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두 분, 모두 저희 같은 암흑가사람이신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앉아서 저희 술 몇 잔 받으시고...” 김대이는 J시 쌍살의 악명을 떠올리고 무섭지만 억지웃음을 지으며 전전긍긍했다. ‘일단 먼저 쌍살의 비위를 맞추고 형님에게 도움을 청해야 해.’ ‘잘못하다가 오늘 나와 박 회장이 이놈들에게 죽을 수도 있어.’ 김대이와 여러 해 동안 함께 한 막내 동생 왕금강의 시체가 아직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쌍살, 저 늙은 개가 시간 끄는 거야. 속을 거 없어!”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아린의 아버지 안우평이 들어왔다. 그 뒤로 유진세 등이 들어와 증오 가득한 눈빛으로 김대이와 박용구 두 사람을 주시했다. 그들은 일전에 청운각에서 H시의 모든 거물들 앞에서 김대이와 박용구에게 뺨을 맞은 일로 뼈에 사무친 원한이 있었다. 당황한 김대이와 박용구의 안색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청운각에서 이 개X식들을 그냥 때려 죽여버리는 거였는데.’ “나도 시간 끌려고 이러는 거 알고 있어.” 쌍살의 큰형인 여흥일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싸늘한 목소리에 안우평 등은 몸서리가 쳐졌고 더 이상 참견 할 수가 없었다. “형, 괜히 사람들하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처리하죠.” 쌍살의 둘째인 여흥수가 바로 박용구에게로 향했다. “김 회장, 우리도 가자고.” 박용구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더니 주먹을 쥐고 여흥수를 향해 돌진했다. 여흥수는 그 모습을 우습게 지켜보더니 손을 들어 박용구의 팔을 잡았다. 박용구의 실력은 제원화 주변의 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는 H시 암흑가에서 자신의 주먹만을 믿고 살아오며 두각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여흥수 앞에서 마치 3살 먹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을 뺄 수 없었다. “으, 악!” 박용구의 입에서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이 나왔고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팔뚝이 뜻밖에도 여흥수에게 강제로 꺾여버렸다. 반대
“J시 쌍살이 H시에 왔어. R시 암흑가 사람들도 끌고 말이야.” “그 두 사람에 의해 김대이와 박용구의 사업장도 완전 뒤집어졌는데 막을 수 조차 없었나 봐.” “부하들이 모두 다치거나 도망갔다던데?” “그뿐인 줄 알아? H시의 많은 깡패들이 쌍살 쪽으로 붙어서 예전 동료들에게 칼까지 겨눴데.” 하룻밤 사이에 H시 암흑가의 최고 세력이 바뀌었다. 강오그룹은 이미 R시에서 큰 손실을 입고 수습을 하는 중이라 아무런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J시 쌍살의 흉악무도함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이른 아침, 세화가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천미가 특별히 전화를 걸어 주의를 주었다. [세화야, 며칠간 하늘 거울 저택에 있고 나가지 마. 제원화, 그 자식이 완전 미쳐서 J시 쌍살을 H시로 불러들였어. 김대이과 박용구 모두 그 놈들에게 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야. 난 상대가 다음으로 너희 가족을 노릴까 봐 걱정돼.] “응, 언니도 조심해.” 놀란 세화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전화를 끊자마자 동혁에게 외출하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제원화가 우리 가족을 노리고 있다면 나 말고 동혁 씨를 겨냥할 가능성이 가장 커.’ “김대이와 박용구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동혁은 마음속으로 크게 분노했다. ‘이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겠는데? J시 쌍살이 두 사람을 공격한 건 틀림없이 나 때문이야.’ ‘두 사람이 일전에 청운각에서 내 지시에 따라 안우평 등의 뺨을 때려 제원화에게 망신을 줬으니까.’ 동혁은 김대이와 박용구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 보고 싶었다. “김대이와 박용구가 어느 병원에 있나요? 제가 한번 가봐야겠어요.” 동혁이 전화를 걸어 천미에게 물었다. [동혁이 너 또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하려는 거야? 내가 세화에게 가족들이 하늘 거울 저택에서 외출 못하게 하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지금 넌 나가서 죽겠다고? 김대이과 박용구를 그 꼴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세화까지 다치게 하려고?] [뚜뚜...] 천미는 동혁에게 욕을
