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진주시의 한 보육원에서.원장실 안에서 정수미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원장님, 제 친딸이 지금 어디에 있나요?”원장은 정수미를 먼저 앉히고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했다.정수미는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정수미는 항상 친딸을 찾고 싶어 했고 이제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후 드디어 작은 실마리를 찾은 것이었다.“며칠 전 보육원의 선생님께서 누군가가 28년 전에 이곳에서 한 여자아이를 입양해 갔다며 그 아이의 친부모가 누구인지 물어봤다고 하더군요.”원장은 그 당시 입양 기록을 꺼내 들었다.기록부 이미 누렇게 변색하여 많은 부분이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그 겨울에 입양된 여자아이는 단 두 명뿐이었다.그중 하나가 정수미의 딸이었다.“그 아이가 이제 자라서 친부모를 찾으러 온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기록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 아이가 정수민 씨의 딸일 확률은 반반이죠.”정수미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그분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정수미는 당장이라도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원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그분이 혹시라도 정체가 드러날까, 걱정했는지 이름이나 거주지를 남기지 않았어요.”정수미의 마음은 계속해서 조마조마했다.“그러면 제가 어떻게 그분을 찾을 수 있죠?”“그 아이가 오늘 오후에 다시 와서 등록하고 친자 확인을 위해 혈연 정보를 남기겠다고 약속했어요.”정수미는 가슴속에 얹혀 있던 돌이 조금이나마 내려가는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좋아요. 제가 여기서 그분을 기다리겠어요.”정수미는 친딸을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기 딸이 어떻게 생겼을지, 지금 잘 지내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졌다.정수미는 딸이 좋은 가정에 입양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정수미는 이미 결심했다. 아이를 찾기만 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최상의 삶을 제공하고 결코 아이에게 다시는 어떤 고통이나 억울함을 겪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윤소현은 더 묻고 싶었지만, 정수미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윤소현의 마음속 불안이 점점 커져만 갔다. ‘보육원? 엄마가 보육원에? 일하러 간다더니, 무슨 일이지?’윤소현은 입양된 딸로서 늘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까 두려웠다. 정수미와는 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정수미가 자신을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믿고 있었다.윤소현은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저의 엄마가 요즘 뭘 하고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비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수민 씨 말씀인가요? 아니면 정 대표님?”윤소현은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당연히 정수미 씨죠. 한수민 씨는 엄마 자격도 없으니까,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세요!”“네,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전화를 끊고 속으로 윤소현을 은근히 경멸했다.친어머니조차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정말 배은망덕하다고 여겼다.그러나 비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정수미라면, 원하기만 하면 자녀조차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비서는 정수미의 일정을 살피기 시작했고 윤소현은 혹시라도 정수미가 보육원에서 새로운 동생을 데려올까 불안했다....박씨 가문 옛 저택.박민정은 집에 돌아와 소파에 몸을 축 늘어뜨렸다. 오늘 하루는 지치고 고단했다.박윤우는 엄마 옆에서 조용히 서서 아무 말 없이 박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민수아는 그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 유남준이 박민정과 이혼했는지 심지어 아이까지 돌보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민수아는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게 흔한 이유라는 걸 깨달았다.“민정아, 피곤하면 침대에서 자는 게 어때?”박민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 나 안 피곤해.”민수아는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알겠어.”그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박민정은 일어나며 생각했다.‘이상하네. 이 시간에 누구지?’민수아가 나서며 말했다.“내가 나가볼게.”“고마워.”민수아가 문을 열고 나가
박민정의 말에도 유남준은 화를 내지 않았고 달빛 아래 유남준의 모습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어떻게 해야 네가 진주시를 떠나겠어? 1800억이면 충분하지 않아?”유남준은 곧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많은 고민 끝에 박민정과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박민정은 그가 또다시 돈을 언급하자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날 돈으로 해결하려는 거죠? 난 떠나지 않을 거고 진주시에 남아서 호산에도 계속 다닐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지켜보려 했다. 만약 유남준에게 정말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박민정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유남준은 그녀의 고집을 알기에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이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서다희가 다가와 물었다.“대표님, 어떻게 됐나요?”“동의하지 않았어.”유남준은 짧게 대답했다.서다희는 예상했던 대로 박민정이 거절할 거로 생각했다.“그럼 어떻게 할까요? 