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현은 즉시 침대에 누워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더 초췌하고 불쌍해 보이도록 만들었다.“소현아, 괜찮니?”정수미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윤소현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많이 나아졌어요. 이제 좀 덜 아파요. 아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윤소현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만약 죽으면 엄마는 혼자 남아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윤소현은 정수미를 끌어안았다.정수미는 윤소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괜찮아. 우리 소중한 딸이 어떻게 죽겠니?”윤소현은 훌쩍이며 말했다.“엄마, 방금 생각해 봤는데요. 동생이 엄마 곁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가 죽더라도 동생이 있으니까요.”정수미는 윤소현이 자신이 친딸을 찾는 것을 반대할까 봐 걱정했는데 윤소현이 직접 언급하니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소현아, 엄마는 네 동생을 찾는 걸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 하늘이 도와주는 건지, 이제 곧 네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윤소현의 마음이 싸늘해졌다.정수미가 친딸을 찾으면 윤소현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하지만 겉으로는 너그러운 척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정말이에요? 그 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정수미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아직 찾지는 못했어. 단지 실마리가 생긴 것뿐이야.”“그렇군요. 엄마, 꼭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윤소현은 정수미를 위로했다.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바란다.”윤소현은 어떻게 단서를 찾았는지 다시 물었다.정수미는 사업에서는 날카롭고 능숙했지만, 윤소현 앞에서는 그렇게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어제 원장이 한 말을 다시 한번 윤소현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렇군요. 그러면 가능성은 반반인 거네요. 그 사람이 엄마의 딸이 아닐 가능성도 있는 거죠?”윤소현이 물었다.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도 그 반의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윤소현은 겉으로는 더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
악몽에서 깨어난 한수민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꿈에 그녀는 끝까지 박형식의 용서를 받지 못했으며 곁에 있던 사람들도 그녀 곁을 깡그리 떠나버렸다.정신이 흐리터분한 한수민은 두 팔로 자기의 앙상한 몸을 감싸안고 한쪽 구석에 옹송그려 앉아있었다.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지금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꽈르릉!’창문을 진동하는 천둥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린 한수민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리고 채 못 뜬 목도리를 마저 마무리 짓고, 정리해 두었던 모든 물건은 수납함에 넣어두었다.계속해서 그녀는 편지를 썼다.이 모든 것을 마친 뒤, 비로소 한시름 놓인 듯 침대에 올라가서 누웠다.심한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뱃속은 수많은 칼로 휘젓는 듯 아팠다. 의사를 부르려 했지만, 부를 힘도 없거니와 와주는 의사조차도 없었다.그녀는 스스로 오늘 저녁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느껴졌다.몸을 뒤척일 힘마저 잃은 한수민은 쏟아지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녀는 이렇게 혼자서 외롭게 죽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제발 누군가 다가와서 곁을 지켜주길 갈망했다.“아파…”안간힘을 다 써서 외쳤지만, 어렴풋한 이 한마디밖에 뱉지 못했다.간병인은 이미 깊숙이 잠들었는지라 깨워지질 않았다.기진맥진한 한수민은 곁에 있는 초인종마저 누를 힘이 없었다.‘이게 바로 천벌인가 봐!’그녀는 한없이 후회했다. 