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풉하고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당신 섬라 사람이지?”“내가 왜 당신이란 같이 가야 하지?”남자가 차갑게 대답했다. “왜냐하면 네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으니까!”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를 건드려?”“얼른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자칫하다간 총이 빗겨나가서 뒤에 있는 여자들을 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이미 경고했어.”그는 이미 살짝 싫증이 난 상태였다. 이곳은 외곽이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적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만약 진짜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하게 되어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가면 꽤 복잡해질 터였다. “따라가 줄 수는 있는데 적어도 내가 누굴 건드렸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김예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좋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알려주지. 넌 윤씨 가문의 윤지성 도련님을 건드렸어. 그래서 그분이 우리를 고용해서 널 데려오라고 한 것이고.”남자는 바로 차 문을 열고 김예훈을 끌어 봉고차 안으로 던져버렸다. 김예훈은 이 사람들이 총을 난사하다가 정민아와 육해연을 다치게 할까 봐 반항하지 않았다. 봉고차는 갑자기 등장했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샌가 도로의 끝에서 모습을 감췄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정민아와 육해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들의 낯빛은 여전히 핏기가 가신 채 새하얬다. “민아야, 어떡해? 나 해외에 있을 때 들었는데 섬라의 사람들은 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대. 저 사람들이 섬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면, 예훈 씨를 죽이면 어떡해?”걱정 가득한 육해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김예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한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강도한테 잡혀갔으니 마음속은 공포심으로 가득 찼다. 눈앞이 어두워진 정민아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겨우 일어선 정민아가 얘기했다. “해연아, 아까 예훈이를 데려간 사람이 뭐라고 얘기했는지 들었어? 누구를 건드렸다고 했어?”“그 앞장서던 강도가 윤씨 가문의 윤지성이라고 말한 것 같아!”육해연이 기억을 더듬으며
남자는 담배에 가볍게 불을 붙이고 도넛을 만들어 내더니 웃기 시작했다.“김예훈, 김세자의 대리인, 정씨 가문의 데릴사위, 맞지?”“그쪽은 또 누구?” 김예훈이 차가운 태도로 물었다.“자기소개를 하지. 성은 윤 씨, 윤지성이라고 한다.” 윤지성은 한껏 예의를 갖추고 얘기했다.“내가 그쪽을 건드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김예훈은 진짜 자기가 윤씨 가문과 무슨 갈등이 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확실히 윤씨 가문과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니지. 하지만 넌 절대로 둘째 도련님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미소를 머금은 윤지성이 입을 열었다.“둘째 도련님?”미간을 찌푸린 김예훈이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그 인간쓰레기 김병욱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뭐? 둘째 도련님이 쓰레기라고?”윤지성은 멈칫했다.김병욱이 지금 경기도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아무리 그가 실패하고 진주에 머무르고 있다지만 다른 이들은 사석에서도 그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지 않았다.김씨 가문은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와도 같으니까.하지만 눈앞의 김예훈은 감히 김병욱을 쓰레기라고 얘기하고 있었다.윤지성은 절대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를 잘 쓰는 편이었다.그래서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절대 그럴 리가 없을 듯한 가설이 떠올랐다.잠시였지만, 김예훈을 납치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그 시각.정민와와 육해연은 임씨 저택앞에 도착했다.겨우 임씨 저택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었고 임무경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말했다.“이게 누구신가. 그토록 잘난 정민아, 정 대표님 아니신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에 오셨을까?”다른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다 차가운 시선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다.지어는 입꼬리를 올린 채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사실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고 정민아를 기다리고 있었다.정민아의 눈앞에서 김예훈을 납치하는 것도 그들의 계획 중 하나였으니까.그녀가 오늘 무
