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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배선재의 충격적인 말에 나는 하마터면 침대에서 튀어 오를 뻔했다.

전화기 너머로 이건우도 목청이 터질세라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넌 누구야?”

이에 배선재가 전화를 끊고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내가 힘껏 째려보니 그는 머쓱한 듯 가볍게 웃었다.

“일부러 죽었다고 한 건 아니고요. 그쪽 남편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랬어요.”

“본인 와이프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누워있는데 좀처럼 연락이 안 되더니 이틀 만에 전화 와서 말하는 꼬락서니가 뭐냐고요? 안부 한 마디조차 없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누나 참 남편복 없네요.”

나는 속절없이 웃다가 누나라는 호칭에 편하게 말을 놓았다.

“어디 그뿐이겠어? 부모복도, 친구복도 죄다 꽝이야.”

자식 복마저 없는 나는 그런 여자였다.

침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내가 먼저 물었다.

“너도 편하게 말 놔. 그리고 나 점심밥 좀 시켜줄래?”

어제부터 오늘까지 통 안 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배선재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나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그다지 입맛이 없어서 죽 한 그릇만 시켜달라고 했다.

이에 배선재가 바로 거절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영양 섭취가 꼭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고작 죽으론 안 되지!”

“됐고, 내가 시키는 대로 먹어. 알아서 주문할게.”

나는 조금 놀랍기도 하고 미처 적응이 안 됐다. 얼마 만에 받아본 관심인가? 하지만 정작 낯선 이가 베푸는 관심이라니...

“고마워. 바쁘면 이만 가봐. 나 이제 멀쩡하잖아.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아.”

이 말을 들은 배선재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안 돼. 나 때문에 입원했는데 끝까지 책임져야지 않겠어?”

나는 더 거절하고 싶었지만 마침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결국 나도 이쯤에서 멈췄다.

그렇게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까지 다 먹은 후 배선재가 내게 물 한잔 따라주었다. 나는 가방에서 약을 꺼내 이제 막 입가에 갖다 댔는데 그가 대뜸 낚아채 가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알약을 살펴봤다.

“이건... 설트랄린이잖아?”

이런 것까지 알다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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