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기대어 움츠리고 있는 박민정은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그녀의 머릿속에 유남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박민정은 금방 그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유남준은 이젠 그저 전남편일 뿐이다.시간이 너무나도 지루하게 흘렀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박민정은 또다시 휴대폰을 꺼내어 보았지만, 아무한테서도 연락이 안 왔다.갑갑한 그녀는 식지로 주소록을 뒤지다 자연스럽게 유남준의 이름에 멈추었다.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누르고 말았다.사립병원.내일이면 곧 수술로 들어갈 유남준은 전화벨 소리를 들었지만, 참고 끊어버렸다.이를 본 박민정은 드디어 유민준에 대한 미련을 철저히 버리려고 다짐했다.그녀는 주소록에 들어있는 ‘유남준’을 차단해 버렸다.유남준은 한수민이 죽었는지 모르는 채 병상에 누워서 이튿날의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도드렸다.그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시력을 회복하여 박민정과의 재결합을 기대하고 있었다.서희는 비록 한수민이 죽은 소식을 알고 있지만, 수술받기 직전인 유남준에게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많은 부조금을 긁어모으기 위한 박민우는 장례식을 크게 치려고 많은 사람에게 알렸기에 기사까지 났다. 그는 박민정을 설득하려고 전화를 했다.“누나, 장례식에 꼭 나와 줄 거지? 아무리 그래도 엄마 딸 이잖아, 보는 눈들도 많고 하니깐, 누나가 꼭 올 거지?”“알았어, 내가 알아서 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기사를 통해 한수민이 죽은 소식을 들은 조하랑은 박민정이 걱정돼서 김 회장에게 상황보고를 한 후 박혜찬을 데리고 박씨 가문 옛 주택으로 달려갔다.“얘,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혼자 어떻게 감당하려고?”박민정과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녀가 한수민을 얼마나 좋아했는지.한수민의 죽음에 제일 힘들어하는 사람은 박민정일 것이다.아무런 내색도 내지 않은 박민정은 두 아이를 저쪽에 가서 놀라고 보내면서 말했다.“너도 잘 알잖아, 나와 그 사람 사이에는 감정 따위란 건 없는 거.”“
조하랑이 박민정의 배를 살살 만지면서 따뜻하게 물었다.“요즘 검진은 제대로 받아 봤어? 애가 어때? 발로 막 차고 안 그래?”박민정이 피식 웃으면 말했다.“야, 애가 아직은 작아.”“알았어, 근데 요 며칠은 내가 네 옆에 꼭 붙어서 자도 돼?”조하랑이 그녀의 곁에 바싹 붙으면서 말했다.“되지 그럼.”박민정은 지금처럼 누군가 곁에 있어 주길 바라본 적이 없었다.혼자 있으면 늘 허튼 생각을 많이 하여 너무나도 힘들었다.“그럼 지금 사람을 시켜서 입을 옷을 챙겨 오라 해야겠네.”“그래.”조하랑이 온 후부터 별장 안은 그나마 떠들썩했다.드디어 민수아가 퇴근해서 돌아와 순식간에 집안이 벅적벅적하였다. 박민정의 쓸쓸함도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두 아이 단둘이만 있으면 박민정을 걱정했다.박예찬이 동생한테 물었다.“찌질남 아빠가 왜 갑자기 엄마랑 이혼했대?”“왜긴 왜겠어, 밖에 딴 여자가 생긴 거지.”박예찬이 귀국하기 전에 유남준의 뒷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그가 딴 재벌들과는 달리 옆에 아무 여자도 없다고 한다. 유일한 여자는 유남준의 첫사랑 이지원밖에 없다.“설마 이지원?”‘찌질남 아빠는 첫사랑에게 배신당하고도 또 같이 산단 말이야?’“몰라, 지난번에 찌질남 아빠 따라 회사까지 갔댔는데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했단 말이야.”박윤우가 머리를 잘래잘래 흔들면서 말했다.회사란 말을 들은 박혜찬은 호기심이 동해서 물었다.“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나?”길치인 박윤우가 그걸 기억할 리가 만무했다.“기억이 전혀 안나.”박예찬은 동생의 목석같은 머리를 두들겨 주고 싶었다.“고작 길 하나 못 기억해?”“나도 딱 두 번 밖에 간 적 없단 말이야, 그걸 나더러 어떻게 기억하라고 해? 누구나 다 형처럼 똑똑한 줄 알아?”박윤우는 자기 머리가 나빠서 형이 싫어하는 줄 알고 입이 뾰로통해졌다.‘두 번씩이나 갔으면서.’박예찬은 어이가 없어 했다.동생을 제대로 단련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실은 박윤우의 머리는 보통 애들보다 훨씬 좋다.