한데 인제 와서 땅을 친 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헉…’동틀 무렵, 한수민은 드디어 가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주검은 지금의 한수민으로 말하면 일종의 해탈이라 할 수 있다.간병인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두 시간 지난 뒤였다. 시체는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부인님…”간병인은 큰 소리로 불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내가 깊게 잠들지만 않았어도…’간병인은 크게 후회했다. 한수민을 간호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녀의 변화를 차츰차츰 보아온지라 슬퍼서 눈물을 몇 방울 떨군 후 박민정한테 전화했다.박씨 가문 옛 저택오늘도 평범
“엄마!”싸늘하게 식어 눕혀져 있는 한수민의 시신을 본 박민호는 끝내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박민호는 생전에 윤소현만 감싸고 도는 한수민이 너무 원망스럽고 얄미워 그가 심하게 앓고 있을 때도 전혀 관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시신을 보는 순간, 비로소 자기가 정말로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껴졌다.“엄마, 가지 마…. 엄마….”옆에서 서 있는 박민정은 왜서인지 울컥하고 목멘 듯했다.한수민은 박민정의 친어머니도 아니거니와 생전에 늘 구박하고 영원히 아물지 못할 것 같은 상처만 주어왔지만, 그들은 함께 10년 넘은 긴긴 시간을 보내왔었다.마음이 쓰린 박민정은 영안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복도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그녀는 머리를 깊숙이 떨군 채 움직이지 않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자기의 앞을 막고 서 있다는 것을 느낀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짙은 색의 정장 차림을 한 유남우가 앞에 서 있었다. “너 괜찮아?”유남우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하다.박민정은 붉어진 눈시울을 유남우한테 보이기 싫어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유남우를 외면했다. “어, 나 괜찮아.”그녀는 자신이 아주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수민이 죽으면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어도 시원찮을 판에 슬퍼할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유남우는 박민정이 억지로 아닌 척을 연기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어릴 적, 박민정과 유남우가 함께 길러왔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그녀는 오랫동안 울었댔다.하물며 한수민은 어린 시절의 박민정이 우러러보는 우상이었댔다. 설사 생전에 자신을 끝없이 괴롭히고 상처를 줬다 해도 감정이 없을 리 만무하다. 인간의 감정이란 참 이상한 물건 이기도 하다.유남우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박민정에게 천천히 다가서 무릎을 굽혀 그녀를 품에 당겨 안고 토닥토닥 뒤 등을 두드려 주면서 위로했다.“울고 싶으면 소리 내여 울어도 돼. 아무도 안 웃어.”박민정은 울컥하고 무언가가 못 안에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박민정은 그 편지를 읽기 싫어 거절하려 하는데 박민호가 날렵하게 편지를 낚아채면서 말했다.“누나, 내가 대신 읽어줄게. 엄마가 대체 뭐라고 썼는지.”박민호는 한수민이 소송을 통해 거액의 재산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뜻밖으로 편지에는 박민정한테 남긴 말밖에 없었다.“민정아, 미안하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구나. 난 인간이 아니야, 네 엄마 될 자격은 더 없으며, 또 다행히도 네 엄마가 아니야...”여기까지 읽은 박민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왜 다행히 박민정의 엄마가 아니라고 하지?’워낙 생각이라는 걸 별로 할 줄 모르는 박민우는 더 길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지만, 끝까지 전부 한수민이 박민정에게 속죄하는 말들이었다. 계속하여 읽어가던 박민우는 드디어 제일 관심하는 재산에 관한 내용을 보았다.“나의 전부의 재산을 너한테로 물려줄 것을 변호사한테 지시했어.”여기까지 읽은 박민우는 순간 머리가 날아오는 방망이에 맞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박민우는 간병인을 바라보며 물었다."나한테 뭐라도 남겨준 건 없어?""없는데요."간병인은 가물에 콩 나듯 병문안을 거의 안 오다시피 하는 박민우를 보면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박민우의 가슴은 실망과 분노의 불로 부글부글 끓었지만 유남우가 옆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누나는 엄마가 나를 제일 이뻐 한다고, 내 편 이라고 했지? 봤어? 이게 내 편 맞아? 재산은 전부 누나한테만 남겨준다고 하잖아!"박민정도 한수민이 유산을 자기한테 남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간병인에게 자세하게 물어보려 하는데, 유남우가 입을 열었다."민정아, 이모님이 생전에 유산에 대한 일은 나한테 부탁했댔어. 변호사도 우리 회사직원이야. 아마도 지금쯤은 막 달려오고 있을 거야."유남우도 사실이라 증언하니 틀림없을 것이다,박민우는 한수민이 더없이 미웠다. 옛날에는 윤소현만 감싸고 돌더니, 지