“이런 강도들이 하는 짓이야 거기서 거기지. 김예훈이 그들을 건드려서 잡혀갔으니 살아 돌아오지는 못할 거야.”“넌 다음 결혼 상대나 찾고 있어.”기쁨을 감추지 못한 임영운의 얼굴은 기대로 가득했다.약속대로라면 김예훈, 그 쓰레기는 곧 죽을 것이었다.쓰레기 따위가 감히 자기더러 그한테 꿇으라고 했으니.지금 당장 강도의 손에 죽어도 쌌다.모든 사람이 다 웃고 있는 것을 본 정민아는 절망스러워 임옥희 앞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렸다.“할머니, 어찌 되었던 간에 예훈이는 손녀사위잖아요!”“잊어버리셨어요? 전에 할머니 생신 때에도 열심히 선물을 준비해 왔던 사람이에요!”“그 점을 봐서라도 제발 삼촌한테 잘 얘기해주세요!”임옥희는 차갑게 대답했다.“고작 약 한 알로 나를 움직이려고? 꿈 깨라.”“민아야, 네가 임씨 가문과 등을 지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지 마.”“그가 확실히 죽게 되면 넌 가서 사망신고부터 해. 이 할머니가 다른 혼처를 찾아줄 테니.”이게 바로 임씨 가문의 목적이었다.김예훈이 죽고 정민아를 다른 곳에 시집보내는 것.그렇다면 반복되는 수단으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야금야금 차지해 갈 수 있었다.정민아는 그런 음모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임옥희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할머니, 전 예훈이 아니면 안 돼요. 제발 부탁드려요!”“백운 그룹의 주식을 갖고 싶으신 거잖아요? 예훈이를 살려만 주시면 주식을 드릴게요!”정민아의 그 한마디에 임옥희가 흠칫했다.임옥희와 임무경이 눈빛을 주고받았다.이런 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아니겠는가.오랫동안 계획을 세운 목적이 바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복잡한 방법이 필요 없이 정민아가 바로 백운 그룹의 주식을 주겠다고 하니.임옥희는 그녀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척 연기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민아야, 네가 한 말 지킬 수 있겠니? 잘 생각해야 한단다.”“백운 그룹은 네가 몇 년 동안 일궈낸 것이잖니.”“네가 백운 그룹의 주식을
임가네 사람들은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임씨 가문은 관료들을 많이 배출한 가문으로서 상업과는 큰 관계가 없었다.돈이 많지 않은 관계로 임씨 가문은 특급 가문이 되기에 힘들었다.지금은 백운 그룹이 손에 들어왔으니 임씨 가문이 특급 가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심지어 몇몇 임가네 사람들은 이미 특급 가문의 사람이라도 된 듯 했다.정민아가 사인을 마친 것을 확인한 임무경이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 여운기인가? 나 임무경일세.”“내 손녀사위인 김예훈이 섬라에서 넘어온 강도한테 납치당했는데 이 일을 처리해 주길 바라네. 꼭 24시간 안에 구해내길 바라네.”“네!”전화기 너머로 여운기가 경례를 하고 바로 일에 착수했다.통화를 끊은 임무경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조용히 기다려라. 지금 성남시 경찰서 형사 반장인 여운기가 나섰으니 곧 김예훈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담담해 보이는 임무경의 모습에 정민아와 육해연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사실상 임무경은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이 일에 임씨 가문도 참여했기에 여운기가 24시간 안에 김예훈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마지막에는 결국 시체만 들고 올 것이었다.그리고 그 계약서에, 임무경은 이미 손을 써두었다.그저 김예훈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죽었든 살았든 정민아는 반드시 백운 그룹의 모든 주식을 내놓아야 했다.일석이조였다.한편으로 김병욱의 임무도 완성하였고 김예훈도 처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백운 그룹의 모든 주식을 순조롭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이 순간 임무경은 득의양양해졌다.백운 그룹이 있으니 다음에는 성남시의 2인자 자리를 노려보아도 괜찮을 듯 싶었다.김예훈의 생사는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2인자의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면 정민아 따위는 쉽게 처리해 버릴 수 있는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이 바로 임무경이었다.......그 시각, 나씨 가문의 저택 지하실.윤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무슨 뾰족한 수
