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입만 살아서 그럴듯하게 떠들긴. 내가 모를 줄 알아? 넌 그놈과 이미 침대에서 나뒹굴었잖아. 감히 바람을 피워서 내 체면을 구기다니. 지금 내가 그놈을 산 채로 찢어 죽여도 모자란다고.” 천진은 흉악한 얼굴로 광분해 소리쳤다. “이, 미X놈, 난 동혁 씨와 아무 일도 없었어.” “있든 없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이동혁이 오늘 죽었다는 거니까.” “...” 차 안이 시끄러워서 수소야를 경호하던 경호원들이 이미 상황을 눈치챘다. “불길한데? 누군가 사장님을 납치하려 하는 거 같아. 당장 저 차 세워.” 경호원들의 차 두 대가 막 출발하려 할 때였다. 부근에 주차에 있던 차들이 갑자기 시동을 걸더니 경호원 차들을 가로막아 꼼짝 못 하게 했다. 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무리의 깡패들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따그락, 따그락.” 쇠파이프가 땅에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선두에는 주재원이 서있었다. 다급해진 경호원들은 가장 빠른 시간으로 깡패들을 해결했지만 수소야 모녀를 태운 차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사장님을 어디로 데려갔지?” 수소야의 경호원은 화가 나서 한 발로 주재원의 가슴을 밟았다. 피를 흘리는 주재원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제 회장님이 수소야 모녀를 청운각으로 끌고 간다고 하셨어. 이동혁에게 수소야 모녀가 쌍살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한 시간 안에 그곳으로 가라고 전해.” “절대 경찰에 신고해서도 강오그룹에 도움을 청해도 안돼.” 퍽!경호원이 발로 주재원을 차자 기절했다. “송소빈 비서에게 전화해서 회장님께 빨리 보고하라고 해.” 곧 동혁은 송소빈의 전화를 받았다. “제원화, 이 자식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동혁은 소식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 ‘소야 씨에 대한 경호는 이미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제원화, 그놈이 천진을 찾아내 이용할 줄은 몰랐어.’ ‘수소야 모녀가 쌍살, 두 변태 놈 손에 넘어갔다면 너무 위험해.’ 동혁은 살기등등하게 문을 나서며
제원화는 천성이 신중해서 항상 모든 일에 퇴로를 남겨놓았다. 그는 자신의 거처가 드러날까 봐 부하들에게 수소야 모녀를 자신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없습니다.] “좋아” 제원화는 J시 쌍살을 불러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너희들이 나를 위해 힘써주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 영상 속의 이 모녀는 오늘 밤 너희들 것이야. 너희들이 충분히 즐기고 나서 이동혁 그놈을 쓰러뜨리고 천천히 괴롭혀죠.” 쌍살은 살인에 중독되었을 뿐만 아니라 색욕도 아주 강해 일찍이 인간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들이 R시에 도착한 그날 밤에도 이정산의 며느리는 그들에게 산 채로 유린당하다 죽었다. 지금 영상 속의 수소야 모녀를 본 그들은 변태 같은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제원화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청운각으로 갔다. 청운각에 이르자 한 사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바로 수소야 모녀를 차로 데려온 성동규였다. “그 모녀는 어디 있지?” 여흥수는 음산한 미소를 지었는데 보기만 해도 성동규의 두피가 저릴 정도였다. 성동규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 “두 분, 위층으로 가시지요.” 쌍살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그는 아래층에 차 한 대가 도착한 것을 보았다. 두 남자가 그 차에서 내렸다. 바로 동혁과 석훈이었다. 성동규는 즉시 제원화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회장님, 이동혁이 도착했는데 한 사람과 함께 왔습니다.” [누구?] 제원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차문을 열어 준 걸 보니 운전기사 같기도 합니다.” [쓸모없는 인간, 이런 때에도 격식이나 따지고 있다니.] 제원화는 안심했다. ‘이동혁에게 차 문을 열어줄 정도의 운전기사라면 그리 대단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할 거 없지.’ [들어오게 하고 쌍살이 알아서 천천히 데리고 놀게 해.] 제원화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동혁 넌 이제 끝이야.’ ‘쌍살의 손에
“여보, 이렇게 씻겨 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아직…….”“이혼하기 전에 내 처음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세화는 욕조에 앉아 있는 이동혁의 뒤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가느다란 손으로 남편의 몸을 정성을 다해 씻겼다. 물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세화는 남편 동욱의 건장한 몸에 바디워시를 칠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복근이 손끝을 스치지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그러나 동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콧날이 시큰거리더니 결국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너무나도 잘 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비뚤어진 입가를 따라 침까지 흐르고 있었다. 정교하게 빚었다가 찌그러뜨린 점토 공예품과 같다고 할까.“여보,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세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기만 했다.3년 전,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에 남편 이동혁이 갑자기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게.하룻밤 사이에 신랑이 도망쳤다고 소문이 나면서 세화의 친정인 진씨 집안은 H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진씨 가문 최고 어른인 진한영이 강제로 이혼을 시키려고 했지만, 세화는 남편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동혁이 말도 없이 떠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도.크게 노한 진한영은 세화의 가문 내 모든 자격과 권리를 박탈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세화의 가족을 진성그룹에서 쫓아냈다.그런데 3개월 전, 동혁이 세화의 집 앞에 던져졌다. 당시 모든 기억을 잃었고, 말은커녕 침만 질질 흘리는 완전 바보가 된 상태로.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상황에도 세화는 매일 동혁을 데리고 병원을 오갔다. 남편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며.이 사실이 알려지며 진씨 집안의 체면은 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자 진한영은 또다시 세화에게 당장 이혼하라는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 정말
