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말하지 않고, 기꺼이 장모님 집에서 손해나 보고 욕이나 먹으니, 그야말로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이때 그녀의 카카오톡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마스크 사내가 나타났어! 당자현이 오늘 밤 한 상업 행사에 참석했는데 옆에 있는 여자 경호원이 마스크 사내를 데리고 등장했어.”유지연은 콩닥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마스크 사내가 당자현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니 임건우는 마스크 사내가 아니다.‘잘못 알고 있었나?’방금 그를 오랫동안 안고 있었고, 일부러 짧은 핫팬츠를 입고 그의 앞에서 왔다 갔다 했던 걸 생각하면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임건우,당신 도대체 마스크 사내가 맞아, 아니야?”그녀는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뭐? 나는 당연히 마스크 사내가 아니지, 내가 언제 마스크 사내라고 했어?”“너, 이 나쁜 자식, 이 사기꾼아!”유지연은 잔뜩 화를 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발을 들어 임건우의 엉덩이를 찼다.“악!”심수옥이 소리를 질렀다.임건우가 휘청거리다가 그녀와 충돌한 것이다.“유지연,너 왜 그래? 왜 좋았다 화냈다 하는 거야?”“몰라도 돼, 징그러워!”임건우는 어리둥절해졌다.10분 후, 임건우는 진원으로 심수옥의 뼈가 갈라진 상처를 복원했다. 복원에 필요한 영력은 그녀의 몸 곳곳에 흘렀고 그녀는 매우 편안하게 느껴졌다. 따끔거리던 통증은 신기하게도 빠르게 사라졌고 이에 심수옥은 혀를 내둘렀다.……유 씨 펜션을 떠난 후 임건우는 곧바로 태운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임 씨네 별장으로 향했다.그는 아버지의 예전 서재에 몰래 들어가, 불구름이 새겨진 그 기억 속의 상자를 찾았다. 지금의 임 씨네 별장은 하얀 천이 나부끼고 음산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아주 쉽게 안으로 잠입했다. 서재가 아직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구석구석을 뒤져도 쓸만한 물건을 찾지 못하고 결국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태운 별장으로 돌아오니 벌써 11시가
임시로 이곳에서 사는 여윤아였다. 며칠 동안 임건우의 끊임없는 치료를 거쳐, 그녀의 부러진 갈비뼈는 이미 조금씩 좋아져 걷거나 뛰는 데 문제없었다. 다만 배원단을 제련하기 전에는 단전이 복구될 수 없을 뿐이었다.임건우는 내일 그녀를 여 씨네 집으로 돌려보낼 계획이었는데 하루 차이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어찌 알았겠는가.“여윤아?!”임건우는 황급히 여윤아를 관에서 끌어내고 살펴본 후 눈시울이 붉어졌다.여윤아의 두 손과 두 발이 모두 부러졌다. 완벽하고 깨끗하던 그녀의 얼굴에 추악하기 그지없는 글자가 피로 물든 채 새겨져 있었다.“비천한 년!”그와 동시에 관 안에는 편지가 한 통 더 있었는데 위에는 ‘전서’ 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다. 열어보니 안에는 한 구절밖에 없었다.“여 씨네로 와서 생사전을 치르도록 하자.”육 씨네 가문 사람들이 다 와있는 것이 틀림없다.“생사전? 좋아, 그럼 소원대로 해주지!”임건우는 여윤아를 여동생으로 간주했다. 이렇게 활발하고 귀여운 여자애가 이런 꼴이 됐으니 활활 타오르는 가슴속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축유무 의술로 장장 30분을 치료하고서야 여윤아는 겨우 정신이 들었다. 천국의 문 앞까지 간 그녀를 임건우가 다시 끌어온 것이다.눈을 뜬 여윤아가 입을 삐죽하고 울어댔다.“임건우,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이번에 정말 죽는 줄 알았잖아. 나 너무 억울해. 난 남자 친구도 사귀지 못했단 말이야. 건우 씨가 내 남자친구 해주면 안 돼? 그럼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텐데.”임건우가 그녀를 흘겨봤다.“뭐라는 거야, 너는 죽지 않을 거야.”여윤아는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다가 팔이 너무 아프다고 느꼈다. 부러진 손과 발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는 관에 들어갈 때 맹세했어. 건우 씨가 제때 도착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내가 숨 막혀 죽기 전에 나를 구해 준다면, 나는 건우 씨한테 아내가 있든 없든 건우 씨 여자 친구가
