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화는 천성이 신중해서 항상 모든 일에 퇴로를 남겨놓았다. 그는 자신의 거처가 드러날까 봐 부하들에게 수소야 모녀를 자신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데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없습니다.] “좋아” 제원화는 J시 쌍살을 불러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너희들이 나를 위해 힘써주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 영상 속의 이 모녀는 오늘 밤 너희들 것이야. 너희들이 충분히 즐기고 나서 이동혁 그놈을 쓰러뜨리고 천천히 괴롭혀죠.” 쌍살은 살인에 중독되었을 뿐만 아니라 색욕도 아주 강해 일찍이 인간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들이 R시에 도착한 그날 밤에도 이정산의 며느리는 그들에게 산 채로 유린당하다 죽었다. 지금 영상 속의 수소야 모녀를 본 그들은 변태 같은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들은 제원화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청운각으로 갔다. 청운각에 이르자 한 사람이 그들을 맞이했다. 바로 수소야 모녀를 차로 데려온 성동규였다. “그 모녀는 어디 있지?” 여흥수는 음산한 미소를 지었는데 보기만 해도 성동규의 두피가 저릴 정도였다. 성동규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혔다. “두 분, 위층으로 가시지요.” 쌍살과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그는 아래층에 차 한 대가 도착한 것을 보았다. 두 남자가 그 차에서 내렸다. 바로 동혁과 석훈이었다. 성동규는 즉시 제원화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회장님, 이동혁이 도착했는데 한 사람과 함께 왔습니다.” [누구?] 제원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차문을 열어 준 걸 보니 운전기사 같기도 합니다.” [쓸모없는 인간, 이런 때에도 격식이나 따지고 있다니.] 제원화는 안심했다. ‘이동혁에게 차 문을 열어줄 정도의 운전기사라면 그리 대단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할 거 없지.’ [들어오게 하고 쌍살이 알아서 천천히 데리고 놀게 해.] 제원화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동혁 넌 이제 끝이야.’ ‘쌍살의 손에
“안돼, 다가오지 마!” 수소야가 놀라서 크게 비명을 질렀다. “양아빠, 보고 싶어. 양아빠, 엉엉...” 마리가 듣는 사람의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크게 울었다. 그러나 짐승 같은 쌍살은 동정심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변태욕이 더 커졌다. 쌍살이 음흉하게 웃으며 구석에 움츠리며 서있는 모녀에게 달려들었다. “죽고 싶어?” 갑자기 방 밖에서 노호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천둥이 치는 것처럼 크게 들려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천진은 놀라서 얼이 빠진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소야에게 그 외침은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 “동혁 씨!” 그녀는 크게 소리쳤다. “어? 이동혁이라고?” 쌍살는 즉시 수소야 모녀에게 다가가는 걸 멈추고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음산한 눈동자에서 한줄기 살기가 솟아올랐다. 여흥수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죽으러 왔나 보네.” “제 회장님께서 바로 죽이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 천천히 괴롭혀주라고 하셨어.” 여흥수가 불만 가득 입을 삐죽거렸다. “그럼 우리 저놈 온몸의 뼈를 으스러뜨리자. 난 사람 비명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더라고.” 그가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수소야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마리를 놔두고 쌍살에게 달려들었다. “제가 이놈들을 막을 테니, 동혁 씨 빨리 도망가요.” 그녀는 용기를 내어 두 팔로 쌍살 중 한 사람을 힘껏 껴안으려고 했다. ‘동혁 씨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주었는데. 난 동혁 씨가 우리들 때문에 이 두 악귀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걸 볼 수 없어.’ 짝!여흥수가 손바닥으로 수소야를 후려갈겼다. “주제넘게 나서지 마.” “엄마!” 마리가 울부짖으며 쪼그리고 앉아 쓰러진 수소야를 부축했다. “쌍살, 죽고 싶어?” 분노가 치솟은 동혁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놀라서 휘둥그레 눈을 뜬 천진이 동혁의 용기에 감탄했다. “너 정말 배짱 좋다.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감히 쌍살에게 덤비려 하다... 악!” 동혁이
