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옆에 있던 가면을 쓴 남자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그래도 얼굴이 봐줄만 한데 부하들에게 보상이나 줄겸 넘기는 게 어때요? 뭐 하루 이틀 정도 가지고 놀다가 죽여도 늦지 않을 거 같아요.”“마음대로 해!”심수옥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임건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이런 사위를 만나다니… 정말 재수가 없어서야…’심수옥은 지금 자신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한치 앞길을 예측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자한테 농락까지 당하고… 심수옥은 마음속으로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절대 가만 안 둬…’잠시 후, 유지연과 유가연에게 찬물을 엎자 두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두 사람은 곧 피범벅이 된 심수옥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엄마.”“엄마, 왜 그래요? 이 사람들은 대체 누구예요?”유가연과 유지연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다급히 심수옥에게로 기어갔다.“다 그 임건우 개자식 때문에 이렇게 됐어. 임건우가 누구를 건드렸는지 지금 우리를 찾아와 이 난리를 피우잖아. 내가 진작에 이혼하라고 했지? 그랬으면… 조금 더 일찍 이혼했으면, 우리가 이런 꼴을 당할 일이 없잖아. 내 얼굴을 봐. 얼굴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앞으로 밖에 나가 사람을 어떻게 만나란 거야? 지금도 저 사람들은 나를 하루 이틀 가지고 놀다가 죽일 생각을 하고 있다고. 흑흑…”심수옥은 말하다가 감정에 북받쳐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됐어. 시끄럽게 굴지 말고 당장 임건우에게 전화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모두 죽여버릴 거야.”가면을 쓴 여자가 말했다.결국, 유가연은 어쩔 수 없이 임건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유가연은 착잡했다. 그녀는 임건우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임건우?”그때, 가면을 쓴 여자가 유가연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너 누구야? 가연이는?”조금 전 이혼 제안을 승낙했던 일로 한창 넋이 나갔던 임건우는 낯선 여자 목소리에 잔뜩 긴장했다.그러자
“퍽.”가면을 쓴 남자는 뺨을 한 대 맞고 말았다. 그 바람에 그의 가면은 그만 벗겨지고 말았다.만약 임건우가 여기에 있다면, 그는 바로 이 남자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는 바로 풍연경의 아들인 풍사해였다.“망나니 같은 놈, 머릿속에 죄다 그런 생각 뿐인거야?”가면을 쓴 여자는 야나기타 조직의 상사로 본명은 천수향이었다.SH그룹은 대외적으로 풍연경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풍연경도 야나기타 조직의 심부름꾼이었다. 야나기타 조직은 SH그룹을 육성할 때, 회사 안에 몰래 자기 조직원들을 배치했었다. 얼마 전, 임건우가 동도국의 오노 요헤이를 죽이고, 무도 고수를 처참히 패배시키고, 독벌레로 풍연경의 의식을 통제하는 바람에 SH그룹은 하루아침에 경영인이 꼭두각시로 변하는 봉변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SH그룹의 대부분 산업은 공중에 흩어져버렸다.야나기타 조직이 어찌 이런 소식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천수향은 이번 일을 처리하러 온 야나기타 조직의 중요한 조직원이다. 야나기타 조직이 가장 눈여겨보고 욕심내는 것이 바로 현무천서였다.이런 중요한 일에서는 절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만약 풍사해가 심수옥을 건드린 일 때문에 그들이 현무천서를 손에 얻지 못한다면 감히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그때, 닌자 차림의 동도인이 소리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임건우가 도착했습니다.” 그 사람은 동도국 언어를 사용했기에 심수옥과 유지연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동도어를 꽤 잘 배운 유가연은 임건우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 편으로 기쁘기도 하고 한 편으로 걱정되기도 했다.하지만 곧바로 천수향의 말은 자기가 배운 언어가 동도어가 맞는지 의심하게 했다.“조심해, 인질들을 잘 관리하고. 그놈은 오노 요헤이를 죽인 놈이야.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뭐?’유가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건우를 말하는 거야?’그녀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바로 그때, 유씨 가문 세 모녀는 어디론가
