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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익명으로 올린 글에 의외로 예전 고등학교 친구들이 적잖게 찾아와서 댓글을 남겼다.

성수지가 한때 저질렀던 만행도 곧바로 폭로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건우와 나의 부모님까지 타격을 받았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쏟아지는 전화에 내 휴대폰이 터질 지경이었다.

나는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 일의 장본인 배선재를 바라보며 속절없이 웃었다.

“야 이 자식아, 누가 너더러 끼어들래?”

배선재는 배시시 웃으며 이제 막 구운 소고기 한 점을 내 앞 접시에 내려놓았다.

“화내지 마. 누나는 본인이 받은 상처로 남들에게 죄책감을 쌓아주는 사람이 아니잖아. 하지만 왜 억울함을 당한 사람이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해? 누나가 시달린 고통을 모르면 그들도 아주 잠깐 죄책감을 느낄 뿐 절대 누나 마음에 보상이 되어줄 순 없어.”

“또한 누나도 이 상처를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을 테고. 그래서 나도 똑같이 해준 거야. 그 인간들도 똑같이 겪어보고 종일 괴로움에 시달려야 해. 앞으로 살아가면서 기분 나쁠 때 그 사람들이 더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될 거야.”

나는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의 말대로 나는 단지 너무 지쳐있어서 타협하기로 선택했을 뿐 제대로 내려놓진 못했다.

극심한 마음의 병으로 일찌감치 삶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

성수지를 감방에 처넣은 건 단지 내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이로써 내가 수년간 받아온 그 상처를 절대 보상할 순 없었다.

손목시계를 어루만지며 내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뭘 새삼스럽게. 그 인간들이 계속 누나를 괴롭히는 게 거슬려서 조처를 했을 뿐이야.”

배선재는 지금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 나는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야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사실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우울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어. 그때 내가 해외에 있어서 가족들이 공부에 방해가 될까 봐 숨겼었거든.”

“나중에 돌아와 보니 동생은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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