“으아아, 분하다.” 여흥수는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방금 전의 흉포함과 오만함은 어딜 간 듯 보이지 않았고 사고를 당한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흥수야!” 여흥일의 눈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들 형제는 J시 암흑가를 주름잡았다. 사람을 죽이고 가문을 무너뜨려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대단했다. 그런데 지금 여흥수는 석훈을 단 한 번 건드리지도 못하고 무참히 참패했다. 더욱이 폐인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여흥일은 자신의 동생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서 고통을 느꼈다. 동시에 처음으로 석훈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놈.’ “야, 다음은 네 차례야.” 석훈이 여흥일을 가리켰다. 정세가 반전되어 지금 석훈은 사냥꾼이 되었고 여흥일은 사냥감이 되었다. 여흥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형님, 저희 형제가 잘못했습니다. 조용히 동생을 데리고 돌아가게 해 주시면 오늘 일은 잊겠습니다. 앞으로 절대 복수도 하지 않을 겁니다.” 여흥일에게 이전의 광기와 흉악함은 사라졌고 마치 정상인과 다를 바 없이 침착하게 말을 했다. “너희 형제가 밖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미친놈들은 아닌 것 같네. 보아하니 그간 변태 짐승으로 보이려고 연기한 건가?” 석훈은 여흥일에게 다가가며 냉랭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넌 내게 조건 따위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어. 봐주기엔 이미 늦었다고.” 석훈은 여흥일의 의도를 파악했고 속지 않았다. “그렇다면 같이 죽는 수밖에.”여흥일의 눈이 다시 광기로 번뜩였다 그가 움직였다. 하지만 상대는 석훈이 아니라 뒤에 있는 수소야 모녀였다. 여흥일이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흐흐,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겠다면 이 두 여자는 나와 함께 죽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뒤를 맞았다. “윽!” 여흥일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그는 너무 놀라 고개를 돌려 석훈을 바라보았다. ‘이놈은 귀신이야?
“하하, 진세화는 자기 남편이 회장님 손에 넘어갔다는 걸 알고 회장님께 선처를 부탁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년이 저희 아린의 얼굴을 망쳤어요. 이따 그년이 오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우리에게 싹싹 빌라고 하죠.” 안우평 등 몇 명은 크게 웃으며 통쾌해했다. “마침 세화가 보고 싶었는데 잘됐군. 세화에게 바로 청운각으로 오라고 해.” 제원화가 현병운에게 손짓을 했다. 그의 냉엄한 눈빛이 욕망으로 번쩍였다. 제원화의 진짜 목표는 동혁이 아니라 세화가 소유한 두 회사의 지분이다. 그것이야말로 그에게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수소야가 이미 제 손에 있는 이상 항난그룹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예요. 거기에 세방그룹과 혜성그룹까지 더하면 아주 괜찮은 수확이군요.” 제원화는 평소 속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금은 아주 의기양양했다. “외종할아버지, 그간 안녕하셨어요.” 잠시 후 세화가 도착했고 그녀의 곁에는 안색이 굳은 천미가 따라왔다. 천미는 원래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J시 쌍살에게 패배한 일로 큰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화가 모든 것을 걸고 동혁을 혼자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미는 절친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 할 수없이 자발적으로 세화를 따라왔다. “그래, 세화야,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 제원화는 담담하게 웃으며 차분하게 물었다. 이미 주도권은 제원화에게 넘어가 있었다. “제원화, 당신 모르는 척하지 마. 우리가 동혁이와 수 사장 모녀 때문에 여기 온 거 다 알잖아. 암흑가의 내 가족들을 건드리더니 이제는 쌍살에게 무고한 모녀에게까지 손을 대게 해?” 천미는 겉으로 보기에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눈빛은 유달리 냉정했다. 제원화는 천미를 흘끗 보고는 한눈에 그녀가 자신을 떠보려 한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래서 한발 물러서서 말했다. “내게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내가 쌍살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게 아니니까.” “이런, 늙은 여우.” 천미는 제원화가 너
“진 회장, 우리 제 회장님은 약속을 지키는 분이에요. 단지 J시 쌍살 손에 들어가면 누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뿐.” “김대이와 박용구 아시죠? 우리도 두 사람이 쌍살에 의해 그렇게 온몸의 뼈가 다 부러질 줄은 몰랐다니까요. 하하하.” 일부러 자극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던 세화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마음속에서 더욱 동혁을 걱정했다. ‘동혁 씨, 제발 무사해야 해.’ 그녀는 마음속으로 무사하길 기도했지만 동혁의 손발이 부러지고 심지어 어쩌면 김대이나 박용구처럼 폐인이 돼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화는 이제 동혁이 살아 있기만을 바랬다. 드디어 사람들이 5층에 도착했다. 방 밖에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며 엎드려 쓰러져 있는 천진을 발견했다. “어, 저놈이 다쳤는데요? 보아하니 이동혁, 그놈이 여기까지 와서 쌍살과 싸웠나 봐요.” 