강제로 데리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서다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상황을 빨리 해결하는 길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유남준은 차에 올라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만두자.”박민정의 성격상 강제로 데리고 가면 오히려 의심만 커지고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게다가 박민정과 박윤우는 쉽게 데려갈 수 있지만, 정민기와 박예찬까지 데리고 가는 건 복잡한 일이었다.서다희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이제 돌아갈까요?”“넌 돌아가. 난 여기 좀 더 있을게.”유남준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서다희는 그가 박민정을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한편, 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에게 민수아와 박윤우가 다가와 물었다.“유남준이 왜 왔어?”“별일 아니야.”박민정은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밤이 되자 박민정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열었다. 카톡에 냉지석으로부터 메
“만약 실패해도 괜찮아. 자책하지 마. 넌 그저 최선을 다하면 돼.”유남준의 얼굴은 담담했고 그는 곧 닥쳐올 일에 아무런 두려움도 없는 듯 보였다.김인우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반드시 최선을 다할게.”...다른 병원에서 윤소현은 밤새워 기다렸지만, 다음 날에도 정수미는 오지 않았다.대신 정수미의 비서가 찾아왔다.“윤소현 씨.”“어떻게 됐어요? 알아낸 게 있나요?”윤소현은 다급하게 물었다.비서는 침착하게 대답했다.“정 대표님께서 보육원에서 친딸을 찾고 계신다는 소식입니다.”윤소현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정수미가 친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정수미는 윤소현이 철이 들기 시작한 때부터 줄곧 딸을 찾아왔다. 그렇게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친딸을 찾고 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친딸을 찾고 있다니. 나를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건가?'윤소현은 손을 꽉 쥐며 분노에 휩싸였다.‘나는 엄마를 위해 친엄마와의 관계도 끊었는데, 왜 엄마는 나를 위해 친딸 찾는 걸 포기할 수 없는 거지?'비서는 윤소현의 얼굴에서 무서운 감정이 엿보였지만, 말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맞장구쳤다.“20년 넘게 못 찾았다면 이제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울 것 같아요.”윤소현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어제 정수미가 너무 격앙된 모습을 보면서 뭔가 단서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믿을 만한 사람들을 보내서 엄마를 주시하게 해요. 절대 들키지 말고 엄마가 친딸에 대해 무슨 단서를 쥐고 있는지 확인해요.”“알겠습니다.”비서는 즉시 대답했다.비서가 떠난 후에도 윤소현은 여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혔다.원래는 정수미가 다른 아이를 입양할까 봐 걱정했지만, 이제는 정수미가 친딸을 찾을까 봐 더욱 불안했다.정수미 같은 사람이라면 친딸에게는 절대 소홀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정씨 가문의 재산은 더 이상 윤소현에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윤소현은 더는 병원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윤소현은 곧바로 정수미에게
윤소현은 즉시 침대에 누워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더 초췌하고 불쌍해 보이도록 만들었다.“소현아, 괜찮니?”정수미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윤소현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많이 나아졌어요. 이제 좀 덜 아파요. 아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윤소현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만약 죽으면 엄마는 혼자 남아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윤소현은 정수미를 끌어안았다.정수미는 윤소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괜찮아. 우리 소중한 딸이 어떻게 죽겠니?”윤소현은 훌쩍이며 말했다.“엄마, 방금 생각해 봤는데요. 동생이 엄마 곁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가 죽더라도 동생이 있으니까요.”정수미는 윤소현이 자신이 친딸을 찾는 것을 반대할까 봐 걱정했는데 윤소현이 직접 언급하니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소현아, 엄마는 네 동생을 찾는 걸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 하늘이 도와주는 건지, 이제 곧 네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윤소현의 마음이 싸늘해졌다.정수미가 친딸을 찾으면 윤소현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하지만 겉으로는 너그러운 척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정말이에요? 그 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정수미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아직 찾지는 못했어. 단지 실마리가 생긴 것뿐이야.”“그렇군요. 엄마, 꼭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윤소현은 정수미를 위로했다.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바란다.”윤소현은 어떻게 단서를 찾았는지 다시 물었다.정수미는 사업에서는 날카롭고 능숙했지만, 윤소현 앞에서는 그렇게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어제 원장이 한 말을 다시 한번 윤소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렇군요. 그러면 가능성은 반반인 거네요. 그 사람이 엄마의 딸이 아닐 가능성도 있는 거죠?”윤소현이 물었다.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도 그 반의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윤소현은 겉으로는 더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