임건우의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관이었다. 이걸 지켜보고 있는 임 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에 불이 붙을 지경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묶여 있는 노릇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 녀석, 도대체 오긴 할까요?”“설마 겁먹은 건 아니겠죠?”“듣자 하니 그 자식 겨우 스무 살 넘었는데 바보 사위래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그런 놈이라고 하던데 현자급 중기인 육운성을 이길 수 있다는 걸 믿어요? 하하, 어쨌거나 나는 못 믿겠네요.”젊은이들이 귓속말로 의논하고 있었다. 여윤아 못지 않게 아리따운 얼굴을 한 20대의 한 여자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수작을 부리든지 이번엔 꼭 저 사람을 산 채로 잡아 오빠 제물로 바칠 거예요. 저자가 죽지 않으면 우리 육 씨 가문은 절대 상경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육운성의 사촌 여동생, 육운서였는데 그녀가 바로 여윤아의 얼굴에 ‘비천한 년!’ 이라고 새긴 장본인이었다.“육운서 씨, 걱정하지 말아요. 그자가 감히 오기만 한다면 육 씨 가문이 손을 쓸 필요도 없어요. 제가 반드시 잡아서 사지를 부러뜨린 후 육운서 씨에게 데려와 화풀이하게 할 것입니다.”이현이라고 하는 짧은 머리의 청년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는 상경성의 고대 무술 세가로서 이 씨 가문 젊은 세대의 고수이며, 육운서의 충실한 팬이기도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육 씨 가문을 응원한다고 입을 모았다.상경성에 사는 이런 고대 무술 세가의 자제들은 눈이 아주 높았는데 강주 같은 작은 곳은 고수가 나타날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임건우의 실력으로 육운성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하물며 그 사람은 강주에서 유명한 폐인이니 말이다.바로 이때 여 씨 가문의 대문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두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무술 연습장 관 뒤에 있던 중년 한 명이 귀를 살짝 움직이더니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그의 두 눈에는 살의가 교차했는데 그가 바로 육운성의 아버지 육
임건우는 여윤아의 손을 잡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시큰둥하게 대머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이 육씨 가문의 사람들에겐 잘난 척하는 거로만 느껴졌다.무술을 하는 사람은 폭발적인 기력과 넘치는 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레벨이 높은 무자는 더 그러했는데 일거수일투족 모두 무도의 힘이 엿보였다.하지만 임건우에겐 이러한 특징이 하나도 없이 문약한 선비 같았고 하얀 피부까지 갖고 있어 기생오라비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하! 웃겨 죽겠어,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자식이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예전엔 네가 정말 육운성을 죽였다고 확신하지 못했는데 이젠 알겠어. 넌 분명 비열한 수단으로 그를 죽인 게 틀림없어. 너의 실력으로 아마 그의 손가락 하나도 건드릴 수 없을걸.”임건우가 쌀쌀한 눈빛으로 물었다.“다 구시렁거렸어?”대머리 남자는 크게 화를 냈다."너 바보야?"옆에 있던 이현이 대머리를 발로 걷어찼다.“뭘 구시렁거리는 거야? 그냥 붙어, 붙어서 안 되면 그냥 꺼져!”말이 막 끝나기 바쁘게 임건우가 손을 들어 따귀를 날렸고 대머리는 이마에 벼락이 내려친 것 같았다.“짝!”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전해왔다. 대머리는 곧 멍해지더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고속열차에 부딪힌 것처럼 몸 전체가 붕 뜨더니 옆에 있는 이현의 몸에 떨어졌다.대머리가 이현의 콧대를 향해 날아가 폭발적인 충돌을 일으켰다.“빠직!”이현의 코뼈는 부딪치는 순간 그대로 부러졌고 코피가 샘물처럼 뿜어 나왔으며 그는 비참하게 비명을 질러댔다.한순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고 육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빛이 움찔했다. 임건우를 노려보는 육운서의 아름다운 두 눈에 차가움과 증오로 가득 찼는데 그 순간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대머리는 상경의 고대 무술계에서도 꽤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그의 특기가 바로 대머리를 쓰는 것이었는데 모두가 인정하는 철두공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임건우의 손바닥 하나도 견디지 못하고 따귀를 맞고 멍해지다니!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운서 동생, 내가 동생을 도와 이 자를 장애인이 되도록 때려줄 순 있지만 동생도 내 조건을 하나 들어줘야겠어. 내일 나랑 같이 둘이서만 영화 한 편 보는데 어때?”육운서가 대답했다.“그래요.”“약속한 거야?”부채 남은 기뻐하며 임건우에게 다가가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고 말했다.