안우평 등이 놀라더니 냉소했다. ‘감히 쌍살과 싸움을 하려 하다니. 이동혁, 그놈 배짱 한번 두둑하네. 그래봤자 쌍살에게 더 호되게 당할 텐데.’ “바닥이 움푹 들어간 두 곳에 각각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하하하, 틀림없이 이동혁과 그놈과 함께 온 그 운전사일 거예요.” 유진세가 방 앞에 이르자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방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 피범벅이 된 두 사람이 엎드린 채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허, 쌍살이 아주 심하게 손을 썼나 본데요? 이동혁과 그 운전기사가 쓰러지면서 바닥이 부서질 정도라니. 저러면 온몸에 성한 뼈가 하나도 없겠어요. 그 최고 정형외과 의사인 하 선생이라도 치료할 수 없겠는데요.” “그러게요. 완전 폐인이 되었겠어요.” “그 수 사장 모녀는 안 보이는데, 하하, 설마 쌍살이 데리고 어디론가 갔나 본데요?” 안우평 등은 세화가 놀라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고소해하며 기뻐했다. “그나마 죽지 않았으니 재수가 좋네.” 제원화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세화야, 이제 지분 양도서를 넘겨라. 그리고 네 남편 데려가.” “동혁 씨!” 세화는 눈물을
“심천미, 네년이 죽고 싶은가 보구나. 네 양아버지인 장해조도 감히 나한테 너처럼 무례하게 굴지 못해.” 제원화는 뺨을 가리고 대노했다. 쫙! 천미는 제원화의 손에서 지분 양도서를 빼앗아 갈기갈기 찢고서 냉소했다. “J시 쌍살이 모두 폐인이 된 마당에 감히 어디서 건방지게. 다른 사람들이나 당신을 무서워하지 나는 전혀 무섭지 않거든. 바로 사람을 불러 네놈을 죽여주마.” 천미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안우평 등은 천미가 정말로 부하들을 불러 자신들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 회장님, 어서 J시로 돌아가시죠. 더 이상 H시에 있으면 안 됩니다.” “네년은 내가 나중에 꼭 혼내 주마.” 제원화도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내색하지는 않았고 싫은 데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듯 몇 사람의 손에 의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곧 아래층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차 몇 대가 도망치듯 H시를 떠났다. “저 늙은 개X식, 역시 도망가는 것도 빠르네.” 천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방금 그녀는 단지 부하들을 부르는 시늉만 했을 뿐이었다. 제원화는 어쨌든 명문가의 주요 인물이었고, 만일 천미가 정말 그를 여기서 죽이게 되면 명문가와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근데 이상하네. 쌍살이 도대체 누구에 의해 이렇게 폐인이 됐지? 동혁이가 그랬을 리는 없고. 그 녀석이 싸움을 잘하기는 해도 쌍살의 상대는 절대 아니니까.” 천미와 세화가 함께 청운각을 나왔다. 세화는 누가 쌍살을 폐인으로 만들었든 관심이 없었고 동혁의 행방이 제일 중요해 서둘러 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인근 병원. 마리는 동혁의 큰 손을 잡고 큰 눈을 껌벅거리며 흰 가운을 입은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 선생님, 약을 발라도 우리 엄마 얼굴이 계속 아플까요?” “응, 우리 꼬마친구. 약을 두 번 더 바르면 그땐 아프지 않을 거야.” 수소야에게 약을 바르는 의사가 말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째려보았다. “남편이 자기 아
동혁의 지시를 받은 석훈은 빠르게 병원을 떠나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제원화 일행을 쫓아갔다. 한편. 제원화 일행은 이미 HJ고속도로를 타고 J시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번에 H시에서 큰 실패를 했어요. 이렇게 무기력하게 H시를 탈출해야 한다는 게 너무 달갑지가 않군요.” 안우평 등 몇 사람이 모두 분한 표정을 지었다. ‘제 회장을 따라 함께 H시로 진출하기로 결정했을 때만 해도 H시의 기존세력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우리가 H시에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따를 것이라 여겼는데.’ ‘얘들이 먼저 당하고 이어서 우리까지 다른 사람에 의해 낭패를 겪을 줄 알았냐고?’ ‘우리가 이렇게 똥줄이 타는 개처럼 H시에서 줄행랑이나 쳐야 하는 신세가 되다니.’ “참, 의외예요. H시에 J시 쌍살을 모두 폐인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실력자가 있다니. 대체 그 개X식이 누구인지 정말 알고 싶네요.” 처음에 그들은 그 인물이 동혁이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바로 부정했다. ‘이동혁의 싸움 실력이 좋아도 결코 쌍살의 상대는 되지 못해.’ 다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도 쌍살을 쓰러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도무지 추측할 수 없었다. 지금 가장 답답한 것은 제원화였다. 쌍살은 그에게 있어서 마지막 승부수였다. 큰 어르신인 추지연이 이미 그에게 모든 가문의 사업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제원화는 설사 그렇다 해도 H시의 항난그룹 등 5개 그룹을 차지한다면 다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그 마지막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쌍살을 쓰러뜨린 놈이 대체 누구지? 갈기갈기 찢어 죽일 놈.’ 제원화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태연함을 유지했다. ‘이럴 때일수록 안 회장 등 앞에서 약해 보이면 안 돼. 어떻게든 저들을 내편으로 계속 붙들어 놓을 필요가 있어.’ ‘그래야 가문에 돌아가도 여전히 내게 발언권이라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제원화는 생각대로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몰라