퍽.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마침 윤지성 앞에 사람이 뚝 떨어졌다.미소를 짓고 떠나던 윤지성의 낯빛이 삽시에 어두워졌다.그가 몸을 돌려 눈앞의 광경을 확인하자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무슨 상황인가.50명 정도 되는 용병들이 다 쓰러지다니? “너, 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윤지성이 겨우 입을 열어 물었다.“뭐 하는 사람이냐고? 네까짓 게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이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해 준 사람한테 전해줘, 이게 바로 날 건드린 대가라고.”김예훈은 윤지성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놀란 윤지성은 뒷걸음치며 소리쳤다.“다가오지 마!”뚜두둑.김예훈은 그런 그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윤지성의 오른쪽 다리를 콱 밟았다.“아악!”오른쪽 다리가 끊어진 윤지성이 바닥에서 뒹굴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는 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그러고는 또 몇 번 밟아놓고는 아예 사지를 다 분질러 놓았다.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 윤지성에게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 속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김예훈은 오정범을 찾아 이 일의 배후를 찾아보라고 얘기한 후 재빨리 떠났다. 얼른 가서 정민아를 찾아야 했다.그녀의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걱정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임씨네 저택.“삼촌, 예훈이는 언제 돌아와요?”정민아는 불가마 위의 개미처럼 앉아있질 못하고 걱정스레 물었다.“이미 성남시 경찰서의 사람을 동원해서 찾고 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거다.”임무경이 차를 마시며 담담히 얘기했다.윤지성에게 사고사로 위장하라고 문자를 보내놓았다.아마도 곧 사고사로 죽은 김예훈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육해연은 정민아보다 냉정했다. 그녀는 임가네 사람들의 태도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작게 경고해 주었다.“민아야, 아니면 우리 먼저 나가자. 정 안되면 김세자를 찾아서 도움을 청하자.”그 말에 임무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누구냐. 감히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가문 일에 끼어들어.”
“예훈아,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정민아는 다른 곳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바로 김예훈을 안고 다친 곳은 없나 보고 있었다.하마터면 걱정되어서 쓰러질 뻔했다. 겨우 버텨냈기에 다행이지 아니라면 이미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었다.“여보, 울지마. 나 괜찮아. 우리 돌아가자.”부드러운 목소리로 정민아를 위로하며, 김예훈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이번 일은 끝까지 파헤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민아 앞에서 그런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일단은 해연이를 공항에 데려다줘. 널 걱정하다가 비행기도 놓치게 생겼어.”“난 아직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어.”정민아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김예훈은 살짝 의문스러웠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육해연을 데리고 성남 국제공항으로 떠났다.다른 한편, 임무경은 이미 변호사를 데려와 계약을 이행하려고 했다.“두 분, 계약서에 서명하신 대로 지금 이 시간부터 정민아 씨의 주식은 다 임가네 것으로 되었습니다”변호사는 말하면서 다른 증명 서류를 꺼내 두 사람에게 사인을 시켰다.“네, 알겠습니다.”정민아는 답답한 마음으로 사인을 마쳤다.이건 그녀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다.임가네 사람들은 계약서를 보며 하나같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임무경은 자비로운 척 미소를 띠고는 얘기했다.“민아야, 백운 그룹은 네가 더 잘 알고 있고 또 다른 회사들이랑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있지 않니.”“이 삼촌 생각에는 네가 주임을 맡고 내가 너에게 4천만 월급을 주는 것이 어떠하냐.”“4천만이면 나쁘지 않지.”임가네 사람들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맞아, 다른 사람들은 몇십만이라도 벌려고 아득바득 일하는데.”“우리 집안 사람이니까 그런 월급을 주는 거야.”“이런 기회 흔치 않다.”임씨 가문은 백운 그룹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을 뿐만 아니라 정민아를 이 회사의 부품으로 계속 써먹을 생각이었다.“삼촌, 마음은 고맙지만 거절할게요.”정민아는 슬픈 감정