“자기소개하자면 나는 상경에서 온...”임건우가 말을 가로챘다.“자기소개 필요 없어. 난 쓰레기에 관심 없거든.”“뭐라고? 죽고 싶어?”부채 남은 임건우의 손바닥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봤기에 큰소리치지 않고 부채를 접어 병기 삼아 임건우를 향해 힘껏 날렸다. 이 한 방이 임건우를 내리찍었다면 임건우가 죽음을 면한다고 해도 아마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다.“임건우,조심해!”여윤아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아연실색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임건우가 손을 들어서 막았고 뭐든 다 부술 수 있다는 한철 부채는 임건우의 팔에 떨어졌다.육운서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조롱 섞인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철 부채의 위력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부채는 나사강이라 하더라도 굽은 갈고리로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런 물건을 육신으로 막았으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육천수도 냉소를 지었다.“쨍그랑.”임건우의 팔이 강철로 주조된 것처럼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진원의 반진으로 인해 부채 남의 손아귀가 찢어졌고 그렇게 놓친 부채는 손에서 날아올라 자신의 귀를 거세게 내리쳤다. 곧 한쪽 귀가 떨어졌고 남자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임건우가 그의 손목을 잡고 힘을 꽉 주자 손목이 부서지더니 두 동강이 날 뻔했다.“악...”남자는 고통스럽게 땅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임건우가 감히 그의 손을 부러뜨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손은 그가 무도계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근원인데 지금 이렇게 부서졌으니 그의 무도 인생도 이젠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임건우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발로 차버리고는 관 뒤에 있는 육천
임건우가 순간 여윤아를 밀치자 현무 방패술이 발동되더니 은은한 금색이 띄는 보호막이 그의 주위를 감쌌고 육신에는 철 막대기를 메고 있었다.그가 왜 먼저 육 씨 일가와 육 씨 일가를 도우러 온 수행자들을 응혈침으로 쏜 것일까? 바로 이 사람들이 자신과 육천수의 생명에 위험이 생길 때 여윤아에게 위협을 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웅!”육천수의 철 막대기는 현자 최고 레벨로 수련된 에너지를 내뿜었고 그 기운으로 인해 공기마저 기괴한 파동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그 속도는 마치 천둥을 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다가왔다.여 씨네 사람들은 이 한방에 가슴이 떨리고 힘이 빠졌다.한편 바닥에 누워 있는 육 씨네 수행자들은 더 이상 울부짖지 않고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조차 깜박이지 않았다.현자 최고 레벨 수행자가 나서는 것은 흔치 않기에 그 누구도 멋진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하물며 그들은 지금 임건우를 사무치게 증오하고 있으니 그가 육천수에게 맞아 죽는 장면을 직접 보고 싶었다.“쾅!”굉음이 울리더니 그 기세가 파도처럼 용솟음쳤다.여윤아는 감히 고개를 돌리고 볼 수도 없었으며 눈물이 얼굴을 적시더니 너무 두려워 비명을 질렀다.모든 사람들이 임건우가 반드시 육천수의 부하에게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때, 그가 고함을 지르더니 현무 방갑술이 더욱 단단해졌다.그가 결국 육신으로 막았다. 단단한 바닥은 그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더니 움푹 파여 큰 구덩이가 생겼다.“뭐야?”많은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자신의 눈을 믿지 않은 채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하며 얼른 손으로 눈을 비볐다. 여 씨네 식구들도 문지르려 했지만 아쉽게도 손발이 묶여 문지르지 못했다.육천수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너무 이상한 일이다. 그의 한방은 에너지가 아주 강하여 지급고수라도 자신에게 제대로 맞으면 온몸의 뼈가 부러질 것인데 이 녀석은 레벨이 높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를 막은 것일까?“이 정도 힘밖에 안 돼?”임건우는 구덩이에서 뛰어