“예. 석훈이에게 바로 연락할게요.” 설전룡은 휴대폰을 꺼내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소씨, 오씨, 정씨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병문안을 왔다. 세 사람 모두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철저히 자신 신분을 감추었다. 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원에 문병을 오신 분들이 꼭 도둑질을 하러 온 모습이군요.” “이 선생님, 설 대도독, 안녕하세요.” 세 사람은 서둘러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 소윤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선생님, J시 쌍살이 H시에 오자마자 김 회장과 박 회장이 그놈들의 손에 당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무서워서 이렇게 몰래 온 겁니다.” 예전에 청운각에서 그들은 김대이, 박용구, 하세량과 함께 앞장서서 제원화과 맞서며 동혁 쪽에 줄을 섰었다. 그래서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의 세 가주는 다음으로 복수를 당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J시 쌍살이 자신들에게 찾아올까 봐 무서워 조마조마했다. 오종천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세 가문이 중 하나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저도 모든 가족들을 단속해 외출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무서워 죽을 지경입니다. R시의 최고 고수였던 이정산은 50명의 경호원이 보호하는 자기 집에서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정씨 가문 가주도 말했다. 그들은 제원화가 이미 경고를 퍼부었다고 동혁에게 말했다. “H시에서 선생님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모두 손봐주겠다고 했습니다. 하나둘씩 차례대로 말입니다.” “제원화, 이 늙은 이가 이미 곽원산에게 혼이 났는데도 이렇게 계속 소란을 피우다니.” 동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제원화가 이렇게 죽는 줄도 모르고 계속 고집 세게 나올 줄 몰랐다.그는 제원화가 제씨 가문의 추지연 때문에 완전히 이성을 잃고 이판사판으로 달려들었다는 것을 몰랐다. “걱정 마세요. 제가 시경찰서 조동래에게 경찰들을 파견해 각 가문들을 보호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쌍살이 감히 쳐들어오면 바로
동혁은 세화가 다치게 될까 봐 걱정했다. 그는 병원에 잠깐 있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가기 전에 하원종에게 최선을 다해 김대이와 박용구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제원화는 임시로 고급 단독주택단지로 거처를 옮겼다. 이 단독주택단지의 개발업자는 N도의 건설그룹으로 그룹 회장이 제원화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웠다. 고급 단독주택단지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세밀한 검문을 받았다. 제원화는 이곳으로 옮겨와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동혁의 예상대로 그는 정말 동혁이 암흑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행방을 알아내라고 할까 봐 걱정했다. 또 경찰에게 직접 자신을 찾아오라고 할 수 도 있었다. 비록 그는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동혁을 깔보고 있었지만 자신이 애초에 동혁을 바보로 여기며 얕잡아봤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이동혁의 H시 인맥이 내 예상을 뛰어넘었어.’ 이번 계획을 위해 그는 미리 제설희과 양정석 등을 J시로 먼저 돌려보냈다. “이제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을 손 볼 차례인가?” 소파에 앉은 제원화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소식을 알아보러 나간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의 집 앞, 그리고 항난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사 앞에 경찰특공대 순찰차가 주차되어 있어 손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병운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원화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이동혁, 이 자식이 아주 치밀한 데가 있어. 예전에는 그놈을 얕봤지만 지금은 아주 밉살스러울 정도야. 거기다 하동해를 곽원산, 그 개X식이 끌어내리면서 하세량이 다시 시장 자리에 올랐어. 그렇지만 않았어도 이동혁 한놈만 상대하면 됐는데. 덕분에 고민을 좀 해야 하겠군.” 제원화는 이를 갈며 곽원산을 욕했다. ‘이동혁이 이미 방비를 마쳐서 쌍살이 느긋하게 소씨, 오씨, 정씨 가문을 찾아가기가 어려워졌어.’ ‘쌍살이 아무리 솜씨가 뛰어나도 총알이 날아오면 몸이 벌집이 될 거야.’ 그때 현병운이 제안했다. “회장님, 수소야 항난그룹
