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곽원산이 테이블을 내려치자 큰 소리가 나며 식당 전체를 진동시켰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긴장된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한 도를 책임지는 최고 권력자 도지사인 곽원산 늘 냉정하면서도 침착하지만 일단 화를 내면 걷잡을 수 없었다. 그에게서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이천성과 양수경도 어리둥절했다. ‘뭐야? 왜 그러는데? 방금 전 도지사도 좋다고 선물을 받지 않았어? 갑자기 왜 화를 내지?’ 이천성은 당황해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입이 말랐다. 그는 쭈뼛대며 말했다. “도지사님, 저희가 드린 선물은 단순히 도지사님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뜻이었습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요. 5개 그룹과 이동혁에 대한 조사는 내키지 않으시면 하지 안 하셔도 됩니다.” “맞아요. 괜찮아요.” 양수경은 몸을 떨며 맞장구쳤다. 두 사람은 몸 둘 바를 몰라 어떻게든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도지사의 위엄에 압도되어 그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괜찮다고? 하지만 전 괜찮지가 않은데요?” 곽원산은 두 사람을 그대로 놓아줄 기색이 없었고 더 화를 내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물을 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버젓이 몇 개의 그룹을 조사해 달라고 청탁을 하다니.” “당신들이 그 그룹들과 무슨 원한이 있는데 나한테 이러는 겁니까? 거기다 나를 이용해 사람까지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대체 저 곽원산을 뭘로 보는 겁니까?” 앞에 있던 이천성과 양수경은 너무 놀라고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한 부탁에 곽원산이 노여워하자 어쩔 줄 몰랐다. 곽원산은 이어서 선물을 준 사람들을 차갑게 노려보고 크게 화를 냈다. “당신들도 다 똑같아요. 하나같이 법을 무시하다니. 이렇게 공개적으로 선물을 주러 오는 건 다 누구한테 배운 겁니까?” “하나같이 의도가 좋지 않고 뭔가 바라는 게 있는가 본데. 내가 보기에 당신들이야말로 잡아서 조사하고 엄중히 처리해서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
“H시 경찰서에 연락해서 오늘 내게 선물을 준 사람들을 잡아 검찰청에 넘기라고 하세요. 모두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요.” 곽원산은 냉정하게 손사래를 쳤다. 현장은 갑자기 애원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도지사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흰 모두 이동혁, 그 개X식 때문에 오해한 겁니다.” “맞아요. 잡으시려면 그놈부터 잡아야 합니다. 저희가 먼저가 아니에요.” 그들이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곽원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잡혀 끌려가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된 장정진 등은 절망한 채 동혁을 욕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이동혁을 따라한 것뿐인데.’ ‘가만히 있을걸, 괜히 나서서 이게 뭐야.’ ‘이동혁처럼 돈을 써서 곽원산과 연을 맺으려고 한 것인데 내 발등을 찍게 되었구나.’ 그러나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이천성과 양수경이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동혁을 가장 증오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1000억을 가지고 곽원산의 손을 빌려 동혁을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동혁에게 일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걸려서 문제를 겪게 되었다. 두 사람은 화가 너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곽원산이 자신들과 관련해서는 더 특별히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곽원산은 이천성과 양수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 두 사람, 원화투자회사와 리성그룹 계열사에서 왔다고 했나요? 다른 기업에 악의적인 보복을 하려 한 그 두 회사도 엄중히 조사하세요.” 이천성과 양수경은 충격으로 어지러워 하마터면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그들은 혹 떼러 왔다가 혹을 붙이게 됐다. 자신들이 붙잡혔을 뿐만 아니라 덩달아 두 회사도 화를 입게 되었다. 이천성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지사님, 저는 이씨 가문 사람...”그러나 말을 하다 끊겼다. “당신이 이씨 가문이든 김씨 가문이든 아무 상관없어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곽원산은 자신에게 선물을 주려고 온사람들에게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고, 식당 안