유남우가 대답하기 전에 박민우가 윤소현을 보면서 빈정거렸다.“엄마의 친딸인 너는 안 와도, 사윗감인 형이 오는 건 당연한 거지. 누구나 다 너처럼 양심 없는 줄 아나?”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한 윤소현의 눈에서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박민호, 너 재주 많이 늘었다? 네가 뭘 믿고 감히 내 앞에서 까불고 있어? 내가 아니었으면 남우 씨가 너넬 도울 것 같아?” 윤소현의 반박에 박민우는 뚝 하고 말문이 막혀버렸다.윤소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한수민의 시신은 보이질 않았다.옆에 있던 간병인이 조심스럽게 말해주었다.“부인님의 시신은 이미 영안실로 모셨어요,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죽은 사람을 내가 왜 봐야 해? 내가 지금 임신 중인 거 안 보여? 재수 없어!”윤소현의 얼굴은 혐오로 일그러져 있었다.간병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윤소현은 바닥에 놓여있는 수납함을 발견했다. 그 안에 놓여있는 목도리와 장갑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린 채 발로 차면서 중얼거렸다.“이런 쓰레기는 여기에 왜 있어?”“방금 문밖에서 다 들었는데, 너희들 지금 우리 엄마 재산을 가르고 있어?”거액의 유산 앞에서는 또 ‘엄마’라고 불렀다.유산을 윤소현한테 빼앗길 것만 같은 박민우는 발을 구르면서 소리쳤다.“우리 엄만 죽기 전에 이미 재산 통째로 나의 누님인 박민정한테 넘겼어, 너한테 고물만치도 안 남겨줬으니깐 어서 가라.”“말도 안 돼! 우리 아버지가 무려 4000억이나 나눠 줬는데, 우리 엄마가 어떻게 그걸 다 남한테 다 줄 수가 있어?” 윤소현은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예전에 윤소현이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한수민은 다 용서해주었다.한수민은 그녀한테 핏줄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하면서, 기타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 있다. 윤소현이 이렇게 된 것은 한수민 때문이기도 하다.“윤소현 씨, 확실합니다. 부인님께서 생전에 저한테 와서 공증까지 마친 상태입니다.”변호사가 말했다.따라서 유남우는 윤소현을 보면서 말했다.“소현 씨, 넌 이미 그 사람과
소파에 기대어 움츠리고 있는 박민정은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녀의 머릿속에 유남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박민정은 금방 그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유남준은 이젠 그저 전남편일 뿐이다.시간이 너무나도 지루하게 흘렀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박민정은 또다시 휴대폰을 꺼내어 보았지만, 아무한테서도 연락이 안 왔다.갑갑한 그녀는 식지로 주소록을 뒤지다 자연스럽게 유남준의 이름에 멈추었다.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누르고 말았다.사립병원.내일이면 곧 수술로 들어갈 유남준은 전화벨 소리를 들었지만, 참고 끊어버렸다.이를 본 박민정은 드디어 유민준에 대한 미련을 철저히 버리려고 다짐했다.그녀는 주소록에 들어있는 ‘유남준’을 차단해 버렸다.유남준은 한수민이 죽었는지 모르는 채 병상에 누워서 이튿날의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도드렸다.그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시력을 회복하여 박민정과의 재결합을 기대하고 있었다.서희는 비록 한수민이 죽은 소식을 알고 있지만, 수술받기 직전인 유남준에게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많은 부조금을 긁어모으기 위한 박민우는 장례식을 크게 치려고 많은 사람에게 알렸기에 기사까지 났다. 그는 박민정을 설득하려고 전화를 했다.“누나, 장례식에 꼭 나와 줄 거지? 아무리 그래도 엄마 딸 이잖아, 보는 눈들도 많고 하니깐, 누나가 꼭 올 거지?”“알았어,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기사를 통해 한수민이 죽은 소식을 들은 조하랑은 박민정이 걱정돼서 김 회장에게 상황보고를 한 후 박혜찬을 데리고 박씨 가문 옛 주택으로 달려갔다.“얘,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혼자 어떻게 감당하려고?”박민정과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녀가 한수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한수민의 죽음에 제일 힘들어하는 사람은 박민정일 것이다.아무런 내색도 내지 않은 박민정은 두 아이를 저쪽에 가서 놀라고 보내면서 말했다.“너도 잘 알잖아, 나와 그 사람 사이에는 감정 따위란 건 없는 거.”“