천진은 동혁을 뼈저리게 증오했다. 그의 얘기만 들어도 바로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였다. 제원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제가 당신의 꿈을 이루어 드리죠. 수소야와 딸을 끌어낼 방법이 없을까요?” 천진은 생각했다. ‘소야를 속여서 나오게 할 방법이 있지만 마리는 나와 친하지 않아서 어려운데.’ ‘내가 갑자기 소야에게 마리를 데리고 오라고 하면 이 여자가 의심할 테고.’ ‘그렇다면 마리부터 먼저 해결해야 돼.’ “제 회장님. 소야의 딸이 태양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아빠니까 딸의 하교를 마중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천진이 음침하게 말했다. 제원화는 즉시 손짓을 해서 현병운에게 그와 함께 가보라고 했다. ... 태양유치원. 백문수가 마리를 데리러 왔을 때 천진을 이미 그녀를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마리 얼굴의 표정을 보니 천진이 무서운 듯했다. “자네, 지금 마리를 데리러 온 건가?” 백문수가 놀라 물었다. 그는 천진이 마리를 데리러 오는 것을 처음 보았다. 천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소야가 마리를 데려 오라고 했어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먼저 돌아가세요.” “어? 어, 그래.” 백문수는 천진이 마리를 차에 태우는 걸 보고 이상해서 수소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천진 씨, 왜 거짓말해? 내가 언제 당신한테 마리를 데려오라고 했어?” 수소야가 전화를 걸어와 따져 물었다. [여보, 당신이 나와 재혼한 후 난 여태 마리 아빠 노릇을 한 적이 없어. 그래서 오늘 저녁에 마리하고 슈퍼 영웅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려고. 표도 내가 이미 다 사놨어.] 천진이 친절하게 말했다. [당신도 빨리 와. 은하쇼핑몰의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릴게. 알다시피 마리가 나와 친하지 않아서 좀 어색해하잖아.]수소야는 천진의 음흉한 속셈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천진이 마리에게 잘하는 것을 보고 조금 기쁘고 안심이 되어 가겠다고 대답했다. “수 사장님, 회장님께서 저희가 사장님을 경호하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사장님을 노릴
“흥, 입만 살아서 그럴듯하게 떠들긴. 내가 모를 줄 알아? 넌 그놈과 이미 침대에서 나뒹굴었잖아. 감히 바람을 피워서 내 체면을 구기다니. 지금 내가 그놈을 산 채로 찢어 죽여도 모자란다고.” 천진은 흉악한 얼굴로 광분해 소리쳤다. “이, 미X놈, 난 동혁 씨와 아무 일도 없었어.” “있든 없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이동혁이 오늘 죽었다는 거니까.” “...” 차 안이 시끄러워서 수소야를 경호하던 경호원들이 이미 상황을 눈치챘다. “불길한데? 누군가 사장님을 납치하려 하는 거 같아. 당장 저 차 세워.” 경호원들의 차 두 대가 막 출발하려 할 때였다. 부근에 주차에 있던 차들이 갑자기 시동을 걸더니 경호원 차들을 가로막아 꼼짝 못 하게 했다. 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무리의 깡패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따그락, 따그락.” 쇠파이프가 땅에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선두에는 주재원이 서있었다. 다급해진 경호원들은 가장 빠른 시간으로 깡패들을 해결했지만 수소야 모녀를 태운 차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사장님을 어디로 데려갔지?” 수소야의 경호원은 화가 나서 한 발로 주재원의 가슴을 밟았다. 피를 흘리는 주재원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제 회장님이 수소야 모녀를 청운각으로 끌고 간다고 하셨어. 이동혁에게 수소야 모녀가 쌍살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한 시간 안에 그곳으로 가라고 전해.” “절대 경찰에 신고해서도 강오그룹에 도움을 청해도 안돼.” 퍽!경호원이 발로 주재원을 차자 기절했다. “송소빈 비서에게 전화해서 회장님께 빨리 보고하라고 해.” 곧 동혁은 송소빈의 전화를 받았다. “제원화, 이 자식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동혁은 소식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 ‘소야 씨에 대한 경호는 이미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제원화, 그놈이 천진을 찾아내 이용할 줄은 몰랐어.’ ‘수소야 모녀가 쌍살, 두 변태 놈 손에 넘어갔다면 너무 위험해.’ 동혁은 살기등등하게 문을 나서며
제원화는 천성이 신중해서 항상 모든 일에 퇴로를 남겨놓았다. 그는 자신의 거처가 드러날까 봐 부하들에게 수소야 모녀를 자신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없습니다.] “좋아” 제원화는 J시 쌍살을 불러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너희들이 나를 위해 힘써주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 영상 속의 이 모녀는 오늘 밤 너희들 것이야. 너희들이 충분히 즐기고 나서 이동혁 그놈을 쓰러뜨리고 천천히 괴롭혀죠.” 쌍살은 살인에 중독되었을 뿐만 아니라 색욕도 아주 강해 일찍이 인간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들이 R시에 도착한 그날 밤에도 이정산의 며느리는 그들에게 산 채로 유린당하다 죽었다. 지금 영상 속의 수소야 모녀를 본 그들은 변태 같은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제원화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청운각으로 갔다. 