전화기 너머에서 탁자와 의자가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한바탕 이어졌다.감격에 겨워 떨리는 설전룡의 음성이 들려왔다.[큰 형님, 정말 큰 형님이십니까? 어디 가셨던 겁니까?][그동안, 큰 형님 소식이 전혀 없어 저희들 모두 초조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형님 신분이 극비라 명령 없이는 찾으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동혁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귀찮은 인간들이 있었어. 괜찮아, 지금은 이미 회복했어.”[설마 형님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누굽니까? 큰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모두 이끌고 가서 납작하게 밟아버리겠습니다.]분노한 설전룡이 목소리를 높였다.“됐어.” 동혁의 얼굴이 살을 에일 듯이 차가워졌다. 이씨 집안의 일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오늘 밤 안에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하는 걸로 조치를 취해!”“동시에 2조 원을 H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해!”종군 3년 동안, 수하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싸웠을 뿐 아니라 해외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게 바로 천룡투자그룹이었다!그는 천룡투자그룹을 이용해서 세화를 도울 생각이었다![예!]설전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큰 형님, 제가 즉시 H시에 가겠습니다.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안팎으로 시끄럽게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항들은 제가 직접 보고하는 게 좋겠습니다.]“좋아.”……천룡투자그룹, H시 전격 진출!이 소식은 마치 천둥 같이 그날 밤 H시 전체로 퍼졌다!이렇게 되면 H시 내의 여러 세력 가문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고의 대자본이다. 수중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 전문 기업이었다.만약 H시 어느 한 가문이라도 천룡투자그룹을 먼저 잡는다면 분명 엄청나게 그 세력을 키우게 되는 건 물론, H시 최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이튿날 아침, 스스로 병원을 나온 동혁은 먼저 진씨 가문으로 갔다.진씨 집안의 저택.진씨
“동혁 씨, 설마 당신…… 정신이 돌아온 거야?”동혁의 맑은 눈동자를 보던 세화가 믿기지 않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응, 나 회복했어, 여보.”동혁이 세화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고 대담하던 그가 지금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세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동혁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흥! 정신이 돌아오면 또 뭐해!”화란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봤자 폐급일 뿐이잖아!”화란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구석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헛소리 말고 앉기나 해. 2조 원을 기여하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세화가 그를 말리며 구석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구석의 접이식 의자에는 달랑 세화 가족만 앉아 있었다. 그저 다른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 앞에 올려진 건 고작 국수 네 그릇.상석에 자리한 진한영은 눈앞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며 마음이 흡족한 듯 호탕한 음성으로 말했다.“다들 조용, 내가 한 가지 발표하도록 하겠다!”진한영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진한영이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젯밤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빅맥과 같은 존재야. 이번에 H시에 진출하면서 H시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게 분명하다. 이건 우리 진씨 집안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게야!”“지금은 우리 진씨 집안이 H시에서 꽤 잘나간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언제든 다른 집안에게 쉽게 추월을 당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그러니 우리는 천룡투자그룹을 꼭 붙잡아야 한다!”“천룡투자그룹에서 흘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울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야.”진한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는지 얼굴이 불그스레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포하겠다! 우리 진