임건우를 처음 만났을 때, 풍사해는 깜짝 놀라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할 뻔 했다. 또 그 다음에는 사해루에서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었다. 그때 풍사해는 임건우를 사람이 아닌 악마라고 느꼈었다.쨍그랑.천수향은 칼을 임건우 앞에 던졌다.“네가 이 칼로 직접 네 배를 찌르면 이 사람들은 풀어줄게.”‘뭐라고?’유가연 뿐만 아니라 심수옥과 유지연도 천수향의 말을 듣고 두 귀를 의심했다. 그녀들은 깜짝 놀라 아연실색했다.그 칼은 자그마치 3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긴 칼이었다. 그 칼로 배를 찌른다면…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당신 미쳤어요? 당신은 임건우가 자살하기를 원하는 거예요?”유가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때, 천수향은 또 다른 비수를 꺼내 유가연의 목에 갖다댔다.“찌를래, 말래? 걱정하지 마. 난 널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현무천서 하나야.”유씨 가문 세 모녀는 현무천서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유지연은 임건우가 천수향이 건넨 칼로 자신을 찌를 거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만약 임건우가 이대로 자신들을 버리고 간다면? 그러면 그들은 바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바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고문을 당해야 할 수도 있었다.“그러면 그냥 현무천서를 가져가면 되지 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거죠?”천수향은 임건우만 뚫어져라 쳐다본 채, 유지연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임건우가 칼로 자기 배를 찌르지 않는다면, 천수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네가 찌르지 않으면, 내가 네 와이프를 찌를 거야. 그러면 넌 네 와이프를 다신 보지 못하게 될거고.”천수향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하얀 유가연의 목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멈춰.”그때, 임건우가 고함을 질렀다.“빨리 찌르지 않고 뭐해?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이건 네가 가연이에게, 우리 가문에 빚진거야. 생각해 봐, 지난 1년 동안 너를 재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곧 온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유씨 가문 세 모녀는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이 들었다. 하긴, 조금 심각한 교통사고라도 머리가 어지러울 텐데 하물며 칼로 직접 자기 배를 찌르는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더 견딜 수 없을 것이다.“왜 이렇게 바보같아? 네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살아라는 거야?”유가연이 울부짖었다.풍사해도 임건우의 행동에 깜짝 놀라 정신이 멍해졌다. 자기한테까지 이렇게 독하게 굴다니…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그래, 너같은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해.’천수향은 조용히 피식 웃었다.“네가 이정도로 정이 깊은 남자인 줄은 몰랐네? 이런 요구도 다 들어주다니 말이야… 나 천수향,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지. 네가 지금 그 현무천서를 내놓기만 하면 이 사람들은 풀어주겠어.”“푹.”임건우는 또 피를 토했다.이번에는 전보다 몸이 더 심하게 흔들렸다. 얼굴빛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으며 두 다리로 제대로 서 있지 못해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졌다.“뭐? 뱉은 말은 꼭 지킨다고? 역시 동도인은 예상대로 믿으면 안되는 거였어.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선수라니까?”“뭐?”천수향은 분노했다.“난 그저 현무천서가 너한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그래.”임건우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그래도 주머니 속에 이 물건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그가 꺼낸 것은 바로 한강 한연아에게서 얻은 항마추였다.이 항마추는 늙은 회화나무의 수심을 깎아만든 것인데 그 위에는 수많은 악마의 피가 묻어 있어 일찌감치 영기가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요 며칠 동안 임건우는 그 항마추를 고칠 방법을 연마하면서 항마추에 뇌속성을 첨가했기 때문에 악성을 짓누르는데 효과가 있었다.오늘날 이 물건은 영기를 지니고 있어 주변의 모든 영기를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이 있었다.“이게 뭐야?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아무거나 들고 와서
