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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과연 말을 뱉자마자 이지원은 후회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산 이지원은 하예솔마저 잃을 수 없었다.

하예솔이 또다시 뺨을 후려치려고 하자 이지원은 단번에 그 손을 막아버렸다.

“예솔아, 이러지 마. 보는 눈도 많은데...”

하예솔은 그제야 그동안 박민정이 느꼈던 그 감정을 알 것만 같았다.

단 한 번도 후회라는 것을 한 적이 없는 하예솔인데, 지금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이지원, 앞으로 나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린 더 이상 친구도 뭐도 아니야. 난 평생을 널 원수로 생각하면서 살 거야!”

역시나 당사자가 되어야만 당사자의 그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법인 듯싶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누구도 나서서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박민정에게 온갖 심한 말을 퍼부었던 하예솔의 언행을 옆에서 지켜봤었으니 말이다.

유남준과 혼인 신고까지 마친 박민정에게 제삼자라고 했던 하예솔.

이유를 불문하고 사랑받지 않는 쪽이 제삼자라고 주장했던 하예솔.

그릇된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하예솔을 사람들은 도와줄 리가 없었다.

이지원은 지금 하예솔과 사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고 싶은 심정뿐이다.

“예솔아, 우리 다른 데로 가서 천천히 얘기하자. 제발 여기서 하지 말고 다른 데로 가자.”

“꺼져!”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하예솔은 이를 악물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 진주시에서 사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생지옥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고 말 거야!”

홧김에 하는 말도 과장된 말도 아니다.

하씨 가문에서 나서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니 말이다.

애지중지 키운 자기 딸을 배신했다는 소리를 하예솔의 부모님이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제법 진지해 보이는 하예솔의 반응에 이지원은 주위를 훑어보았다.

이윽고 이지원의 시선은 박민정에게 떨어졌다.

“네가 꾸민 짓이지?”

조금 전 화장실 앞에서 박민정이 했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이지원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필경 과 반장과는 아무런 원한도 없으니 과 반장이 그럴 일은 전혀 없었다.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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