연호는 최연소 지층 고수이다!육운성은 강자와 붙었으니 죽어도 억울하지 않았다.그 시각 육천수는 너무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싸우는 내내 폭발적인 힘을 사용하여 공격했지만 임건우는 아무렇지 않았다. 반면 그는 땀범벅이 된 채 가쁜 숨을 쉬었고 에너지도 이미 절반이나 썼다.“다 때렸어?”임건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아무리 맞아도 자신의 현무 보호막에는 조금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너, 도대체 사람이 맞긴 해?”육천수는 순간 폭발하며 철 막대기의 파금신병으로 다시 한 번 가격했지만 임건우가 철 막대기를 가볍게 움켜잡았다.“난 당신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그는 갑자기 철 막대기를 빼앗더니 그대로 육천수의 허벅지에 내려쳤다.“잘그락!”그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육천수의 왼쪽 다리의 각도가 이상해보였다.육천수는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는데 시뻘건 뼈가 살을 뚫고 나왔다“우리 집에 관을 보내? 여윤아를 관에 가두고? 정말 대단하네!”“뽀직!”또 하나의 뼈가 부서졌는데, 이번에는 육천수의 오른쪽 다리였다.“그리고 윤아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도대체 누가 그런 용기를 준 거야? 육 씨 가문이 그렇게 강해?”“잘그락!”육천수의 왼팔이 부러졌다.“나한테 생사전을 내리고 이따위 쓰레기들로 날 막으려고 했어? 네가 그렇게 대단해?”“털썩!”육천수는 사지가 부러져 바닥에 누워 피를 토했고 진원이 진동하여 그의 오장육부까지 다쳤다. 임건우가 육천수를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을 보고 있던 육 씨네 일가와 상경 수행자들은 고통이 생생히 전해지는 것 같았으며 심장이 사정없이 떨렸다.한편 여 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흥분되었다.임건우의 눈빛은 차갑고 살기가 가득하여 지하에서 나온 수라 같았다.그 순간 그는 검은 철 막대기를 천천히 육천수의 이마로 옮겼다.모두가 숨을 죽였다.육천수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제발 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 안 돼
“저 여자야, 저 여자! 저 여자가 내 얼굴에 글자를 새겼어!”여윤아는 증오의 눈빛으로 육운서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강주 대학교의 제일 퀸카인데 지금 얼굴에 ‘비천한 년’ 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이제 어떻게 친구들을 만날 것인가? 이번 생은 망했다. 학교도 못갈 지경이다.그녀는 방금까지만 해도 임건우와 유가연의 사이가 어떻든 정의를 다해 그의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비천한 년’ 이 되었다. 얼굴이 다 망가졌는데 무슨 자격으로 그의 여자 친구가 되겠는가?그녀는 이것만 생각하면 육운서의 대대손손을 죽여 버리고 싶고 그녀의 온몸에 비천한 년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싶었다.그때 임건우가 육운서의 예쁘장한 얼굴을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넌 자결해!”‘뭐?’육운서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만약 자신이 이번에 맞서야 할 사람이 이렇게 공포적인 녀석 인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고, 여윤아의 얼굴에 글자를 새길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하여 그녀는 너무 후회가 되었다. 순간 육운서는 ‘털썩’ 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애원했다.“제발 저를 죽이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살려만 주세요. 저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당신이 시키는 건 뭐든 할게요. 당신의 여자가 되어도 좋고 하녀가 되어도 좋고 개가 되어도 좋아요.”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육운서가 상경에서 제일 이쁜 여자는 아니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힐 정도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여신이다.하지만 지금 임건우의 하녀가 되겠다고 자처하니 생각만으로 짜릿하다.특히 이현은 질투의 불길이 치솟았다. 그러나 그는 감히 입을 열 수도 없고 심지어 질투의 눈빛조차 드러내지 못했다.하지만 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하녀? 넌 자격이 없어! 네가 자결하면 육 씨 일가와 도우러 온 사람들을 살려줄게. 네 목숨 하나로 십여 명의 목숨을 바꿀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이렇게 뱀 같은 여자를 곁에 남겨둬서 어디에 쓸 것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