김예훈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이번 일은 끝까지 파헤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민아 앞에서 그런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일단은 해연이를 공항에 데려다줘. 널 걱정하다가 비행기도 놓치게 생겼어.”“난 아직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어.”정민아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김예훈은 살짝 의문스러웠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육해연을 데리고 성남 국제공항으로 떠났다.다른 한편, 임무경은 이미 변호사를 데려와 계약을 이행하려고 했다.“두 분, 계약서에 서명하신 대로 지금 이 시간부터 정민아 씨의 주식은 다 임가네 것으로 되었습니다”변호사는 말하면서 다른 증명 서류를 꺼내 두 사람에게 사인을 시켰다.“네, 알겠습니다.”정민아는 답답한 마음으로 사인을 마쳤다.이건 그녀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임가네 사람들은 계약서를 보며 하나같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임무경은 자비로운 척 미소를 띠고는 얘기했다.“민아야, 백운 그룹은 네가 더 잘 알고 있고 또 다른 회사들이랑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있지 않니.”“이 삼촌 생각에는 네가 주임을 맡고 내가 너에게 4천만 월급을 주는 것이 어떠하냐.”“4천만이면 나쁘지 않지.”임가네 사람들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맞아, 다른 사람들은 몇십만이라도 벌려고 아득바득 일하는데.”“우리 집안 사람이니까 그런 월급을 주는 거야.”“이런 기회 흔치 않다.”임씨 가문은 백운 그룹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을 뿐만 아니라 정민아를 이 회사의 부품으로 계속 써먹을 생각이었다.“삼촌, 마음은 고맙지만 거절할게요.”정민아는 슬픈 감정

  • 지존 사위   제1103화

    “네 뜻은...”임욱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끌었다.“어머니, 연기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죠. 오늘 백운 그룹을 손에 넣었는데 내일 김예훈이 죽으면 정민아가 우리를 의심할 게 뻔합니다.”“물론 그게 무서운 건 아니지만 혹시나 조사하다가 우리가 연루되면 귀찮아질 겁니다.”“이번에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일단은 몸을 사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임무경은 백운 그룹을 손에 넣은 것에 흥분하지 않고 도리어 매우 냉정했다.그러자 임옥희가 물었다.“우리 가문은 괜찮다고 쳐도 나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이대로 손을 놓으려고 할까?”“그리고 둘째 도련님한테는 어떻게 말씀드리지?”임무경은 잠깐 침묵하다가 제갈공명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성남시 경찰서에 연락해 순찰에 더 힘을 쓰고 대외적으로는 경기도 교대 의식 때문이라고 둘러댈 겁니다.”“그리고 둘째 도련님한테는 윤씨 가문의 실패로 성남시 경찰의 순찰이 강해져서 지금 손을 쓰기에는 위험하니 교대 의식이 끝나고 진행할 것이라고 얘기하면 됩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임옥희도 바로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이미 임씨 가문에서는 얻은 것이 많으니 지금은 그 얻은 이익을 지키는 데 힘써야 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무경은 나성군과 윤해진에게 연락을 돌렸다.전화기 너머의 나성군과 윤해진은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둘 다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실패했다. 윤지성이 실패하다니!임무경의 요구에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승낙했다.그의 요구가 논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주요하게는 아직 윤지성의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윤지성의 사지가 부러진 것을 알았다면 윤씨 가문의 성격으로는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한편.오정범은 이미 사건을 다 파헤치고는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대표님, 이미 찾아봤는데 이 사람들은 강원도 변경에서 온 용병들인데 이번에는 강도로 위장해서 넘어온 것 같습니다.”“그들을 고용한 건 일류 가문인 윤씨 가문입니다. 이 저택은 일류 가문인 나씨 가