잠시 후. 제원화, 안우평 등의 사람들이 머리를 밟힌 채 강제로 바닥에 엎드렸다. 이제야 그들은 자신들을 쫓아온 젊은이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천준호, 죽은 대동사채 천대호의 아들!’ 천준호는 반쯤 웅크리고 앉아서 단도의 끝을 제원화의 눈과 코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천 사장, 전 아버지와 오랜 친구사이예요.” 제원화는 발에 머리를 짓밟히는 굴욕을 참으며 애써 해명했다. “닥쳐!” 천준호가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죽기 전에 큰아버지께 복수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어.” “천 사장, 전 억울합니다.” 제원화는 크게 놀라며 힘껏 소리쳤다. “분명히 이건 누군가가 우리를 이간질하려고 그런 거예요. 내가 천 사장 아버지를 위해 꾀를 내서 진세화 가족을 찾아가 돈을 받아내라고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모두 천 사장 아버지가 돈을 벌게 도와주려고 그런 겁니다. 그래, 제가 아니에요. 잔인하게 천 사장 아버지를 살해하고 대동사채를 문 닫게 한 건 강오그룹이라고요.” 퍽! 단도가 제원화의 입을 세게 때려서 순간 그의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 “아버지를 이용해 놓고 지금 억울하다는 거야?” 천준호는 눈에서 살기가 피어오르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 말도 일리가 있어. 어떤 사람이 나를 바보로 알고 이간질을 시키는 것일 수도 있겠어. 그렇다면 그놈들이 원하는 대로 강오그룹부터 먼저 부숴버리고 그 심천미, 아, 그리고 진세화였나? 그 두 여자는 모두 내 전리물로 잡아와야겠어.” 제원화는 미칠 듯이 기뻤다. “천 사장의 생각이 맞아요. 그리고 이동혁이라는 놈도 있어요. 그놈이 진세화의 남편이자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이에요. 반드시 그놈은 그냥 두면 안 됩니다. 그놈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니 제가 사장님과 함께 H시로 가겠습니다.” 제원화는 천준호가 자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거액의 배상금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래도 이동혁과 세화가 망할 것에 비하면 내가 치를 대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
“진 회장님, 자고로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 남편이 나와 골스 재단을 무시하며 도발한 이상, 이 정도 내 요구는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대니얼은 경호원이 10명이나 있어서 믿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그는 냉소를 머금고 무심한 듯 말했다. “물론, 요구를 거절해도 상관없어요.” “그렇다면 난 당신과 당신 남편이 내 요구를 거절한 결과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니까.” 이 말을 하고 그는 손을 내저었다. “처벅!” 그의 뒤에 있던 10명의 경호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세화는 경호원들이 낀 선글라스에서 자신과 동혁을 향한 열 줄기 야수 같은 시선을 느꼈다. 미세한 살기가 그들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역시 전쟁터에 나가서 피를 본 노병들다웠다. 그들 특유의 살기로 인해 앞에 서있는 세화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을 뿐만 아니라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여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모두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워졌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앞으로 대니얼 씨의 눈밖에 나면 아주 큰일이 나겠어.’ 연회장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의 같은 생각을 했다. “여보, 겁낼 거 없어.”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일어나 자연스럽게 세화의 앞을 막아서자 살기가 차단되었다. 이상하게도 경호원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살기가 동혁을 거치면서 마치 먼지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10명의 경호원들이 동혁을 주시하자 더욱 강한 살기가 동혁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폭풍 같은 살기에도 동혁은 여전히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그 순간 경호원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들의 모든 살기가 그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당신들 죽고 싶나요?” 바로 그때 동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윽.