“네 뜻은...”임욱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끌었다.“어머니, 연기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죠. 오늘 백운 그룹을 손에 넣었는데 내일 김예훈이 죽으면 정민아가 우리를 의심할 게 뻔합니다.”“물론 그게 무서운 건 아니지만 혹시나 조사하다가 우리가 연루되면 귀찮아질 겁니다.”“이번에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이미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일단은 몸을 사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임무경은 백운 그룹을 손에 넣은 것에 흥분하지 않고 도리어 매우 냉정했다.그러자 임옥희가 물었다.“우리 가문은 괜찮다고 쳐도 나씨 가문과 윤씨 가문은 이대로 손을 놓으려고 할까?”“그리고 둘째 도련님한테는 어떻게 말씀드리지?”임무경은 잠깐 침묵하다가 제갈공명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성남시 경찰서에 연락해 순찰에 더 힘을 쓰고 대외적으로는 경기도 교대 의식 때문이라고 둘러댈 겁니다.”“그리고 둘째 도련님한테는 윤씨 가문의 실패로 성남시 경찰의 순찰이 강해져서 지금 손을 쓰기에는 위험하니 교대 의식이 끝나고 진행할 것이라고 얘기하면 됩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임옥희도 바로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이미 임씨 가문에서는 얻은 것이 많으니 지금은 그 얻은 이익을 지키는 데 힘써야 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무경은 나성군과 윤해진에게 연락을 돌렸다.전화기 너머의 나성군과 윤해진은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둘 다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실패했다. 윤지성이 실패하다니!임무경의 요구에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승낙했다.그의 요구가 논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주요하게는 아직 윤지성의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윤지성의 사지가 부러진 것을 알았다면 윤씨 가문의 성격으로는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한편.오정범은 이미 사건을 다 파헤치고는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대표님, 이미 찾아봤는데 이 사람들은 강원도 변경에서 온 용병들인데 이번에는 강도로 위장해서 넘어온 것 같습니다.”“그들을 고용한 건 일류 가문인 윤씨 가문입니다. 이 저택은 일류 가문인 나씨 가
계속해서 같이 지내다 보니 정민아는 자기가 이미 김예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선이 있었다. 그래서 평범한 부부와 달랐다.하지만 이번 일로 정민아는 자기가 김예훈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그가 강도한테 끌려갈 때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는데,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이 기회를 타서 그와 함께 밤을 보낼까? 그렇게라도 이 집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길까?새하얗게 질려있던 정민아의 얼굴이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었다.옆의 김예훈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여자란 참으로 어려운 동물이 아닌가.울다가 웃다가 이제는 부끄러워하다니.“여보, 무슨 일이야? 난 괜찮다니까.”김예훈이 정민아를 위로하며 얘기했다.“아니야, 그냥 좀 울고 싶어서. 아, 맞다. 오늘 뭐 먹고 싶어? 내가 만들어 줄까?”정민아가 화제를 돌렸다.“난 다 괜찮지. 그냥 우리 여보가 만들어 준 거면 다 좋아해.”김예훈이 작게 웃었다.정민아의 요리 실력은 매우 처참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맞춰주고 싶었다.두 부부가 웃으며 말하며 부엌으로 향할 때 누군가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김예훈이 문을 열자 바로 정군과 임은숙이 미친 듯이 뛰어 들어왔다.“정민아, 너 미쳤어?”“이런 짓을 하다니!”“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우리 둘은 나중에 길에서 구걸이라도 하라는 거야?”무섭게 정민아를 노려보는 임은숙은 따발총처럼 빠르게 말을 뱉어댔다.옆의 정군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정민아를 보며 끼어들지도 못했다.정민아는 이토록 화가 난 부모님을 보며 움츠러든 채 뭐라고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장인어른, 장모님, 민아가 왜요? 왜 그러세요.”미간을 좁힌 김예훈이 물었다.만약 이들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아니었다면 이미 몸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다.정군은 돌아서서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아직 모르나?”“네 일 때문에 민아가 삼촌하고 약속했어. 너를 구해주기만 하면 백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