유지연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형부가 그런 선택을 한 건 모두 우리가 도망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준 거야. 이대로 다시 돌아가면 형부는… 형부 죽음이 무의미해지잖아. 언니, 형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가야 도망가야 해.”그렇게 세 사람은 말을 하면서 골목을 빠져 나왔다.그때, 골목 어귀에 람보르기니 한 대가 멈춰 섰다.골목이 너무 작아서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안에서 두 여자가 다급히 내렸는데 바로 유화와 여윤아였다.두 사람은 유씨 가문 세 모녀의 대화를 이미 들어버렸다.순간, 유화는 가슴이 철러덩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방금 뭐라고 했어? 우리 오빠가 왜?”유지연은 놀라서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 유가연이 다급히 지금 상황을 유화에게 알려주었다.“그이가 다쳤어요. 스스로 칼로 자기 배를 찔렀어요… 빨리…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 해요.”그녀의 말에 유화의 눈시울이 발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유지연을 내팽개치고 유가연의 옷을 움켜쥐었다.“유가연, 네가 우리 오빠를 이렇게 만들었어? 만약 우리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네 가문을 망가뜨리고 말거야. 오빠가 너를 위해 기껏 칼에 찔려줬으니 너희 둘 사이의 연은 이걸로 완전히 청산된 셈이겠지? 윤아야, 가자.”유화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있었다.두 사람은 유가연을 뒤로 하고 이내 골목 안으로 쏜살같이 뛰어갔다.심수옥은 그런 유화가 못마땅했지만 감히 큰 소리로 욕하지는 못하고 그들이 멀리 떨어진 후에야 유지연과 유가연을 끌어당기며 한 마디했다.“어서 가자. 죽을 거면 저 두 사람더러 죽으라 해.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천박할까?”......임건우는 손을 뻗어 항마추를 끌어당겼다.그러자 그는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창백한 얼굴에 피를 너무 많이 토한 탓인지 온 몸에 기운이 없어보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다 임건우가 연기한 것이었다.그는 천의도법의 계승자이자 의술이 뛰어난 의사였다. 때문에 그는 몸이 대한 이해도가 대다수
“어… 어떻게…”천수향은 자신이 임건우에게 반격을 당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어떻게 내가 다 죽어가는 사람한테 반격을 당할 수 있는 거지?’천수향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녀도 어딜가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 고명한 수련자였다. 아무리 현자급 무도 고수라 해도 그녀에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임건우는 손에 든 칼을 살짝 비틀었다.그러자 천수향은 비명을 더욱 세게 질렀다.“그거 알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가족을 건드리는 거야. 그런데 너는 무려 내 가족을 세 명이나 건드렸어. 그것도 모자라 우리 장모님 얼굴에 상처도 내고 말이야…”임건우는 천수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우리 장모님 유일한 장점이 바로 얼굴인데, 그 장점마저 없어지면 앞으로 날 더러 어떻게 참아라는 거야?”천수향은 고통에 온 몸을 덜덜 떨었다.그녀는 반항하려고 몸부림 칠 수록 항마추가 온 몸에 침입해 그녀 몸 구석구석에 흉악한 기운을 퍼뜨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한 마디로 저항은 무의미했다.“제기랄, 내가 거만했어…” 천수향은 자신이 처음에 조금 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예 임건우의 팔을 잘랐다면 지금과 같은 결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걱정 마, 넌 죽지 않아.”임건우가 말했다.“나도 야나기타 조직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 네가 나한테 직접 말해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너한테 달려있겠지.”“그게 무슨 뜻이야?”천수향의 생존 욕구가 갑자기 샘솟았다.“내 항마추 안에는 흉기가 너무 심해. 왜냐하면 그 안에는 수많은 원령들의 잔혼이 담겨있거든. 만약 네가 나를 도와 그 잔혼들을 없애준다면, 난 네게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줄게.”임건우가 말을 마치자, 손에 들고 있던 칼은 갑자기 천수향의 심장을 푹 찔렀다.천수향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가면도 바닥에 툭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가면 뒤로 앳되고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아쉽네…”임건우는 그녀의 얼굴을 슥 확인했다.천수향의 육신과 영혼은 그렇게