“진 회장님, 당신의 저 쓸모없는 남편은 이제 끝이야.” 주다정의 목소리는 득의양양하며 독기가 가득했다. 대니얼은 동혁을 보고 비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동혁에게 두 번이나 뺨을 맞은 일로 복수를 고민하다가, 특별히 사람을 소개받아 이 열 사람을 자신의 경호원으로 고용했다. “헉.” 주다정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 한번에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를 냈다. ‘경호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대단해 보이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열 명이나 오다니.’ 사람들은 순간 동혁이 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대니얼의 발밑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면서 모두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세화는 마음속에서 점점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혁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설득했다. “동혁 씨,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하고 맞서지 말아. 괜히 화풀이를 당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방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부드럽게 넘어가자.” “걱정 마. 내가 절대 동혁 씨를 무릎 꿇리지 않을 거니까. 기껏해야 돈으로 조금 보상해 주면 그만 일거야.” 세화는 동혁의 성격이 강하지만 때로는 마음 약한 구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혁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일어나서 대신 사과했다. “대니얼 씨, 제 남편이 저 때문에 아까 괜한 실수를 한 거 같네요.” “어떻게 하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 주시겠어요?”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건 좀 지나치니, 다른 방식으로 사과를 대신할게요.” 세화가 저자세로 나오자 대니얼은 웃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두 눈으로 세화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세화는 마음이 불안해지며 상대방이 무슨 부당한 요구를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니얼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냉랭하게 말했다. “만약 진 회장님이 제 요구를 들어준다면, 쓸모없는 남편에 대한 회장님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각해 지난 모든 무례한 일들을 묻지 않고 관대하게 용서하죠.” 세화는 마음속에서 더욱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요구가 뭔지 말
류성중은 자신의 말에도 동혁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세화를 노려보았다. “세화야, 쓸모없는 네 남편 놈이 아직도 뭘 모르는구나. 그리고 너는 또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 빨리 네 남편이 대니얼 씨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해.” “대니얼 씨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혼내줄지 각오해.” 류성중의 말에 분노한 세화의 하얀 얼굴이 더 차갑게 변했다. ‘저 사람이 정말 내 친외삼촌 맞아? 어떻게 조카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지?’ ‘내 남편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니얼, 저 사람에게 무릎을 꿇게 하라니?’ ‘단지 저 외국인이 Y국의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거야?’ 세화는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그때 동혁이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았다. “여보, 별것도 아닌 두 사람 때문에 이렇게 화낼 필요 없어. 그냥 동네의 개가 짖는다고 생각해.” “난 오히려 오늘 누가 날 사과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한번 보고 싶은데?” 동혁은 세화를 끌어당겨 앉혀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라주고, 자신도 한 잔을 따른 다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마치 공기처럼 그저 안 보이는 사람 취급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동혁의 모습을 본 류성중은 화가 나 표정이 구겨졌다. ‘지금 동혁이, 저놈은 상황이 어떤지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여기서 가장 신분이 미천하고 지위도 가장 낮은 놈이 감히 대니얼 씨를 도발해?’ ‘정말로 죽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대니얼 씨, 저 부부가 정말 예의가 없네요. 대니얼 씨와 골스 재단을 완전 무시하고 있어요.”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녀의 관심은 동혁이 아니라 줄곧 세화에게 쏠려 있었다. 세화와 동혁이 대니얼을 이렇게 화나게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도리어 기뻐했다. 그녀는 세화가 외모, 신분, 지위에서 자신보다 몇 단계나 높은 위치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많이 받
“물론 잘 알다마다요.” 대니얼은 말을 하며 자신의 뺨을 만졌다. 동혁에게 두 번씩이나 뺨을 맞은 굴욕적인 일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뼈에 사무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동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마음속 원한이 하마터면 분출될 뻔했다. 대니얼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난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 자리조차도 모두 아내의 친한 친구 덕분에 얻게 된 거죠.”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데릴사위 주제에 뜻밖에도 이렇게 제가 참석하는 연회에 나오다니, 기가 막히군요.” 대니얼은 류성중을 바라보며 화를 내며 말했다. “부이사장님,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우리 골스 가문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이 화가 난 목소리에 류성중의 볼이 다 떨렸다. 류성중이 동혁을 다시 바라볼 때 그의 안색은 극도로 나빠져 있었다. “세화야, 이 쓸모없는 놈이 네 덕분에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거였어? 