곽원산에게 보낸 1000억은 완전 헛수고가 되었다. 두 가문의 투자 회사에는 수백억의 벌금 고지서가 내려졌고 H시의 투자도 제한됐다. 5개 그룹을 양분하려던 두 가문의 꿈이 한순간에 깨진 것이다. 제원화와 이심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이동혁이 선물을 줬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우리가 선물을 줄 때는 왜 이런 큰 손해가 생긴 거지?’ ‘이제 누구한테 가서 도움을 구한단 말인가?’ ‘직접 곽원산을 찾아가야 하나?’ ‘그건 안돼.’ ‘괜히 가문 전체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어.’ “이동혁, 그 개X식이 우리를 속인 게 분명합니다. 아주 여우 같은 놈이에요.” 이심이 자신의 무능에 격노하고 있을 때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심, 이 쓸모없는 놈의 자식. H시에 가서 무슨 짓을 벌인 거야? 네 아들이 다리를 못쓰게 돼서 열받은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내 아들까지 끌어들여?] [당장 N도 도청으로 가. 가서 무릎 꿇고 빌어서라도 곽원산에게 내 아들을 풀어달라고 해.] 이연은 전화기 너머로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천성은 이연이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로, 곧 처벌을 받게 생겼다. 그 일로 이연은 동생 이심에게 잔뜻 화가 나있는 상황이었다. 이심은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제 회장님.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이동혁의 그 개X식을 반드시 죽여주세요. 성공하신다면 회장님을 제 가족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심은 감히 이연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풀이 죽은 채 N도로 돌아갔다. 하지만 제원화 역시 제씨 가문으로부터 문책을 당하게 생겼다. 곧 그는 제씨 가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가문의 큰어르신인 추지연이었다. 그녀는 거의 반세기 동안 제씨 가문을 장악해 왔다. 일찍이 추지연은 손수 자신의 딸을 잘 가르쳤는데 그녀가 바로 세화의 할머니인 제원희였다. 제원희는 스스로 진성그룹을 세웠다. 만약 그녀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진씨 가문은 그녀의 힘만으로 명문가에 들 수 있었다.추지연이 직접 가르친 제원희가 이 정
제원화의 부하는 처음 보는 제원화의 무서운 모습에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떨며 말했다. “예, 회장님. 벌써 도착했습니다. 그럼 이리로 부를까요?” “아니야. 바로 김대이와 박용구에게 가라고 해.” 제원화는 표정을 찌푸리고 악랄하게 말했다. “이동혁, 그놈은 마지막이야. 나는 우선 그놈 주변 사람들을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씩 철저히 손봐줄 거야.” 제원화는 공권력을 사용한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 암흑가의 세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원화투자회사와 리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처벌은 H시 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결과가 있을 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동혁이 도지사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중에 선물을 주러 간 사람들은 모두 경찰에 잡혔다니.’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하늘 거울 저택. 가족들도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제시 가문과 이씨 가문이 이렇게 H시에서 쫓겨난다고?” 세화는 믿을 수 없었다. 제원화와 이심, 그 흉악한 무리들이 회사에 눈독을 들이자 이미 절망적인 그녀는 수중의 주식을 내놓아 가족의 안전이라도 지키려고 했다. 그녀는 돈보다 가족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H시에서 쫓겨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천지신령님 감사합니다. 아니, 도지사님 감사합니다. 도지사님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이번에 정말 큰일 날뻔했어요.” 류혜진은 마치 곽원산을 앞에 둔 것처럼 허공을 향해 인사를 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지금 뭐 하고 계세요. 그렇게 고마우면 맛있는 거라도 해 주시던가요. 제가 곽원산을 H시로 불렀으니까요.”아니나 다를까 동혁이 얘기를 꺼내자마자 류혜진이 눈을 부릅떴다. “넌 참 낯짝이 두꺼워. 간 크게도 도지사님에게 선물을 보내서 하마터면 우리까지 죽게 할 뻔한 주제에. 그래도 도지사님이 우린 봐주셔서 다행이야.” 류혜진은 동혁을 쿡쿡 찔렀다. “빨리 일어나서 밥이나 해. 괜히 내가 밥 하게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내가 진실을 말해