청운각에 이르자 한 사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바로 수소야 모녀를 차로 데려온 성동규였다. “그 모녀는 어디 있지?” 여흥수는 음산한 미소를 지었는데 보기만 해도 성동규의 두피가 저릴 정도였다. 성동규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 “두 분, 위층으로 가시지요.” 쌍살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그는 아래층에 차 한 대가 도착한 것을 보았다. 두 남자가 그 차에서 내렸다. 바로 동혁과 석훈이었다. 성동규는 즉시 제원화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회장님, 이동혁이 도착했는데 한 사람과 함께 왔습니다.” [누구?] 제원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차문을 열어 준 걸 보니 운전기사 같기도 합니다.” [쓸모없는 인간, 이런 때에도 격식이나 따지고 있다니.] 제원화는 안심했다. ‘이동혁에게 차 문을 열어줄 정도의 운전기사라면 그리 대단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할 거 없지.’ [들어오게 하고 쌍살이 알아서 천천히 데리고 놀게 해.] 제원화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동혁 넌 이제 끝이야.’ ‘쌍살의 손에
“안돼, 다가오지 마!” 수소야가 놀라서 크게 비명을 질렀다. “양아빠, 보고 싶어. 양아빠, 엉엉...” 마리가 듣는 사람의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크게 울었다. 그러나 짐승 같은 쌍살은 동정심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변태욕이 더 커졌다. 쌍살이 음흉하게 웃으며 구석에 움츠리며 서있는 모녀에게 달려들었다. “죽고 싶어?” 갑자기 방 밖에서 노호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천둥이 치는 것처럼 크게 들려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천진은 놀라서 얼이 빠진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소야에게 그 외침은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 “동혁 씨!”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어? 이동혁이라고?” 쌍살는 즉시 수소야 모녀에게 다가가는 걸 멈추고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음산한 눈동자에서 한줄기 살기가 솟아올랐다. 여흥수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죽으러 왔나 보네.” “제 회장님께서 바로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 천천히 괴롭혀주라고 하셨어.” 여흥수가 불만 가득 입을 삐죽거렸다. “그럼 우리 저놈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리자. 난 사람 비명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더라고.” 그가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수소야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마리를 놔두고 쌍살에게 달려들었다. “제가 이놈들을 막을 테니, 동혁 씨 빨리 도망가요.” 그녀는 용기를 내어 두 팔로 쌍살 중 한 사람을 힘껏 껴안으려고 했다. ‘동혁 씨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주었는데. 난 동혁 씨가 우리들 때문에 이 두 악귀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걸 볼 수 없어.’ 짝!여흥수가 손바닥으로 수소야를 후려갈겼다. “주제넘게 나서지 마.” “엄마!” 마리가 울부짖으며 쪼그리고 앉아 쓰러진 수소야를 부축했다. “쌍살, 죽고 싶어?” 분노가 치솟은 동혁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놀라서 휘둥그레 눈을 뜬 천진이 동혁의 용기에 감탄했다. “너 정말 배짱 좋다.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감히 쌍살에게 덤비려 하다... 악!” 동혁이
갑자기 길을 막은 세화를 보자 강경영의 눈이 번쩍 뜨였다.강경영의 눈빛 속에 드러났던 탐욕의 기색은 곧 사라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강경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진 회장이라... 그렇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요?”이미 아래층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기에, 지금 강경영의 짜증을 내는 표정을 보자 세화의 마음속 불만은 더 커졌다.‘비록 내가 조사를 받는 입장이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야.’‘왜 이 강 대표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기는 거야?’그래도 세화는 여전히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앞서 저희가 식사를 약속했는데, 지금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보세요...”