박예찬은 카카오톡 계정에 로그인한 후, 김인우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김인우가 의료계의 전문가들과 머리 수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화면에 뜬 ‘박예찬’이라는 글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핸드폰은 회의용 모니터에 연결했는데 박예찬의 비고에 ‘전생의 빚쟁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다.그는 휴대폰과 모니터의 연결을 취소한 후 밖으로 나가면서 응답을 눌렀다."무슨 일이야?" 화면에 잘생긴 녀석의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김인우는 질투 난 듯 물었다.김인우가 서 있는 배경을 본 박혜찬은 물었다."아저씨, M 국에 출장 간 거 맞아요?"박예찬을 어린애로 취급하는 김인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 왜? 할아버지가 또 날 찾았어?"역시, 눈치는 고물만큼도 없는 김인우였다.박예찬은 김인우의 등위의 진주시에서만 있을 수 있는 식물을 보고 그곳이 M 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아니요, 하랑 이모가 저한테 전화 왔는데 아저씨가 그쪽에서 잘 보내고 있는지 좀 알아보라고 해서요.”박예찬은 태연스럽게 대답했다.“뭐? 조하랑이 언제 나한테 관심이 있었다고.”김인우는 약간 놀라면서 조하랑이 늦게야 철들었느냐고 생각했다.“하랑 이모가 겉으로는 기가 센 척하지만, 속은 여러 터졌어요. 아저씨와 이모가 서로 안면을 익힌 지가 1년은 넘었을 텐데 어쩜 그렇게도 이모를 몰라요. 이모가 직접 묻기 쑥스러우니 저한테 시킨 거죠.”김인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너무너무 잘 있다 이모한테 전해줘. 그리고 이모는 아저씨의 이상형이 아니니깐 나한테 반하지 말라고 전해줄래?”따라서 또 한마디 보충했다.“얘, 여기에 금발에 파란 눈동자 미녀가 엄청 많다, 돈 많으면 그래도 싱글이 좋다.”통화를 마친 김인우는 조하랑이 자기를 관심한다는 말을 듣고 왜선지 가슴이 약간 설렜다. 비록 말로는 조하랑이 싫다고 했지만.박예찬은 김인우와의 통화 시간만으로 충분히 김인우의 현재 위치를 추적할 수 있었다.“단양길에 있는 사립병원에 있어.”
“잘했어. 아무나 주는 선물을 함부로 받으면 안 돼, 덫에 걸리기 쉬우니깐, 알았지?”조하랑은 박예찬을 칭찬했다.“알았어, 이모.”박예찬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오랫동안 옆에서 형의 일거일동을 쭉 살펴온 박윤우는 탄복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어쩜 낯빛 하나 안 변할 수가 있지? 어쩜 형이 자기를 늘 이렇게 속여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어서 빨리들 씻고 자야지?”“알았어, 이모.”둘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아이들을 재운 후, 세 여자는 소파에 앉아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박민정이 제일 먼저 피곤하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조하랑은 참지 못한 채 민수아한테 물었다.“수아야, 넌 다희씨와 같이 있을 때 감각이 어땠어?”기억 속에 서다희는 말수도 적고 성격도 도도하여 여자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남자다.“괜찮아, 왜?”“그럼 요즘 유남준에 대한 아무런 얘기도 못 들었어? 왜 갑자기 민정이랑 이혼 못 해서 안달이 났던 건지 통 이해가 안 돼서.”조하랑은 사탐 하는 어조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실, 민수아도 이 일이 무척 궁금했었댔다. 하지만 최근에 서다희는 유남준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사실은 나도 다희 씨가 일부러 뭔가를 숨기려 하는 것 같았어. 근데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거든.”민수아가 갖은 수단을 부렸지만, 서다희는 입을 꼭 다물고 말해주지 않았다.“그렇구나.”조하랑이 소파에 기댄 채 수심에 잠겼다.민수아는 이튿날에 출근해야 하기에 두 사람은 금방 잠자러 들어갔다.조용히 잠자리에 누운 조하랑은 옆에 누운 박민정이 자지 않고 핸드폰만 만지는 것을 보고 말했다.“피곤하다면서, 왜 아직 안 자?”박민정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잠이 잘 안 와서 좀 봤어.”조하랑은 박민정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넌 임신부야, 수면시간은 꼭 지켜야 해, 그만 보고 자?”“알았어.”박민정은 방금 핸드폰으로 한수민이 돌아가는데 관한 기사를 보고 나서 잠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보도에는 한