“두, 두 분, 모두 저희 같은 암흑가사람이신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앉아서 저희 술 몇 잔 받으시고...” 김대이는 J시 쌍살의 악명을 떠올리고 무섭지만 억지웃음을 지으며 전전긍긍했다. ‘일단 먼저 쌍살의 비위를 맞추고 형님에게 도움을 청해야 해.’ ‘잘못하다가 오늘 나와 박 회장이 이놈들에게 죽을 수도 있어.’ 김대이와 여러 해 동안 함께 한 막내 동생 왕금강의 시체가 아직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쌍살, 저 늙은 개가 시간 끄는 거야. 속을 거 없어!”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아린의 아버지 안우평이 들어왔다. 그 뒤로 유진세 등이 들어와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김대이와 박용구 두 사람을 주시했다. 그들은 일전에 청운각에서 H시의 모든 거물들 앞에서 김대이와 박용구에게 뺨을 맞은 일로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었다. 당황한 김대이와 박용구의 안색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청운각에서 이 개X식들을 그냥 때려 죽여버리는 거였는데.’ “나도 시간 끌려고 이러는 거 알고 있어.” 쌍살의 큰형인 여흥일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싸늘한 목소리에 안우평 등은 몸서리가 쳐졌고 더 이상 참견 할 수가 없었다. “형, 괜히 사람들하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처리하죠.” 쌍살의 둘째인 여흥수가 바로 박용구에게로 향했다. “김 회장, 우리도 가자고.” 박용구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더니 주먹을 쥐고 여흥수를 향해 돌진했다. 여흥수는 그 모습을 우습게 지켜보더니 손을 들어 박용구의 팔을 잡았다. 박용구의 실력은 제원화 주변의 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는 H시 암흑가에서 자신의 주먹만을 믿고 살아오며 두각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여흥수 앞에서 마치 3살 먹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을 뺄 수 없었다. “으, 악!” 박용구의 입에서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이 나왔고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팔뚝이 뜻밖에도 여흥수에게 강제로 꺾여버렸다. 반대
“J시 쌍살이 H시에 왔어. R시 암흑가 사람들도 끌고 말이야.” “그 두 사람에 의해 김대이와 박용구의 사업장도 완전 뒤집어졌는데 막을 수 조차 없었나 봐.” “부하들이 모두 다치거나 도망갔다던데?” “그뿐인 줄 알아? H시의 많은 깡패들이 쌍살 쪽으로 붙어서 예전 동료들에게 칼까지 겨눴데.” 하룻밤 사이에 H시 암흑가의 최고 세력이 바뀌었다. 강오그룹은 이미 R시에서 큰 손실을 입고 수습을 하는 중이라 아무런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J시 쌍살의 흉악무도함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이른 아침, 세화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천미가 특별히 전화를 걸어 주의를 주었다. [세화야, 며칠간 하늘 거울 저택에 있고 나가지 마. 제원화, 그 자식이 완전 미쳐서 J시 쌍살을 H시로 불러들였어. 김대이과 박용구 모두 그 놈들에게 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야. 난 상대가 다음으로 너희 가족을 노릴까 봐 걱정돼.] “응, 언니도 조심해.” 놀란 세화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전화를 끊자마자 동혁에게 외출하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제원화가 우리 가족을 노리고 있다면 나 말고 동혁 씨를 겨냥할 가능성이 가장 커.’ “김대이와 박용구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동혁은 마음속으로 크게 분노했다. ‘이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겠는데? J시 쌍살이 두 사람을 공격한 건 틀림없이 나 때문이야.’ ‘두 사람이 일전에 청운각에서 내 지시에 따라 안우평 등의 뺨을 때려 제원화에게 망신을 줬으니까.’ 동혁은 김대이와 박용구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 보고 싶었다. “김대이와 박용구가 어느 병원에 있나요? 제가 한번 가봐야겠어요.” 동혁이 전화를 걸어 천미에게 물었다. [동혁이 너 또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하려는 거야? 내가 세화에게 가족들이 하늘 거울 저택에서 외출 못하게 하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지금 넌 나가서 죽겠다고? 김대이과 박용구를 그 꼴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세화까지 다치게 하려고?] [뚜뚜...] 천미는 동혁에게 욕을