세화는 남편의 자신에 찬 모습을 보면서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현재 집안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 채 일어서서 말했다.“할아버님, 제가 빚을 받아오겠습니다. 약속드릴게요.”“너! 이 계집애가 미쳤어! 만약 네가 표범에게 맞아 얼굴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널 주태진이 계속 원할 것 같애?”다급해진 류혜진이 안절부절못했다.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진한영조차 세화가 하겠다고 대답할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진태휘를 비롯해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진태휘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 세화의 발 밑에 던졌다.“네 용기가 참 가상해서 주는 거야. 이 돈으로 차비나 해.”진화란도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원해서 가는 거야. 맞아서 불구가 되더라도 집안에서 너를 강요했다고는 하지 마.”동혁의 차가운 눈빛이 몇몇 사람을 훑으며 지나갔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나 하는 소인배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곧장 세화의 손을 잡은 채 저택 밖으로 나갔다.류혜진 부부는 뜨거운 솥 위에 올라탄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주태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 주태진은 계속 세화를 좋아해 왔으니까…….”……모터 월드.세화는 방금 산 과일 두 봉지를 들고 옆에 있는 동혁에게 신신당부했다.“되도록 말은 하지 말아요. 절대 표범을 화나게 하면 안돼요, 알았죠?”동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는 세화다.두 사람이 표범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리더니 분홍색 포르쉐 한 대가 달려와 두 사람 앞에 섰다.그리고 창문이 열리며 진화란의 까칠한 얼굴이 나타났다.“어머, 두 사람 용감하게도 빚을 받으러 왔네? 그냥 허풍을 떠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지.”“진화란, 여긴 왜 온 거야?”세화가 눈썹을 찌푸리며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차 한 대 뽑으러 왔지. 설마 너희 두 병신처럼 얻어 맞으려고 빚 갚으라는 소리 하러 왔겠어?”화란이
‘이 씨?’표범이 동혁을 바라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동혁이라는 사람이 왔는데, 지금 손 좀 보려고요.”잠시 조용하던 전화기 저편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표범이 얼른 물었다.“보스, 왜 그러세요?”다음 순간, 우레와 같은 성난 고함이 표범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지금 왜 그러냐고?! 이 개자식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냐?”“지금 말할 테니 잘 들어! 당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 조상님 모시듯이 대해야 해, 알았어?”순간 표범은 멍했다. 최근 들어 보스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보스,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진씨 집안의 데릴사위에 불과한데요.”“야 표범, 너 죽고 싶어? 그분의 눈에 우리는 하루살이 같은 신세야! 그분 눈 밖에 나기라도 하는 순간 우린 그냥 끝장이라고!”“보스…… 어…….”듣고 있는 표범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한다. 내가 무릎을 꿇어도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분이니 알아서 잘 해.”말이 끝나자 전화가 탁 끊어졌다.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표범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두 다리는 어느새 덜덜 떨고 있었다.표범이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진화란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표범 씨, 왜 그러세요? 빨리 이 두 인간들 혼내라고 하세요.”“혼내 줘? 오냐 그래, 내가 널 혼내 주마. 씨X!”난폭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짝!표범이 손을 들어올려 진화란의 따귀를 때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비틀거리며 몇 걸음 뗀 화란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얼굴을 가린 채 선 그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표범 씨…… 나는 차를 사러 온 사람이라고요. 당연히 저 두 사람을 때려야지.”“때릴 건 바로 너 같은 년이야! 방씨 가문의 체면만 아니면 오늘이 네 제삿날이었어! 당장 꺼져!”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화란은 얼이 빠져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욱이 화를
“허.” 심장미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그래? 정말 보고 싶네. 긴 말 할 필요도 없이 오늘 주태진이 예약한 장소가 어디인지나 알아?”“자그마치 엠파이어 호텔 3층이야! 당신 같은 쓰레기들은 평생 올려다볼 수 없는 곳이라고!”혜진이 두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엠파이어 호텔 3층? 적어도 골드 회원은 돼야 예약할 수 있다던데!”엠파이어 호텔 3층은 H시에서 손꼽히는 레스토랑이다. 골드회원이 되려면 최소 20억 구매력을 갖춰야 했다. 진씨 집안에서는 오직 진한영 한 사람만 소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리고 3층 이상의 층들은 더 비싸고 까다롭기가 상상을 초월했다!심장미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이게 바로 당신과 주태진의 차이야. 세화에게 기대고 있는 주제에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기는지 정말 모르겠네.”“장미야, 이 쓸모없는 놈은 상대하지 마. 세화가 내려왔으니, 빨리 출발하자. 주태진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잖니?”혜진은 동혁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움직였다.랜드로버가 훌쩍 떠나자, 동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큰 형님, 심용삼이 엠파이어 호텔 9층 엠퍼러 홀에서 사죄하는 의미로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참석하시겠습니까?”“이리로 차를 보내라고 해.”……엠파이어 호텔 입구.랜드로버가 막 멈추자, 일찍부터 문 입구에서 기다리던 주태진이 바로 맞이했다.화이트의 명품 슈트를 걸친 주태진이 손에 선홍색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있었다. 세화를 도와 차문을 연 뒤, 웃으며 말했다.“세화야, 너 오늘 너무 예뻐.”세화는 억지로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장미가 세화의 허리를 찌르며 속삭였다.“태진이 너에게 말하고 있잖니? 대답 좀 해.”“아니…….”세화가 몸을 옆으로 돌려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그냥 동혁 씨 저녁은 어떻게 하나 싶어서…….”“너 아직도 그 바보 걱정이야? 왜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장미는 꽃길을 마다하고 굳이 가시밭길을 가려는 친구가 안타까워 탄식했다.“와!”누군가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