조하랑은 성격이 데면데면한 축이다. 박예찬은 오늘 동생이랑 똑같은 옷을 입었다.“윤우야, 잠시 후 연기 잘할 수 있지?”“형, 걱정하지 마.”여전히 애티가 풀풀 나는 말투로 대답했다.집에 남은 사람이 조하랑만 아니어도 이런 하책은 쓰지 않을 거다. 한데 동생이 자기와 너무나도 달라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간다.”박윤우가 박예찬의 팔을 붙잡으면서 말했다.“형, 돌아와서 무슨 일인지 꼭 얘기해줘.”찌질남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너무나 궁금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박예찬은 동생의 팔을 밀어낸 후 뒷문으로 빠져나갔다.그가 나간 지 얼마 안 되어 조하랑은 방문 앞에서 노크하면서 말했다.“얘들아, 나와서 과일 먹자.”박윤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가면서 말했다.“이모, 윤우는 잠자고 있으니 내버려 둬요. 내가 먹을게요.”조하랑은 약간 놀라워했지만, 박윤우가 형으로 가장했는지는 몰랐다.“윤우는 괜찮은 거지? 왜 이 시간에 잠자?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박윤우는 포크로 과일을 찍어서 입으로 넣으면서 잘래잘래 머리를 흔들었다.“필요 없어요. 동생의 병은 원래 이래요. 습관적으로 잠자요.”“그렇구나.”조하랑은 종래로 박예찬을 어린애로 본 적이 없었는지라 의심하지 않았지만, 볼이 미어지게 먹고 있는 애를 보면서 물었다.“예찬아, 예전에 너 과일 싫어하지 않았나?”박윤우는 흠칫하며 먹던 것을 내려놓았다.“배불러. 방으로 돌아가서 놀래, 부르지 마.”시간이 길면 들통날까 봐 방 안에 숨어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알았어, 녀석.”조하랑은 못 이기는 척하면서 웃었다.박예찬은 별장 안팎에 설치된 CCTV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별장을 빠져나와 길옆에 서서 택시를 불러 탔다.“아저씨, 단양길에 있는 이곳으로 데려다주세요.”어제 카메라에 찍힌 길거리 화면을 기사한테 보여주었다.몇 살 안 돼 보이는 어린이를 본 기사는 의아스러웠다.“아가야, 엄마, 아빠는?”“아빠가 그곳에서 일해요. 지금 아빠
박예찬은 택시에서 내려 즉시 김인우를 추적한 위치에 따라 사립병원을 찾기 시작했다.드디어 눈에 잘 띄지 않는 병원 대문 앞에서 여러 명의 변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박예찬은 조심스럽게 대문으로 다가갔다. 워낙 체격이 작은 어린애라서 가림물을 쉽게 찾아 끝내 대문 근처까지 접근했다.대문 앞에는 가림물이 없었다. 그리고 뒷문도 어딘지 모른다.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뾰족한 수가 안 생겼다. 박예찬은 큰 나무 뒤에 숨어서 김인우한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때마침, 두 의사가 병원으로 들어갔다.딴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 박예찬은 두 의사의 뒤를 따라 들어가려고 시도했다.과연, 경호원들이 쫓아와서 앞길을 막았다.“얘! 저리 가서 놀아.”그중 무뚝뚝하게 생긴 경호원이 막아 나섰다.평범한 애들이라면 벌써 무서워서 울음보를 터뜨렸을 것이다.근데, 박예찬은 아주 태연하게 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우리 아빠는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이에요. 아빠가 나더러 오라고 했어요.”이 도발적인 상황에 경호원은 잠깐 망설이었다. 이 병원 직원들은 아직도 우에서 내린 명령을 받지 못해 애를 여기까지 데려왔나 싶어서 확인 전화를 걸려는 참이었다.“아!”갑자기 앞에 있던 애가 배를 그러안고 처참한 신음을 냈다.“왜 그래?”경호원이 급히 다가가서 물었다.“제 배가 너무 아파요… 똥 마려워요. 병원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똥 싸야겠어요. 전에 자주 왔댔어요… 나와서 아저씨랑 다시 얘기해요.”말도 끝내기 전에 박예찬은 안쪽으로 줄행랑을 놓았다.어린애가 거짓말을 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한 경호원은 행여나 해서 뒤쫓아 갔다.화장실의 표식을 본 박예찬은 재빨리 뛰어갔다.경호원은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애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밖으로 데리고 나갈 예산이었다.힘들게 병원까지 들어왔는데 순순히 나갈 수는 없었다.박예찬은 화장실 안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이때, 두 사람이 들어와서 작은 소리로 얘기를 나누
“아까부터 전화벨 소리가 계속 울리던데,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간호사가 다가와서 말했다.그 말에 박예찬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벨 소리가 울리지 않자, 간호사는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박예찬은 본래 3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위로 올라가는 모든 통로가 봉쇄되어 있었다.박예찬은 고사하고 파리 한 마리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다.하는 수 없이 2층의 어느 한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수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호산 그룹, 마케팅 부서.오늘 왠지 모르게 일하는 내내 마음이 불안한 박민정이다.