“그럴 리가 없어요. 저희는 조금 전까지 방금 그곳에 납치되어 있었어요. 심지어 제 남편은 중상을 입었다고요.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모르는데… 바닥에 핏자국이 가득할 거예요.”유가연이 말했다.“그런 거 못 봤습니다. 잘 확인해보시고 말씀하세요. 설마 가짜 신고를 하는 건 아니죠? 만약 맞다면 허위 신고로 경찰서에 오셔야 할 겁니다.”“네?”뚝.유가연이 뭐라고 해명하기도 전에 전화는 뚝 끊기고 말았다.유가연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굴렀다.그녀는 경상 골목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가 심수옥에게 제지당했다.“좋은 곳도 아닌데 거길 왜 또 가겠다는 거야? 너 정말 열 명 남짓한 남자들에게 짓눌려 폭행당해야 그만둘 거야? 아유, 짜증나. 얼굴이 아파서 죽을 거 같아. 빨리 가서 접수나 해.”유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지갑을 유지연에게 던졌다.“지연아, 엄마 좀 잘 챙겨줘. 난 꼭 다시 가봐야겠어.”유가연은 말을 하면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심수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갑자기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얼굴이 심하게 아파왔다.그때,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임건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유가연의 앞을 가로막았다.“여보?”유가연은 잠시 자신이 환각을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그도 그럴것이 지금 임건우는 멀쩡히 산 채로 그녀 앞에 서 있었고 옷도 새로 갈아입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중상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괜찮아?”“난 정말 괜찮아, 걱정 마!”유가연은 그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녀 두 눈으로 임건우가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목격했으니 말이다. 유가연은 서둘러 임건우의 옷을 걷어내고 복부의 흉터를 확인했다.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임건우의 말처럼 흉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뭐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불가능해.”유가연은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폈지만 정말 흉터 자국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그만 만졌으면 이제 그만 좀 만지시지?”그때, 한 여자
하필 병원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어 지나가는 몇 몇 행인들은 세 사람의 대화에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절세미인 두 명이 한 남자 때문에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그중 한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동시에 여러명의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두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말에 행인들은 깜짝 놀랐다.‘뭐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아이고, 남자가 다 얼어죽었어?’한편, 임건우도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가연을 보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다른 곳에 가서 얘기하자. 당신한테 말할 게 있어. 어쨌든, 무슨 이유에서든… 내가 미안해. 당신이 무슨 보상을 원하든 내가 다 들어줄게.”유가연은 꼭두각시처럼 임건우의 발걸음을 따라 강가로 걸어갔다.강물이 졸졸 흐르는 한적한 강가.멀리에서는 누군가가 낚시를 하고 있다.잠시 후, 유가연이 고개를 들었다.“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맞지?”유가연은 임건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혼하자고 말할 수 있어? 그 단어를 입밖으로 내뱉았을 때, 가슴이 아프지 않았어?”유가연은 갑자기 땅바닥에 주저앉아 낮은 소리로 엉엉 울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더러 남은 여생은 당신한테 기대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은 이혼이 우리의 가장 좋은 결말이라는 건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임건우는 그녀의 이런 질문에 대답할 힘이 없었다. 그는 그저 졸졸 흘러가는 강물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유가연과 함께했던 모든 추억이 영화처럼 흘러갔다. 예전의 많은 기억들은 진작에 잊혀진 줄 알았는데 지금 되새겨보니 기억에 생생했다.“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지 알아? 우리 엄마 그리고 동생까지 매일 나한테 이혼하라고 닥달해. 하지만 난 이혼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설령 당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한평생 의기소침하고, 나한테 빌붙어 산다고 해도 난 절대 이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