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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차 안에서 유남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향수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순간 박민정은 의문이 더 깊어져 갔다.

“그게 아니라면 뭔데요?”

“난 너랑 같이 출퇴근하고 싶은 거지 걔랑 하고 싶은 게 아니야.”

유남준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향수는... 네가 뿌린 거라고 한다면 참을 수 있어.”

불과 30분밖에 안 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박민정이라면 참을 수 있었다.

흠 하나 잡을 데가 없이 완벽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나 향수 뿌리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두 사람은 30분 동안 이런저런 말을 가끔가다 주고받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호산 그룹 문 앞에 멈춰 서게 되었다.

이윽고 박민정이 차에서 내려왔다.

오늘 유남준은 마이바흐를 몰고 나왔다.

비록 어제 한정판인 롤스로이스만큼 비싼 차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마이바흐였다.

사람들은 마이바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음번에는 좀 저렴한 차를 몰고 왔으면 좋겠어...’

회사 안으로 걸어가는 내내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이 느껴졌다.

“너 저 사람 본 적 있어? 회사에 새로 온 고위직 아니야?”

“고위직은 좀 그렇고... 바이어 아닐까?”

“바이어라고 하기엔 얼굴이 너무 반칙이잖아. 내 직감으로는 어느 고위직의 아내거나 첩 같은 그런 ‘분’일 것 같아.”

화장을 하지 않은 박민정이지만 오른쪽 얼굴에 흉터만 빼고 본다면 여전히 눈 부시는 존재였다.

“예쁘긴... 오른쪽 얼굴 못 봤어? 흉터가 어마어마해.”

“그러고 보니 흉터가 있었네.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미처 보지 못했어.”

아래층으로 자료를 가지러 온 여직원들이 속닥속닥했다.

보청기를 낀 박민정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서 잠시 보청기를 빼버렸다.

듣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굳이 그러한 말에 자기 기분까지 망칠 필요는 없다고 정신력이 강한 박민정이다.

여직원 중 한 명은 호산 그룹 꼭대기 층 대표이사실의 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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