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긴 하지만, 정확히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몰라 싱숭생숭하기만 했다.한수민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팀장님, 윤소현 씨께서 또 부르십니다.”노크하고 들어온 팀원이 박민정에게 말했다.박민정은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면서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는데요?”“바로 옆 사무실에 계십니다.”“네, 지금 바로 갈 테니 그만 가서 업무 보세요.”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박민정은 눈앞이 흐려지면서 약간 휘청거렸다.바로 사무실 테이블을 짚긴 했으나 불안감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겨우 정신을 부여잡은 박민정은 팀원에게 손을 흔들면서 괜찮다고 표시했다.“나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이윽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사무실을 나왔다.옆 사무실 안에는 윤소현, 최현아 그리고 추경은이 한창 웃음 보따리를 풀고 있었다.세 사람은 박민정을 보게 된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민정 씨, 오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내로 올 생각 없었죠?”윤소현이 먼저 비아냥거리면서 운을 떼기 시작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최현아가 말리는 척하면서 맞장구를 쳤다.“엄마를 잃은 사람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동서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줘.”“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요.”윤소현은 한 손으로 턱을 괴면서 잔뜩 비꼬는 모습으로 덧붙였다.“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
단양길 개인 병원.구석에서 몸을 숨긴 채 이곳을 지키고 있던 박예찬.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으나 위층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술은 끝나지 않았다.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의사들은 그마저 반납해 버렸다.박예찬은 박윤우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어떻게 됐어?][뭔가 좀 알아내긴 했어. 근데 좀 더 지켜봐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박예찬이 바로 답장을 보냈다.답장을 보내자마자 꽁꽁 봉쇄해 놓았던 위층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의사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계단을 타고 우르르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김인우도 있었다.잔뜩 엄숙한 얼굴로 김인우가 입을 열었다.“다들 수고 많았어요. 주문해 놓았으니 얼른 식사부터 하시죠.”“네, 잘 먹겠습니다.”박예찬은 의료진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는데, 그중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 몇몇은 확실히 의료계에서 유명한 의사였다.그중 박예찬이 알고 있는 신경과 전문의도 있었다.순간 박예찬은 모든 퍼즐이 맞춰졌고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수술받은 사람은 바로 쓰레기 아빠 유남준이라는 것을.“근데 왜 엄마한테 직접 말씀드리지 않고 이혼하려고 한 걸까? 굳이 왜?”유남준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좀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김인우 일행이 가고 나서도 박예찬은 3층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3층 문이 곧바로 닫혔을뿐더러 아직도 경호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박예찬은 더는 병원에 머물지 않고 점심 먹으러 나서는 간호사들을 따라서 몰래 나왔다.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박예찬.때마침 박윤우도 조하랑에게 들통나기 일보 직전이었다.“예찬이 일어날 때 되지 않았어? 왜 못 나오게 하는 거야?”“비켜 봐봐. 들어가 봐야겠어. 무슨 일이라도 난 거 아니야?”조하랑은 박윤우의 방어를 뚫고 박예찬의 방으로 들어갔다.문이 열리는 순간 박윤우는 모든 게 들통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박예찬이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불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이모, 나 괜찮아.”무탈해 보이는 박예찬을 확인하는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