악몽에서 깨어난 한수민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꿈에 그녀는 끝까지 박형식의 용서를 받지 못했으며 곁에 있던 사람들도 그녀 곁을 깡그리 떠나버렸다.정신이 흐리터분한 한수민은 두 팔로 자기의 앙상한 몸을 감싸안고 한쪽 구석에 옹송그려 앉아있었다.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지금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꽈르릉!’창문을 진동하는 천둥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린 한수민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리고 채 못 뜬 목도리를 마저 마무리 짓고, 정리해 두었던 모든 물건은 수납함에 넣어두었다.계속해서 그녀는 편지를 썼다.이 모든 것을 마친 뒤, 비로소 한시름 놓인 듯 침대에 올라가서 누웠다.심한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뱃속은 수많은 칼로 휘젓는 듯 아팠다. 의사를 부르려 했지만, 부를 힘도 없거니와 와주는 의사조차도 없었다.그녀는 스스로 오늘 저녁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느껴졌다.몸을 뒤척일 힘마저 잃은 한수민은 쏟아지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이렇게 혼자서 외롭게 죽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제발 누군가 다가와서 곁을 지켜주길 갈망했다.“아파…”안간힘을 다 써서 외쳤지만, 어렴풋한 이 한마디밖에 뱉지 못했다.간병인은 이미 깊숙이 잠들었는지라 깨워지질 않았다.기진맥진한 한수민은 곁에 있는 초인종마저 누를 힘이 없었다.‘이게 바로 천벌인가 봐!’그녀는 한없이 후회했다. 한데 인제 와서 땅을 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헉…’동틀 무렵, 한수민은 드디어 가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주검은 지금의 한수민으로 말하면 일종의 해탈이라 할 수 있다.간병인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두 시간 지난 뒤였다. 시체는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부인님…”간병인은 큰 소리로 불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내가 깊게 잠들지만 않았어도…’간병인은 크게 후회했다. 한수민을 간호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의 변화를 차츰차츰 보아온지라 슬퍼서 눈물을 몇 방울 떨군 후 박민정한테 전화했다.박씨 가문 옛 저택오늘도 평범
“엄마!”싸늘하게 식어 눕혀져 있는 한수민의 시신을 본 박민호는 끝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박민호는 생전에 윤소현만 감싸고 도는 한수민이 너무 원망스럽고 얄미워 그가 심하게 앓고 있을 때도 전혀 관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시신을 보는 순간, 비로소 자기가 정말로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껴졌다.“엄마, 가지 마…. 엄마….”옆에서 서 있는 박민정은 왜서인지 울컥하고 목멘 듯했다.한수민은 박민정의 친어머니도 아니거니와 생전에 늘 구박하고 영원히 아물지 못할 것 같은 상처만 주어왔지만, 그들은 함께 10년 넘은 긴긴 시간을 보내왔었다.마음이 쓰린 박민정은 영안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복도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그녀는 머리를 깊숙이 떨군 채 움직이지 않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자기의 앞을 막고 서 있다는 것을 느낀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짙은 색의 정장 차림을 한 유남우가 앞에 서 있었다. “너 괜찮아?”유남우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하다.박민정은 붉어진 눈시울을 유남우한테 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유남우를 외면했다. “어, 나 괜찮아.”그녀는 자신이 아주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수민이 죽으면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어도 시원찮을 판에 슬퍼할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유남우는 박민정이 억지로 아닌 척을 연기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어릴 적, 박민정과 유남우가 함께 길러왔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그녀는 오랫동안 울었댔다.하물며 한수민은 어린 시절의 박민정이 우러러보는 우상이었댔다. 설사 생전에 자신을 끝없이 괴롭히고 상처를 줬다 해도 감정이 없을 리 만무하다. 인간의 감정이란 참 이상한 물건 이기도 하다.유남우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박민정에게 천천히 다가서 무릎을 굽혀 그녀를 품에 당겨 안고 토닥토닥 뒤 등을 두드려 주면서 위로했다.“울고 싶으면 소리 내여 울어도 돼. 아무도 안 웃어.”박민정은 울컥하고 무언가가 못 안에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박민정은 그 편지를 읽기 싫어 거절하려 하는데 박민호가 날렵하게 편지를 낚아채면서 말했다.“누나, 내가 대신 읽어줄게. 엄마가 대체 뭐라고 썼는지.”박민호는 한수민이 소송을 통해 거액의 재산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뜻밖으로 편지에는 박민정한테 남긴 말밖에 없었다.“민정아, 미안하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구나. 난 인간이 아니야, 네 엄마 될 자격은 더 없으며, 또 다행히도 네 엄마가 아니야...”여기까지 읽은 박민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왜 다행히 박민정의 엄마가 아니라고 하지?’워낙 생각이라는 걸 별로 할 줄 모르는 박민우는 더 길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지만, 끝까지 전부 한수민이 박민정에게 속죄하는 말들이었다. 계속하여 읽어가던 박민우는 드디어 제일 관심하는 재산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나의 전부의 재산을 너한테로 물려줄 것을 변호사한테 지시했어.”여기까지 읽은 박민우는 순간 머리가 날아오는 방망이에 맞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박민우는 간병인을 바라보며 물었다."나한테 뭐라도 남겨준 건 없어?""없는데요."간병인은 가물에 콩 나듯 병문안을 거의 안 오다시피 하는 박민우를 보면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박민우의 가슴은 실망과 분노의 불로 부글부글 끓었지만 유남우가 옆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누나는 엄마가 나를 제일 이뻐 한다고, 내 편 이라고 했지? 봤어? 이게 내 편 맞아? 재산은 전부 누나한테만 남겨준다고 하잖아!"박민정도 한수민이 유산을 자기한테 남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간병인에게 자세하게 물어보려 하는데, 유남우가 입을 열었다."민정아, 이모님이 생전에 유산에 대한 일은 나한테 부탁했댔어. 변호사도 우리 회사직원이야. 아마도 지금쯤은 막 달려오고 있을 거야."유남우도 사실이라 증언하니 틀림없을 것이다,박민우는 한수민이 더없이 미웠다. 옛날에는 윤소현만 감싸고 돌더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