“예. 석훈이에게 바로 연락할게요.” 설전룡은 휴대폰을 꺼내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소씨, 오씨, 정씨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병문안을 왔다. 세 사람 모두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철저히 자신 신분을 감추었다.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원에 문병을 오신 분들이 꼭 도둑질을 하러 온 모습이군요.” “이 선생님, 설 대도독, 안녕하세요.” 세 사람은 서둘러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 소윤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선생님, J시 쌍살이 H시에 오자마자 김 회장과 박 회장이 그놈들의 손에 당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무서워서 이렇게 몰래 온 겁니다.” 예전에 청운각에서 그들은 김대이, 박용구, 하세량과 함께 앞장서서 제원화과 맞서며 동혁 쪽에 줄을 섰었다. 그래서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의 세 가주는 다음으로 복수를 당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J시 쌍살이 자신들에게 찾아올까 봐 무서워 조마조마했다. 오종천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 가문이 중 하나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저도 모든 가족들을 단속해 외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무서워 죽을 지경입니다. R시의 최고 고수였던 이정산은 50명의 경호원이 보호하는 자기 집에서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정씨 가문 가주도 말했다. 그들은 제원화가 이미 경고를 퍼부었다고 동혁에게 말했다. “H시에서 선생님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모두 손봐주겠다고 했습니다. 하나둘씩 차례대로 말입니다.” “제원화, 이 늙은 이가 이미 곽원산에게 혼이 났는데도 이렇게 계속 소란을 피우다니.” 동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제원화가 이렇게 죽는 줄도 모르고 계속 고집 세게 나올 줄 몰랐다.그는 제원화가 제씨 가문의 추지연 때문에 완전히 이성을 잃고 이판사판으로 달려들었다는 것을 몰랐다. “걱정 마세요. 제가 시경찰서 조동래에게 경찰들을 파견해 각 가문들을 보호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쌍살이 감히 쳐들어오면 바로
동혁은 세화가 다치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는 병원에 잠깐 있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가기 전에 하원종에게 최선을 다해 김대이와 박용구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제원화는 임시로 고급 단독주택단지로 거처를 옮겼다. 이 단독주택단지의 개발업자는 N도의 건설그룹으로 그룹 회장이 제원화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웠다. 고급 단독주택단지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세밀한 검문을 받았다. 제원화는 이곳으로 옮겨와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동혁의 예상대로 그는 정말 동혁이 암흑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행방을 알아내라고 할까 봐 걱정했다. 또 경찰에게 직접 자신을 찾아오라고 할 수 도 있었다. 비록 그는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동혁을 깔보고 있었지만 자신이 애초에 동혁을 바보로 여기며 얕잡아봤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동혁의 H시 인맥이 내 예상을 뛰어넘었어.’ 이번 계획을 위해 그는 미리 제설희과 양정석 등을 J시로 먼저 돌려보냈다. “이제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을 손 볼 차례인가?” 소파에 앉은 제원화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소식을 알아보러 나간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의 집 앞, 그리고 항난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사 앞에 경찰특공대 순찰차가 주차되어 있어 손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병운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원화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이동혁, 이 자식이 아주 치밀한 데가 있어. 예전에는 그놈을 얕봤지만 지금은 아주 밉살스러울 정도야. 거기다 하동해를 곽원산, 그 개X식이 끌어내리면서 하세량이 다시 시장 자리에 올랐어. 그렇지만 않았어도 이동혁 한놈만 상대하면 됐는데. 덕분에 고민을 좀 해야 하겠군.” 제원화는 이를 갈며 곽원산을 욕했다. ‘이동혁이 이미 방비를 마쳐서 쌍살이 느긋하게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을 찾아가기가 어려워졌어.’ ‘쌍살이 아무리 솜씨가 뛰어나도 총알이 날아오면 몸이 벌집이 될 거야.’ 그때 현병운이 제안했다. “회장님, 수소야 항난그룹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