그러나 세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경영이 짜증을 내면서 말을 끊었다.“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계속 기다리세요!”‘지금 가장 빨리 사정우를 빼내야 하는데, 진세화와 밥을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이 말을 마친 강영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훌쩍 떠났다.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는 세화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차갑게 강경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여보, 상대가 우리를 곱게 대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돌아가자.”“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세화는 고개를 저었다.‘사해상공회의소는 N도 재계의 거대 단체야. 직원의 태도가 좀 거만한 건 이해할 수 있어.’‘내 밑의 두 그룹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화도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반대편.강경영은 곧 변호사를 데리고 남경찰서로 달려갔다.교통사고가 남경찰서의 관할구역에서 발생했기에, 사정우는 이곳으로 끌려가서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동혁이 이미 임창호를 통해서 조동래에게 손을 썼기 때문에, 남경찰서 쪽에서는 기꺼이 사람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배상금액을 본 강경영은 화가 치밀었다.“배상금이 20억 원? 마세라티에 부딪쳤다더니 금액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가격이 2억에서 4억 원 정도이기 때문에 사해상공
오한민은 강경영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다.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H시경찰국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국장이다. 강경영이 입으로는 아무리 상대방을 업신여긴다 해도, 아무나 찾아서는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곧바로 H시의 시장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지금 H시는 시장이 새로 바뀐 상태였다. 신임 시장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라서, 강경영이 찾으려고 해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곧 오한민과 연락이 닿았다.[경영 아우님, 조동래 그자는 내가 알지. H시에서는 차가운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강골로 통하지.][이번에 사정우가 조동래의 손에 넘어갔으니, 확실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겠어...]전화기 맞은편의 오한민은 난감한 말투였다.강경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아부했다.“오 사장님, 사장님의 수단이라면 강골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아무리 노회한 인간이라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겠지요.”“오 사장님이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우만 빼낼 수 있다면 저뿐만 아니라 사씨 가문도 은혜를 입게 되는 겁니다.”오한민은 다시 딴청을 부리면서 망설이는 척하다가 비로소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동래의 직속 상관을 찾아야 제압할 수 있어.][내가 H시의 새 시장과 연락해서 사정우를 구할 수 있는지 한번 볼게.]강경영은 오한민이 또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이 더 큰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기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한민이 정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결국 오한민 자신도 새 시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단지 새 시장이 부임한 지 고작 2, 3일 만에 이미 두 개의 큰 사건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처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척 보기만 해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오한민 자신은 새 시장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기에,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에게만 연락할 수 있었다.명성호텔 1층 로비에서 동혁은 임창호의 전화를 받았다. [시장님,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이 전화를 걸어서 사씨 가문의 사정우를 도와달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