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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선물이라는 말에 성수지가 경계로 가득 찬 눈빛으로 돌변했다.

아마 제 분수를 잘 아나 보다. 미워해도 모자랄 판인데 내가 웬 선물을 준비할 리가 있을까?

다만 그녀가 미처 거절하기도 전에 민머리 남자가 구경꾼들 사이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을 본 성수지는 아연실색해져서 뒷걸음질 치며 저도 몰래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은호야!”

정은호는 입에 문 담배를 내던지고 건방진 시선으로 성수지를 훑어봤다.

“우리 전 여친 오랜만이네. 아주 잘 지내나 봐? 애초에 강씨 일가 재산을 손에 넣고 바로 나랑 결혼하겠다고 한 약속 아직 유효하지?”

순간 엄마, 아빠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성수지를 쳐다봤다.

충격에 휩싸인 두 사람의 눈빛에 성수지가 고개를 내저으며 얼른 해명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얘가 한 말 믿으면 안 돼요. 얘가 바로... 그해 그 건달들 중 한 명이에요!”

그녀는 돌연 분노에 찬 눈길로 나를 째려봤다.

“너니? 네가 이 강간범 찾아냈어?”

“왜? 대체 내가 얼마나 더 비참해져야 만족할 건데? 왜 이렇게 날 궁지로 몰아붙이는 거야 강하은!”

그녀가 또다시 대성통곡했다.

이건우는 그런 그녀를 부축하며 실망 어린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너 진짜 못됐다, 강하은.”

강현도도 쏘아붙였다.

“짐승만도 못한 년! 넌 짐승만도 못한 년이야!”

다만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성수지를 쳐다봤다.

“아직도 날 능멸하려고 드네?”

옆에 있던 정은호가 한마디 거들었다.

“능멸인지 아닌지는 경찰서 가면 다 밝혀지겠지.”

멀리서 경찰 사이렌이 울렸다.

성수지는 몸을 움찔거렸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이건우 일행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결국 경찰이 와서 성수지와 정은호를 경찰서로 데려갔고 엄마, 아빠, 그리고 이건우까지 당연히 그들을 따라갔다.

차에 오르기 전, 이건우가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 눈빛엔 실망과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곧 있으면 그는 똑같은 눈빛으로 성수지를 바라볼 테니까.

길옆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 할 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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