  • 지존 사위   제1104화

    계속해서 같이 지내다 보니 정민아는 자기가 이미 김예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선이 있었다. 그래서 평범한 부부와 달랐다.하지만 이번 일로 정민아는 자기가 김예훈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그가 강도한테 끌려갈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는데,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이 기회를 타서 그와 함께 밤을 보낼까? 그렇게라도 이 집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길까?새하얗게 질려있던 정민아의 얼굴이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었다.옆의 김예훈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여자란 참으로 어려운 동물이 아닌가.울다가 웃다가 이제는 부끄러워하다니.“여보, 무슨 일이야? 난 괜찮다니까.”김예훈이 정민아를 위로하며 얘기했다.“아니야, 그냥 좀 울고 싶어서. 아, 맞다. 오늘 뭐 먹고 싶어? 내가 만들어 줄까?”정민아가 화제를 돌렸다.“난 다 괜찮지. 그냥 우리 여보가 만들어 준 거면 다 좋아해.”김예훈이 작게 웃었다.정민아의 요리 실력은 매우 처참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맞춰주고 싶었다.두 부부가 웃으며 말하며 부엌으로 향할 때 누군가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김예훈이 문을 열자 바로 정군과 임은숙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왔다.“정민아, 너 미쳤어?”“이런 짓을 하다니!”“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우리 둘은 나중에 길에서 구걸이라도 하라는 거야?”무섭게 정민아를 노려보는 임은숙은 따발총처럼 빠르게 말을 뱉어댔다.옆의 정군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정민아를 보며 끼어들지도 못했다.정민아는 이토록 화가 난 부모님을 보며 움츠러든 채 뭐라고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장인어른, 장모님, 민아가 왜요? 왜 그러세요.”미간을 좁힌 김예훈이 물었다.만약 이들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아니었다면 이미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다.정군은 돌아서서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아직 모르나?”“네 일 때문에 민아가 삼촌하고 약속했어. 너를 구해주기만 하면 백운 그룹

  • 지존 사위   제1105화

    김예훈의 말을 들은 정민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진짜로 속은 건가? 김예훈이 혼자서 도망쳐 온 것이라고?자세히 생각해 보니 시간이 맞지 않았다. 임무경은 24시간안에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사라진 지 한 시간 만에 나타났다.“김예훈, 지금 허세를 부릴 때야?!”“너를 잡아간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 강원도 변경의 강도들이야! 사람을 죽이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강도라고!”“마침 임씨 가문이 경기도를 주름잡고 있으니 형사들을 풀어서 이 강도들이 무서워서 너를 놓아준 것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네가 어떻게 살아서 돌아오겠어.”“시체가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지금 길에 전부 경찰들인 것 안 보여? 네 일 때문에 성남시의 순찰이 강화되었어!”정군과 임은숙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눈치였다. 그래서 김예훈에게 화를 쏟아붓고 있었다.그들의 눈에 허세만 가득한 김예훈은 진짜 재수였다.정민아가 모든 것을 걸고 그를 구해주었는데 오히려 자기 혼자서 탈출한 것이라니.이때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한테 중요한 건 우리 가족이 무사하다는 거예요.”정민아가 이렇게 얘기하자 김예훈이 계속 해명하기 어려웠다.그 강도들을 본인의 손으로 다 죽이고 나왔다는 것을 정민아에게 알려줄 수가 없었다.이런 일은 마치 신화나 전설 같아서 믿지 않을 테니.드라마도 아니고 한 사람이 총을 든 여러 강도들을 혼자서 제압한다는 것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임무경 그쪽은, 예외지만. 그저 그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김예훈이 무사히 돌아온 것은 임무경 덕분이라고 생각할 테니.솔직히 이 모든 것이 우연에 우연이 겹친 일들이었다.“김예훈, 민아가 너를 위해 이렇게 할 때 너는 민아를 위해서 생각해주면 안 돼? 허세나 부리지 말고.”“백운 그룹의 주식이라니, 적어도 4000억은 될 거야.”정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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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2759화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 지존 사위   제2758화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 지존 사위   제2757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 지존 사위   제2756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 지존 사위   제2755화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 지존 사위   제2754화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 지존 사위   제2753화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 지존 사위   제2752화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 지존 사위   제2751화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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