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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하찮은 여자들의 하찮은 꼼수를 간파하는 능력은 정말이지 배선재가 이건우보다 훨씬 뛰어났다.

나는 그가 다시 깎아준 사과를 건네받으며 야유 조로 말했다.

“아마도 우울증이 도졌나 봐.”

잠시 머뭇거린 후 내가 거듭 강조했다.

“그것도 중증으로다가.”

순간 배선재가 피식 웃었다.

“에이, 이게 뭐가 중증 우울증이야? 그냥 조현병이지. 저 정도면 정신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증상에 맞게 치료해야 빨리 낫지, 안 그래?”

나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우는 못 믿겠다는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이토록 매정할 줄은 몰랐었나 보다. 딴사람과 함께 병든 성수지를 놀릴 거라곤 꿈에도 예상치 못했었나 보다.

다만 그를 가장 괴롭힌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그를 대할 땐 나무토막처럼 감정 없이 딱딱하게 굴더니 딴 남자 앞에선 너무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내가 적응하기 어려운 듯싶었다.

질투의 불씨가 활활 타올라 끝내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만해, 강하은!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이러니까 어머님, 아버님도 실망하시고 우리 아들 유준이도 널 싫어하는 거잖아. 넌 정말 양심도 없는 사악한 여자야! 그래, 네 말이 맞아. 나 후회돼. 진작 이혼할 걸 그랬어.”

“진작 널 차버릴 걸 그랬어. 초라하게 길바닥에 나앉는 그 꼴을 모두에게 보여줄 걸 그랬다고!”

그의 품에 안긴 성수지는 입꼬리를 씩 올렸지만 금세 또 고상한 척을 떨었다.

“오빠, 그만 해요... 나 때문에 충동적으로 굴진 말라고요!”

“괜찮아, 수지야. 내가 이혼하는 게 다 너 때문만은 아니야. 하은이가 정말 너무 실망스러워서 그래.”

나는 유유하게 사과를 먹을 뿐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다.

이건우는 그런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체 왜 내가 아무런 반응도 없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됐겠지.

작년 내 생일 때까지만 해도 엄마, 아빠가 나의 초대를 거절했다고 기분이 무너져내리고 대성통곡을 했으니 말이다.

그날 나는 술을 엄청 많이 마셨다. 이건우도 더는 말릴 수 없어 또다시 내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 이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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