근데 왜 그 일은 내게 말하지 않은 거야?” 류성중의 마음은 후회가 가득했다. ‘세화가 동혁이를 데리고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대니얼 씨가 화만 났잖아.’ 류성중 외에 연회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동혁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다시 경외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어쩐지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으로 2조의 자금을 관리하는지 했어. 모두 진 회장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은 거였군.”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그러고도 아까 전에 저 인간이 자기 신분을 성신제약의 양 사장과 비교하며 큰소리친 거야? 아주 가소롭구먼.” “진 회장님은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의 체면을 생각해서 앞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겠네.” “역시 쓸모없는 인간은 어딜 가나 똑같아. 어떤 자리에 않아도 자신이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니까.” 이런저런 조롱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모두 아까 전에 동혁에게 “꺼지세요.”라는
모두가 대니얼을 둘러싸고 아부했지만 세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이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동시에 첫눈에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미인인 세화에게서 강한 소유욕을 느끼게 되었다. 대니얼 곁에 있던 주다정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세화를 바라보는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하하하, 이쪽은 제 친조카인 진세화라고 합니다. 세방그룹과 혜성그룹의 회장으로 있지요. 마침 대니얼 씨에게 소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류성중은 대니얼이 세화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기뻤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명령조로 세화에게 말했다. “세화야 뭐 하고 있어? 대니얼 씨가 너와 인사를 하고 싶어 하시잖아. 빨리 이리 와서 인사해라.” 대니얼은 약간 놀라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세화를 다시 쳐다보았다. ‘저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두 그룹의 회장일 줄이야.’ 그 순간 대니얼은 마음속에서 결심했다. ‘저 여자든, 저 여자의 회사든.’ ‘모두 내가 차지해야겠어.’ “진 회장님, 좋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니얼 씨의 눈에 띄었잖아요. 저희는 대니얼 씨를 쫓아다니며 말을 걸었는데 모두 무시하더라고요.” “진 회장님, 뭐 하고 계세요? 빨리 가서 인사하세요. 다니엘 씨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건 좋은 기회예요. Y국 귀족과 연결되는...” 세화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여자들이 입을 열어 부추겼다. 그녀들은 세화처럼 대니얼의 눈에 띄고 싶었다. 세화는 대니얼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내키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상대가 자신과 돈을 모두 챙기겠다는 흑심을 품은 지는 몰랐지만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인사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 대니얼의 눈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세화는 이유 없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특히 배경에 힘이 있고 H국에서 특별한 신분을 가진 외국인이라면 더욱 그러했다.그래서 세화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줄곧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와 그녀를
사실 주다정은 H시에서 큰 스타라고도 할 수 없었다. 세화와 동혁은 주다정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알아본 H시 사람들 몇 명이 이렇게 까지 말한 건 대니얼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움의 표정을 지었다. 주다정은 미인이었는데 경제채널 사회자로 활약하는 만큼 고학력을 가진 지적인 이미지도 있었다. 이런 여자는 일반적으로 성공한 보통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주다정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존재였다. ‘지금 저 주다정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혼남인 대니얼을 따라 여길 왔다고?’ ‘남자로서 저 대니얼이라는 사람이 너무 부럽구먼.’ 쏟아지는 아부에도 주다정은 차분하면서 도도한 여신의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했다. 만약 그녀가 대니얼의 팔짱을 끼고 있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정말로 그녀를 시크한 여신으로 여겼을 것이다. “대니엘 씨, 여기 다른 분들 몇 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류성중은 옆에 있는 왕근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H시 의료공단의 왕근식 부장입니다. 오늘 연회도 바로 이분이 준비한 거지요.” “안녕하세요, 대니얼 씨.” 왕근식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니얼 씨가 있는 골스재단의 프로젝트가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의약 쪽인가요?” “그렇다면 저희 H시를 제대로 찾아오신 겁니다. 이곳에서 정책상의 문제가 생겨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대니얼 씨께서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연락하세요.” “저희 모두가 반드시 성심성의껏 대니얼 씨를 돕겠습니다. 연락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왕근식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는 비록 대니얼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가 자신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어쨌든 골스재단은 Y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큰 재단이었다.