조하랑이 박민정의 배를 살살 만지면서 따뜻하게 물었다.“요즘 검진은 제대로 받아 봤어? 애가 어때? 발로 막 차고 안 그래?”박민정이 피식 웃으면 말했다.“야, 애가 아직은 작아.”“알았어, 근데 요 며칠은 내가 네 옆에 꼭 붙어서 자도 돼?”조하랑이 그녀의 곁에 바싹 붙으면서 말했다.“되지 그럼.”박민정은 지금처럼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길 바라본 적이 없었다.혼자 있으면 늘 허튼 생각을 많이 하여 너무나도 힘들었다.“그럼 지금 사람을 시켜서 입을 옷을 챙겨 오라 해야겠네.”“그래.”조하랑이 온 후부터 별장 안은 그나마 떠들썩했다.드디어 민수아가 퇴근해서 돌아와 순식간에 집안이 벅적벅적하였다. 박민정의 쓸쓸함도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두 아이 단둘이만 있으면 박민정을 걱정했다.박예찬이 동생한테 물었다.“찌질남 아빠가 왜 갑자기 엄마랑 이혼했대?”“왜긴 왜겠어, 밖에 딴 여자가 생긴 거지.”박예찬이 귀국하기 전에 유남준의 뒷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그가 딴 재벌들과는 달리 옆에 아무 여자도 없다고 한다. 유일한 여자는 유남준의 첫사랑 이지원밖에 없다.“설마 이지원?”‘찌질남 아빠는 첫사랑에게 배신당하고도 또 같이 산단 말이야?’“몰라, 지난번에 찌질남 아빠 따라 회사까지 갔댔는데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단 말이야.”박윤우가 머리를 잘래잘래 흔들면서 말했다.회사란 말을 들은 박혜찬은 호기심이 동해서 물었다.“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나?”길치인 박윤우가 그걸 기억할 리가 만무했다.“기억이 전혀 안나.”박예찬은 동생의 목석같은 머리를 두들겨 주고 싶었다.“고작 길 하나 못 기억해?”“나도 딱 두 번 밖에 간 적 없단 말이야, 그걸 나더러 어떻게 기억하라고 해? 누구나 다 형처럼 똑똑한 줄 알아?”박윤우는 자기 머리가 나빠서 형이 싫어하는 줄 알고 입이 뾰로통해졌다.‘두 번씩이나 갔으면서.’박예찬은 어이가 없어 했다.동생을 제대로 단련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실은 박윤우의 머리는 보통 애들보다 훨씬 좋다.
박예찬은 카카오톡 계정에 로그인한 후, 김인우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김인우가 의료계의 전문가들과 머리 수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화면에 뜬 ‘박예찬’이라는 글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핸드폰은 회의용 모니터에 연결했는데 박예찬의 비고에 ‘전생의 빚쟁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다.그는 휴대폰과 모니터의 연결을 취소한 후 밖으로 나가면서 응답을 눌렀다."무슨 일이야?" 화면에 잘생긴 녀석의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김인우는 질투 난 듯 물었다.김인우가 서 있는 배경을 본 박혜찬은 물었다."아저씨, M 국에 출장 간 거 맞아요?"박예찬을 어린애로 취급하는 김인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 왜? 할아버지가 또 날 찾았어?"역시, 눈치는 고물만큼도 없는 김인우였다.박예찬은 김인우의 등위의 진주시에서만 있을 수 있는 식물을 보고 그곳이 M 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아니요, 하랑 이모가 저한테 전화 왔는데 아저씨가 그쪽에서 잘 보내고 있는지 좀 알아보라고 해서요.”박예찬은 태연스럽게 대답했다.“뭐? 조하랑이 언제 나한테 관심이 있었다고.”김인우는 약간 놀라면서 조하랑이 늦게야 철들었느냐고 생각했다.“하랑 이모가 겉으로는 기가 센 척하지만, 속은 여러 터졌어요. 아저씨와 이모가 서로 안면을 익힌 지가 1년은 넘었을 텐데 어쩜 그렇게도 이모를 몰라요. 이모가 직접 묻기 쑥스러우니 저한테 시킨 거죠.”김인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너무너무 잘 있다 이모한테 전해줘. 그리고 이모는 아저씨의 이상형이 아니니깐 나한테 반하지 말라고 전해줄래?”따라서 또 한마디 보충했다.“얘, 여기에 금발에 파란 눈동자 미녀가 엄청 많다, 돈 많으면 그래도 싱글이 좋다.”통화를 마친 김인우는 조하랑이 자기를 관심한다는 말을 듣고 왜선지 가슴이 약간 설렜다. 비록 말로는 조하랑이 싫다고 했지만.박예찬은 김인우와의 통화 시간만으로 충분히 김인우의 현재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단양길에 있는 사립병원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